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형 수학.. 인문 부담 늘고 자연 부담 줄어들 가능성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현 중3 학생들이 치를 2022 수능에서 수학을 공통형과 선택형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2015교육과정에 따른 문이과 통합 취지를 반영해 가/나형 분리 출제를 폐지하되 수Ⅰ 수Ⅱ를 공통 출제, 확률과통계 미적분 등 1과목은 선택 응시하도록 한 방법이다. 발제안은 선택과목을 따로 둬 대학의 모집단위별 요구수준을 반영하겠다는 취지지만 문이과 구분은 폐지된다. 그간 교육계에서는 수학을 문이과 단일형으로 출제할 경우 모집계열별 수학 학습수준이 다른 점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열린 2022 수능과목구조/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 발제된 개편안에 따르면 국어 수학은 공통형+선택형 구조로 실시하고, 탐구는 사회 9과목 중 1과목, 과학 4과목 중 1과목씩 교차 선택해 치르는 방안이 제시됐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은 국가교육회의 부대의견을 고려해 수능 출제과목에서 제외했다. 이번 발제안은 확정안은 아니며, 논의를 거쳐 추후 최종 확정안이 나오게 된다.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발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국어 수학 과학 등 쟁점과목의 대표 학회 3명과 교장 1명, 교무부장 2명, 교육과정전문가 1명, 고1학생 1명, 학부모 1명 등 총 9명이 참여했고 지은림 한국교육평가학회 회장(경희대 교수)이 좌장을 맡았다. 

교육부는 7월2주경 ‘국가교육회의 공론화 미포함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지필고사 축소/폐지, 면접/구술고사 개선, EBS연계율 개선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2022 수능에서 수학을 공통형과 선택형으로 구분해 실시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가/나형 분리 출제를 폐지해 공통형으로 치르되 확률과통계 미적분 등 1과목은 선택응시하도록 한 방법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수학 ⅠⅡ 공통형.. 확률과통계 미적분 등 1과목 선택>
수학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 2022 수능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 안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인문계에서는 부담이 늘어나고 자연계는 부담이 줄어드는 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9일 충남대에서 열린 2022 수능과목구조/출제범위 논의를 위한 대입정책포럼에서 개편안을 발제한 변순용 서울교대 교수는 발제안에 대해 공통형 수학 출제로 문이과 통합 취지를 반영하고, 선택형 구조로 대학의 모집단위별 요구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일부 상위권 대학의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학 선택과목을 특정 과목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어 역시 공통형+선택형 구조로 제시했다. 독서 문학은 공통 출제하고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응시하는 방법이다. 이 방안의 경우 현행 학생이 고교에서 이수해야 하는 과목수가 4과목에서 3과목으로 줄어들면서 시험 부담이 완화되고, 과목 선택권 강화로 선택교육과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봤다. 

다만 국어/수학 모두 공통형과 선택형으로 치르게 될 경우 과목 간 난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선택형으로 치르고 있는 탐구영역과 제2외국어/한문 역시 과목별 난도에 따른 유불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영덕 소장은 "표준점수로 조정하더라도 완벽하게 조정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능 과목 구조가 복잡해지고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소장은 "국어는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 중 화법과작문 선택이 많을 것이고, 수학은 확률과통계 미적분 중 확률과통계 선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탐구영역은 사회 9과목 중 1과목, 과학 4과목 중 1과목을 교차 선택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계열 구분 없이 탐구를 교차 선택하면서 문이과 통합 취지를 반영한다는 취지다. 사회1과목과 과학1과목은 모든 2015개정교육과정상 모든 학생이 최소한 이수하기 때문에 별도의 수능 준비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인문사회/과학기술 각 계열 적성/흥미가 많은 학생의 경우 반대 계열 과목을 학습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와 특정 과목 쏠림 현상이 우려된다. 

직업계고 학생의 경우 공통과목(성공적인직업생활)과 5개 계열(농/공/상/해양/서비스) 중 1과목을 선택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번 논의는 국가교육회의가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를 발표하면서 수능과목구조는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은 사항으로 교육부에서 결정할 것을 요청한 데 따라 진행됐다. 포럼에서는 2015개정교육과정의 취지/내용을 반영하면서 국가교육회의 부대의견을 고려한 ‘2022 수능 과목 구조 및 출제범위(안)’이 발제됐다. 국가교육회의 부대의견을 고려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출제는 제외했다. 

<수학 가/나형 통합출제 문제점 보완>
발제안은 4월 교육부가 대입개편안으로 내놓은 3가지 안 중 2안을 중심으로 검토하되, 수학 단일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필수 선택과목을 두는 방식으로 보완했다. 2안은 수학 가/나형을 분리하지 않고 단일형 출제하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탐구 과목 중 하나로 포함하는 안이었다. 발제안에서는 국가교육회의 부대의견을 고려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출제에서 제외했다. 

수학을 공통형+선택형 구조로 제안한 것은 대입개편안 발표 당시 수학 가/나형 통합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출제는 문이과 융합을 강조한 교육과정 취지를 반영한 것이었으나, 대학에서 모집계열별로 요구하는 수학 학습수준이 다르다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이 상당했다. 

