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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한의사 배재원의 건강한 공부] 공부에도 자세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9.01.22  22:2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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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스매싱으로 탁구공을 탁구대에 내리꽂을 때면 묵었던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날아가는 쾌감을 얻는다. 재미도 있거니와 운동량도 상당하다. 고만고만한 실력의 친구들과 겨루는 시합만으로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얼마 전부터 탁구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마음은 하루 빨리 멋진 서브를 넣고 우아한 드라이브를 걸고 싶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수업은 탁구채 쥐는 법과 탁구대 앞에 서는 자세부터 시작되었다. 서있을 때 발 모양과 움직임에 필요한 스텝 순서, 팔의 움직임을 한참 배우고 나서도 줄곧 자세 잡기와 동작 연습이 반복되었다. 비로소 탁구공을 만지게 된 것은 꽤 오랜 시간의 자세 연습 다음이었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자세 연습 중에 시큰둥한 표정을 들켰는지, 나쁜 자세로는 ‘절대로’ 수준급의 탁구를 칠 수 없다는 선생님의 설명이 뒤따랐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세가 중요하지 않은 운동이 없다. 골프를 배울 때도 공부터 치지 않는다. 먼저 바른 자세를 배우고 익힌 다음에 골프공을 다루기 시작한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자세의 중요함은 결코 덜하지 않다. 풍부한 발성이 필요한 성악과 장시간 몰입이 필요한 미술 역시 바른 자세를 강조한다. 모두 각각의 특성에 알맞은 자세가 배움의 시작점이 된다.

공부는 어떠한가? 공부를 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고, 최고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 좋은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공부는 운동이나 연주에 비해 움직임은 별로 없지만 오히려 더 긴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누가 책상 앞에 고도의 집중을 유지하며 오래 앉아 있느냐의 싸움으로 귀결된다.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한다는 말의 뜻이 바로 이런 것이다. 따라서 공부에서 바르고 좋은 자세는 장시간 신체가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높은 수준의 집중력과 기억력, 사고력 등의 지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좋지 못한 자세는 다양한 신체적 문제를 일으켜 공부를 방해한다. 만성피로, 소화불량, 목과 허리의 급만성 통증과 두통을 들 수 있다. 학생들이 공부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 성장뿐 아니라 근력, 체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좋지 않은 자세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인체는 전후좌우로 균형이 맞아야 한다. 척추와 관절은 철저히 물리적 법칙을 따른다. 머리를 숙이는 자세는 뒷목 근육에 강한 긴장을 발생시키고 경추를 누르는 힘을 증가시킨다. 경추는 평상시 볼링공과 맞먹는 4~5Kg 정도의 머리 무게를 지탱한다. 하지만 머리를 앞으로 30도만 기울여도 경추를 압박하는 힘은 세 배 이상 늘어난다. 책상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는 자세와 비틀어진 골반은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에 무리를 준다. 근육의 과도한 긴장과 더불어 피로 물질의 축적 또한 증가한다. 뒷목과 허리 주위의 비정상적 근육 긴장은 두통과 피로감을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된다. 피로하면 앉기 보다 눕고 싶어진다. 피로에 찌든 상태에서 좋은 기억력과 집중력이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나쁜 자세는 통증과 질병도 일으킨다. 장기적으로는 척추 건강에 중요한 디스크를 손상, 탈출시킨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심사결정자료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2015년 ‘목디스크 관련 질환’ 진료 인원은 227만명에서 265만명으로 약 17% 정도 증가했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서 2014년 사이의 ‘허리디스크’ 진료 인원 또한 161만명에서 196만명으로 약22% 증가했다. 연관된 환자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대표적 이유로 잘못된 자세 습관이 손꼽히고 있다. 컴퓨터 사용 증가로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이 늘고 스마트 기기의 사용이 늘어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책상 앞에 장시간 앉아 있고, 고개를 푹 숙여 책을 보고 노트 필기를 해야 하는 학생들 역시 동일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며칠 전 고2로 진학하는 한 여학생이 허리와 뒷목이 아파서 진료실을 찾아 왔다. 강원도 소재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5시간이라고 한다. 아프기 시작한 것은 1년 전이었고 처음에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으나, 최근 부쩍 통증의 빈도가 늘고 강도가 심해졌다. 마음 먹은 대로 장시간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져서 방학을 이용해 진료를 받고자 한 것이다. 문진과 이학적 검진 그리고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척추 측만과 거북목을 확인했다. 면담을 통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자세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부할 때는 거의 고개를 푹 숙이고 상체를 책상 쪽으로 기울이고 있는 것이 원인이었다. 아직 청소년임을 고려해 진통제 복용이나 주사 같은 일시적 통증 조절 약물 치료 대신 침술과 물리치료 등의 비약물 치료를 우선 선택했다. 만성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바른 자세와 올바른 척추 운동법 교육을 포함하는 척추교정 도수치료를 처방했다. 곧 기숙사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치료 포인트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고, 재발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부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해 더 기억에 남은 학생에게 가르쳐 준 ‘공부하기 좋은 자세’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ㄹ’자 자세다. ‘ㄹ’ 자는 세 개의 가로획과 두 개의 세로획이 있다. 책상 앞에 앉았을 때 눈높이와 발바닥, 허벅지의 세 부분은 가로획이 된다. 시선과 발바닥 그리고 넓적다리는 가능한 지면과 평행한 상태를 유지한다. 엉덩이와 등을 의자 등받이에 밀착하여 목에서 엉치에 이르는 척추, 그리고 무릎에서 발까지 연결되는 종아리를 세로획처럼 지면에 수직으로 바로 세운다. 이렇게 하면 인체공학적으로 장시간 유지해도 무리가 가지 않는 좋은 자세가 된다.

흔히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자세는 많은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물론 이런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Amy Cuddy 박사는 ‘어떤 자세를 갖느냐’가 강한 힘을 상징하는 테스토스테론과,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코르티졸의 수치를 변화시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단 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High-Power Pose(강대국의 지도자가 당당한 승리의 포즈를 취할 때나 우사인 볼트가 결승점을 통과할 때 양팔을 벌린 채 턱을 치켜들고 상체를 바로 세운 사진을 떠올려 보라.)를 취한 그룹에서 코르티졸은 25%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은 20% 정도 높아졌다. Low-Power Pose(팔다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자세를 연상하면 된다.) 그룹에서는 코르티졸은 15% 증가하고 테스토스테론은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도전정신 역시 당당한 자세를 갖는 그룹에서 26% 정도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실험 데이터들은 자신감과 성취도, 스트레스에 따른 짜증과 의욕저하 모두 어떤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충분히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몇 분의 짧은 시간에도 이런 차이가 생기는데, 몇 년 혹은 수십 년에 걸친 누적 효과를 생각하면 자세는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공부만큼 자세가 중요하지만 별로 공을 들이지 않는 것도 없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떠올리면,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책상을 처음 마련해 줄 때 무엇을 먼저 가르쳐야 할지는 분명하다. 혹은 이제 와서 자세를 바꾸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평생 공부의 시대에 공부 자세를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뭔가를 배우면 실제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배움이 완성된다. High-Power Pose는 언제 쓰면 좋을까? 바로 쉬는 시간이다. 책상에 엎드리거나 웅크리지 말고 기고만장(氣高萬丈)의 자세로 2분만 쉬어보자. 긍정의 에너지가 힘차게 솟아오를 것이다.

대한민국의원/한의원 배재원 원장 medi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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