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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살리기’ 외치더니.. '교육부의 뒤통수'

기사승인 2018.08.10  15: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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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고/자사고 폐지 정시확대로 역풍’..'교육부 믿으면 손해 분통'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국가교육회의가 ‘정시확대’ 권고를 내린 이후 교육현장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교육부가 꾸준히 밀어붙이고 있는 고교학점제 혁신학교 등과 정면배치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오락가락’ 행보에 비난이 쏟아진다. 특히 정시확대가 외고/자사고에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교육계에서는 “일반고를 살리기 위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면서 정작 내놓은 정책은 외고/자사고에 가라고 떠미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의 ‘자기모순’이 반복되면서 교육부 정책을 따르는게 오히려 손해라는 자조도 있었다. 한 고교관계자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한 학교만 손해 아닌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내부 프로그램을 개선한 고교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수시체제로 전환해가던 고교도 마찬가지다. 이래가지고는 정부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판했다. 

교육문제를 여론에 떠넘긴 것에서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치에서 가장 나쁜 것이 포퓰리즘이다. 교육문제를 마치 인기투표처럼 여론에 맡긴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원하는 대로 해줬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가”라고 말했다.

<폐지한다더니.. 자사고/외고 진학 떠미는 정책>

2022대입에서 정시가 확대되고 수능이 일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간 정부가 도입을 추진해온 정책과 엇박자를 이룬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가장 큰 우려는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이다. 교육부는 외고/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해소하기 위해 외고/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올해부터는 고입 동시실시를 단행하기로 하면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외고/자사고 진학을 포기한 학생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됐다. 국가교육회의의 정시확대 권고 이후 특목고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졌다는 분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에서 학생부교과성적이 불리한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수능으로 정시를 갈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시 교과전형은 불리하지만 비교과관리를 잘 해 학종과 수능위주의 정시모집을 통한 진학 기회가 늘어나면서 지금보다 오히려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던 정부가 오히려 외고/자사고 진학을 장려한 셈이 됐다.

교육특구로 쏠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인원이 늘어나게 됨에 따라 특목자사고의 인기회복 가능성이 있으며 소위 ‘강남 쏠림’으로 강남서초학군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정면배치.. 수시체제 안착 고교 어쩌나>
고교학점제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고 교육력 강화를 목표로 고교학점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정시가 확대될 경우 고교수업은 정시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는 고교에서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다. 정시비중이 높아져 수능 과목에 열중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전국 105개 연구/선도학교를 선정한 상태다. 연구학교54개교 선도학교51개교다. 올해부터 시범운영을 거쳐 2022전면도입을 목표로 제시했다. 시범운영을 위해 학교당 매년 4000~5000만원을 총 3년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연구학교는 우수 운영모델을 확산하는 것이 목적인만큼,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육과정 다양화에 중점을 두고 ‘학점제 도입을 위한 교육과정 및 학교 운영방안’ 연구를 3년간 수행한다. 선도학교는 특색있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온 학교들로, 자발적 의지와 노력을 통해 교육과정 운영모델을 확산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학교다. 

현 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전환 역시 도입이 무산되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은 요원해졌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수능 절대평가는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수능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수강한다는 말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최근 김진경 대입특위 위원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가 원래 계획보다 순연되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면서 고교학점제 순연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교육부는 “담당 부처의 추진과정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착오에 의해 답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외 구체적인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고교학점제 도입고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시확대 기조에 발맞춰 수시체제 안착을 위해 변화해 온 고교 역시 혼란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몇 년간 교육부는 꾸준히 ‘수시확대’를 기조로 대학들의 전형변화를 유도해왔다. 정량평가의 정시보다는 고교생활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학생부위주전형을 중심으로 수시가 확대되는 것이 고교교육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정시강세였던 고교들도 수시대비를 위해 내부 프로그램을 손보는 등 체질개선을 이어왔다. 

