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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자] 민사고 학비 2589만원이 왜 문제되나

기사승인 2018.08.20  17: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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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되풀이되는 '교육비 개념상실'

[베리타스알파=김경 기자] 2019고입을 앞둔 시점에 민사고 상산고 외대부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인천하늘고 등 대표 자사고가 뭇매를 맞고 있다. 연간 1000만원이 넘는 학비,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학비를 받는 ‘나쁜 학교’ ‘문닫아야 할 학교’라는 낙인찍기다. 자료는 분류잣대도 주장도 모호한 가운데 갈등증폭을 통한 관심끌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몰이해가 부른 현장갈등>

김해영(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8월19일 뿌린 보도자료는 자극적 헤드라인으로 기사화해 주말을 장식했다. ‘민사고 2589만원, 청심국제고 1759만원···초고액 ‘학부모부담금’ 사립학교들’(경향) ‘”초·중·고 28곳 학비 대학 등록금 2배 육박”...민사고 2589만원·청심국제고 1759만원’(머투) ‘학비 1000만원 이상 사립 초·중·고 28곳’(한국) ‘사립 초중고 28곳 학비, 대학의 2배 육박’(세계)...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1000만원 이상 28개 사립학교의 평균 학부모 부담 경비가 4년제 대학 평균등록금의 약 2배에 이른다”며 “부모의 재력은 자녀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인데, 가정환경이 교육기회로 이어지는 불공정한 교육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2017년 사립학교 순 학부모 부담금 1천만원 이상 현황’ 자료에 의하면, 고교기준 민사고(2589만원) 청심국제고(1759만원) 경기외고(1554만원) 하나고(1263만원) 명덕외고(1225만원) 인천하늘고(1223만원) 한국게임과학고(1175만원) 외대부고(1169만원) 김포외고(1121만원) 대일외고(1105만원) 순으로 톱10이다. 상산고(1089만원) 한영외고(1065만원) 현대청운고(1050만원) 서울미고(1002만원)도 연 1000만원이 넘는 학부모 부담금이다.

보도들에 의하면, 민사가 돋보인다. 1000만원 연간학비도 비싼데 혼자 2589만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대학등록금의 두 배나 된다니 혀를 내두르게 된다. 상산 현청 외대부 하나 하늘 등 상위권 중학생들에 선망고교인 자사고들도 ‘비싼 학교’가 됐다. 교육현장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기엔 충분하다. 현장을 아는 이들은 올해도 되풀이되는 학비논란에 대응할 가치도 못 느낄 정도다.

<분류잣대 모호.. 기숙형학교 이해 없어>
김 의원의 자료는 분류잣대부터 잘못됐다. 거론되는 초중고를 합친 결과부터 비교근거가 단순히 연1000만원 이상이라는 데 미숙함이 보인다. 고입에 관심있는 학부모들이 고교만 놓고 본다 하더라도 기숙형과 비기숙형이 혼재되어 있어 비교하기가 힘들다. 대표적 자사고이면서 ‘비싼 학교’ 상위에 랭크된 민사 청심 하나 하늘 외대부는 전원 기숙사체제다. 민사의 경우 강원횡성 산골에 자리잡아 근처에 하숙집도 못 구한다. 청심도 경기가평 외진 곳에 자리해 마찬가지다. 외대부도 경기용인 처인면에 자리, 기숙사생활이 불가피하다. 서울은평 한복판에 자리한 하나의 경우 사교육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원 기숙체제로 운영된다. 전북전주 소재 상산도 대부분 기숙사체제다. 주택단지에 자리하지만, 사교육영향을 피하기 위해 기숙사로 ‘몰아넣을’ 정도다. 외고의 경우 대일외고와 명덕외고가 서울시내 기숙형 학교다. 명덕외고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2015년 준공, 2015년 11월부터 전교생 입주했다. 반면 경기외고 명덕외고 김포외고는 기숙체제가 아니다.

