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의견수렴없는 일반고 전환반대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자사고 일반고 전환 반대’ 청원이 서울교육청 청원제도의 1호 답변대상이 됐다. 등록 하루만에 학생1000명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30일 이내에 관련 답변을 서면 또는 영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청원자는 대성고 학생으로, 최근 학생/학부모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반고 전환 절차를 밟은 학교와 이를 묵인한 교육청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학생청원게시판의 취지가 ‘서울시민뿐 아니라 학생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다는 것인 만큼 학생/학부모가 납득할만한 답변을 내놓을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외고 자사고의 지정폐지를 밀어붙여온 조희연교육감이 늘 희생양 입장이었던 당사자 학생들이 반기를 들어 옴에 따라 과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희연 교육감이 답해야 할 서울교육청 1호 청원성립건은 '자사고 일반고 전환' 문제다. 최근 일반고 전환으로 논란이 된 대성고 학생이 등록한 청원이 하루만에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사진=서울교육청 학생청원게시판 캡쳐

<“자사고 폐지 과정에서 학생/학부모 희생양”>
서울교육청 시민/학생 청원게시판은 서울교육에 대한 의견을 접수한다는 목적으로 이달 처음 개설한 코너다. 서울교육 현안이나 정책에 대해 청원을 신청하면 청원 등록일로부터 30일간 동의를 진행한다. 30일동안 시민 1만명, 학생 1000명 동의 시 청원이 성립한다. 청원 성립건에 대해 청원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교육감의 공식답변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첫 답변대상은 ‘자사고 폐지’ 문제다. 최근 일반고 전환으로 논란이 된 대성고 학생이라고 스스로 밝힌 청원자는 “자사고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왜 학생과 부모는 항상 희생양이 돼야 하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원자는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가 학교구성원이자 교육주체인 학생들의 인권, 나아가 학생들의 권리추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대성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대성이 자사고라서 선택했다. 중간에 일반고가 되는 것은 학교의 제도가 바뀌는 중요한 문제이며 향후 학칙개정을 유발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에서 허용한 자사고를 선택한 학생/학부모가 왜 피해를 떠안아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청원자는 “자사고를 만들어달라고 학생이 요구한 것도, 부모들이 원한 것도 아니다. 나라에서 만들었고 이 나라의 교육제도가 허용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자사고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도 비판했다. 청원자는 “최소한 학생대상 설명회라도 했어야 한다. 자사고에서 일반고가 될 경우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보호조치를 할 것인지, 일반고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학생들이 전학을 선택할 수 있는지 등 이후 발생할 여러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의견도 묻지 않을뿐더러 설명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문제를 인지하고도 자사고 지정취소에만 관심을 갖고 학생들의 억울함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거짓말을 하고 교육청은 절차가 맞지 않아도 밀어붙이는 일반고 전환과정을 바라보는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배우고 느낄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거짓말을 해도 되고, 학생들의 눈과 귀를 막아도 되고, 교육감은 자신의 공약을 이루기 위해 절차를 무시해도 되는 그런 나라를, 그런 사회를 배우라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학교에서는 단 한 번도 학생들에게 일반고 전환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서울교육청은 이런 잘못을 눈감는 것이냐”며 “학생은 꼭두각시처럼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고 학교가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 우리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인지 궁금하다”고 일갈했다. 

<‘학생/학부모 의견수렴절차 무시’.. 등록금납부 무기한 거부>
해당청원은 등록 하루만에 학생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희연 교육감의 답변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청원자는 학교와 교육청의 불법적인 절차를 조사할 것을 요구한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대성고는 서울 은평구 소재 남학교다. 2009년 광역단위 자사고로 지정돼 2011년부터 자사고로 운영해왔다. 대성고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진데다 여러 정부정책 등을 고려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의견수렴과정 없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는 반발여론이 번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대성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20일 밝히면서, 교육부 장관이 최종 동의할 경우 대성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교육부장관의 동의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자사고 폐지’ 정책을 내세운 교육부가 부동의를 통보할 가능성의 희박한 탓에 사실상 일반고 전환이 확정된 것으로 여겨진다.

학부모들은 등록금 납부를 무기한 거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즉각 반발했다. 학부모회는 “2020학년 재지정평가시기까지 자사고유지, 학교장과 교감의 퇴진, 법인의 일반고 전환취소 및 법인전입금 성실납부 등의 사안이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등록금 납입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과 학내 재정운영에 대한 교육부 감사청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의견수렴절차를 무시한 행태를 비판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청은 자사고 폐지에만 중점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모른 척 하고 있다”며 “재학생 피해 구제방안을 문서로도, 구두로도 단 한 번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자사고를 선택한 학생 학부모에게 향후 닥칠 변화와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일반고 전환에만 급급해 모든 행정을 일방적이고 불법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성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전국 광역단위 자사고는 32개체제로 축소된다. 현재는 서울22개교 비서울11개교 등 33개체제다. 외고 국제고까지 범위를 넓히면 현 정부 들어 일반고로 전환한 특목자사고는 대성고가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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