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카이스트 필수, 일부 의대 가점..'의대 입시 운용전반 조정해야'

[베리타스알파=유수지 기자] 올해도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과탐Ⅱ 선택고민이 상당하다. 과탐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위등급 획득이 어려운 편이지만, 응시의 이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에게 최고 선호도를 가진 서울대와 KAIST는 과탐Ⅱ응시자의 지원만을 허용한다. 수능만점자가 과탐Ⅱ에 미응시해, 서울대 지원이 불가했다는 이야기가 해마다 들려오는 이유다. 2019수능에서도 자연계열 6명의 만점자 중 2명이 같은 이유에서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여기에 2020대입에서도 단국의/치대 동국의대 동아의대 서울과기대 성신여대 한림대 한양대 DGIST 등의 대학이 과탐Ⅱ응시자에게 3~10%의 가산점을 부여, 합격률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정시 뿐만 아니라, 여전히 대입의 ‘대세’인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고교에서 이수한 과목들을 꼼꼼히 살피기에 희망 모집단위에 맞는 과학과목을 Ⅱ범위까지 학습해두는 것이 유리하다.

대학 진학 후 학업의 연장성을 고려한다면 과탐Ⅱ의 중요성은 더 분명해진다. 자연과학계열이나 공대 교육과정에서는 Ⅱ과목에 대한 이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과탐Ⅱ 공부를 등한시할 경우, 대학에 다니면서 다시금 고교 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일이 발생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입 현장에서는 수능 성적에만 집중해 고교 교육과정인 과탐Ⅱ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이럴 경우 대학 진학 후 기본소양 부족으로 학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학 내부에서도 신입생들의 학력저하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수험생들 입장에선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과탐Ⅱ 고득점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난이도가 높은 과목이다보니 과탐Ⅱ 선택 시 상위 점수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과탐Ⅰ에서는 고득점을 기대해볼만한 경우라면 과탐Ⅰ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당장 대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과탐Ⅱ를 전혀 준비한 적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과탐Ⅱ에 응시하지 않는 경우 주어지는 불이익은 명확하다. 서울대 KAIST 등에는 지원이 불가능하고, 가산점을 주는 대학에도 지원하기 쉽지 않다. 대학 진학 후 학업에도 차질을 빚기 쉽다. 고1~2부터 되도록 과탐Ⅱ에 응시하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도저히 과탐Ⅱ에 응시할 수 없는 경우에만 과탐Ⅰ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자연계열 수험생들은 과탐Ⅱ선택고민이 상당하다. 과탐Ⅰ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위등급 획득이 어려운 편이지만, 응시시 얻게 되는 이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과탐Ⅱ 응시 필수.. 서울대 KAIST>
서울대와 KAIST는 올해도 과탐Ⅱ 필수응시 방침을 유지한다. 고교 교육과정 준수와 대학에서의 학업능력 확보를 위해 과탐Ⅱ 응시를 계속해서 필수화하는 모습이다. 과탐Ⅰ과목만 2개 응시하는 경우는 두 대학 대입에서의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한 교육관계자는 “과탐Ⅱ 선택 시 저조한 성적이 예상되는 사정이라면 과탐Ⅰ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당장 대입에 뛰어들게 될 예비 고3들의 경우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과탐Ⅱ 선택이 어려운 경우들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비교적 수능에 강점을 보이는 경우라면 과탐Ⅱ를 필히 선택해야 한다. 만점을 받고서도 서울대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등 수능 이후 후회하는 사례들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 값진 결과를 받아들었음에도 서울대 진학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수시납치’의 대안인 KAIST에 지원하지 못하는 불이익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시적으로 "같은 또는 다른 과목 Ⅰ, Ⅱ 필수”를 내걸었던 경상의대는 2020전형계획에서 관련 제한을 삭제했다. 과탐Ⅱ 기피현상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의대에서 필수화 조치를 1년만에 삭제, 아쉬움이 남는다는 교육계 여론이다.  

- 서울대.. 과탐Ⅱ 미응시자 지원 불가
서울대는 2020학년에도 정시 전형 필수조건으로 과탐Ⅱ를 내걸었다. 서울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0학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에 따르면 수시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전 모집단위/일반전형 수능최저 적용 모집단위(미대 체육교육과), 정시 일반전형/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음대 제외) 지원자는 모집단위가 과탐을 반영하는 경우, 과탐Ⅱ를 필수 응시해야 한다.

