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예측가능성 확보'.. '고입수요자도 수요자'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교육당국발' 고입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예고없이 정책을 뒤집는 교육당국이 키운 혼란으로 고입수요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추진된 교육부의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뿐 아니라 교육감들의 일방적인 조치들이 입시를 흔들면서 고입자체를 안개속으로 몰아넣었다. 입시정책은 다수의 수요자가 얽혀 있는 사안이다. 당연히 예측가능성을 높여 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리 예고하고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충분히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은 물론 현장 학교들까지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다. 수요자의 예측가능성 확보를 위해 대입 사전예고제를 강화했던 정부가 이제 고입역시 입시임을 인정하고 고입에도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정치성을 배제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정책 거버넌스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교육당국발' 고입 혼란은 벌써 2년째다. 교육부는 고입 동시실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현재 헌재판결을 앞두고 있고 교육청들은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을 급작스럽게 상향 조정하면서 자사고의 집단적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시작한 자사고폐지 움직임이 현장 반발과 갈등을 유발했고 급기야 사법당국으로 판단을 넘기는 상황까지 벌어진 데다 결국 고입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혼란의 피해는 고스라니 수요자들이 입게 됐다는 사실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교육부는 문재인정부들어서 대입사전예고제 강화를 강조했다. 정책의 투명성을 확보해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반대로 고입은 공약이라는 한마디로 자사고폐지 고입동시실시를 밀어붙였다. 고입역시 수요자들이 엄연한 입시다. 모든 입시정책은 소수의 피해자라도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본으로 한다. 교육청의 재지정평가 기준상향은 더 심하다. 기본적 인식부터 문제라고 본다. 통상 제도의 개편은 준비기간을 전제로 한다. 갑작스런 기준상향은 지난해 평가기준을 중심으로 준비한 자사고 입장에서 보면 그냥 폐지하라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와의 형평도 문제다. 5년마다 재지정 평가를 한다면 일단 기준을 상향한다고 방침을 밝힌 다음 5년이후부터 바뀐 기준을 적용하는게 상식이다.  게다가 교육청의 인식은 입시라는 생각자체가 없는듯하다. 지금까지 입시를 준비해온 수요자들과 현장 학교들은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 모집단위가 전국단위인 자사고의 경우 교육청의 제멋대로 기준에 따라 전국단위자사고 입시자체가 왜곡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전혀 교육당국이 수요자와 입시를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대입은 3년예고제가 정착된 상태다. 정부의 대입정책 발표로 수험생들은 약 3년 전부터 자신이 치르게 될 입시의 큰 방향을 이해할 수 있고 대학의 전형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된 기본계획도 1년10개월 전까지 공고된다. 대입전형은 기본사항, 기본계획, 모집요강이 단계적으로 공개되면서 수요자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토대로 일관되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반면 고입은 교육당국의 인식 부족으로 법적 근거도 미비한 실정이다. 사실상 고교들이 3개월 전까지만 요강을 공고하면 되기 때문이다. 똑같이 입시를 준비하는 수요자 사이에서 차별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결국 입시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입과 대입의 수요자는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고입에서는 요강 공개 이외에는 수요자들을 위한 별다른 입시 안내가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법적 의무가 없는 특수대학들도 수요자 친화를 위해 자발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음에도 교육부가 고입 자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고입 사전예고제를 법제화해 정권마다 바뀌는 교육부, 선거마다 바뀌는 교육감으로 인해 고입 수험생들이 겪을 혼란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입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예고 없이 정책을 남발하는 교육당국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고입 사전예고제’ 절실.. 대입과 다른 ‘이중잣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당국의 일방적인 정책 밀어붙이기가 지속되면서 고입의 혼란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교육당국발 입시혼란에 피로감을 느낀 현장에서는 고입도 사전예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에선 정권 교체 때마다 급변하는 교육정책에 피로감을 느끼는 수요자들을 위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입시체제의 안정적인 변화와 함께 고입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있어 왔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수요자의 예측가능성을 이유로 대입의 사전예고제 강화를 강조하면서 고입에선 오히려 입시자체를 뒤흔드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왔다. 

