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책임 여론에 떠넘겨'.. 전문가 중심 규모축소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숙려제’가 실효성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무늬만 남게 됐다. 실효성 문제에다 여론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본래의 도입취지를 포기했다는 분석이다. 

1호 안건이었던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이은 2호 정책숙려제 대상은 학교폭력 제도개선 방안이다. 1호 안건을 무작위 추출 국민100명의 시민정책참여단이 결정했던 것과 달리 이번 안건은 30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이해관계자 참여단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일반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정책숙려제가 사실상 전문가 중심으로 진행된다.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본래의 도입취지를 포기했다는 평가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책숙려제는 교육 정책 결정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따라 추진된 제도다. 그간 현장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무턱대고 정책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100명 내외를 무작위로 추출한 시민정책참여단이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 때문에 시작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무작위로 추출된 국민의 권고안이 교육 현장의 여론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가장 컸다.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교육부가 ‘불통 지적’을 피해가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교총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 정책 결정의 문제점이 여론 수렴 부족이기보다는 여론을 균형적으로 반영하지 않고 사전에 정해진 결정사항을 밀어붙인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결정과정만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교총은 “국가교육회의가 설치된 상황에서 시간과 프로세스가 더 길고 복잡한 정책숙려제까지 도입될 경우 제도나 기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중복 운영이나 행/재정적 낭비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도출된 학생부 개선안은 사실상 현행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4월 교육부 시안 공개 당시 기재를 금지하기로 한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 활동은 현행대로 기재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정책숙려제와 관련해 정부와 맥을 같이 했던 진보단체까지 등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좋은교사운동 등 21개 진보교육단체는 대통령 교육공약을 포기하는 정책숙려제 거부를 선언했다. 단체들은 "(대입개편 등) 지난 두 차례의 공론 숙의 과정은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이행하는 정책을 결정하지 못한 교육부가 정책 결정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한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2호 안건부터는 참여단 수는 대폭 줄어들고, 구성도 전문가 중심으로 바뀌었다.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목적에서 멀어지면서 이름만 남은 정책숙려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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