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색이 왜 검은지가 궁금했었다. 피부색이 검으면 햇볕을 더 흡수해, 체온을 높이고 결국 열대지방에서 살기가 불편할 것인데 아프리카엔 흑인이 살고 있다. 적자생존의 원리로 볼 때, 흑인이 더운 지방에서 생존하기 유리한 것은 틀림이 없는데 그 이유가 뭘까.

지금처럼 편하게 검색할 방법이 없어 그 의문을 몇 년 이상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본 책에서 답을 찾았다. 인간이 몸으로 들어오는 열을 조절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땀이라는 설명이었다. 햇빛을 받아 체표의 온도를 높여 땀을 내는 게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땀이 증발하며 체표로부터 빼앗아가는 열량이 체표로 받아들이는 열보다 많다는 이야기였다.

인간은 이처럼 더울 때 체온을 조절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땀을 이용해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백만 년 동안. 그런데 인간이 냉장고를 사용하면서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다. 에어컨으로 실내의 온도를 낮추고, 시원한 얼음물로 더위를 식히려 한다. 과학기술을 이용하는 좋은 방법으로 보이지만 몸에는 아주 무리가 많은 방식이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에어컨과 냉장고를 이용한 것은 30여 년에 불과하다. 30년, 한 세대 동안 우리 몸의 유전자가 바뀔 수 있을까. 최소한 3~4세대는 흘러가야 유전자가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않을까. 3백만 년 30만 세대 동안 코딩된 우리 몸의 유전자는 아직도 땀으로 체온을 낮추는 방식에서 변하지 않았다.

생활을 잘 살펴보면 우리는 여름이라고 시원한 물을 먹는 것이 아니다. 겨울에도 시원한 물을 찾는다. 한겨울에도 냉커피를 마시고, 정수보단 냉수를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우리 몸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인간의 체온센서는 인체의 최상부인 머리에 있다. 인간이 네발로 걷는다면 체온 센서가 머리에 있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직립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우리 몸에서 생긴 열은 당연히 상부인 폐와 머리 쪽으로 몰린다. 게다가 호흡을 위한 공기가 오가는 인후부위는 열이 쉽게 발생한다. 뱃속이 냉해도 위로 몰리는 열과 인후의 열로 인해 두뇌는 체온이 높다고 오판하게 된다.

여기에 내장기에 온도센서가 거의 없다는 점도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한 여름에도 아침에 일어나 냉수(섭씨 20도 전후)로 샤워할 수 있는 분들은 거의 없다. 하지만 훨씬 찬 4도 정도의 냉수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벌컥벌컥 들이켠다. 그래도 위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실제로는 위는 찬 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감각센서가 별로 없어서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냉장고가 발달되기 전에는 찬 물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20도 정도의 우물물이나 펌프물이 가장 시원한 것이었다. 찬물로 속을 상할 일이 별로 없었다. 찬 물을 먹을 수 있는 겨울에는 추워서 찬물을 피하니 별 문제가 없었다. 냉장고가 보급된 이후의 찬물이 문제이다.

속을 차게 만드는 것은 음료뿐만이 아니다. 여름철의 과일도 속을 차게 만든다. 대표적인 여름과일인 참외나 수박은 자체 성품이 서늘하다. 적당히 먹으면 여름철 건강유지에 도움이 된다. 과육에 수분이 아주 많아 갈증을 해소할 수 있고, 적절한 당분으로 에너지원도 된다. 서늘한 성품은 몸을 적절히 식혀 주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과일을 냉장고에서 아주 차게 만들어 먹는다는 것. 게다가 많이 먹으면 소화기를 차게 만들어 버린다. 덥다고 냉음료와, 아이스크림, 찬 과일까지 먹으면 뱃속은 견디기 힘들어진다.

냉음료나 과일 등을 먹으면 당연히 위장관의 온도가 내려간다. 온도가 내려가면 소화효소의 활동이 확 떨어진다. 체온이 10도가 떨어지면 소화효소의 활동은 거의 절반수준으로 저하된다고 한다. 소화가 잘 될 수가 없다.

찬물이 들어가면 위장관의 근육도 굳어진다. 온도가 내려가면 세상의 모든 물질은 경화가 진행된다. 위의 근육도 뻣뻣해지고 꿈틀활동이 어려워진다. 위의 운동성이 저하되면 음식물이 정체되고 트림이 잘 나온다. 심하면 체증도 나타난다.

여름철 체증은 감기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 말하는 식적류상한(食積類傷寒)이 여름철에 많이 생긴다. 병명을 해석하면 상한 즉 감기처럼 보이나 실제 원인은 과식 등에 의한 소화기 장애라는 것이다. 춥고 열이 나는 것은 물론이고 두통도 나타나니 영락없이 감기처럼 보인다. 몸 마디마디가 쑤시는 몸살증상도 나타난다. 경험 있는 한의사도 맥을 보지 않으면 감기와 구분해내기 힘든 것이 바로 식적류상한이다. 식적류상한이 확실하다면 당연히 소화기 증상도 동반된다. 배꼽 위가 갑갑하고 누르면 통증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의 위치도 이마주위가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감기라고 판단해서 치료해도 낫지 않는다.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 냉면, 메밀 등 여름철에 많이 찾는 차가운 음식물들이 주요원인이다. 찬 음식을 피하면서 소화기를 다스리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이열치열의 방법으로 삼계탕 등 소화가 잘되는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름철 뱃속건강을 유지하려면 자기에게 좋은 음식과 부담되는 음식을 알고 가려 먹는 것도 중요하다. 변이 단단하게 나오고, 소화력이 왕성한 사람들은 속에 열이 좀 있는 분들이다. 하루 한 잔 정도의 냉커피와 적절한 과일 등은 별 탈 없이 견디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손발이 차고, 변이 무르게 나오는 사람들은 속이 냉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찬 음료와 과일, 음식들을 피하고 생강차, 인삼차, 계피차 등 따뜻한 차로 이열치열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 좋다. 메밀이나 오이 등도 찬 성질이 강하므로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피해야 한다. 찹쌀이나 삼계탕 등은 속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한뜸 한의원 황치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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