정시대비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높아지면 수시체제 안착을 위해 체질개선 중인 고교에서 내부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한 고교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학생/학부모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시를 확대한다고 하면, 정시위주로 운영중인 학교에서는 ‘수시대비는 왜 소홀하냐’며 민원이 들어올 정도다. 수시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교내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해 겨우 수시체제를 안착시킨 고교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혁신학교 확대도 제동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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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급물살을 탄 혁신학교 확대도 주춤하게 됐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2009년 경기교육감 재임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로, 현재 진보교육감 지역 중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 정부가 혁신학교 확대 방침을 고수하는 데다 6월 치른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전국적으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 전면등장한 혁신학교는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대신 창의적/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높이는 교육을 추구한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무학년제 집중이수제 교과통합 창의적재량활동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편성할 수 있다. 교장과 교사에게 학교운영 교과과정의 자율권을 주고 교육과정을 각 학교 현실에 맞게 다양화/특성화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시가 확대되면서 수능영향력이 지금보다 높아지면 확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혁신학교는 학력저하 문제가 지적되는 만큼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할 가능성도 크다. 작년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혁신학교 학업성취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이 11.9%에 달했다. 전국 고교평균이 4.5%에 그친 데 비하면 격차가 크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며 옹호에 나섰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 도입10년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학력저하 우려를 반영하듯 학생/학부모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작년 충북 제천고는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내부 구성원 반발로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제천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고 학부모/동문의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해 혁신학교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공교육 살리기? 사교육 살리기!’>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정책마다 ‘사교육 살리기’로 이어지는 아이러니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계속된 정책뒤집기는 공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사교육 풍선효과를 통해 사교육친화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은 정책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만 공교육과 수요자들은 적응과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정책변화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1년 넘게 대입개편을 끌어오면서 사교육만 쾌재를 부르는 실정이다. 정책변화에 한치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불안한 학생/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사교육은 ‘수익’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대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정책이 나오자마자 그에 맞춰 분석자료를 만들고, 관련 상품까지 내놓는 등 공교육과는 비교마저 되지 않을 속도”라고 말했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선캠프 교육공약 설계에 참여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올해 초 개인 SNS를 통해 ‘진보’가 내놓는 사교육 해법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공교육이 부실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고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을 걷어내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사교육이 번창하는 이유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해석이 정 반대다. 보수는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의 해법은 ‘공교육 강화’다. 학교에서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반면 진보는 경쟁 때문에 사교육이 커졌다고 본다. 이들의 해법은 경쟁을 줄이고 서열화를 타파하는 것,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라고 진단했다. 

공교육 정상화의 프레임은 공교육 부실을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관료와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평론가는 “진보는 경쟁과 서열화를 탓할 뿐 공교육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적어도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육관료들이나 교사들은 잠재적으로 진보와 친화적이다. 지금 상황은 교육관료들과 진보교육운동세력이 손잡고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 이를테면 입시(수능)라든가 선행학습 같은 걸 걷어내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떠날래’.. 오락가락 정책 변화 염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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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렇다 할 진전 없이 1년을 끌어온 대입개편에다 오락가락하는 정책변화에 아이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정부정책을 믿고 따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한국에서 교육시키겠나. 돈만 있다면 해외로 유학시키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해외유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은 외고/자사고도 폐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2000년대 중반들어 중/고교 유학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해외유학이 3분의1까지 줄었다. 2006년 9246명이던 중학생 유학은 2015년 3226명이 됐고, 고교생 유학은 2006년 6451명에서 2015년 2432명으로 줄었다. 그간 평준화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수월성교육을 좇아 해외로 나가던 학생들을 명문 외고 자사고의 선전으로 국내에 잡아둘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교육부 폐지론 비등.. 교육회의도 존폐 시험대> 대입개편 실패의 책임을 물어 교육부장관 경질을 넘어 교육부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교육부에게 책임을 넘겨받은 국가교육회의 역시 산하기구의 결정 뒤에 숨은 데다 뚜렷한 결론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존폐의 시험대에 올랐다. 한 교육전문가는 “애초 2022대입개편안으로 4단계하청이 이뤄진 것부터 ‘책임회피’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공을 넘겨받은 공론화위는 복잡한 대입방정식을 단순히 네 가지 의제로 봉합해 현장의 고민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대입정책 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지방선거이후 부분개각에 교육부장관 포함설이 파다한 상황에 교육회의의 존폐도 위태로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사이트에는 교육부장관 해임과 교육부 폐지를 건의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교육부장관 해임을 건의한 시민은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교육혁신을 이루겠다는 큰 소리만 쳤을 뿐, 1년이 넘도록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주무장관이 갈피를 못 잡고 공론화란 미명으로 중요한 교육정책의 책임을 떠넘겼다가 혼란은 더 커졌다. 결론이 어찌되든 욕을 먹을 사안은 떠넘기고 정치적 과실만 따먹으려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4월초에는 교육부차관이 대학에 직접 정시확대를 주문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감한 정책을 합당한 절차나 논의과정 없이 선고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비난이 집중됐다. 교육부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무마용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여론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헌법에 기반을 두고 정치논리와 관계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 교육전문가는 “정권마다 뒤바뀌는 교육정책에 수요자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했다.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기 위해 국가교육위를 하루빨리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수진 기자 ksj@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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