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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복의 미술관노트] 북구의 세 여인

기사승인 2018.09.18  15: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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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나흐 ‘삼미신’

루브르 박물관을 대표하는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이다. 매년 천 만명 가까운 관람객들이 그녀를 만나러 루브르에 간다. ‘모나리자’가 전시된 2층의 이탈리아관은 일년 내내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걸작을 보는 건 좋지만 너무 사람이 많고 어수선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탈리아관을 빠져나오기만 하면 방대한 건축물인 루브르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전시실이 많다. 그 중에서 독일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 ‘the Elder’, 1472-1553)의 ‘삼미신(三美神)’은 ‘모나리자’만큼이나 루브르가 아끼는 작품이다. ‘삼미신’은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2009년 프랑스의 문화통신부에 의해 ‘국보 Trésor public’로 지정되어 국외로 나갈 수 없다.

옷을 벗은 세 여인. 각각 뒷모습, 정면, 측면으로 서 있다. 가운데 여인은 흉내내기 어려운 불편한 자세이고 왼쪽 여인은 목을 길게 빼고 얼굴을 돌리고 있어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오른쪽 여인은 회화에서 보기 드문 외발 자세인데, 중심 잡느라 힘들 것 같다. 유난히 작은 얼굴에 비해 귀는 모두 너무 크다. 긴 머리카락, 모자의 깃털 장식, 몸을 전혀 가려주지 않는 얇은 베일의 섬세한 묘사는 중세 세밀화를 연상시킨다. 지나치게 긴 팔 다리와 좁은 어깨는 국제 고딕 양식(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초에 유럽 전역에서 발달한 후기 고딕 양식. 화려한 색채, 우아한 곡선미, 정교한 세부묘사가 특징)의 흔적이다. 짙은 어둠의 바탕색은 백옥 같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춘기 소녀같이 빈약한 가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표정에서는 순진함이 뒤섞인 오묘한 퇴폐미가 보인다. 관능적이면서도 다소 괴이(怪異)한 분위기는 벗은 몸에 걸치고 있는 장신구, 과도하게 비틀린 자세에서 오는 것으로, 크라나흐만의 개성이다.  

크라나흐는 1505년 작센 선제후(候) 프리드리히의 부름을 받고 독일 북부의 비텐베르크의 궁정 화가가 되었다. 두 아들도 함께 한 공방에서 엄청난 주문을 소화하며 50여년 간 수많은 초상화, 제단화, 사냥과 마상시합 장면, 신화적이고 에로틱한 그림들, 목판화 연작을 제작했다. 또한 같은 도시에 살며 종교 개혁의 포문을 연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절친한 친구로, 루터와 가족의 초상화뿐만 아니라 종교 개혁적인 주제를 나타내는 그림을 많이 그렸다. 옷을 벗은 여인들을 그릴 때도 사치에 대한 교훈적 메시지와 신교 국가 그림에 고유한 도덕적 의도를 작품에 담고 싶어했다. 벗은 몸에 붉은 색의 큰 모자와 화려한 목걸이, 몸이 다 비치는 얇은 베일을 걸친 여인들은 욕망에 대한 경고를 나타낸다. 이러한 독특한 ‘삼미신’의 모습은 크라나흐가 그린 여러 점의 ‘패리스의 심판’(코펜하겐, 바젤, 시애틀, 뉴욕, 텍사스 등에 소장되어 있음)에 등장했던 세 여신의 모습을 따로 독립시켜 그린 듯하다. 

보티첼리가 ‘비너스의 탄생’(1485년경, 우피치 박물관)을 그린 이후로 여인의 누드는 르네상스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곧 이탈리아 인문주의와 함께 북쪽으로 전해지면서 독일 르네상스 화가들도 선호하는 주제가 되었다. 크라나흐는 북유럽 화가들의 리얼리즘과 이탈리아 회화가 자랑하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잘 조화시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삼미신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자비’의 여신들로, 고대 그리스 조각, 폼페이 벽화뿐 아니라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1478-1482, 우피치 박물관), 라파엘로의 ‘삼미신’(1504-1504, 콩테 박물관), 루벤스의 ‘삼미신’(1639-1640, 프라도 박물관) 등 많은 조각과 회화로 즐겨 다루어져 왔다. 흔히 매력, 아름다움, 인간의 창조성, 혹은 사랑, 순결, 아름다움을 나타낸다고 하지만 그 의미는 작품과 시대마다 다르고 굳이 세 여인의 의미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지도 않다. 삼미신만 따로 등장하기도 하고 사랑의 여신 비너스의 시중을 드는 시녀로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 

24cmX37cm의 작은 크기의 이 그림은 대중에게 전시된 적이 없던 개인 소장품이었다. 구입 의사를 밝힌 루브르에게 소장자가 밝힌 조건은 2011년 1월 말까지 400만 유로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루브르 기금 및 프랑스 두 기업의 후원금 300만 유로는 이미 확보된 상태에서 2010년 11월 13일 일반 모금운동이 시작된다. 약 7천 2백여명의 호응에 힘입어 한 달 만에 전액이 마련됨으로써 ‘삼미신’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공의 재산이 되어 루브르에 상설 전시되고 있다.

크라나흐 그림에서 그의 서명을 찾는 일은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 프리드리히 선제후는 1509년에 ‘루비를 든 날개 달린 용’ 문양의 문장을 그에게 하사한다. 이후 문장은 그와 그의 아틀리에의 서명이 되었다. 크라나흐는 그림마다 다 다르게, 절묘한 위치에 서명을 그려 넣었다. ‘삼미신’에서도 자세히 봐야 찾을 수 있는데, 맨 오른쪽 여인의 종아리 우측 바탕에 아주 작은 글씨로 제작연도와 문장이 새겨져 있다.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르네상스 화가의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정연복 편집위원 www.facebook.com/yeonbok.jeong.75 루카스 크라나흐(父) (Lucas Cranach ‘the Elder’, 1472-1553), ‘삼미신 The Three Graces’(1531, 목판에 유채, 24X37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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