지원 모집단위 응시기준에 따라 과탐을 선택하는 지원자는 서로 다른 분야의 Ⅰ+Ⅱ, Ⅱ+Ⅱ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해 수능에 응시해야 한다. 과탐 Ⅰ+Ⅰ 조합이거나 동일 분야의 Ⅰ+Ⅱ조합인 경우 합격할 수 없다. 이를 실제 과목에 대입해보면 화학Ⅰ+물리Ⅱ, 생명과학Ⅱ+지구과학Ⅱ와 같은 조합들은 인정된다. 반면 물리Ⅰ+물리Ⅱ, 화학Ⅰ+화학Ⅱ처럼 같은 이름의 Ⅰ+Ⅱ조합이거나 물리Ⅰ+화학Ⅰ처럼 Ⅰ+Ⅰ조합인 경우 서울대 지원은 불가능하다. 과탐을 선택했음에도 Ⅱ에 최소 한 과목 이상 응시하지 않은 경우 서울대 지원은 허용되지 않는다.

- KAIST, 서울대와 동일.. 단, 정시에만 적용
KAIST도 서울대와 함께 과탐Ⅱ 미응시자에게 지원자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다만 KAIST는 정시에서만 과탐Ⅱ 필수 응시를 적용한다. 서울대의 경우 수시 일부 모집단위에 수능최저를 두고 있기에 필히 수능에 응시해야 하지만 KAIST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시의 경우, 과탐Ⅱ 뿐만 아니라 수능 자체에 응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과탐Ⅱ 응시자 가산점 부여.. 단국 동국 동아 서울과기 성신여 한림 한양 DGIST>
과탐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 합격률 상승을 유도하는 대학들도 존재한다. 현재까지 단국 동국 동아 서울과기 성신여 한림 한양은 일부 모집단위에서 DGIST는 전체 모집단위에서 과탐Ⅱ 가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확인됐다. 0.01%차이로도 합격자가 갈리는 정시에서, 3~10%의 가중치는 굉장히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실제 자연계열 과탐Ⅱ응시자에게 가산점 부여하는 한양대의 경우, 과탐Ⅱ응시자의 합격률이 상당한 수치로 파악된다. 과탐Ⅰ응시자가 함께 지원할 경우, 단번에 점수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대학들이다. 다만 Ⅱ과목에 대한 학습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비교적 낮은 점수를 획득한 경우라면, 가산점을 받고도 과탐Ⅰ보다 성적이 낮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표점 기반의 경우, 가산점의 영향력은 수능이 치러진 후에야 확실해진다. 수능 난이도와 그에 따른 과목별 표점 만점등에 따라 가중치의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9수능의 경우 과탐Ⅱ 만점은 생명과학Ⅱ70점, 지구과학Ⅱ68점, 화학Ⅱ68점, 물리Ⅱ66점 순이었다. 생명과학Ⅰ72점, 지구과학Ⅰ69점, 화학Ⅰ67점, 물리Ⅰ66점과 비교해볼 때 같은 만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의 경우 3~10%의 과탐Ⅱ 가중치 영향력은 작지 않아 보인다. 

- 단국대 의대/치대, 백분위 5% 가산점
단국대는 의대/치대에서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한다. 2020전형계획을 통해 올해도 과탐Ⅱ 응시자에게 백분위점수의 5% 가산한다고 밝힌 상태다. 수능 과목별 반영 비율은 국어20%, 수학(가)40%, 영어15%, 과탐25%다. 지난해부터 과탐 반영비율을 5% 증가시켜 과탐 점수가 높은 학생들에게 한층 더 유리해진 모양새다. 의/치대는 미세한 점수 차이가 당락 좌우하는 상위권 학생들의 각축지인 만큼 5%가산만으로 합격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 동국대 의대, 표점 5% 가중치
동국대 의대도 과탐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대학이다. 표준점수에 5%의 가중치를 부여한다. 지난해까지는 한의대도 함께 가중치를 부여했지만 2020학년부터 의대로 한정된 모습이다. 수능 반영비율은 국어25% 수학(가)35% 영어20% 과탐20%다.

- 동아대 의대, 표점 3점 가산
과탐Ⅱ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라면 동아대 의대도 빼놓을 수 없다. 동아대는 2018학년부터 정시에서 화학Ⅱ 생명과학Ⅱ 응시자에게 표준점수 3점을 가산하기로 결정했다. 의대라는 모집단위 특성을 살려 특정과목에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타당성 높은 전형방법이란 평가가 뒤따른다. 

