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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3개 혁신학교 재지정평가 '유명무실' ..'기준점수없는 교육청 8곳'

기사승인 2019.01.22  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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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동안 재지정탈락 전무’.. ‘자사고와 형평성 어긋나’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2009년 13개교로 출발한 혁신학교가 올해 전국에서 1713개까지 늘어나면서 재지정평가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 혁신학교의 재지정평가를 시행한 시/도교육청 15곳 가운데 12곳에서 탈락한 학교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명확하지 않은 평가의 기준도 도마에 올랐다.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를 비롯한 경남 경북 서울 전남 전북 제주 충북 등의 지역은 재지정 기준점수도 없이 평가가 실시됐다.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는 심의과정에서 대부분 정성평가로 진행된 점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불명확한 기준에 따른 재지정평가가 실시되면서 혁신학교의 양적 확대가 질적 개선을 동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년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교육청들의 평가항목에서도 학업성취와 관련된 지표가 반영되지 않고 있는 만큼 학력저하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성평가를 통해 교육과정과 수업의 형태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수업방식이 현재 대입 수시의 학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음에도 진학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최근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달리 허술한 혁신학교의 평가절차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혁신학교 재지정평가’ 실효성 의문.. 8개교육청 기준점수도 없어>

혁신학교는 현재 1713곳이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경기교육감 시절 13곳을 처음 혁신학교로 지정한 후 10년간 약 132배가 늘어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재지정을 신청한 대다수의 학교들이 다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이뤄졌던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학교들은 거의 없었다. 상당수 교육청들은 재지정 기준점수도 설정하지 않고 평가를 실시했던 것도 드러났다. 기준점수가 있었던 시/도교육청들 역시 정성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평가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희경(자유한국) 의원실에서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대전과 울산을 제외한 15개교육청 중 12곳에서 재지정평가를 탈락한 혁신학교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에서 손쉽게 재지정이 이뤄진 셈이다. 비교적 최근 혁신학교가 도입된 대전과 울산은 아직 첫 재지정평가를 시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재지정평가에 탈락했더라도 이후에 다시 재지정이 된 사례도 있었다. 경기의 한 중학교는 2017년 재지정평가 결과 탈락해 지정이 종료됐었지만 올해 다시 혁신학교로 지정됐다.  

불분명한 기준으로 재지정평가가 이뤄져 객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기 경남 경북 서울 전남 전북 제주 충북 등 8개교육청은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점수도 없었다. 개별학교가 재지정 신청을 하면 정기적으로 실시했던 종합평가 결과를 토대로 관련 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기준점수를 통해 혁신학교의 재지정을 결정하는 나머지 교육청들도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정성평가 위주로 진행된 편이었다. 중점추진과제 교육과정 수업실천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이나 교장과 교사의 수평적 관계 등 평가항목부터 정량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불명확한 ‘평가기준’.. ‘학력저하’ 개선 외면>
명확한 기준 없이 재지정평가가 실시돼온 만큼 그동안 혁신학교의 학교운영 역시도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교육과정의 성과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던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논란이 제기됐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자녀의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음에도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혁신학교 확대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현장의 갈등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는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로 드러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매년 실시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기초학력미달은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을 의미한다. 2017년 공개된 교육부의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에 따르면 2016학년 실시했던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인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였다. 전국 고교평균인 4.5%보다 뚜렷하게 높은 비율이다. 

