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동시실시 반사효과, 영재학교 과고 ‘경쟁률 상승’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특목/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권을 없앤다던 교육부의 고교정책이 오히려 일부 학교에 입시특혜를 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작년말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완화하고자 고입 동시실시로 외고 자사고 국제고의 단계적 전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의 의도와 달리 현장에서는 고입 동시실시로 인해 오히려 과고 영재학교 입시 지원자는 3중, 4중지원까지 혜택이 늘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헌재가 이중지원을 허용하면서 과고 지원자는 불이익 없이 최대 4개고교 유형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 4월 영재학교 입시부터 8월 과고, 12월 자사고와 일반고까지 총 4번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의 예견대로 전보다 지원기회가 늘어난 올해 영재학교 과고 경쟁률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과고 지원자, 영재학교부터 일반고까지 4중지원 가능>
올해 과고 지원자는 최대 4중지원이 가능하다. 20일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전기모집을 실시하는 과고 지원자는 최종 불합격하더라도 후기모집으로 바뀐 외고 국제고 자사고 등에 한 번 더 지원할 수 있다. 작년까지는 과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전기고로 묶여 전 고교 유형에서 1개유형, 1개교에만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올해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과고 탈락자도 외고 자사고 지원이 가능하게 된 셈이다.

최근 헌재가 교육부의 이중지원 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일반고도 불이익 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6월 헌재는 자사고 등과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자사고 지원 후 탈락 시 일반고 배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헌재 관계자는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더라도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원한 학생들은 불합격 후 일반고 진학 시 해당 학교군 내의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목/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권을 없앤다던 교육부의 고교정책이 오히려 일부 학교에 입시특혜를 준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지난달 서울교육청이 변경 공개한 고입전형 기본계획에 의하면 자사고 등 지원자는 자사고 지원과 동시에 희망하는 일반고 2개교를 선택해 지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자사고 등에 지원해 탈락하더라도 원하는 일반고에 배정될 수 있게 된다. 변경 전 고입계획에서는 자사고 등에 지원할 때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 가운데 불합격자는 일반고 배정의 마지막 단계인 3단계 통합학교군에 포함해 전산추첨으로 배정한다. 3단계로 배정하는 서울시 배정방법에 따라 1,2단계 배정이 끝난 후 정원이 남는 학교에 배정돼야 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탈락자들은 집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선호도가 낮은 학교로 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중등교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영재학교까지 고려하면 4중지원도 가능하다. 영재학교는 전기고 중에서 가장 빠른 8월 진행하는 과고 입시보다도 이른 4월에 원서접수를 진행한다. 최종합격자는 과고 입시가 시작되기 전인 1학기말 발표된다. 영재학교에 도전했다가 탈락할 경우 과고지원이 가능하다. 결국 올해부터는 영재학교 과고 자사고 일반고로 이어지는 4단계 지원이 가능한 셈이다. 이공계열 성향의 영재학교 과고 지원자들이 외고에 다시 지원할 가능성은 낮지만 자연계열을 운영하는 자사고에 다시 지원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전기 고교 탈락자는 후기 고교에 지원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과고 등에 대한 입시 특혜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법령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헌재가 후기 전형에서 자사고 등 지원자를 일반고 복수지원까지 허용한 것이 더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헌재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전기와 후기 각각 ‘1학교 지원 원칙’을 깬 결정을 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기존에는 전기고 지원 시 과고 외고 국제고 자사고 구분 없이 한 학교에만 지원할 수 있었다. 

<영재학교 과고, 반사효과로 경쟁률 '상승'>
작년까지 과고 탈락자는 일반고로 배정됐지만 올해 새로운 변수가 생기면서 영재학교 과고의 인기상승이 예견됐다. 예견은 경쟁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4월 원서접수를 마감한 전국 8개영재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3년간 하락세 끝에 반등했다. 정원내 기준 작년 14.01대1에서 14.43대1로 올랐다. 소폭이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경쟁률이 하락하던 영재학교 입시 분위기에 반전을 줬다. 한 고입전문가는 “현 중3학생들이 치를 2022대입개편안이 난맥상을 보인 데다 지원자풀이 겹치지는 자사고가 일반고와 함께 후기모집으로 바뀌면서 영재학교 선호도가 높아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서접수가 한창 진행 중인 과고에서도 달라진 분위기를 드러났다. 20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세종과고와 한성과고는 경쟁률이 동반 상승했다. 서울권에서만 모집해 지원자가 양분되는 두 학교의 경쟁률이 일제히 상승했다는 것은 전체 지원자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종과고는 작년 2.67대1에서 올해 3.8대1, 한성과고는 3.95대1에서 4.26대1로 올랐다. 지원자는 세종이 181명, 한성이 43명 늘었다. 

<고교체제 개편.. '교육부 아닌 헌재 손에'>
교육부는 17일 2022대입개편안과 함께 고교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의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일괄전환이 아닌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전환한다. 운영성과평가를 거쳐 평가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행/재정적 지원으로 자발적 일반고 전환도 유도한다. 당초 자사고 등의 초중등교육법상 설립근거 삭제를 통해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의지에선 한발 물러선 셈이다. 

교육부는 과거 봐주기식 평가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성과평가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말했지만 교육계 시선은 곱지 않다. 공약파기 논란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성과평가만 통과하면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평가 대상 학교는 내년 24개교, 2020년 54개교, 2022년 2개교 등 80개교다. 종합적인 고교체제 개편방안은 2020년 하반기에 마련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입 동시실시와 단계적 전환 과정에 대한 정책연구와 의견수렴을 종합해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교체제 개편의 경우 사실상 교육부가 아닌 헌법재판소의 손에 달려있다는 시각이다. 앞서 교육부는 일반고보다 두세 달 앞서 신입생을 선발한 자사고 등이 일반고와 동일하게 후기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교육부는 입시시기를 일원화했을 뿐 아니라 자사고 외고 국제고 지원자의 경우 일반고 이중지원도 금지했다.  

하지만 고교체제 첫 단추인 고입 동시실시에 헌재가 제동을 걸었다. 6월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정부의 자사고 국제고 외고 폐지 정책에 걸림돌이 생긴 셈이다. 헌재가 본안소송에서도 자사고의 손을 들어준다면 고교체제 개편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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