‘자녀를 기숙사에 몰아넣는’ 상산의 사례처럼 학부모가 기숙형고교에 반색하는 배경엔 ‘사교육영향 최소화’가 자리한다. 숙식을 학교에서 해결, 갈등소지도 줄이는 면이 있지만 무엇보다 학원비 과외비 부담에서 벗어난다. 기숙학교에 들어가면 과외 대신 활발한 방과후학교 활동을 통해 수업시간 외에 학업을 위해 활용할 폭이 커진다. 기숙형학교들이 대입, 특히 학종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학등록금 2배를 뛰어넘어 사립 초중고 중 가장 많은 학비’를 받는 민사고가 국내외 해외를 아우른 대입성과를 내는 배경이다. 가장 최근인 2018학년 대입에서 민사는 서울대등록실적 33명(수시22명 정시11명)으로 전국(전 고교유형)9위 자사고(전국단위)3위다. 학종100%인 서울대수시등록실적이 돋보인다. 민사가 수시에 강한 반면, 상산은 정시에 강하다. 2018서울대등록 30명(수시9 정시21)으로 전국12위 자사고5위다. ‘비싼 학교’로 지목된 하나(수시52 정시3) 외대부(수시31 정시24)는 각 55명으로 전국3위 자사고1위다. 민사의 경우 경기침체로 수요가 급감한 해외실적에도 괄목상대다. 오로지 해외진학만을 희망한 민사 24명 학생들이 55개교97건의 해외합격실적을 냈고, 아이비리그 실적까지 증가했으며 장학금수혜로 유학길 통행권은 25건이나 따냈다. 기숙형학교들이 고교 안으로 흡수한 교육경쟁력을 입증하는 근거들이다. 교육환경을 무시하고 무조건 ‘대학등록금의 두 배 육박’ 운운이 안타까운 배경이다. 한 관계자는 “대학등록금과 단순비교할 것이라면, 기숙형학교의 숙식비와 방과후활동비를 제외하고 계산하거나 대학기숙사나 하숙비에 식비까지 더한 금액과 비교”하길 권했다.

<재단전입금 몰이해.. 학생납입금의 20%는 재단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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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전국단위자사고들이 감내하는 ‘재단전입금’에 대한 이해도 없다. 학부모가 부담해야 할 ‘학비’만 나열, 실제로 각 고교가 감내하고 있는 ‘교육비’에 대한 언급은 없는 무책임함을 지적할 수 있다. 학비는 학부모가 내야 할 돈, 교육비는 학교가 학생에 쓴 돈을 말한다. 1인당연간학비 2589만원의 민사고가 연간 학생들에 쓰는 교육비(이하 교육비는 2018년 기준, 학교알리미 2018년 6월 사립학교 교비회계 예결산서 근거)는 1인당 2968만원이다. 받는 돈보다 들이는 돈이 많은 것이다. 김 의원의 2589만원은 2017년 자료로, 본지가 취재한 2018년 2741만원과 비교해도 받는 돈보다 들이는 돈이 많다. 김 의원에 의해 거론된 상산 현청 외대부 하늘도 마찬가지다. 상산 학비는 2017년1089만원 2018년1203만원, 교육비는 1321만원으로 상산도 받은 돈보다 투자한 돈이 더 많다. 현대청운고 학비는 2017년1050만원 2018년 1141만원, 교육비는 1939만원으로 차액이 전국자사고 중 가장 많다. 외대부고 학비는 2017년1169만원 2018년 1345만원, 교육비는 1500만원으로 역시 투자한 돈이 더 많다. 하늘고 학비는 2017년1223만원 2018년1276만원, 교육비는 1712만원으로 더 많이 투자했다.

자사고의 교육투자는 재단전입금 납입도 배경이 된다. 재단전입금은 자립형사립고 시절 학생납입금의 25%에서 자율형사립고 전환이후 현재 20%가 됐다. 학생납입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재단도 5분1에 해당하는 금액을 학교로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경쟁력을 높이고자 만든 프로그램들이 많은 고교들의 롤모델로 성장동력을 냈지만, 그만한 유지를 하는 데도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셈이다. 같은 이유로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는 학교들도 있다.

다산 정약용과 충무공 이순신의 동상을 세운 민사고 교문. /사진=최병준 기자

- 자사고 이해 필요
자사고는 사립고다. 정부지원이 적다.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가 전신이다. 국내 고교의 경쟁력을 높여 해외로의 인재유출을 막고자 실시한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는 2002학년 고입부터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로 운영했던 민사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와 2003학년 합류한 상산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의 기존 6개교에 2009년(개교 2010년) 마지막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로 지정된 하나고까지 7개교가 자립형사립고 출신이다. 베리타스알파가 ‘전국단위 자사고’라 명했고 현재 보통명사화했다.

정부시책으로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 운영기간이 종료, 명칭을 자율형사립고로 변경하면서 기존 자립형사립고 6개교는 모두 자율형사립고로 명칭이 변화한다. 민사 포철 광철 상산 현청 5개교는 전국단위 모집으로 유지했지만, 해운대고는 재단납입금부담 등의 재단사정으로 2010학년 ‘광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다. 광역단위 자사고는 전국단위 자사고와 구분하기 위해 역시 베리타스알파가 만든 명칭으로 현재 보통명사화했다.

자사고 확대라는 정부시책이 발동된 2010학년이 기점이 되어 한화그룹의 북일고, 송설재단의 김천고가 2010학년 일반고에서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했고, 강남 분당 등 지역적 배경에 외고 시절부터 특유의 교육과정 운영으로 탁월한 교육성과를 내온 외대부고(용인외고)가 2011학년 외고에서 전국단위 자사고로 전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인천하늘고가 2011학년 전국단위 자사고로 개교하면서 현재 전국단위 자사고는 10개교다.

