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적성 폐지 여파..'학생부 미흡하면 정시행'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수시에서 ‘패자부활전’이 아예 사라진다는 우려가 크다. 2022대입개편으로 논술과 적성고사폐지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정시확대’ 사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이 덜하지만 대입다양성 차원에서 오히려 정시확대 사안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걱정마저 대두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시확대 지침을 내리긴 했지만 그 시그널이 주는 혼란에 비해 전국적인 정시확대폭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문제는 논술/적성고사 폐지라고 본다. 특기자 폐지도 추진되는 상황에서 논술/적성고사까지 전면 폐지되면 수시는 오로지 학종/교과의 학생부위주전형만 남게 된다. 학생부 성적이 나쁜 학생들이 지원할 수시전형이 아예 사라지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각 대학이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 논술가이드북 모의논술 등을 통해 사교육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논술은 ‘사교육 유발’의 오명을 씻은 지 오래라는 분석도 있다. 한 교육전문가는 “공교육정상화법 이후 고교교육 내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논술이 변화해왔다. 기출, 해설 등 관련 자료를 대학들이 모두 공개하고 있다보니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했다. 논술전형이 변화해 온 양상은 고려하지 않고 초창기 논술에 대한 비판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논술폐지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수시의 '패자부활전' 전형이 모두 사라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부가 부족한 학생은 오로지 정시로만 진학할 수 밖에 없어 대입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사진=한양대 제공

<‘패자부활전’ 사라지나.. 다양한 학생특성 고려못해>
교육부가 17일 내놓은 2022대입개편안에 논술폐지의 내용이 담겼다. ‘사교육 유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지만, 교육계에서는 적성고사 폐지와 맞물려 수시에서 일명 ‘패자부활전’ 전형이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논술전형은 내신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에 재도전 기회를 제공하는 일명 ‘패자부활전’으로 불린다. 논술전형에서도 학생부를 일부 반영하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극히 미미하다. 논술1점이 내신에서의 4~5등급 차이와 맞먹는 경우도 많다. 대학별 입결을 살펴봐도 논술전형 합격자의 내신성적은 상대적으로 학종/교과에 비해 낮게 형성된다. 반면 학종과 교과는 모두 학생부위주전형으로, 꾸준한 학생부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학생들은 지원하기 어렵다. 학생의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는 학종/교과가 대입에서 확대되는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학생부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뒤늦게 철들어 대입을 준비하는 경우를 고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수험생 특성에 맞게 지원할 수 있는 ‘대입 다양성’의 차원에서 논술을 남겨놔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대입제도가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학종/교과/논술/특기자/수능의 5개체제로 단순화된 상황에서 특기자 폐지에 더해 논술까지 폐지할 경우 수험생별 차이에 따른 대입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우려다. 한 고교관계자는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패자’라고 할 수 없다. 다만 논술전형을 통해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수시에서 꼭 학종/교과로만 진학해야 한다고 하면 이 아이들이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중위권 탈출구로 여겨지는 적성고사까지 폐지의 기로에 선 상황이다. 적성고사 역시 교과성적이 좋지 못한 중하위권 학생들의 기회로 여겨지는 전형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내신이 좋지 못하고 수능으로도 높은 성적을 내기 힘든 학생들이 대입통로로 활용해 온 전형인 만큼 급작스러운 폐지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시는 학생부로만 가라?>
현재 대입전형은 크게 수시/정시로 구분하며 수시는 다시 학종 교과 논술 특기자로 나뉜다. 학종은 학생부중심의 정성평가 방식이다. 내신을 수치화해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학과와 연관된 과목의 성적을 살피거나, 성적의 증감추이를 비교해 학생의 학업역량을 살핀다. 교과뿐 아니라 비교과활동도 평가에 반영해 교과/비교과를 아우른 꾸준한 학생부관리가 필요한 전형이다. 충실한 학교생활을 바탕으로 학업역량을 기른 인재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공교육정상화의 목적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종과 같은 학생부위주전형이지만 교과는 교과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전형이다. 성적으로 ‘줄 세워’ 선발하는 특성때문에 한 학기 성적이라도 삐끗하면 쉽게 지원하기 힘들다. 전년도 입결 등을 토대로 어느정도 합격선을 예측할 수 있어 수시 상향지원으로 활용하기 힘든 전형이기도 하다. 

