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처와 피로감만 극대화한 현상유지'..'후폭풍 불가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한 정시비율이 결국 30%이상으로 결정됐다. 반면 입시중심의 고교교육과정 운영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내건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 도입을 예고하면서 ‘엇박자’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능과목은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형을 도입해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다. 탐구의 경우 당초 발표했던 교육부 발제안에서 사회1과목 과학1과목으로 선택하도록 했던 것과 달리 과목 구분없이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사탐만 2과목 선택하는 경우, 과탐만 2과목 선택하는 경우로 나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EBS연계정책의 경우 기존 70%에서 50%로 축소하기로 하면서 비난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 정책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미 교육부 발표안이 나오기 전부터 50%선에서 봉합할 것이라는 분석이 팽배했다. 완전한 연계도, 그렇다고 비연계도 아닌 애매모호한 수치로 오히려 현장의 혼란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론화를 통해 2022대입개편안이 확정됐지만 현장반발은 여전하다.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결국 어느쪽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개편안에 그친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정시비율 명시.. 30%이상>
교육부는 17일 ‘2022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를 확대하고 대입 준비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능위주전형 비율이 30%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권고안 부대의견을 고려해 산업대 전문대 원격대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30%’로 비율을 정한 데 대해 교육부는 시민참여단응답자의 누적통계기준 68.5%가 30%이상을 선택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가교육회의가 명시하지 않고 넘긴 정시비율을 교육부가 명시해 밝힌 이유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학부모와 대학의 예측가능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관계자는 “시민참여단은 2022에 수능위주전형의 일정한 확대를 요구했고, 국가교육회의도 이를 고려해 수능위주전형이 현행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안에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대학이 놓여있는 다양한 상황, 대학별 선발방법 비율의 다양성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에서 특정비율을 정해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교육부 소관이 아닌 과기원 등에도 권고안이 전달된다. 교육부관계자는 “KAIST 등 다른부처 소관의 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대학의 경우 소관부처와 대학이 적절한 선발방법을 검토할 수 있도록 ‘수능위주전형이 현행보다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 등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제시한 수치는 30%지만 수시이월 등을 고려하면 비중은 정시4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2022입시부터는 정시모집 전체 선발비율이 수시이월인원까지 고려하면 35~40%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대학들은 대부분 학생부교과전형 선발비율이 30%가 넘기 때문에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는 대학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교육계에서는 의제1과 의제2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음에도 정시확대로 결정한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 결과를 존중한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상곤 부총리는 “공론화위 대입개편특위 국가교육회의를 거치면서 교육부에 권고된 안은 수능위주전형비율을 확대하도록 권고했다”며 “국가교육회의 결정사안을 존중하면서 검토했다”고 답했다. 

각종 교육단체는 이미 규탄성명서를 내놓은 상황이다.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교육부가 내놓은 '2022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은 시민참여단의 불충분하고 불완전한 공론화 결과에만 의존했고, 전국17개시도교육감들과 대다수 교육관련 단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지도 못하고 교육혁신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교학점제 2025학년 도입 추진.. 흐지부지되나>
고교학점제는 당초 2022학년 전면 도입을 예고했던 데서 2025학년으로 유예된 것을 두고 고교학점제 도입 의지가 꺾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얼마전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고교학점제가 원래 계획보다 순연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힌 데 대해 교육부는 “담당부처의 추진과정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착오에 의해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순연됐다. 한 교육전문가는 “다음정권으로 사실상 미룬 것이나 다름없다. 당장에 도입할 것처럼 고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가 이제야 ‘10년에 걸쳐 고교학점제가 완성되도록 하겠다’는 것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입이 적극 추진되더라도 문제다. 장기적으로 고교학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 정시확대와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다. 정시비중이 높아져 수능과목에 열중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연구/선도학교 운영을 시작으로 2022부분도입 등을 거쳐 2025에 전면도입할 계획이다. 고교학점제는 일반고 교육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하는 것으로, 정시가 확대될 경우 고교수업은 정시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자사고 일반고 전환 방침 그대로>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방침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미 올해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선발시기를 후기로 변경해 일반고와 고입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하면서 시동을 건 상황이다.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국가교육회의에서 해결하기로 했던 문제지만 이미 관련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선발시기 조정이 고교유형이 폐지 내지 존립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교육회의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자사고 폐지는 사실상 확정 단계다.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교육특구가 부활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모든 고교가 일반고로 일원화되면 교육수준이 높은 교육특구로 수요자들이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자사고가 사라지면 ‘강남8학군’으로 대표되는 교육특구에 대한 관심이 다시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 폐지 논란이 불거지면서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의 5개교는 작년 반박문을 내 인적자원 양성의 교두보인 수월성 교육을 무시하고 평등성만 내세운 데 대한 비판, 교육투자에 나선 법인/개인들의 신뢰보호 문제, 학부모 불만/반발 등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국어 수학 공통/선택형 도입.. 제2외/한문 절대평가 도입>
국어 수학 직탐은 공통+선택형 구조가 도입된다. 탐구영역의 경우 사회9개 과학8개과목 중 2과목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수학/과학계의 반발을 의식해 수학에서는 기하를 과학에서는 과Ⅱ를 선택과목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수능평가방법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일부상대평가제를 유지하되 제2외/한문만 절대평가로 변경하기로 했다. 제2외/한문은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대두된 영역이다. 특히 아랍어는 ‘로또 과목’으로 통할 정도로 대부분 학생들이 아랍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로 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계는 꾸준히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해 온 만큼 절대평가 전환을 반기는 분위기다. 작년 4월 고교 진학지도 교사와 대학 입학처장을 대상으로 이규민 연세대 교육학부 교수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0.4%가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국외대와 외국어교육정상화추진연합이 공동개최한 ‘선진국 도약을 위한 외국어 교육 강화와 2021 수능 정책 토론회’에서는 권오현 서울대 교수(전 서울대 입학본부장)가 제2외국어 응시 왜곡 현상 해결을 위해 절대평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수의 학습 무경험 학생들로 인해 상위권 소수자가 표준점수에서 극단적으로 혜택을 보는 왜곡된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제2외/한문이 절대평가화되면 특정언어 쏠림현상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과목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된 경우만 응시하게 될 것으로 보이면서 왜곡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BS연계율은 현행 70%에서 50%로 축소한다. 교육부는 “학교수업을 파행시킨다는 비판이 있었던 수능EBS연계율은 취약지역(계층) 학생들의 수험준비 부담완화 등 긍정적 측면을 감안해 50%로 축소하되, 과목특성에 맞춰 간접연계로 전환해 지문암기 등 부작용을 해소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종 평가요소 대폭 축소.. '학종 공정성 오히려 해쳐'>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은 평가요소가 대폭 축소되는 방향이다. 학생부 자소서는 작성분량이 축소되며 추천서는 폐지된다. 평가근거가 될 자료가 줄어들면서 학종평가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학생부의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는 기재가 가능하긴 하지만 개수를 제한한다.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이내로 총 6개까지 기재할 수 있으며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로 제한한다. 소논문은 아예 기재가 금지된다. 수상경력과 자율동아리를 유지하기로 한 것은 정책숙려제 결과 아예 폐지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결론이 난 것과 연관이 있다. 현행을 유지하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기재수만 줄이는 것으로 확정안을 냈다. 

