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조원 소요.. '두달 내 정책수립, 예산부터 난항예상'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확보와 정책수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조급하게 시행하는 모양새인 탓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상곤 전 장관 당시 무리한 대입개편과 유 장관 임명강행으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비교적 반발여론이 적은 무상교육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부총리는 2일 취임사를 통해 “고교 무상교육을 내년으로 앞당겨 실현해 전국 130만명 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유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함으로써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조기 시행과 관련해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원확보 가능성이 낮은 데다 내년 시행이 가능하려면 두 달 내 정책수립과 예산확보를 모두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편성을 위해선 국회 협조가 필요하지만 유 장관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이 예산편성에 협조할 가능성이 만무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돈줄을 쥔 기재부도 무상교육 실현을 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 인상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확보와 정책수립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소 조급하게 시행하는 모양새인 탓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1년 앞당긴 무상교육, 연간 2조원 이상 ‘예산확보 관건’>
당초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의하면 무상교육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해 2022년 완성하기로 돼 있었다. 무상교육이란 모든 고교생의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비를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내년에는 무상교육 시행을 위해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하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이를 앞당겨 올해 안에 관련 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안착하려면 법적 근거 마련과 함께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곳곳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무상교육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은 1개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연간 6600억 원, 3개학년 동시에 도입할 경우 연간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박근혜 정부 역시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추진했지만 재원 마련에 실패하면서 흐지부지됐다. 2012년 대선 당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25%씩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예산편성에 실패했다.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해 교육부가 발주한 정책연구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도입시기가 내년으로 앞당겨진 만큼 교육부는 서둘러 정책 로드맵을 결정하고 교육청과 논의를 거쳐 국회와 기재부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지원범위는 예산확보 정도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규모에 따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할지, 특정 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할지 결정한다. 

정부는 무상교육으로 추가될 관련 예산은 연간 1조9000억원으로 보고, 중앙정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늘려 충족하겠다는 복안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연간 최대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이미 저소득층 교육급여나 공무원 자녀 학비감면 등으로 지원하는 금액을 제외하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조6000억원 정도로 줄어든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내국세의 20.27%로 고정된 교부율을 21.14%로 상향 조정하면 재원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현재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 교부율을 높이면 내년부터 전면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데 큰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해선 5년간 8조원에 가까운 추가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3일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에게 제출한 ‘문재인 정부 고교 무상교육 재정 소요추계’에 따르면 단계적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 경우 5년 동안 총 7조8411억원이 추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정처는 고교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용 도서 구입비를 무상교육 지원 항목으로 보고 2020년부터 20204년까지 5년의 예상 재정소요를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교 무상교육 지원대상 고교생은 2020년 138만2912명, 2021년 134만1067명, 2022년 130만4591명, 2023년 132먼7308명, 2024년 136만666명으로 집계됐다. 무상교육 실시에 따른 지원액은 2020년 6579억원, 2121년 1조2685억원, 2022년 1조9136억원, 2023년 1조9664억원, 2024년 2조347억원으로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시행 단행한 배경은.. ‘유은혜 구하기?’>
조기시행 배경을 두고 최근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포용적 국가 건설’ 정책에 따른 결과를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을 앞당기는 문제는 이미 사전 조율된 사안”이라며 “집권 2년 차를 맞아 대통령이 강조하는 ‘포용적 국가 건설’에 따라 조기 시행방침이 굳어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계획에 없던 조기시행은 무엇보다 유 부총리 임명강행으로 인한 반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강하다. 김상곤 전 장관이 대입개편에서 보여준 실책과 ‘자질 논란’이 불거진 유 장관 임명강행으로 교육부에 대한 여론이 냉담한 상황이다. 유 장관의 자질 논란은 특히 도덕적 문제에 집중됐다. 위장전입, 자녀 병역문제, 피감기관 사무실 의혹뿐 아니라 배우자 회사 이사를 의원실 비서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야당이 당시 유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두 차례 거부했지만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유 부총리가 1년 반짜리 장관이라는 비판에도 2020년 총선출마 여부에 대해 즉답을 피한 사실 역시 선심성 정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총선을 염두에 두고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이념 갈등이 덜한 고교 무상교육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상교육에 대한 여론은 비교적 우호적이다. 교육부가 작년 12월 학부모 15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고교 무상교육 정책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86.6%가 찬성의사를 밝혔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교 무상교육은 어차피 해야할 일이었다는 옹호론도 존재하지만 또다시 교육을 정치에 활용한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을 교육청에서 앞서 실시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에서 7개시도교육청 교육감 후보들은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광주와 서울은 이미 2016년부터 고교 입학금을 받지 않았다. 강원 인천 등 11개지역은 올해부터 폐지했으며, 제주는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까지 없애 올해부터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고교생 1인당 연간 최대 150만원 정도의 부담을 덜게 됐다. 충남은 올해 입학금을 면제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고교 수업료도 면제할 계획이다. 부산 세종 울산은 단계적으로 수학여행비를 지원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놨다. 

정부가 이미 내년 예산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국회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편성을 결정해야 한다.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통과 법정시한은 12월2일이다. 두 달 안에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예산편성을 위해선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유 장관의 임명 자체를 반대했던 만큼 고교 무상교육 조기 시행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앞선다.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은 “법적 근거는 물론 재원확보 방안, 대상학년 로드맵 등 구체적인 내용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조기 시행하겠다고 발언한 것부터 교육부 수장으로서 자격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국정과제인 고교 무상교육도 오락가락하며 또다시 갈팡질팡 교육정책으로 현장을 혼란에 빠뜨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장 돈줄을 쥔 기획재정부도 교부율 인상을 극구 반대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지난 정부부터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다른 복지수요는 증가추세인 점을 감안해 교부율 인상은 불가하다는 논리를 고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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