반면 특기자는 학종이 사교육 유발을 막기위해 교내활동만 반영하고 교외활동은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과 달리 교외활동까지 평가하는 특징이다. 특정분야에 뛰어난 강점이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보니, 대학별 선발인원도 적을 뿐 아니라 지원가능한 수험생도 제한된 편이다. 특기자는 사교육 유발 주범으로 꼽히며 폐지에 대한 이견이 적은 편이다. 

논술/특기자가 전면 폐지될 경우 수시는 학종/교과만으로 구성된다. 논술이 학종과 교과의 공백을 메워왔다는 점에서 논술의 완전폐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고교관계자는 “논술을 폐지하면 학생부가 잘 관리되지 않은 학생은 정시만을 노려야 한다. 학종은 학생부를 기반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재수마저 쉽지 않은 전형이다. 이미 구축된 학생부를 수정할 도리는 없으니 자소서와 면접을 보강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소서/면접은 학생부에 대한 보완차원의 전형요소인 만큼, 학생부가 더 나아지지 않는 한 합격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시 외에는 대학에 진학할 기회가 사라지는 셈이다. 

<논술 ‘사교육 유발’ 오명 벗은 지 오래>
논술전형의 폐지근거인 ‘사교육 유발’의 오명을 벗은 지 오래라는 분석도 있다. 그간 공교육정상화법에 근거해 논술고사의 교육과정 이탈여부를 판정하면서 대학별 논술난이도가 크게 낮아지는 등 사교육 유발과는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을 통해서는 각대학이 논술가이드북을 발간하고 모의논술을 실시하는 등, 사교육 없이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논술에 지원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논술이 도입된 초기에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 사교육을 유발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간 다양한 변화를 거치면서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선행학습영향평가의 공이 컸다. 선행학습영향평가보고서는 대학이 논술을 포함한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시험고사 교직적성/인성검사 등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경우 출제내용과 평가기준이 고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는지 분석하는 평가로, 매년 3월말까지 대학들의 자체평가 결과를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보고서는 대학들이 논술가이드북이나 기출문제집을 내놓기 전 수험생들이 활용가능한 일종의 ‘기출문제집’으로 기능한다. 전년도 기출문제와 출제의도 예시답안 등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출제주체인 대학이 직접 내놓는 자료라는 점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대학의 기출을 복원해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놓는 사교육교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신뢰도를 지닌다. 

보고서 중 수험생들이 참고할만한 항목은 주로 ‘부록’에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문항카드’의 형식으로 문항 출제의도 출제근거 문항해설 채점기준 예시답안 순으로 논술 문제를 소개하고 있다. 

출제과정부터의 노력도 사교육 유발 논란을 씻어내는 중이다. 올해 상위대학 최초로 논술가이드북을 공개한 단국대의 경우 사교육 없이 논술 대비가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수년간 고교 교육과정에서 충실히 출제하고 있고, 과목별 교사자문단과 더불어 출제문제를 깊이 있게 점검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교교사가 출제과정에 직접 참여해 문제를 검토하는 노력도 더해진다. 

논술가이드북은 영향평가보고서를 업그레이드 한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기출문제/해설뿐 아니라 합격수기, 평가요소별 대비법, 유형별 접근법 등 논술대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면서 논술유형을 바꾸는 대학도 있기 때문에 전년도 기출을 담은 영향평가보고서뿐 아니라 당해 논술가이드북을 참고해야 한다. 

모의논술까지 더해지면 논술대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모의논술은 당해 논술유형을 가장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잣대다. 출제주체인 대학이 직접 주관하고 대학에 따라서는 채점결과도 제공하고 있어 출제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기회다. 

모의논술 방법은 크게 온라인 오프라인 고교배포형으로 나뉜다. 오프라인의 경우 특정날짜에 대학이 정한 장소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실전과 비슷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반면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참가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장소섭외와 감독위원 선임 등 시간/비용이 많이 소요돼 대학 입장에서도 부담이 큰 경우다. 온라인의 경우 일정기간 동안 수험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응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시간/비용이 줄고 지방학생까지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고교배포형은 대학에서 일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자료를 제공하면 각 고교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방식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이 결합된 형태로 평가된다. 교사용 문제해설지를 제공하는 등 각 고교에서 지도받을 수 있도록 한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인원 제한도 없다. 

도입 초기에는 수요자가 참고할만한 자료가 많지 않았지만 영향평가보고서 논술가이드북 모의논술 등을 통해 수험생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준비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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