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올해 고입수요자들은 많은 고민들에 휩싸였습니다. 2022대입개편을 앞둔 상태에서 고입동시실시라는 환경을 처음으로 맞닥뜨렸기 때문입니다. 이번호는 고교선택의 잣대를 만든다는 차원에서 추천고교 10개교를 꼽아봤습니다. 과거 외고 자사고는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며, 고교별로 자체시험까지 치르면서 선발효과를 한껏 누렸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0학년부터 모집범위는 광역으로, 전형요소는 내신으로 선발권이 대폭 줄었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 교육부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과정과 학생 선발이 가능한 과학영재학교가 줄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수년간 유지됐던 ‘과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는 전기모집, 일반고는 후기모집’의 공고했던 선발체계가 올해부터 금이 가는 셈입니다.

교육계에서 특목자사고는 수월성교육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지 오래입니다. 어느 외고, 어느 자사고를 나왔는가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외고출신’ ‘자사고출신’ ‘일반고출신’으로 범주를 나눠온 것이 사실이니까요. 반면 향후 고교체제는 고교유형보다는 개별 고교의 경쟁력을 중심으로 개편될 전망입니다. 대입이 성적중심에서 역량중심으로, 수능에서 학종으로 변모하면서 학교마다 달라진 입시환경에 적응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지요. 수십년간 고입대입 환경이 계속 바뀌었지만 고교유형이나 선호변화에 관계없이 명문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학교들이 더욱 부상할 것입니다. 많은 학교들이 있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실적과 가능성 실질적인 학교시스템을 따져 본 것이 이번 베리타스알파 추천고교10입니다.

10곳 가운데 민사고 하나고 외대부고처럼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된 곳이 있습니다. 반면 대입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지역명문에서 전국구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학교들도 있습니다. 원래 알던 학교부터, 조금은 낯선 학교들까지 ‘어떻게 써야 수요자들에게 이 학교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꽤나 머리가 아팠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들 학교를 살피며 새삼스레 느낀 것이 우리나라 교육이 참 많이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한국교육을 ‘주입식’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6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쓴 ‘부의 미래’라는 책에는 ‘선두와 느림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다양한 기관을 고속도로의 달리는 차에 비유한 것인데, 차의 속도가 실제 각 기관이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상징합니다. 여기서 토플러는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 NGO는 90마일, 가족은 60마일, 노동조합은 30마일, 정부 관료조직과 규제기관은 25마일 그리고 학교는 10마일”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학교조직보다 변화적응속도가 느린 UN과 IMF 등 세계적인 관리기구(5마일), 정치조직(3마일)도 있었습니다.

기사를 쓰다 보니 문득 당시 책을 읽으며 ‘한국교육은 몇 마일로 달리고 있을까’라며 자문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책은 미국을 기준으로 쓰였지만 어떤 국가에나 어느 정도 들어맞는 얘기일 것입니다. 입시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공교육보다는 기업체인 사교육이 훨씬 더 빠르게 적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한국교육을 향한 지탄의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점진적으로 진보하고 있고 또 그 속에서는 변화를 선도하는 학교도 많다는 사실을 크게 느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깨어 있으니 너도 졸지 마’가 아니라 ‘피곤하면 졸아도 된다’며 ‘교사는 통제자가 아닌 지원자’라는 외대부고 정영우 교장의 말이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학생들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냐’는 항의 속에서도 자유를 주면 나태해질 것이라는 불신 대신, 학생들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향한 ‘진짜 믿음’을 보여줬습니다. 어떠한 첨단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보다도 자신을 ‘통제대상이 아닌 도움과 지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교사들을 만날 수 있는 외대부고 학생들이 부러웠습니다.

또 하나 짚고 싶은 것은 일반고의 가능성입니다. 당초 특목자사고 폐지론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고교서열화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한 한영고는 선발권이 전혀 없는 일반고라도 특목자사고 못지않은 ‘꽉찬’ 교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한껏 뽐냈습니다. 사비를 털어 학교를 세우고, 좀 더 많은 등록금을 내고서라도 공부하겠다는 특목자사고를 폐지해 많은 고교들의 역할모델들을 없앨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일반고를 ‘상향평준화’하는 게 교육정책의 올바른 방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욱 진해진 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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