자소서 분량은 기존 4개문항 5000자에서 3개문항 3100자로 줄어든다. 추천서는 따로 보완책 없이 폐지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그동안 대학이 추천서 폐지에 대해 우려했던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은 모습이다. 추천서가 자소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장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폐지보다는 개선의 방향으로 결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고려대 등 정시20%내외.. 10%p 가까이 확대해야>
특히 정시확대방침을 두고 대입판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학들이 4월말까지 공개한 ‘2020대입전형시행계획’ 상에서 상위17개대 정시는 이미 확대된 상황이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직접 상위 몇몇 대학에 전화를 걸어 정시확대를 주문한 영향이다. 상위17개대평균 정원내 정시비중은 2019학년 28.4%에서 2020학년 30.4%로 2%p 비중이 확대됐다. 교육부가 명시한 30%의 비중을 가까스로 넘긴 모습이다. 기여대학사업에 연계할 기준학년이 2022학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1학년 2022학년 정시비중은 이보다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은 30%를 넘겼지만 개별대학의 사정은 다르다. 여전히 3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은 추후 전형계획에서 정시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 고려대는 2020학년 정시비중이 17.3%로, 30%까지 높아지기 위해서는 12.7%p까지 껑충 높여야 하는 문제다. 서울대 역시 21.5%로 30%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학종확대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대학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원내 기준, 2020상위17개대학의 수시 비중은 69.6%로 2019학년 71.6% 대비 2%p 하락했다. 수시전체로 봤을땐 하락추세이지만 학종은 확대추세를 이어간다. 2019학년 40%에서 2020학년 40.8%로 0.8%p 확대됐다. 반면 교과/논술/특기자는 일제히 축소됐다. 논술의 축소폭이 가장 크다. 논술은 2019학년 14.3%에서 2020학년 12.7%로 1.5%p 줄어들었다. 특기자는 2019학년 3.3%에서 2020학년 2.5%로 0.8%p 줄어들었다. 사교육 유발 요소가 크다는 이유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논술/특기자 축소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모습이다. 

<눈치로 봉합한 어정쩡한 짜깁기..보수/진보 모두 불만>
개편안을 두고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모두 비판에 나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6개교육단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파기라며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수능상대평가 정시확대로 인해 절대평가 공약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김상곤 교육부총리에는 사퇴를 요구했다. “수학계 과학계 학원가 이해집단의 압력과 공세에서 2015개정교육과정을 지켜내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것”이라며 “사퇴 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진경 특위위원장에 대해서도 “수능정시비율 문제는 공론화 의제가 아니라고 소신을 밝히더니 어느날 태도를 뒤집어 버렸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보수단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은 정시비율을 30%로 정한 것에 대해 근거가 없는 처사라며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근거는 시민참여단 응답자의 누적통계 기준으로 30%이상이 선택됐다는 것이지만 공정모임은 “누적비율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근거가 빈약한 정시30%이상 확대를 제시한 것은 45% 결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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