대기업 지원으로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포철 광철 현청 하늘 북일에 비해 개인 사재를 통해 교육시스템을 구축한 민사 상산이 매년 ‘비싼 학교’ ‘나쁜 학교’로 매도당하는 데 교육현장에선 이견의 날이 선 상태다. 자립형사립고 시범학교 출신의 원조로 교명만으로도 선망의 대상이 되는 민사와 상산은 개인이 설립한 ‘감동의 학교’라 하겠다. 두 학교 모두 넉넉지 않은 재정에 사회적 비난과 입시환경의 변화 등 간단찮은 난관을 이겨내며 10년 넘게 정상권을 유지해오고 있는 명문이다. 두 학교가 세워놓은 나름의 커리큘럼은 전국의 많은 고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기업 설립의 학교에 비해 재단지원은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개인의 열망과 헌신으로 만들어낸 공교육 롤모델로 국내 고교교육을 선도해온 학교들이기 때문이다. 설립부터 의미가 남다르다. 한 개인이 뜻을 세워 ‘사회환원’의 의지로 세운 설립배경이다. 민사고는 파스퇴르유업 회장이던 최명재 전 이사장이,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 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학교다. 민사고는 기업부도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은 바 있고, 상산고는 출판사 수익 등으로 지원을 받아 버텨가고 있다. 어려운 재정에도 교육수준을 유지한 덕에 성과는 여전히 뚜렷하다.

- 영재학교는 되고 자사고는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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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사재를 털어 힘겹게 운영하면서도 욕 먹고 있는 민사와 상산의 사례는 대한민국의 교육방향에 의구심이 들게 한다. 이땅에서 교육에 투자하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특히 민사가 ‘비싼 학비’로 마녀사냥 당하고 있는 시점, 국가가 지원하는 과학영재학교와 과학고는 괜찮은가 하는 지점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영재학교 과고의 잘못은 아니고, 국가발전을 위해 국가가 교육에 투자해야 하는 점은 맞지만, 사재를 털어 개인의 몫이 된 사학은 모두다 매도되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김 의원의 보도자료가 시발점이 되어 주말을 장식한 ‘비싼 학교’는 실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도와야 할 학교’로 귀결된다. 2018년 예결산 기준, 민사의 1인당학비(학부모가 낼 돈)는 2741만원, 1인당교육비(학교가 투자할 돈)는 2968만원이다. 차액은 1인당227만원으로 학비보다 교육비가 많다. 교육비에는 인건비 기본교육 선택교육 등을 포함한다. 같은 맥락의 교육비가 영재학교는 국가지원으로 크게 들어간다. 한국영재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전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인천영재 세종영재의 8개영재학교 중 학비가 가장 비싼 곳은 인천영재다. 2018년기준 1인당867만원이다. 민사와 직접비교하면 민사2741만원 인천영재867만원으로 민사가 ‘나쁜 학교’처럼 보인다. 반면 교육비로 접근하면 민사2968만원 인천영재2813만원이다. 개인이 만든 학교인 민사가 국가가 만든 인천영재보다 더 많이 투자한다. 민사는 개인의 재산으로, 인천영재는 국가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영재학교 중 가장 적은 교육비인 서울과고가 1162만원으로, 영재학교간 격차도 큰 상황이다.

<학비가 높으니 문 닫아야 하는 ‘귀족학교’인가> 민사가 성과를 낼 시점부터 20년가량 꾸준히 언급된 건 ‘귀족학교’라는 것이다. 비싼 학비를 대야 하니 귀족들만 보낼 수 있다는 비아냥과, 최근 대두된 ‘공평사회’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자료를 언론에 뿌린 김 의원 역시 “부모의 재력은 자녀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인데, 가정환경이 교육기회로 이어지는 불공정한 교육 현실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뿌려진 자료가, 의도와 달리 ‘귀족학교 문 닫게 하자’로 읽히는 건 수요자의 몫이다. 김 의원은 문제해결을 위해 자료를 언론에 뿌렸을 뿐일 수도 있고, 현장을 잘 모르는 주말 야근 당직자가 기사를 써냈을 수도 있다. 다만,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판을 헤아리고 파급력을 염려한 기사로 쓰이길 바라는 게 베리타스알파가 매년 고교유형별 교육비 학비 기획기사를 내는 배경이다. 한 교육관계자는 “이번 기사들의 사례를 통해 영재학교못지 않은 교육경쟁력을 내는 민사고 등 일부 자사고들에 국가차원의 지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이 국가발전 원동력인 학교교육체제구축에 큰힘을 보탠 게 사실”이라 문제해결의 단초를 제시한다.


김경 기자 inca@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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