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42

[유재후의 클래식LP명반 산책] 조르주 상드가 사랑한 쇼팽, 그리고 조성진의 발라드

기사승인 2019.02.11  08:30:10

공유
default_news_ad1
ad43

쇼팽 : 4개의 발라드 (4 Ballades)

학창시절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의 소설 ‘악마의 늪(La mare au diable)'을 읽었다. 번역본이 없었던 시절 굳이 헌책방을 뒤져가며 원서를 찾아 읽은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녀가 쇼팽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다. 본명은 오로르 뒤팽(Aurore Dupin)이지만 남자이름인 조르주를 필명으로 사용했다. 남장을 하고 줄담배를 피워대는 19세기 낭만주의 시대 여류소설가로 당대에는 스탕달이나 플로베르 보다 많이 읽혔던 작가였다.

조르주 상드가 쇼팽을 처음 만난 것은 1836년 리스트의 연인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의 살롱에서였다.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이 살롱은 저명한 예술가들의 모임 장소로 발자크, 들라크루아, 하이네, 베를리오즈, 리스트 등이 단골이었고, 말수가 적은 폴란드 출신 청년 쇼팽은 논쟁에는 흥미를 가지지 못했지만 피아노 앞에서는 언제나 빛나는 존재였다. 조르주 상드는 귀족적 풍모의 병약한 천재 쇼팽에게 점차 빠져들었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해 쇼팽의 짧은 인생 중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께 살았다. 두 자녀가 딸린 이혼녀, 6살 연상, 키 작고 풍만한 남장 여인, 오만한 성격, 자유분방한 생활과 많은 염문 등 20대 청년 쇼팽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성이었지만 쇼팽과 함께한 9년 동안은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던 것 같다. 모성애였을 수도 있고 폐병을 앓는 청년에 대한 연민이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토록 아름다운 피아노곡들을 만들어 내는 천재를 항상 곁에 두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ad41

쇼팽(Frédéric Chopin,1810~1849)은 1830년(20세)에 고국 폴란드를 떠났다. 두 개의 피아노협주곡을 발표하고 몇 차례 공개연주회를 통해 폴란드 내에서 저명한 음악가로 인정받았지만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음악적 포부를 펼치고 싶어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했다. 하지만 빈은 더 이상 음악 중심지가 아니었다. 베토벤이 사망한 지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빈 청중의 취향은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 1세, 1804~1849)나 요제프 라너(Josepf Lanner, 1801~1843) 등 가벼운 왈츠 작곡가들에 향해 있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빈 분위기에 환멸을 느낀 쇼팽은 파리 행을 택했다. 러시아 지배하에 들어간 조국을 떠나 많은 폴란드 귀족들과 쇼팽의 학창시절 친구들 상당수가 파리에 정착한 점이 자연스레 쇼팽을 파리로 이끌었고, 쇼팽의 선택은 옳았다. 1830년 무렵의 파리는 문인, 화가, 음악가들이 함께 어울려 예술을 논하고 즐기는 ‘예술가들의 수도’였고, 그들이 모이는 살롱엔 항상 피아노가 중심이 되어 분위기를 이끌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에게는 음악가의 꿈을 이룰 최적의 도시였던 것이다.

쇼팽의 음악은 독창적이며 개성이 강하다. 낭만주의 시대를 살았지만 그 시대에 유행했던 표제음악이나 가곡 등엔 관심이 없었고, 베를리오즈나 바그너 풍의 대규모 관현악곡이나 오페라 분야는 그의 음악세계와 거리가 멀었다. 39년의 짧은 생애 동안 200곡에 달하는 많은 작품들을 남겼지만 피아노협주곡 2곡, 피아노를 동반한 트리오와 첼로소나타 각 한 곡씩 외에는 거의 모두 피아노 독주곡들이다. 그 중 고전적 양식에 의한 소나타 3곡 외에는 대부분 쇼팽으로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양식의 피아노 독주곡들이다. 전주곡, 연습곡, 즉흥곡, 왈츠, 폴로네즈, 마주르카, 스케르초, 야상곡, 발라드... 등 그가 창조한 피아노의 세계는 쇼팽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는 쇼팽만의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위대함은 살롱에서 가볍게 연주될 법한 피아노 소품들을 높은 차원의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데에 있다. 독창적인 연주법과 화성, 그리고 서정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색채감을 지닌 그의 뛰어난 작품들은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동경하며 도달해야 할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예술품이다. 쇼팽의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마음이 평온해진다. 재미있는 소설책을 읽다가도 쇼팽의 피아노곡이 흘러나오면 책을 덮게 된다. 배경음악으로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다. 감미로운 서정성과 함께 화려한 색채를 쏟아내는 그의 선율들은 말이나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를 펼쳐낸다. 특히 4곡의 발라드를 연속해서 들을 때면 한편의 격정적이면서도 숭고한 사랑이야기가 담긴 서사시를 읽고 있는 듯 묘한 흥분이 일기도 한다.

ad44

담시곡(譚詩曲)으로 번역되는 발라드(ballade)는 ‘춤추다’라는 뜻의 라틴어 ‘ballare'에서 유래한 프랑스어로 점차 서사적인 내용을 담은 성악곡으로 발전해오다가 쇼팽에 이르러 피아노 독주곡의 한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쇼팽은 1835년(25세)부터 1842년(32세)까지 그의 창작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총 4곡의 발라드를 작곡했다. 4곡 모두 친구이자 폴란드의 애국 시인인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의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이지만 그 내용을 음악으로 묘사한 표제음악은 아니다. 쇼팽은 그의 음악 속에 시의 내용이나 이야기를 담는 대신 그가 받은 영감을 피아노를 통해서 추상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의 발라드를 들으면서 굳이 고정관념을 갖고 어떤 이야기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 순간 자신만의 환상의 세계가 펼쳐짐을 느낀다.

쇼팽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이 협주곡 1번과 발라드 4곡을 함께 녹음한 음반이 2장의 LP로 발매됐다. 쇼팽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들을 수록한 음반이다. 순식간에 매진되는 조성진의 콘서트엔 못 가봤지만 겨울 밤 한적한 전원주택에서 LP로 듣는 조성진의 발라드는 충분히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유재후 편집위원 yoojaehoo56@naver.com

https://www.youtube.com/watch?v=Sjf4ZOQBnr4 조성진, 쇼팽 발라드 1번을 말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b0Ebqe9JJo 쇼팽 발라드 1번~4번, 조성진

베리타스알파 webmaster@veritas-a.com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d59
default_side_ad1
ad52

인기기사

ad37
ad38
default_side_ad2
ad54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6
default_bottom
ndsof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