영역별 반영비율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2019정시에서 국어 수학 영어를 각 25% 반영하고, 탐구는 1과목당 12.5%를 배정한 것에 비춰볼 때 2020정시 역시 영역별 반영비율을 동일하게 둘 가능성이 높다. 동아대 역시, 동국대와 마찬가지로 표점 기반 가산점이 주어진단 점에서 수능이 치러진 후에야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울과기대 자연계열, 표점 3% 가산
의학계열이 아닌, 일반 자연계열에서도 과탐Ⅱ 가산점은 존재한다. 서울과기대는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탐Ⅱ 과목에 응시했을 경우 과목 취득 표준점수에서 3%를 가산한다. 수능 반영비율은 모집단위별로 상이하나, 대부분의 자연계열은 국어20% 수학(가)35% 영어20% 탐구25%로 구분된다. 탐구는 전모집단위 사/과/직탐 구분없이 지원 가능한 특징이다. 과기대 역시 표점 기반인 만큼 수능 채점결과가 발표된 다음에야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 성신여대 간호/글로벌의과학, 백분위 5% 가산점
성신여대도 모집단위 특성을 살려 특정과목에만 가산점을 부여한다. 간호학과와 글로벌의과학과 지원자가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응시했을 시 최상위 성적 한 과목 백분위점수의 5%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수능 반영비율은 수학35% 영어30% 과탐25% 국어10%다. 수학은 가/나형 구분 없이 모두 지원 가능하다. 

- 한림대 자연과학대/공과대, 백분위 7% 가산
한림대는 자연과학대와 공과대에서 과탐Ⅱ 선택시 백분위점수에 7%를 가산한다. 가산 비율이 큰 편이지만 과탐Ⅰ에도 5% 가산을 함께 부여, 과탐 선택자간 실질 적용되는 차이는 Ⅱ+Ⅱ의 조합이 아닌 이상 다른 대학과 비슷한 편이다. 다만 탐구과목 제한이 없는 특성상 사/직탐 선택자는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수능 반영비율은 △ 1순위 국어/영어/수학(가/나) 중 최상위 1개영역 60% △2순위 1순위 60% 반영영역 제외한 국어/영어/수학(가/나)/탐구(사회/과학/직업) 중 최상위 1개영역 40% 반영이다.

- 한양대, 변표 3% 가산점
한양대도 꾸준히 과탐Ⅱ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다. 특히 의학계열 뿐만 아니라, 자연계열 전반에 가산점을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산점 부여 범위는 변환표준점수의 3%다. 한대는 상위17개 대학 중 유일하게 과탐Ⅱ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과탐Ⅱ에 대한 고교 차원의 관심 환기와 교육과정 정상화까지 내다본 조치로 풀이되면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된다. 

- DGIST 전체, 변표 10% 가중치 
이공계특성화대학 중 매해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는 DGIST 역시, 과탐Ⅱ 과목에 가중치를 적용한다. 변환표준점수에 10%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수능 반영은 국어 표점(100%)+수학(가)표점(150%)×1.5+영어등급별 점수+과탐2과목 변표점수합계로 이뤄진다. 가중치 범위가 크다는 점에서 실제 당락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줄 것이라 판단된다. 

