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수능부터 절대평가 전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2019수능에서도 아랍어 쏠림 현상은 여전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4일 발표한 2019수능 채점결과에 따르면 제2외/한문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4만7298명으로 전체의 70.8%에 달했다. 

매년 아랍어 쏠림현상이 재현되는 이유는 과목별 유불리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아랍어는 ‘로또 과목’으로 통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매년 반복되는 유불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2수능부터는 제2외국어/한문이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제2외/한문이 절대평가화되면 쏠림현상은 해결될 전망이다. 특정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과목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된 경우만 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9수능에서도 아랍어 쏠림현상이 재현됐다. 제대로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찍기'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높은 등급을 받기에 유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다른 과목에선 6~7등급인 ‘13점’.. 아랍어는 4등급>
올해의 경우 아랍어 모든 문제를 3번으로 찍어도 4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아랍어 모든 문제를 3번으로 찍었을 때 원점수 13점을 받아 4등급(표준점수49점 백분위59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4번 5번으로 모든 정답을 찍을 경우 각 6등급(원점수10점), 2번으로는 6등급(9점) 1번으로는 7등급(8점) 순이었다. 

다른 과목에서는 똑같은 원점수 13점이더라도 아랍어보다 낮은 등급을 받았다. 독일어 프랑스어 각6등급,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한문 각 7등급으로 대부분 6~7등급을 받았고, 베트남어 러시아어는 각5등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1,2등급컷 역시 다른 과목 대비 낮았다. 그만큼 낮은 점수를 받아도 2등급 이상의 성적을 받기 쉽다는 의미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아랍어 1등급 구분 원점수도 40점으로 다른 과목보다는 낮은 편이고, 2등급 구분 원점수로는 절반 이하인 21점으로 추정돼 크게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상위권대학에서도 수능최저가 2등급 2~3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제2외국어/한문은 2등급만 받아도 활용도가 높아진다. 제2외국어/한문을 탐구로 대체할 수 있는 대학도 있기 때문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으로 봐도 아랍어가 유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선택한 아랍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91점에 달한 반면, 가장 표점이 낮았던 독일어Ⅰ는 65점으로 격차가 무려 26점에 달했다. 

일본어/중국어의 경우 외고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며 해당 국가 유학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 높은 등급을 받기 쉽지 않다. 반면 아랍어는 경쟁 대상이 울산외고 아랍어과 학생 정도에 불과하고 유학경험자가 많지 않다는 점도 쏠림심화 요인 중 하나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19수능에서 제2외/한문에서 아랍어를 선택한 수험생은 4만7298명으로 전체의 70.8%에 달했다. 2018수능의 73.5%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9월모평 57%에 비하면 급격히 높아졌다. 6월모평 9월모평을 거치며 아랍어 응시비율이 높아지는 추세가 재현됐다는 분석이다. 아랍어Ⅰ에 이어 일본어Ⅰ9.3%(6188명) 중국어Ⅰ5.8%(3881명) 한문Ⅰ4.4%(2973명) 베트남어Ⅰ3.1%(2091명) 스페인어Ⅰ2%(1304명) 프랑스어Ⅰ1.9%(1248명) 독일어Ⅰ1.8%(1191명) 러시아어Ⅰ1%(668명) 순이었다. 

쏠림현상은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7학년의 경우 응시자 7만3968명 중 71.1%인 5만2626명이 아랍어를 선택했고, 2016학년에는 응시자 7만1022명 중 아랍어에 3만7526명(52.8%)이 몰렸다.

<2022수능부터 절대평가.. 아랍어 쏠림 해소 기대>
매년 특정과목 쏠림 현상이 지적된 제2외국어/한문은 2022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한다. 꾸준히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해온 교육계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작년 4월 고교 진학지도 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대상으로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4%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한국외대와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이 공동개최한 ‘선진국 도약을 위한 외국어 교육 강화와 2021 수능 정책 토론회’에서도 권오현 서울대 교수(전 서울대 입학본부장)가 제2외국어 응시 왜곡 현상 해결을 위해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수의 학습 무경험 학생들로 인해 상위권 소수자가 표준점수에서 극단적으로 혜택을 보는 왜곡된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요행’을 바라는 응시행태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운에 따른 점수로 높은 등급을 받게 될 경우 반대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사탐의 경우 과목 선택에 따라 2점짜리를 실수로 틀리고도 3등급을 받게 될 수도 있지만, 아랍어에서 ‘잘 찍은’ 덕분에 2등급을 받은 학생의 경우 이를 탐구성적으로 수능최저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제2외국어에서 다른 언어를 선택한 학생들은 아랍어 선택자에 비해 불리한 입장에 서는 셈이다. 권오현 교수는 “특정 언어에 비정상적으로 쏠리는 왜곡 현상은 학생들이 성실한 학습노력을 기피하는 비교육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고를 갖게 한다”며 “제2외국어교육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응시 왜곡으로 인해 수능제도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랍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특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상위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랍어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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