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진단 및 처방, 대입 전략수립의 기준 삼아야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고3 수험생에게 새 학기는 곧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의 시작을 의미한다. 특히 7일 치를 3월 학력평가(이하 3월학평)는 2020학년 대입 성공을 위해 수험생이 거쳐야 할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물론 3월학평은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서울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시험으로 평가원의 6월모평 9월모평에 비해 중요도가 적다. 수능에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졸업생들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 실제 수능과 시험 범위 역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성적 그 자체에 엄청난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학습과 입시, 수능이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 수립에 있어 3월학평이 중요한 방향키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의 도움으로 3월학평 중요성과 활용법을 '학습' '입시' '시험대비 도구'라는 세 측면에서 살펴 대비 전략을 수립해본다.

<학습진단과 처방의 기능 활용할 수 있어야>
3월학평에는 졸업생이 포함되지 않는다. 수능과 출제범위도 다르다는 점에서 성적 자체를 온전히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수능과 직결시켜 성적 자체에 큰 무게를 두기보다는, 지난 2년간의 학습적 노력을 진단 및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자 취약한 부분을 파악해 앞으로의 학습 방향을 설정하는 처방의 기능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즉, 3월학평을 통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판단해 이후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지금까지의 학습 패턴을 유지해도 무방하지만,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다면 기존의 학습 패턴 및 태도, 향후 계획까지 철저히 점검해 고쳐나가야 한다.

학습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우선 학평 성적표를 꼼꼼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학평 성적표는 수능 모평 성적표와 비교했을 때 훨씬 '친절'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원점수 및 등급, 표준점수 외에도 영역별 배점과 나의 득점, 전국 평균 확인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국어 영역의 성적을 확인한다면, '화법/작문/문법/독서/문학'이라는 각 영역의 배점과 나의 득점을 확인함으로써 내가 취약한 영역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학평 성적표를 통해 틀린 문제가 해당 부분의 학습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문제 자체가 기본적으로 어려운 것이었는지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성적표 하단의 '정답률'이 이에 해당한다. 정답률에 기재된 알파벳(A~E)은 해당 문항의 난이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문항별 알파벳을 통해 내가 어떤 수준의 문제를 틀렸는지 확인 가능하다. 모두가 어렵게 느껴 틀리는 '정답률 D~E' 등급의 문제를 나 또한 어렵게 느껴 틀린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전체 수험생의 80% 이상이 맞힌 '정답률 A' 등급에서 오답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3월학평이야말로 최신 수능 트렌드를 담고 있는 시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제의 주체는 다르지만 매 수능 이후 처음 치르는 고3 모의고사라는 점에서, 3월학평은 전년도 수능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3월학평을 치른 후에는 틀린 문제뿐 아니라 맞힌 문제까지 모두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며, 특히 문제풀이 과정을 제대로 복기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입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3월학평은 대입 전략의 큰 틀을 수립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입시 측면에서도 중요성을 지닌다. 물론 구체적인 수시 지원 전략은 6월모평 이후부터 가능하겠지만, 적어도 학기 초반에 전반적인 수시 정시 지원의 틀을 세우는 데는 3월학평 성적이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3월학평을 입시 도구로 활용할 때에도 성적표는 유의미한 지표로 쓰인다. 유념해야 할 점은 성적표에 적힌 등급과 표준점수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평의 경우 특정 영역의 표준점수가 지나치게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하므로, 3월학평 성적을 지난 수능과 비교해 단순 표준점수 합으로 지원 가능한 대학선을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3월학평을 통해 본인의 객관적인 위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면 누적 백분위를 더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학평 성적표에는 '기타 참고 자료' 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자신의 조합별 점수에 따른 누적 백분위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수+과'의 백분위가 94.45라면, 이는 본인보다 성적이 낮은 하위누적 인원의 비율이 94.45라는 것이다. 이를 상위누적으로 환산하면 '수+과' 영역 조합을 기준으로 5.55% 정도에 내가 위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응시 인원수로 계산할 경우 8570등이라는 대략적인 전국석차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성적표 내 '기타 참고 자료'에 기재된 다양한 영역별 조합을 통해 본인에게 유리한 조합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이를 토대로 목표 대학과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얼마나 가까이 또는 멀리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어야 한다.

3월학평 결과를 통해 나의 대략적인 수능 경쟁력을 파악한 뒤, 이를 토대로 자신의 다른 강점 요소들을 분석해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내가 주력할 전형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능 경쟁력 외에도 교과 성적이 너무 낮진 않은지, 목표 대학 및 전공과 관련된 비교과 활동은 충분한지, 논술고사를 치르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되어있는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등 '교과/비교과/논술/수능' 등 총 네 가지 전형요소에 맞춰 다각도로 살펴본 뒤 주력 전형 두 가지 정도를 추려보는 것이다. 3월학평 결과를 바탕으로 주력 전형과 대략적인 연간 계획을 수립하고 6월모평 결과를 통해 최종적으로 목표 대학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9월모평 후 수시 원서 접수 및 수능까지 흔들리지 않고 체계적으로 대입을 준비해나갈 수 있다.

<수능 실전 경험 그 자체로서의 중요성 잊지 말 것>
3월학평은 그 어떤 의미로 해석되기 이전에 '수능 모의고사' 자체로서의 중요성을 지닌다. 수능 적응력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영역별 시험 시간에 대한 숙지, 시험장 분위기 파악, 문제풀이 시간 분배, 시험 당일 컨디션 조절 등 수능 조건에 익숙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 수능 시험과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해볼 수 있는 기회는 고3 수험생활 동안 총 6회로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 편안한 환경에서 혼자 문제를 풀어보는 것과, 긴장 및 부담을 안고 실전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하는 것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3월학평을 치르며 시험 그 자체에 대한 피드백을 스스로 해보도록 하자. 아침에 무슨 음식을 먹었더니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점심을 너무 많이 먹었더니 영어 시험시간에 자꾸 눈이 감겼다거나 하는 생활 측면의 점검도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시간 관리에 대한 대비다. 집에서 혼자 모의고사를 풀어보는 것과 시험장에서 시험문제를 풀고 OMR에 마킹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어느 영역, 어느 유형에서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고 여기에 문제는 없는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방향성을 세우는 것도 모의고사의 중요한 기능이다. 즉 시험 후에 문제를 복습하는 것만큼이나 시험 자체를 복기하는 것도 수능이라는 큰 시험에 대한 중요한 대비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김병진 소장은 "이상의 활용법은 단순히 3월학평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고3 수험생이라면 3월학평을 시작으로 앞으로 남은 5회의 모의고사 역시 학습, 입시, 아울러 수능이라는 시험 그 자체의 대비 측면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3이 되어 치르는 첫 번째 시험이라는 점에서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이전과는 다른 긴장감을 느끼게 되겠지만, 이 적당한 긴장감이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며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러보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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