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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클리닉] 위축성위염과 장상피화생

기사승인 2019.03.11  08:5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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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요즘엔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에 가장 튼튼하게 만들어진 게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각 장부가 하는 일을 살펴본다. 생각이 거듭될수록 장기 각각이 하는 일이 참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게 된다. 심장을 보면,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시도 쉬지 않는다.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평생 혈액을 보내고 있다. 어찌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심장의 지구력은 대단하다.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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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肺)도 마찬가지다. 폐호흡이 멈추면 사람은 죽는다.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위해 하나하나의 폐포들이 멈추지 않고 일을 한다. 심장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쉬지 않는 기관이다.
오늘은 위(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20년 이상 된 만성위염을 달고 사는 환자를 본 후에 그냥 위의 특징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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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도마뱀의 꼬리처럼 전체를 잘라내도 다시 생긴다. 우리 몸에서 전체를 잘라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유일한 기관이다. 간도 타인에게 70%를 떼어줘도 다시 재생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지만 위는 전(全)절제가 가능하다. 의사들이 위암 환자의 몸에서 위를 모두 잘라낼 때에 고민을 하지 않는다. 위는 떼어내도 다시 생겨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모두 위와 같이 다시 생긴다면 불로장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망상에도 빠진다.

위의 튼튼함은 다른 어느 장기에 뒤처지지 않는다. 입에서 식도를 타고 넘긴 음식물까지 죽처럼 만들어야 한다. 입에서 음식물을 덜 씹고 내려 보내도 무조건 죽처럼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십이지장과 소장에서 제대로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씹지 않은 단단한 견과류가 들어와 위벽을 긁어도 불평 없이 소화시키는 게 위장이다.

위의 능력 중 압권은 위산에 견디는 능력이다. 단백질이 소화되려면 펩시노겐이라는 효소의 전단계 물질이 펩신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조건이 바로 강산이다. 쇠도 녹일 수 있을 정도인 산도(pH) 2 정도의 강산이 나와야 콩이나 우유, 고기 등의 단백질을 소화시킬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이런 강산이 피부에 닿으면 당연히 화상을 입는다. 가끔 유명 연예인이나 예전 애인에게 염산으로 테러를 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위는 이런 강산에도 버틴다. 주세포, 벽세포, 점액경세포, 장크롬친화성세포 등으로 피부세포보다 훨씬 신에 강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혹독한 조건에 버티는 또 다른 방법은 세포의 강력한 재생력이다. 위는 우리 몸의 어느 세포보다도 재생력이 좋다. 위산과 쏟아져 들어오는 음식물과 접촉하면서 점막의 세포는 계속 죽어 나가지만 그만큼 새로 만들어진다. 빨리 증식하는 암을 공격하는 항암제가 위의 점막을 공격할 정도로 위의 재생력은 탁월하다.

이런 재생력이 떨어지면 위장에 당연히 문제가 생긴다. 그게 바로 만성위염이다. 위내시경 검사 후에 만성 위축성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으면 위의 재생력이 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만성 위축성위염이 젊은이 보다는 기능이 떨어지는 중년과 노인들에게 많은 이유이다. 만성위염과 함께 잘 나타나는 위 점막의 변화가 바로 장상피화생이다. 장상피화생은 위의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회복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위의 점막을 이루는 세포가 장의 점막처럼 바뀐 것이다.

위의 꿈틀 운동도 아주 중요한 작용이다. 음식물이 식도를 통해 위에 들어오면 소화액과 발 섞어 죽처럼 만드는 꿈틀운동이 시작된다. 2시간 이상 위에서 잘 섞인 음식물은 위장 아래의 유문이 간헐적으로 열리며 조금씩 십이지장으로 음식물을 내려 보낸다.

이런 꿈틀운동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난다. 우선 음식물이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음식물이 늦게 내려가면 단순히 소화속도가 늦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우선 위에 음식물이 쌓이게 될 것이다. 위는 아랫부분(위저부)이 조금 처져 있는 주머니 모양이다. 움직임이 적으면 위저부에 쌓인 음식물이 십이지장 쪽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이렇게 쌓인 음식물이 오래되면 어떻게 될까. 한 여름에 음식물을 상온에 방치하면 금방 상한다. 냄새가 나고 썩게 된다. 비슷한 증상이 위속에서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한의학에는 위와 관련해 탁기(濁氣) 즉 맑기 않은 혼탁한 기운이란 말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위가 정상적으로 활동을 하지 못하면 탁기가 문제를 일으킨다.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나오는 맑지 않은 기운이 위로 올라오게 된다. 탁기가 위로 올라오는 간단한 증상으론 트림도 있지만 심해지면 역류성식도염도 나타난다.
음식물이 부숙되며 나오는 가스(탁기)가 위의 윗부분(분문부)에 있는 괄약근의 압력을 뚫고 위액과 함께 올라오면, 강한 산성인 위액이 식도부위를 자극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식도부위에 염증이 생겨나는 것이다.

위에서 올라오는 탁기는 위열이라고도 표현된다. 음식물이 부숙될 때에 냉기보다는 열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눈이 쉽게 충혈되고 오후가 되면 눈이 뻑뻑해집니다. 심하면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아프기도 합니다”라고 말하는 안삽증의 원인도 위열인 경우가 많다. 소화가 되지 않을 때에 두통이 동반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위열이라고 볼 수 있다.

위(胃)에 여러 가지 병이 생기지만 꿈틀운동의 저하와 점막재생력의 약화로 인한 병이 대부분이다.
꿈틀운동이 저하되면 나오는 증상이 바로 소화불량이다. 뱃속이 답답하고, 빵빵해진다. 위내에 압력이 높아지면 트림도 나오고 위의 내용물이 역류하는 역류성 식도염이 생긴다. 가스와 열이 얼굴로 올라와 생기는 두통과 안삽증도 나타난다. 얼굴에 생기는 여드름도 위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위장의 운동만 활성화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사관의 혈에 침을 놓기도 하고, 배꼽과 명치 사이의 중완혈에 자침을 하기도 한다. 꿈틀운동을 활성화시키는 후박이나 지실 등의 약재를 포함한 탕약이나 환약을 쓰기도 한다.

위 점막의 재생력이 저하된 병은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만성위축성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이다. 점막의 재생력을 높이려면 위장으로 혈액순환이 활성화시키면 된다.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면 점막을 빠르게 재생시킬 수 있는 영양이 잘 공급된다. 얇아진 점막이 충실해지면 만성위염도 점점 좋아진다. 만성위염은 10년 이상 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치료도 2개월 이상 소요된다. 식사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소화가 덜 되는 밀가루 음식을 피하는 본인의 노력이 병행되면 만성위염은 쉽게 좋아질 수 있는 병이다.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장상피화생도 당연히 개선될 수 있다.
/한뜸 한의원 원장
hwang@veritas-a.com

황치혁 편집위원 hwang@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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