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학력저하 논란.. 경기 100곳 신규지정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은 541곳의 경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 현황을 취합한 혁신학교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3월1일 기준 혁신학교는 전국 1525개교다. 울산이 7개로 가장 적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902개교로 가장 많았고 중481개교 고142개교 순이었다. 

전국에서 혁신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지역은 작년 말 신규 혁신학교 100개를 신규 지정해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혁신학교를 통해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 지역의 혁신교육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매년 혁신학교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성급한 확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현황은 ▲경기541개교 ▲서울189개교 ▲전북167개교 ▲전남99개교 ▲대구74개교 ▲충남73개교 ▲광주56개교 ▲강원55개교 ▲경남49개교 ▲충북41개교 ▲부산40개교 ▲인천40개교 ▲경북40개교 ▲제주30개교 ▲대전14개교 ▲세종10개교 ▲울산7개교 순이다.

전국 혁신학교 수가 1525곳인 가운데 경기가 541곳으로 가장 많았다. 매년 혁신학교 학력저하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성급한 확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경기 100개교 신규지정>
경기교육청은 지난해 11월 혁신학교 100개교를 신규지정하고 기존 혁신학교 74개교의 재지정을 발표했다. 신규 혁신학교는 초 54개교, 중 34개교(승계학교 1개교 포함), 고 11개교 등이며 재지정은 초 38개교, 중 24개교, 고 12개교 등이다. 2016년 41개교, 2017년 21개교에 불과했던 신규 혁신학교 지정은 올해 100개교로 대폭 확대됐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지금은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교육부 장관 자리에 오른 이후 혁신학교 사업에 박차를 가한 모양새다. 

신규지정 100개교를 더해 경기지역 내 혁신학교는 총 541개교다. 전체 초중고 2342개교의 23.1%에 달한다. 신규지정 100개교와 재지정 74개교는 2018년 3월1일부터 2022년 2월28일까지 운영된다. 

신규 지정학교 중 35개교는 연계형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연계형 혁신학교는 동일 학교급 내 수평적 연계, 초중고 학교급간 수직적 연계, 학교와 마을의 연계 등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지역 내 학교 간 교육과정의 공동연구와 실천은 물론, 혁신교육의 가치를 지역과 함께 구현해 연속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거세진 학력저하 논란.. 10년간 매년 악화>
경기교육청이 올해 혁신학교 지정을 대폭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문재인 정부가 ‘혁신학교의 전국적 확대’를 국정과제로 제시한 데 있다. 작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혁신학교 확대로 혁신학교의 성과를 일반학교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의 성과’가 무엇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곽상도(자유한국당) 의원이 작년 10월 교육부에서 받은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나 됐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인 것에 비하면 학력저하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해마다 중3과 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성적에 따라 ‘보통학력’(100점 만점에 50점 이상 수준) ‘기초학력’(20~50점) ‘기초학력미달’(20점 미만)로 구분한다.

2016년 고교 혁신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59.6%로 전국 평균 82.8%을 크게 밑돌았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기초학력 비율은 28.5%로 전국 평균 12.7%의 2배 이상이었다. 기초학력미달을 포함한 기초학력 이하 학생이 40.4%에 달한 셈이다. 특히 영어에서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높았다. 혁신학교의 영어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14.4%로 전국 평균 5.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수학의 경우 12.9%(전국 평균 5.3%), 국어는 8.3%(3.2%)로 기초학력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을 크게 넘어섰다. 수학의 경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낮은 편이었다. 혁신학교의 수학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52.4%로 전국 평균 78.2%에 비해 낮았다. 국어는 62.4%(전국 평균 84.1%), 영어는 64%(86%)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충북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비율이 22.3%로 가장 높았다. 충북 전체 평균 2%의 11배 수준이다. 이어 인천 19.5%(지역 평균 3.2%), 전북 16.3%(4.5%), 서울 15.3%(7.6%), 경남 11.6%(5%) 순이었다.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 문제는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점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난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하락추세이긴 마찬가지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4.6%→2015학년 61.1%→2016학년 57.7%, 광주는 79%→74.5%→66.8%, 경기는 72.8%→69.2%→60.5%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학력미달 문제를 두고 작년 국감에서 김상곤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며 옹호하고 나섰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 도입10년에 다다를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이마저도 올해부터는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현황 자체를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9년 만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조사 방식에서 표집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의 학력미달 여부조차 확인하기 힘들어지면서, 혁신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에 대한 학습지원에도 한계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대두됐다. 혁신학교가 인적성을 중시하는 학교라 하더라도, 취업이 목적이 아닌 대입을 목적으로 한 일반고라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학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교육계의 견해다. 한국교육개발원도 혁신학교의 낮은 성취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개발원은 서울형 혁신학교는 부진 학생에 대한 지도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에 더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행/재정적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일반학교에 비해 저조한 점을 지적하며, 사교육비 증가여부를 따져볼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신뢰도 낮은 자료로 어설픈 ‘혁신학교 옹호’에 뭇매>
작년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혁신학교의 학력저하 문제를 옹호하려다 비난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혁신학교가 이미 교육당국이 매년 제시한 학력의 공식 잣대인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등을 통해 학력미달 문제를 숱하게 지적 받아온 상황에서 신뢰도 낮은 연구결과로 섣부른 반박에 나섰다가 비난여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학업성취도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력이 높아졌다는 게 골자지만, 근거가 된 자료는 혁신고의 학업성취도를 자공고와 자사고를 합한 개념인 자율고와 비교하는 ‘꼼수’를 쓴 데다 자료 자체의 유의확률, 즉 자료의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무리수임을 많은 언론에서 지적 받았다.

서울교육청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혁신학교는 국어 성취도가 2012년(중3) 550.43점에서 2014년(고2) 561.51점으로 11.075점 상승했고, 같은 기간 자율고가 557.32점에서 567.52점으로 10.198점 상승한 것보다 상승폭이 크다고 주장했다. 수학의 경우 혁신고는 같은 기간 541.11점에서 550.64점으로 9.528점 상승해, 자율고가 551.8점에서 557.07점으로 5.264점 상승한 것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교육계의 지적이다. 오류가능성을 나타내는 유의확률 값이 국어/수학 각각 0.865와 0.587로 높았기 때문이다. 0과 1 사이에서 값이 높을수록 오류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믿을만한 연구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혁신학교 전국 1525곳.. ‘김상곤 도입 모델’>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도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김상곤 장관이 당시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부터 교육공약 전반을 설계하면서 혁신학교 역시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전면에 등장했다. 혁신학교는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 통합, 창의적 재량 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교 운영 및 교과 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 과정을 각 학교에 현실에 맞게 다양화/특성화한다고 설명한다.

현재 혁신학교는 진보 성향 교육감 지역 중심으로 전국 1525곳(초902개교 중481개교 고142개교에 자리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은 혁신학교에 연평균 1억원 안팎의 예산을 지원해가며 확산을 장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학교의 명칭도 다양하다. 서울/경기도 혁신학교, 강원 행복더하기학교, 광주 빛고을혁신학교, 충남 행복공감학교, 충북 행복씨앗학교, 경남 행복학교, 전남 무지개학교, 제주 다혼디배움학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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