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적관리위 강화.. 정성평가 무력화 ‘우려’

[베리타스알파=손수람 기자] 내년부터 고등학교의 학생부 기재 항목이 간소화된다. 대입제공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씩, 최대 6개까지만 기재할 수 있다. 자율동아리활동은 학생부에 쓸 수 없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이 있었던 소논문 역시 퇴출된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위상을 높여 내실있는 학생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 학생부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학생으로부터 특정한 자료를 제출받아 작성하는 이른바 ‘셀프학생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생활기록 작성/관리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달 8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최종확정된 안은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 1학년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8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과 ‘2022학년 대입제도 개편방안’에 포함된 개선사항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개정안과 함께 공개한 시/도교육청 감사결과도 분석해 학생평가와 학생부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의 학생부 기재 항목이 간소화된다. 대입제공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씩, 최대 6개까지 기재할 수 있다. 자융동아리활동은 학생부에 쓸 수 없다.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다는 비판이 있었던 소논문 역시 퇴출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학생부 간소화.. 수상경력 최대 6개까지 기재가능>
교육부는 학생부의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정비했다고 밝혔다.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를 간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정책숙려제를 통해 마련된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포함된 개선사항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면서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요소가 줄었다. 그렇지만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평가요소 축소가 결과적으로 학종이 추구하는 정성평가 취지를 무력화해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입제공 수상경력 개수의 제한이 가장 눈에 띈다. 학기당 1개씩만 기재할 수 있다. 고교 3년 동안 6개의 수상경력만 대입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일부 고교에서 ‘교내상 남발’과 ‘몰아주기’ 문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학생부에서 제외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현장에서도 교내상이 교외상을 대체하면서 학생들이 공교육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창의적체험활동상황에서는 자율동아리 활동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한다. 지나친 ‘스펙쌓기’에 대한 지적을 반영해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된 동아리 활동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소논문(R&E) 활동도 원칙적으로는 학생부 기재사항에서 제외된다. 개정된 방침으로 인해 학교현장에서 동아리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타났던 순기능이 없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자율동아리가 학종에 발맞춰 공교육 변화를 이끌어온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은 하나로 통합된다. 인적사항의 학부모 정보는 삭제한다. 부모 이름이나 생년월일, 가족 변동사항 등을 기록하는 특기사항도 삭제되고 진로희망사항 항목도 사라진다.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의 ‘진로활동’ 영역과 기재내용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기존 ‘진로희망사항’에 기재되던 학생의 진로희망은 창의적체험활동상황의 ‘진로활동’ 영역에 쓸 수는 있지만 대입 활용자료로는 제공할 수 없다. 

봉사활동은 교사의 관찰이 어려운 만큼 활동실적만 기록하고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없게 됐다.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능력및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었던 방과후학교활동도 더 이상 학생부에 쓸 수 없도록 했다. 청소년단체활동의 경우 학교밖 활동을 기재할 수 없고 학교교육계획에 따른 청소년단체활동도 단체명만 기록할 수 있다. 교사의 업무부담 경감이 이뤄지도록 창체와 행특 누가기록의 입력 주체와 입력 서식, 기재관리 방법 등을 시도교육청에서 정할 수 있도록 교육감에게 위임한다. 

<학생평가 관리 강화.. ‘셀프학생부’근절>
학생평가 관리를 위한 규정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가장 먼저 이를 구체적으로 감독할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학업성적관리위원회는 학교에서 실시되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의 평가공정성과 신뢰도를 심의하는 기구다. 학교시험의 영역 방법 횟수 기준 반영비율뿐 아니라 평가의 기준 방법 결과 등 학업성적 관련 사항 전반이 심의대상이다. 이를 위해 학업성적관리위원회 관련 규정도 ‘교육부 훈령’에서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으로 상향 조정된다. 

아울러 교육부는 시험지 유출학교에 대한 행정처분의 근거를 마련할 계획도 예고했다. 현재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만 처분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시험지 유출처럼 시정변경이 불가할 경우 시정명령 없이 곧바로 행정처분이 가능해진다. 이전에 발표됐던 고교 ‘상피제’도 동일하게 적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교사가 자녀가 재학중인 학교를 근무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국/공/사립학교 교원의 징계기준도 마찬가지로 기존의 방침을 유지한다.

학생부 관리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특히 해외 활동실적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을 학생에게 제출받아 기재하는 ‘셀프학생부’ 행위의 근절을 위해 나선다는 방침이다. 시/도교육청이 직접 ‘학생부 마감 전 3회 이상 교차점검’이 이뤄졌는지 단위학교 점검 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부 서술형 항목에 대한 수정이력이 졸업 후 5년간 보관된다. 학생부 권한의 부여와 변경에 대한 체계적인 모니터링도 내년 1학기부터 이뤄진다. ‘학생부 기재/관리지원 센터’도 운영한다. 단위학교의 학생부 관리업무를 지원하는 동시에 전국적으로도 일관성 있는 학생부의 기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수상경력 기재범위, 창의적체험활동 이수시간 기재, 출결 기재 간소화 등의 사안에 대해서도 시/도교육청과 긴밀하게 협력해나갈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훈령 개정으로 단위학교의 학생평가와 학생부의 공정성이 강화되고 공교육이 신뢰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향후 개정령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단위학교와 교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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