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30개체제 축소..'전환추진' 강원외고, 교육청과 줄다리기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됐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전국에서 첫 전환 사례다. 부산국제외고가 외고 지위를 반납하면서 전국 외고는 30개체제로 축소된다. 교육청에 특목고 지정해제 신청서를 제출한 강원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확정될 경우 2019고입에서 외고 선택지는 29개교로 줄어들 전망이다. 

부산교육청은 부산국제외고의 특목고 지정취소 신청에 대해 교육부가 6일 동의를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부산국제외고는 2019학년부터 특목고 지정이 취소되고 일반고로 운영한다.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1,2학년 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외고 교육과정을 유지할 방침이다. 재학생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교명은 외고 재학생이 모두 졸업한 2021년 3월부터 부산센텀여자고등학교로 변경한다.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됐다.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 방침을 발표한 이후 전국에서 첫 전환 사례다. 사진은 부산국제외고 기숙사의 모습.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국내 단 2곳, 여자외고, 부산국제 ‘역사 속으로’>
이화외고와 함께 국내 단 2곳뿐인 여자외고 가운데 하나인 부산국제외고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부산국제외고는 6월4일 특목고 지정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개교 15년 만에 외고 지위를 반납한 것은 달라진 교육정책 때문이다. 부산국제외고는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 등 고입제도 변경,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외고의 한계 등을 사유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해왔다. 

전문가들의 학생충원의 어려움이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특목고 특성상 신입생 미달은 재정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원서접수를 마감한 부산국제외고는 최종 경쟁률 0.93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여학생만 모집하는 부산국제는 정원내 신입생 20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85명에 그쳤다. 미달은 사회통합에서 발생했다. 일반전형은 160명 모집에 169명이 지원해 정원을 넘겼지만, 40명을 모집한 사회통합전형은 지원자가 16명에 불과했다. 

2016학년과 2017학년에도 사회통합전형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지만 작년 지원자가 크게 줄면서 처음으로 전체 경쟁률이 1대1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6학년에는 일반 1.58대1(160명/252명), 사회통합 0.68대1(40명/27명)로 전체 경쟁률 1.4대1(200명/279명)을 기록했고, 2017학년에는 일반 1.21대1(160명/193명), 사회통합 0.65대1(40명/26명)로 전체 경쟁률 1.1대1(200명/219명)이었다. 작년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일반전형 지원자도 2년 전과 비교해 83명이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부산국제외고는 일반고 전환 신청을 하면서 교명 변경안도 함께 제출했다. 현재 교명인 부산국제외고에서 ‘부산센텀여자고등학교’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교명 변경은 원칙적으로 교육감 권한 사항이지만 사립학교에서 교명 변경을 요청할 경우 대부분 학교 측 의사를 존중한다. 다만 국제외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갑작스런 전환에 대한 강하게 반발해온 데다 교명까지 변경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계획대로 2019학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해 센텀여고로 교명이 변경되면 현재 1,2학년 외고 재학생들은 센텀여고를 졸업하게 되기 때문이다. 

특목고인 외고와 일반 여고에 대한 인식이 다른 탓에 학생과 학부모 반발이 확대된 것이다. 한 학부모는 “외고에 입학해서, 수업도 외고 커리큘럼을 따랐는데 졸업은 일반고로 하는 게 말이 되냐”며 “졸업도 외고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명 변경은 학교 측에서 제안한 것인데, 일반고 전환 이후 부산국제외고라는 이름을 재학생들이 다 졸업할 때까지 2년 동안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신입생이 특목고로 오해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고 30개체제 ‘축소’.. ‘중복지원 허용’ ‘정시확대’ 미칠 영향은?>
학생충원에 어려움을 겪은 광역단위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한 경우는 몇 차례 있었지만 외고가 일반고 전환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으로 전국 외고는 31개체제에서 30개 체제로 축소된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인 김강배 서울외고 교장은 “외고 폐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직 부산국제외고 한 곳 뿐이지만, 올해 입시 결과를 보고 나면 많은 학교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압박이 심해지고 재정난이 더욱 커지면 지금과 같은 학교 운영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7월말 헌재 결정으로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이 허용되면서 분위기 전환의 조짐을 보였다. 6월28일 헌재는 자사고와 일반고의 중복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교육부가 헌재 결정에 따르기로 하면서 각 교육청도 잇따라 바뀐 고입전형 계획을 내놓았다. 

현 중3이 대입을 치를 2022대입개편 공론화로 나타난 정시확대 가능성도 고입지형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일 공개된 공론화 결과에 의하면 정시를 확대하고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자는 1안에 대한 지지가 상당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모집 확대방침으로 자사고와 특목고 지원자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내신 경쟁이 치열한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수능으로 대학에 갈 기회가 늘어나면서 이들 학교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원외고도 ‘전환 추진중’.. 교육청 ‘신중해야’>
강원외고도 일반고 전환을 추진 중이다. 강원외고는 부산국제외고보다 앞선 4월30일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강원외고보다 늦게 전환을 신청했지만 비교적 신속하게 전환이 이뤄진 부산국제외고와는 달리 강원외고는 교육청과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5일 교육청에 따르면 조인묵 양구군수는 최근 민병희 교육감을 만나 일반고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교육청은 9일 오후2시 특목고 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강원외고의 지정취소를 심의한다. 

조 군수는 “강원외고는 현 정부의 특목고/자사고 폐지정책에 부응하려는 것”이라며 “문/이과 통합을 강조하는 2015개정교육과정 실현을 위해서라도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에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강원외고 관계자는 “일반고로 전환하면 인문계와 자연계를 함께 운영할 수 있어 강원지역 우수한 인재의 타 시도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환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강원외고는 양구군수가 이사장인 양록학원이 학교법인이다. '공립형 사립고' 성격으로 전국 최초 지자체가 설립한 외고다.  

민 교육감은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했을 때 양구지역 내 일반고 학생수급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농어촌이 대부분인 강원지역 특성상 일반고조차도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외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민 교육감의 입장이다. 민 교육감은 7월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외고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가 있는 2020년까지는 외고로서의 기능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에 강원외고는 전환 심의를 촉구했다. 7일 강원외고 학교법인인 양록학원과 학교 교직원, 학생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일반계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강원외고는 정부의 특목고 자사고 폐지 정책에 부응하고 새로운 농어촌 일반고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전환하려 한다”며 “교육청과 심의위원회는 강원외고가 정부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작스런 일반고 전환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여론이 높았던 부산국제외고와 달리, 강원외고는 두 차례 학부모 회의를 소집해 일반고 전환 계획을 설명한 후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었다. 강원외고 측은 외고 자사고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으로 고입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는 것보다 선제적으로 전환해 학생 교육의 안정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강원외고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정부정책이 외고 폐지 내지는 축소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외고 지위를 고집하면 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차라리 빨리 일반고로 전환해 학교 운영의 안정을 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기존 재학생들은 특목고 체제 그대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재학생들에게 미칠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인근의 일반고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학교 관계자는 “양구군에는 양구고와 양구여고가 있는데 이 학교를 가는 학생 대부분은 양구군 내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강원도 내 일반고는 도시지역과 달리 도 전체에서 광역단위 모집을 실시한다. 양구고와 양구여고도 마찬가지”라며 “강원외고가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강원도 전역에서 학생들이 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근 학교의 학생 충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고로 전환하더라도 외고에서 갖춘 진학시스템이나 교사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강원도 전역에서 진학 문의가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구고 양구여고와 달리 기숙사도 갖추고 있는 만큼 전국단위 모집을 겨냥한 기숙형 고교로의 전환 의지도 교육청에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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