현재 고입 수요자의 배려에 대한 법적 근거는 거의 미미한 상황이다. 초중등교육법은 매년 3월말까지 각 시/도교육청이 고입전형(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학전형 실시권자인 교장이 전형실시 3개월전까지 계획을 수립해 공고하면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진흥법을 따르는 영재학교들도 1개월 전까지만 요강을 공고하면 된다. 매년 수요자들에게 필요한 입시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배경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요자들이 정보부족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교육당국과 학교들은 법적 근거를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해오고 있다. 교육당국이 고입 수요자들의 무시한 채 정책을 남발하고 있음에도 제재할 방법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수요자의 입장에선 변화를 사전에 알기 어려운 ‘깜깜이 입시’가 관행으로 굳어진 셈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입의 사전예고제는 ▲대입정책 ▲대입전형 기본사항 ▲대입전형 기본계획 ▲모집요강 순으로 내용이 공개된다. 가장 먼저 교육당국은 수험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3년3개월 전인 중3 11월 말에 대입정책의 기본적인 틀을 밝힌다. 수요자들이 고교에 진학하기 전부터 미리 자신이 치르게 될 대입의 방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고1 8월말까지 대학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공지한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대학들이 대교협 홈페이지에 입력한 사항을 취합한 형태다. 이후 수험생들은 대입을 1년10개월 앞둔 고2 4월말 시기에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대학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이 고3이 된 이후 모집요강이 공개된다. 수시요강은 4월말, 정시는 8월까지 각각 공고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입 사전예고제를 더욱 강조해왔다. 갑작스러운 정책변화로 수험생들이 받게 될 불의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대입과 달리 고입을 대하는 태도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중학교 교사는 “아무리 고입의 중요도가 대입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레 입시시기를 일원화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합당치 못한 처사다. 대입과 고입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입에선 듣도보도 못할 조치들이 고입에선 당연히 가능한 일처럼 여겨지는 것부터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중학교 교사는 “3월말 각 시/도교육청이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바탕으로 요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수험생들이 상세 입시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사전예고제가 없어 서울교육청이 갑작스럽게 자사고들에게 자소서 폐지를 강요하면서 허수지원자가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고입 사전예고제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고입전형 기본계획과 요강 발표 시점 등을 앞당기고 고입정책 발표시기를 규정해 정치논리가 고입체제를 휘두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혼란의 중심’ 교육부.. ‘밀어붙이기 정책으로 불신 자초’>
교육부의 정책남발을 막기 위해 대입과 마찬가지로 고입에서도 사전예고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무분별한 정책으로 수요자들의 혼란을 유발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도저'식으로 고입 동시실시를 추진한 끝에 학생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들로부터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교육부가 자초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다수의 수요자가 얽혀 있음에도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면서 입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자체가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올해 고입혼란의 가장 큰 이슈는 헌법재판소의 ‘고입 동시실시’ 위헌여부 결정이다. 지난해 2월 제기된 고입 동시실시와 이중지원 금지에 대한 헌법소원의 결과에 따라 입시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헌재가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을 판단할 경우 고입전형은 이전처럼 전기고와 후기고 선발체제로 진행될 수 있다. 특목고와 자사고는 전기고에서 학생들을 선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반면 합헌 결정이 난다면 고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의 동시실시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 1년간 교육부가 초래한 혼란이 올해 입시의 초입부터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최종판단은 헌재의 몫이지만 상황을 이렇게까지 몰고 온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입시혼란 자체도 교육부로부터 비롯됐다고 교육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입과 고입은 물론 교육정책 전반에서 일관성을 상실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부 차관이 일부 상위대학을 향한 정시확대 요청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충분한 설명 없이 대학들의 전형계획 확정이 가까운 시점에 기존의 대입기조를 뒤집은 셈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수업금지 등 불통과 번복으로 점철된 정책들은 지속적으로 현장의 반발에 직면했다. '나열식' 2022 대입개편안 발표 역시 교육계 전반의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면서 교육부 폐지에 대한 여론이 촉발되기도 했다. ‘불통’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정책숙려제도 실효성에 대한 논란과 함께 부정적인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있을 정도로 교육부의 입시혼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정책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예고제가 고입에도 도입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번 새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이전의 교육정책을 뒤집는 것을 반복해온 관행도 개선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교육부는 오랫동안 입시 흔들기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지난 대선에선 폐지까지 논의됐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독단’에 가까운 정책들로 또다시 수요자들의 혼란만 더욱 키웠다. 특히 고입의 경우 입시를 준비해왔던 학생과 학부모들을 무시하고 동시실시를 밀어붙이더니 자사고 재지정평가기준 상향을 주도하면서 현장의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 사전예고제를 도입해 일부 공직자들이 고입의 좌우하는 것을 방지하고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향력 확대’ 교육청.. ‘지역간 엇박자 확산 양상’>
교육청 역시 고입 수요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올해 전국의 42개자사고 가운데 24곳에 대한 재지정평가를 시행하면서 시/도교육청들의 결정이 입시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일방적으로 지정취소 기준점수를 상향한 데다 교육청마다 평가기준이 달라질 조짐이 보이자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교육청 관할로 고입이 진행되면서 제각각인 전형들로 입시혼란의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 재지정될 자사고들의 윤곽이 그려질 전망이다. 일부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공공연하게 재지정평가를 통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가능성을 밝히면서 학생들의 학교선택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올해는 전국단위 모집을 하는 자사고들도 상당수 포함되면서 고입 수요자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 10개의 전국단위 자사고 가운데 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사고 북일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 8개교가 올해 평가를 받는다. 경희고 동성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이화여고 중동고 중앙고 한가람고 한대부고 등 서울의 광역자사고 12곳, 계성고 안산동산고 인천포스코고 해운대고 등 비서울 광역자사고 4곳도 올해 재지정평가 대상이다.

