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형평성 문제제기.. ‘섣부른 전북교육청 혼란 자초'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전북의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가 교육부와 교육청에 재지정 평가의 기준점수와 지표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시정요구서를 제출한다. 전북교육청이 올해 유일하게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산고는 전북만 재지정 기준이 다른 점에 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통합 대상자 선발과 관련된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도 시정요구서에 포함된다. 상산고에게는 법적인 의무가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매년 미달을 빚는 사회통합전형의 현실을 외면한 채 연간 충원율로 평가해 자사고들이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는 지표인 점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섣부른 재지정 평가기준 강화가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북의 전국단위 자사고인 상산고가 교육부와 교육청에 재지정 평가의 기준점수와 지표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시정요구서를 제출한다. 상산고는 전북만 기준이 다른 점에 대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상산고, 시정요구서 제출.. ‘형평성’ 문제 지적>
상산고가 교육부와 전북교육청에 자사고 운영성과평가가 부당하다는 내용의 시정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시정요구서에는 전북교육청만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80점으로 높인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 지표가 불합리하다는 내용이 포함될 전망이다. 상산고의 관계자는 “현재 공문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고 다음주 초까지 진행될 예정이다”며 “교육청과 교육부도 내용을 합리적으로 검토해 타당한 지적들을 수용한다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실시하는 모든 시/도교육청들이 상향된 평가기준을 적용하지만 전북교육청만 유일하게 80점까지 기준점수를 높였다. 이전까지의 커트라인인 60점은 모든 지표에서 ‘보통’ 등급을 받아도 넘길 수 있었다. 5등급으로 구분되는 평가기준 가운데 중간인 세 번째 등급이다. 반면 80점은 모든 지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우수’를 받아야 달성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자사고 가운데 상산고가 가장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셈이다. 

상산고가 제출할 시정요구서에는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 전북교육청만 기준점수가 80점인 부분이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 담길 예정이다. 상산고 관계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기준점수를 상향한 이유를 파악하면서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전의 기준을 토대로 운영성과평가를 준비해온 학교의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뚜렷한 근거 없이 전북에 있는 자사고만 80점으로 기준이 높아진 만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회통합 선발’ 지표.. ‘교육현장’ 외면한 판단기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에 관한 사항도 시정요구서의 내용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의무가 없음에도 그와 관련된 평가지표가 재지정 평가에 포함된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들은 입학정원의 20%이상을 수급권자나 차상위계층 자녀로 선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자사고들이 사회통합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지정된 경우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시행령 부칙으로 규정돼 있다. 상산고는 사회통합전형 선발의 법적 의무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에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노력’이 평가지표로 포함됐다. 배점도 기존의 3점에서 4점으로 오르면서 영향력도 확대됐다. 교육부는 2013년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공문을 통해 이전의 자립형사립고였던 자사고들도 사회통합전형 의무선발 비율을 10%까지 확대 권장한다는 내용이 있던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시행령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교육청 역시도 매년 상산고의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의무선발 비율에 대한 지적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단기준을 단순히 충원율로만 평가한다는 점도 자사고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매년 자사고들의 사회통합 모집이 미달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 학생들이 자사고의 지원을 기피하는 성향이 뚜렷해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학교 입장에서도 개선방안이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문제가 악화될 것이 자명한 만큼 오히려 정원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정량적 판단기준으로 평가가 진행되면서 자사고 입장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전북만 기준점수 ‘80점’.. 섣부른 교육감의 ‘독단’>
전북교육청 올해 재지정 평가를 시행하는 다른 시/도교육청 보다 기준점수가 10점 높다. 다른 교육청들도 이전보다 기준점을 10점 올린 70점이 지정취소 커트라인이지만 전북교육청은 80점까지 높였기 때문이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지난달 17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사고 재지정 점수를 기존 70점에서 80점 이상으로 상향했다”며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보지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70점은 전북 일반계 고교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수준”이라며 재지정 점수를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전북이 기준점수를 80점으로 높이면서 곧바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 관계자는 “자사고의 재지정 취소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다름없는 시/도교육청의 평가 기준 상향 조정 및 재량점수 확대를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재평가 기준점을 80점까지 대폭 올렸다”며 “자사고 정책은 시/도교육감에 의해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되며, ‘고교체제’라는 거시적 관점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이를 도외시하고 교육청에 따라 재지정 평가기준과 방법을 달리하는 것은 교육법정주의와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입 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헌법재판소의 ‘고입 동시실시’ 위헌여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도 교육감들이 섣부르게 재지정 평가기준을 상향했다는 지적도 있다. 헌재는 지난해 6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의 시행령의 효력정지를 일부 인용했었다. 고입 실시를 앞두고 학생들의 손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헌재가 정책혼란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음에도 교육감들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기준을 높이면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승환 교육감뿐 아니라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등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지속적으로 재지정 평가를 통한 자사고 폐지를 언급해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탈락 목표치’ 먼저 제시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조 교육감은 최근 다시 재지정 평가결과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국의 자사고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곳의 재지정 평가가 예정된 시점에서 평가기준 상향은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헌재가 교육당국이 그동안 일방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에 대한 판단은 앞둔 시점인데도 교육청들이 다시 한 번 밀어붙이기를 시도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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