<서로 다른 과목 요구.. 고신대 연대(서울/원주) 울산대 GIST대학 등>
과탐Ⅱ와는 관련이 없지만, 서로 다른 과목 응시를 요구하는 대학들도 있기에 주의를 요한다. ‘서로 다른 과목’은 과목명이 다른 2과목 응시를 뜻한다. 예를 들어 물리Ⅰ+물리Ⅱ처럼 같은 과목명인 과목에 응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Ⅰ+Ⅰ, Ⅰ+Ⅱ, Ⅱ+Ⅱ의 조합을 모두 허용하지만 과목명은 달라야만 한다. 대표적으로 고신대 의예과, 연대(서울) 과탐반영 모집단위, 연대(원주) 의예과, 울산대 의예과, GIST대학 수능전형 등이 서로 다른 과목 응시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제한사항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교육계의 평가다. 과탐Ⅱ 관련 가장 강한 방침을 내걸고 있는 서울대 KAIST 역시 서로 다른 2과목 응시를 강제하고 있는 탓에 굳이 같은 과목의 Ⅰ+Ⅱ를 응시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Ⅰ+Ⅰ조합을 택하는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같은 과목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다. 서울대나 KAIST 대신 의학계열 진학을 노리은 경우라면 간혹 자신이 자신있는 과목 2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같은 과목 Ⅰ+Ⅱ 조합이 나올 수 있겠지만, 과탐Ⅱ 선택이 서울대/KAIST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의미한단 점에 비춰볼 때 실제 같은 과목 조합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탐Ⅱ 필수화 이유.. 대학 교육의 '기반마련’>
일부대학들이 이처럼 특정과목 응시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과탐Ⅱ가 대학 교육에 있어 필요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수능 성적을 잘 받는 데만 매몰돼 고교 교육과정인 과탐Ⅱ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대학에서 다시금 기본 소양을 가르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과탐Ⅱ를 등한시해 발생하는 대학교육의 문제는 일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탐Ⅱ 응시를 필수화하고 있는 국내 최고대학인 서울대에서조차 고교 교육과정이 바로 세워져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몇 해전 열린 서울대 ‘샤 포럼’에서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물리는 공대에서 전공 공부를 하려면 꼭 필요한 기초교과목 중 하나다. 하지만 고교 교과 과정의 물리Ⅰ 물리Ⅱ는 이미 오래 전 대입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희생양이 됐다.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려면 고교 물리Ⅱ 개념을 익히는 것이 필수인데 수능 물리Ⅱ를 선택한 학생 수는 4년제대학 공학계열 정원인 8만9000명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우리 교육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이렇게 대입에 초점을 맞춰 방향을 정하고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 본인의 능력을 저하시키고 대학 교육에서도 큰 비용과 시간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려는 학생이 수능에서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해 화학Ⅰ과 생명과학Ⅰ만 공부했다면 대학입학 후 물리학의 기본 소양이 부족해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실제 대학에서도 이공계열 교수들이 최근 10년간 이공계열 신입생들의 학력저하가 심각하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는 '물리Ⅱ'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채 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이 '물리의 기본' 과목을 이수하도록 규정을 수정할 예정이다. 궁여지책으로라도 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공계 인재 육성에 있어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는 없다. 물리Ⅱ 미이수자들은 본래대로라면 고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대학 입학 후 배워야 하는 탓에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리Ⅱ를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기존과 같이 '일반물리'를 이수할 수 있으며 심화과목을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평가시험을 거쳐 고급수학이나 고급물리를 들을 수 있다.

대입에서의 효용성을 떠나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과탐Ⅱ를 공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학 진학 후까지 내다보면 과탐Ⅱ 학습은 필수사항이나 마찬가지다. 신입생 대상 기초교육이 이뤄지는 서울대의 사례처럼 그나마 대학 차원에서 대비해주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은 과탐Ⅱ 미응시자에게 별도의 배려를 베풀지 않는다. 과탐Ⅱ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경우 대학에 다니면서 다시금 고교 교육과정을 공부해야 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다. 사례가 많지 않다곤 하지만 대입에서의 불이익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현실은 어떨까.. 기피현상 여전, 의대/교육부 방임 속 가속화>
대학들과 교육전문가들이 과탐Ⅱ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최근 고교 현장에서는 과탐Ⅱ 기피 기류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난이도가 높고 응시인원은 적어 상위등급을 획득하기 어렵단 이유에서다. 특히 과탐Ⅱ기피현상은 ‘악순환’의 뫼비우스 띠 위에 올라서 있다.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은 상위 4% 1등급, 이후부터 11%까지 2등급 등 비율에 따라 등급이 주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응시인원이 적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기 어렵다. 상위등급을 받기 어려워 기피하는 경우가 늘면 응시인원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이후 상위등급을 받기 더 어려워져 기피가 심화되는 과정의 반복인 것이다.

의대 쏠림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과탐Ⅱ를 선택할만한 자연계열 상위권 학생들에게 굳이 의대입시에서 활용도가 낮은 과목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과탐Ⅱ에 미응시하는 경우 지원 불가능한 대학은 서울대 KAIST 뿐이며, 가산점 관련 불이익도 일부 학교에 불과하다. 심지어 서울대 공대 등에 합격했더라도 타대학 의대에 진학하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과탐Ⅱ를 응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다. 실제로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하는 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과탐Ⅱ응시인원은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4과목 합산 2016수능 4만1263명에서 2017수능 3만872명, 2018수능 2만5743명, 2019수능 2만2654명으로 확인된다. 같은 기간 과탐Ⅰ4과목 합산 응시인원이 41만9999명, 45만6616명, 46만3433명, 46만1309명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다. 

