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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의 미술관노트] 먹고 마시고 즐겨라

기사승인 2018.12.24  08:4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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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의 미술관노트] 먹고 마시고 즐겨라
-프랑수아 트루아 ‘굴 먹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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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은 정성껏 크리스마스 식사 준비를 한다. 우리의 추석과 설날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랜 단골가게에서 평소에는 선뜻 사지 않는 값비싼 푸아그라(거위간)를, 직접 손질하고 다듬기 어려운 굴을 포함한 해산물 세트를 싱싱한 생선 가게에 미리 주문한다. 파티는 저녁 8시경 식전주로 샴페인(불어로 샹파뉴)을 마시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식으로 해산물이나 굴, 푸아그라를 화이트 와인과, 본식으로 칠면조 혹은 거위고기 구이를 레드 와인과 함께 한 뒤, 각종 치즈를 먹고 난 다음 디저트로 통나무처럼 생긴 ‘뷔슈 드 노엘’이라는 케이크를 먹는다. 물론 모두가 다 이렇게 먹는 것은 아니지만 파티는 자정을 넘기며 늦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 식전주로 잘 마시는 샴페인은 발포성 와인으로 17세기 후반, 샹파뉴 지방의 수도사 동 페리뇽(Dom Pérignon)이 우연히 만들었다 하는데, 엘리트 계층에게 대단한 사랑을 받았던 고급 음료이다. 18세기 프랑스 화가인 장-프랑수아 트루아(Jean-François Troy, 1679-1553)가 샴페인이 등장하는 최초의 그림을 그렸다. 파리 근교의 샹티성 내부 콩데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굴 먹는 점심’이 바로 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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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차려 입은 귀족들이 모여 앉아 당시 상류층만이 즐길 수 있었던 최고의 식재료인 굴을 먹는 중이다. 제목은 ‘굴 먹는 점심’이지만 그림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샴페인이다. 식탁 옆 식기대에는 은접시들과 샴페인을 차갑게 하게 위한 두 개의 얼음통이 준비되어 있다. 샴페인 잔이 도자기 그릇에 거꾸로 놓인 것도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다. 아래쪽이 불룩한 샴페인 병, 원추형의 잔은 요즘의 모양과 많이 다르다. 모두가 자유분방하게 먹고 마시는 중, 가운데 서너 명의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위를 바라본다. 무얼 보는 걸까? 그들의 눈을 쫓아 가보면 식탁 뒤쪽의 대리석 기둥 한가운데에 솟아오른 샴페인 병마개가 보인다. 왼쪽으로 얼굴을 기울이고 있는 남자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막 병마개를 딴 직후다. 실제로는 시속 40킬로가 넘는 속도로 날아간다는 병뚜껑을 저렇게 볼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식객들의 유쾌하고 들뜬 기분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닥 장식과 벽, 2층 연단을 보건대 이 방은 둥근 방이거나 적어도 식탁이 놓인 곳은 둥근 형태의 공간이다. 식탁과 연단의 아치, 굴접시, 천장쪽의 타원형의 그림 등, 반복되는 둥근 형태들이 빙글빙글 도는 흥겨운 춤, 혹은 얼큰하게 오른 취기를 연상케 한다.

아무 근심 없고 밝은 분위기는 실내장식과 귀족들이 입고 있는 옷에서도 드러난다. 테이블 뒤 오른쪽에는 벽감 안의 조각과 조가비 장식, 아래쪽의 물을 내뿜는 돌고래, 위쪽의 반인반어(半人半漁) 형상을 한 아틀란티스가 신화적인 배경을 만들어준다. 천장 아래의 작은 그림(트루아가 1726년에 완성한 ‘제피로스와 플로라’를 변형하여 재현), 비대칭을 이루는 촛대는 당대의 전형적인 로코코(자연석을 모방한 인조석 장식을 의미하는 불어 ‘로카이유 rocaille’에서 나온 말) 양식이다. 1715년 루이 14세의 서거 후 궁정이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옮겨오면서 건축, 회화, 조각, 가구, 의복, 식기 등 전분야에 걸쳐 우아함, 가벼움, 밝음, 부드러움을 추구하는 화려한 귀족문화가 꽃핀다. 그에 따라 회화와 조각이 선호하는 주제 역시 귀족들의 식사, 사냥, 산책, 소풍, 연애놀이 등 그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세속적이고 가벼운 성격을 띠게 되었다. 

1734년 루이 15세는 베르사유 궁전의 식당을 위해 두 개의 그림을 주문한다. 그 중 하나가 ‘굴 먹는 점심’이고, 다른 하나는 니콜라 랑크레(Nicolas Lancret)의 ‘햄 먹는 점심’(1735)으로 콩데 박물관에 나란히 걸려 있다. 이 두 작품은 루이 15세가 사냥에서 돌아온 후 식사를 하는 개인적인 공간을 위해 그려진 것이다. 그림이 걸린 방은 베르사유 최초의 식당이라고 한다. 그 전에는 왕의 기분에 따라 아무 방에서나 테이블이 차려졌다. 트루아는 1724년에서 1737년 사이 베르사유와 퐁텐블로성의 실내장식을 맡았는데, 특히 사냥 후 식사를 그린 풍속화를 담당하였다. ‘굴 먹는 점심’이 대단한 호평을 받으면서 1737년에는 퐁텐블로 성의 왕 전용 식당을 위한 ‘사냥터 점심식사’(루브르 박물관)를 그렸다.

그림은 베르사유에 있다가 혁명정부에 몰수되었고, 왕정 복고 때 부르봉 왕가의 방계인 루이-필립(후에 7월 왕정의 왕이 됨)이 소유권을 주장해 그의 소장품이 되었다. 1857년 루이 필립 컬렉션이 런던에서 대거 매각될 때 그곳에 망명중이던 아들 오말 공작(duc d’Aumale, 1822-1897)이 사들였다. 귀국 후 오말 공작은 유산으로 물려받은 르네상스 양식의 아름다운 샹티성을 개축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서와 예술품을 관리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1897년 성과 소장품이 프랑스 학사원에 기증되었고, 1년 후 콩데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기증의 조건은 단 두가지, 어떤 작품도 박물관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것과 기증 당시의 전시된 상태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굴 먹는 점심’ 역시 1889년 처음 전시된 바로 그 자리에서 여전히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정연복 편집위원 www.facebook.com/yeonbok.jeong.75
장-프랑수아 트루아 (Jean-François Troy, 1679-1752), ‘굴 먹는 점심 Le Déjeuner d’huîtres’(1735, 캔버스에 유채, 180X126cm, 콩데 박물관, 샹티, 프랑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ean-François_de_Troy_-_Le_Déjeuner_d’huîtres_-_Google_Art_Projec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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