다수의 학교들에 대한 재지정여부 결정이 예정된 가운데 일방적인 평가기준 상향으로 고입혼란이 더욱 우려된다. 특히 교육청끼리 평가기준마저 달라지고 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명확한 근거 없이 다른 교육청들보다 재지정 기준점을 더 높였던 전북교육청은 상산고의 시정요구도 사실상 거부하면서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는 반면 강원교육청과 울산교유청 등은 자사고들의 문제제기를 수용해 올해 재지정평가의 기준을 다소 낮췄다는 평가다. 입시의 시작 전부터 변수가 생기면서 일부 평가지표가 유리해진 자사고들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고입의 계획을 세워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출발단계인 학교선택부터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들이 고입을 관할하면서 지역간 엇박자가 유발되는 측면이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전국모집을 실시하는 고교들의 있음에도 소재한 지역에 따라 전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입에선 매년 같은 학교유형이더라도 지역마다 전형방법과 일정이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이 각각 고입전형 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은 타 지역 고교로 지원할 시 전형기간이 달라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미리 확인해야 하는 셈이다. 전국모집인 고교들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지역의 입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교육청의 결정이 혼란과 더불어 수요자들의 학교선택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는 대목이다.

<‘교육정책 거버넌스’ 다시 논의해야.. ‘정치성 배제 확립 필요’>
사전예고제의 도입과 함께 교육정책 거버넌스의 재논의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치에 의해 교육이 좌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들의 피해를 외면한 채 ‘정책뒤집기’를 감행해온 교육부의 역할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의 이념화로 현장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교육감직선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교육감의 정치 이념에 따라 교육정책이 지역마다 다른 상황을 초래하고 중앙정부와도 엇박자를 일으키는 등 고질적인 문제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제대로 된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입과 대입을 가리지 않고 정책실패로 혼란만 키워왔기 때문이다. 특히 일방적인 정책변화를 반복하는 행태로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은 물론 입시가 관련됐다는 특수성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도 단순히 국정과제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입시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 학부모 학교라는 다수의 수요자들이 충분히 대응하도록 정책을 펼쳐야 혼란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입과 대입을 모두 고려한 정책의 일관성 속에서 자사고 폐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일방적인 자사고 폐지정책으로 고입 수요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교육의 정치화’를 촉발한 교육감직선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도 상당하다. 교육감 선거가 유권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노조에 의해 좌우되거나 이념적으로 편향된 정치인들이 교육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성향에 따라 교육방향이 뒤틀리고 갈등이 증폭된 사례가 많았다. 자사고/외고 폐지만 해도 진보교육감과 보수교육감들은 확연히 다른 정책을 펼치며 현장의 갈등이 초래됐다. 일부 교육감들은 정부와도 갈등을 빚으며 입시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정책을 뒤집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엇박자가 발생하면서 정책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요자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정책의 집행에만 몰두하거나 절차를 무시하는 교육감들의 안일한 행동을 제어해야 한다는 현장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놓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교육청들은 ‘묻지마 행정’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교육감들이 교육의 정치화에 선봉에 있다는 비판과 함께 무분별한 분권화가 빚는 정책혼선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다”며 “문제는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입시의 혼란도 증폭되면서 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에도 교육감들이 재지정평가를 자사고 폐지의 수단처럼 활용하면서 고입 수요자들의 학교선택이 왜곡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교육감들이 입시를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지속적인 현장 갈등을 유발해온 만큼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에 의한 입시혼란이 가중되면서 교육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논의중인 국가교육위 출범을 계기로 교육부 교육청 체제의 교육정책 거버넌스를 통째로 바꿔야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교육위 출범의 핵심이 정치성 배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선교육감제도 자체도 다시 고민해야하고 정권마다 뒤집기하는 교육부도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 정책거버넌스 역시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출발해야한다. 분권화가 무조건 민주화라는 도식도 맞지 않는 시대다. 민선 교육감제도는 입시를 비롯한 교육정책에서 '엇박자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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