전문가들은 과탐Ⅱ 기피문제 해결을 위해, 편향된 대입현상의 주체인 의대가 입시 운용의 대책을 간구할 의무가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의대 입시에서는 과탐Ⅱ의 영향력이 미비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과탐 과목에 대한 제한 자체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해 정시 37개 의대 전형을 살펴보면 과탐Ⅱ응시를 필수로 한 대학은 서울대와 경상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상대의 경우 2020전형계획에서 과탐Ⅱ응시 필수항목을 삭제, 현장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지난해부터 과탐Ⅱ 응시를 필수화하면서 교육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한 해만에 바로 기조를 바꾼 모습이다. 동국대 동아대 단국대 한양대 4개 대학은 3~5%의 가산점만을 부여한 모습이다. 나머지 32개 대학은 일부 학교가 서로 다른 과목 응시 정도를 규정하고 있는 상태다. 서로 다른 과목 응시 규정은 Ⅰ+Ⅰ조합을 택하는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같은 과목을 선택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과탐Ⅱ 선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교육계 여론이다. 극히 일부 대학만이 필수화/가산점을 운영, 수험생들이 과탐Ⅱ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현재는 의미있는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로 파악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의대 교육과정에서 활용도가 낮은 물리와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이공계열 학생들도 일단 의대에 원서접수가 가능한 상황이란 점이다.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이공계 인재양성에 특화된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에게 의대로의 이탈이 용이하도록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도 최근 비교적 수능점수를 받기 쉽단 이유로 물리와 지구과학을 선택한 학생이 의대에 입학하는 경우가 상당한 수치로 파악된다. 신입생들의 생물/화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기초과목을 새로 편성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와 KAIST처럼 과탐Ⅱ를 강제할 것까지는 없지만 의대는 적어도 과탐 선택에서 생물과 화학 과목을 필수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 지점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의학계열의 학력 수준 저하가 우려되는 것은 물론, 다른 학문들과의 공생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의대쏠림현상으로 '이공계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대는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공계 학생들의 의대 진입이 어려워지면, 서울대 KAIST진학을 위해서라도 자연스레 과탐Ⅱ응시자의 증가가 전망되는 까닭이다.

교육부 역시 의대열풍을 더이상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동안 정부는 과고/영재학교에 대한 교육투자를 실시, 의대 쏠림현상 완화와 이공계 인재 양산을 위해 노력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과고/영재학교에서 의대진학 시 추천서 작성거부, 장학금/지원금 회수 등 학교 차원에서 의대진학을 염두에 둔 학생들의 입학을 막고 있음에도 매년 의대 진학 인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해결책은 대입에서 찾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재 상위권 학생들에게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의대 등이 일제히 생물/화학 필수화를 추진하는 등 이공계학생들의 진입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현재는 서울대와 KAIST만 과탐Ⅱ 유지에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쏠림현상의 주체인 의대가 입시운용을 보다 신중하게 하든가 자연계 대입 정상화를 위한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는게 대안이라고 본다. 수험생 부담을 고민했다면 아예 수능에서 과탐Ⅱ를 폐지하는 가닥을 잡았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 과탐Ⅱ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라면 최상위권 블랙홀로 자리잡은 의대입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정시 규모와 수학과학특기자 문제 등 대입의 상당한 문제는 최상위권이 몰리는 의대의 무신경한 운용 때문임을 감안하면 책임은 이를 방임한 교육부의 직무유기에 있다고 본다. 의대 입시에서도 과탐Ⅱ를 권장하거나 적어도 의대 진학에서 필요과목이라고 여겨지는 생물 화학 필수화를 추진하는 게 상식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학들에만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다. 고교 교육과정이 일부 현장에서 파행 운영되는 것도 과탐Ⅱ 기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원인이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대학 입시 정책의 방향과 개선방안’이란 글을 통해 수능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편법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지적하기도 했다. “과학Ⅱ 과목을 대체로 3학년으로 배치해 놓은 뒤 실제로는 해당 시간에 과학Ⅰ과목을 복습하는 등 원칙에서 벗어난 학사 운영을 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는 게 주 교장의 진단이다. 이는 관심분야나 진로에 적합한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내신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나는 데 더해 당장의 대학진학을 위한 학생들의 요구로 과탐Ⅱ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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