혁신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59.6%로 전국 평균인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인 셈이다. 특히 영어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높았다.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였다.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다른 과목들도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수학은 12.9%, 국어는 8.3%로 각각의 전국평균인 5.3%와 3.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는 특정 시점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것과 대비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한 과목을 기준으로 봐도 지역별 자료에서 지속적인 하락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2014학년 64.6%, 2015학년 61.1%, 2016학년 57.7%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경기도 2014년 72.8%, 2015년 69.2%, 2016년 60.5%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들이 혁신학교 대상의 중간평가나 종합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업성취도는 크게 고려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가장 시급한 문제인 학력저하를 외면한 채 매년 혁신학교들의 재지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학교를 지정하거나 평가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시/도교육청들이 많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학업성취와 관련된 지표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10년동안 혁신학교의 가장 큰 문제로 비판받아온 학력저하를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불신 낳는 ‘정성평가’.. ‘학종실적’ 부진 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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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정성평가로 이뤄지는 만큼 주요 평가지표들이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의미가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일부 교육청들이 평가에 있어 참여 중심의 수업과 학생의 성장을 지표로 반영하고 있지만 특히 혁신고교들을 중심으로 그 성과 역시 미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학실적으로 연결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수업 대신 토론과 발표수업을 강조하는 혁신학교의 교육방향이 현재 수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종과 부합하는 만큼 이에 유리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도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혁신학교들의 종합평가에 있어 ‘교육과정/수업혁신’ 영역의 배점이 높은 편이다. 교육과정의 편성뿐 아니라 수업실천과 학생성장과 관련된 평가지표에 대한 정성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도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에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진행된다. 이 같은 시도가 학생들의 자율성 자기주도학습 리더십 등을 길러주기 때문에 현재의 학종 중심 수시체제를 대비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지만 지난 3년간 서울 혁신고교들의 서울대 수시 진학현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학종에서도 큰 유리함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2018학년 개교한 금호고와 도선고를 제외한 서울형 혁신고 12개교의 서울대 수시등록실적은 2016학년 5명, 2017학년 10명, 2018학년 9명이었다. 3년동안 학교당 1명도 기록하지 못한 셈이다. 2018학년 가장 많은 수시등록자를 배출한 혁신고는 배화여고였다. 3명의 서울대 등록자가 모두 수시등록자였다. 뒤를 이어 금옥여고와 인헌고가 2명씩 수시 등록실적이 있었다. 두 학교 모두 수시등록자가 사울대 등록실적의 전부였다. 반면 7개교는 수시등록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 중 잠원고는 정시에서 서울대 등록자를 1명 기록했지만 나머지 6개교는 서울대 등록실적이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중간평가와 종합평가를 통과했다 하더라도 수요자들이 혁신학교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혁신고들이 저조한 대입실적을 누적해온 것이 수요자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혁신고에서 본래의 취지대로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이는 수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현행 수시의 학종 체제에서 확실한 성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이미 취약지구 위주로 설립된 자공고들은 물론 강북 일반고까지 서울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혁신고가 교육청의 종합평가에서 우수했다고 해도 수요자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고 말했다.

<자사고 재지정평가는 ‘강화’.. ‘형평성’ 논란> 반면 전국의 42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개교의 재지정평가가 예정된 자사고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미 모든 평가지표를 점수화한 운영성과평가로 5년마다 재지정 여부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교육청의 예산지원을 받는 혁신학교의 평가절차는 허술한 반면 별도의 재정지원 없이 재단전입금과 학생납입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자사고는 엄격한 재지정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시/도교육청들이 일방적으로 강화된 평가기준을 적용할 방침을 밝히면서 자사고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자사고들의 지정취소 커트라인이 상향된다.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평가점수를 모두 합산한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70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전북교육청만 단독으로 재지정 기준점수를 80점까지 높여 올해 평가를 받는 상산고가 교육부와 교육청에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 시정요구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올해 평가대상인 학교들은 기존 평가에 비추어 지난 5년간의 학교운영 평가를 준비해왔을 것이다”며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런 평가 변경과 기준 강화로 자사고를 무더기 지정취소 한다면 이로 인한 갈등과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평가지표들이 자사고들에게 불리하다는 점도 형평성에 대한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전의 평가에서 자사고들이 비교적 점수를 쉽게 얻었던 항목들의 배점은 낮아진 반면 자사고의 입장에서 불리하거나 개선이 어려운 지표들의 배점은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영수 비율이 50% 미만이어야 만점을 받는 ‘기초과목 편성의 적정성’, 매년 미달을 기록하는 사회통합전형 인원을 충원율로만 평가하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등 자사고가 당장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표들의 배점이 확대됐다.   

교육청 재량지표가 확대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평가지표가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마다 제각각인 기준으로 평가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감 임의로 자사고에게 불리한 항목을 추가할 수 있다. 혁신학교의 경우 별도의 평가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던 경기교육청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를 재량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학부모 교육비 부담이 1100만원 이상일 경우 가장 낮은 ‘매우미흡’ 등급으로 평가되어 최하점을 받는다. 학부모들이 내는 교육비로 자사고가 운영되는 데도 이를 제한하는 셈이다. 실제로 2015년 재지정 평가에서도 외대부고는 1인당 학부모 부담 교육비 지표에서 ‘매우미흡’ 평가를 받았다.  

결국 교육당국이 혁신학교와 자사고를 다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무리 정부가 자사고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를 추진하는 정책기조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재지정평가를 그 수단으로 악용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국에서 42곳뿐인 자사고들의 평가기준은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반면 1700여개를 넘어서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재지정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혁신학교들은 예산지원을 받는 만큼 보다 확실한 심사과정이 필요함에도 명확한 기준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교육당국의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손수람 기자 sooram@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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