단일형으로 출제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난이도다.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는 시험 점수에 대한 신뢰성이 하락해 대학별고사 등 별도 변별 수단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단일형 체제에서는 문과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수학(나)형보다 필연적으로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수포자를 대거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출제범위에 대한 우려도 있다. 특정 과목을 배우지 않고 이공계열로 진학할 경우 대학에서 새로 공부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발제안에서는 수학Ⅰ 수학Ⅱ는 공통 출제하고, 확률과통계 미적분 등 1과목은 필수 선택 응시 하도록 하면서 이 같은 문제점을 상쇄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보완으로는 부족하며 가/나형 분리 출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토론자로 참여한 KAIST 진교택 교수는 “인문사회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과 이공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학습 내용과 수준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많은 불합리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인문사회계열로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상대적 불리함과 학습부담의 증가, 이과계열 상위등급 학생들의 변별력 저하, 고교에서 수능 미출제 과목의 파행적 수업 운영 등이 문제로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이전과 같이 가/나형으로 분리해 출제해야 한다. 나형 시험과목은 현재와 같이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로, 가형은 미분적분학 확률과통계 기하를 수능 출제 범위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사회/통합과학 제외>
발제안에서는 통합사회/통합과학은 수능 출제 과목에서 제외됐다. 융합형/체험형 교육으로 실시되는 과목 특성상 객관식 수능 출제가 적합하지 않다는 현장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가교육회의 역시 공론화 범위 미포함 과제를 교육부에 넘기면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수능과목 포함 여부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 수렴 결과를 고려해 교육부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입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강현석 경북대 교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역시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을 위해 수능 출제도 중요하나, 수능 시험 출제 방식을 논/서술형으로 개선한 후에나 도입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Ⅱ 출제되나>
과학Ⅱ출제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발제안에는 과학Ⅰ만 포함된 상태다. 교육부가 4월 발표한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 따르면 3안에서만 과학Ⅱ가 포함되고 나머지 1,2안에서는 과학Ⅱ과목이 제외됐다. 하지만 과학계와 대학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과학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이 높다. 

2월 서울교대에서 열린 2021수능 출제범위 공청회에서는 과학Ⅱ를 출제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최임정 과학창의재단 과학교육개발실장은 “그동안 과학계에서 2015 개정 교육과정 적용 수능 출제범위로 과학Ⅱ 과목을 제외한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면서 “학습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과학Ⅱ를 가르치지 않거나 배울 수 없게 만드는 환경은 이공계를 진학하는 학생들이 고교 3학년 1년을 편하게 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당장 1년 후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대 흐름 상 과학Ⅱ를 제외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과학계 의견이라고 전달하기도 했다. 

과탐Ⅱ 응시인원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매년 최저응시율을 기록하는 물리Ⅱ는 물론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모두 응시자 비율이 5%를 넘기지 못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많은 대학이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수능에서 과탐Ⅱ 응시를 일관되게 권장해왔지만 현장에서 기피현상이 해마다 짙어져왔다. 대학에선 과탐Ⅱ를 배우지 않아 강의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공계 신입생이 해마다 늘어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험생들이 과탐Ⅱ 선택을 기피하는 데는 ‘의대 광풍’과 연관깊다. 서울대 의대가 아닌 타 대학 의대 진학을 목표하는 학생의 경우 굳이 학습량이 더 많고, 우수 수험생들이 많아 경쟁하기 쉽지 않은  과탐Ⅱ를 선택할만한 유인은 희박하다. 난도 조절 실패, 우수 수험생 집중으로 만점자가 상대평가 2등급 기준인 11%를 넘어갈 경우 단 1문제만 틀리더라도 성적이 3등급으로 급락하는 위험도 있다. 최근 응시인원이 줄어들면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인원도 함께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기하 출제 둘러싼 논란>
수학 과목에서 기하 출제를 놓고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수능에 기하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촉발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인 상황이다. 교육부는 “기하를 출제하는 것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과 수험생 부담완화라는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라며 “기하를 모든 이공계의 필수과목으로 보기는 곤란하며 대학이 모집단위별 특성에 따라 필요할 경우 학생부에서 기하 이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수학과학 단체들의 반발은 거셌다. 이향숙 대한수학회장은 “대학에서 배우는 기초과학이나 공학에서는 사물의 구조나 움직임을 다루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필수”라며 “2015 교육과정 중에서 공간에 대해 다루는 과목은 기하가 유일한데 이것을 빼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과학계도 성명을 내고 “과학기술의 기초가 되는 수학을 경시하는 교육은 국가경쟁력을 낮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2021 수능 출제범위에 기하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입포럼에서도 기하가 수능출제범위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KAIST 진교택 교수는 “기하는 고교에서 학생들에게 공간적 개념과 입체적 사고를 통한 논리 체계를 갖추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는 사유 방식을 제공하는 유일한 과목으로, 그 비중과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로봇 3D프린팅,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의 기초 학문이라는 점 외에도 고교 학생들에게 기초실력 배양 및 창의적 사고력 개발에 매우 필요한 기초과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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