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부모 '반발여론 고조'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최초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부산국제외고가 지난 4일 특목고 지정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반고 전환을 위한 공식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학교 측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기존 입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외고 교육과정을 충실히 제공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지난 4일 오후 부산국제외고가 ‘특목고 지정해제 신청서를’ 냈다고 11일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신청서를 접수한 뒤 각 부서의 검토의견을 받는 중이다. 검토 이후 특목고 지정운영 위원회와 청문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동의절차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이달말 내/외부 위원 13명으로 구성된 특목고지정운영위원회를 열어 전환 여부를 결정한다. 위원 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전환이 결정된다. 이후 청문회를 거쳐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하면 교육부의 특목고 지정운영위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한다. 교육부 위원회까지 통과할 경우 전환이 확정된다. 학사일정을 고려하면 8월내 전환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갑작스런 전환 소식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로 구성된 부산국제외고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외고연합학부모회 회장과 위원 등 300여 명은 11일 오전 부산진구 교육청 앞에서 국제외고 일반계 고교 전환 반대를 열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집회에서 “지난해 입학 설명회 때 학교가 외고를 지속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올해 신입생들은 특히 ‘사기극’이라고 분노하고 있다”며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은데 학교 측이 졸속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교육청은 전환 문제를 밀실에서 처리하지 말고 공개된 방법으로 진행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1일 부산국제외고 신입생을 둔 한 학부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제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재고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을 내기도 했다. 11일 오후1시 기준 44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31개 외고 가운데 최초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부산국제외고가 지난 4일 특목고 지정해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반고 전환을 위한 공식절차에 들어간 셈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부산국제외고, 일반고 전환 신청서 제출>
학교 측은 지난달 18일 운영위원회와 학부모회 대표에게 일반고 전환 계획을 공지한 후 25일 전체 학부모회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했다. 개교 15년 만에 일반고 전환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학생 충원의 어려움 때문이다.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특목고 특성상 학생충원의 어려움은 재정악화로 이어진다. 정부의 특목고 정책 변화도 전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후기모집을 실시하면서 불합격 시 임의배정이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만큼 지원자는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학교 측은 기존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국제외고 교감은 “아직까지는 최종 결정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년별로 체감하는 게 다르고 우려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어떤 결정이 나더라도 현재 1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특목고로서 교육과정은 변함이 없을 것이며, 일반고 전환으로 인해 기존 학생들이 어떠한 피해도 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말 원서접수를 마감한 부산국제외고는 최종경쟁률 0.93대 1로 미달을 기록했다. 여학생만 모집하는 국제외고는 지난해 정원내 신입생 200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185명에 그쳤다. 미달은 사회통합에서 발생했다. 일반전형은 160명 모집에 169명이 지원해 정원을 넘겼지만, 40명을 모집한 사회통합전형은 지원자가 16명에 불과했다. 

2016학년과 2017학년에도 사회통합전형은 미달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크게 줄면서 처음으로 전체 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2016학년에는 일반 1.58대 1(160명/252명), 사회통합 0.68대 1(40명/27명)로 전체 경쟁률 1.4대 1(200명/279명)을 기록했고, 2017학년에는 일반 1.21대 1(160명/193명), 사회통합 0.65대 1(40명/26명)로 전체 경쟁률 1.1대 1(200명/219명)로 나타났다. 지난해 사회통합전형 지원자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다 일반전형 지원자도 2년 전과 비교해 83명이 줄어들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학생, 학부모 ‘반발여론 고조’>
학교 측의 설명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급작스런 결정이라며 전환 철회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국제외고 한 학생은 “지난달 18일 조례시간에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어쩔 수 없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대다수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1,2학년 학생들 300여 명은 11일 교육청 앞에서 열리는 반대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고 학생회가 지난 8일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회 참석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349명 중 320명이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1일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제기한 한 학부모는 “앞으로의 교육 기조가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흐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입시설명회에서 일반고 전환은 진행되더라도 몇 년 후의 일이지, 이렇게 입학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다고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만약 정책상 모든 특목고가 동시에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몇 년 간의 기간을 두고 혼란을 최소화한다면 수긍하겠다. 하지만 갑자기 전환된 이후 입게 될 학생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냐”고 호소했다. 일반고 전환을 재고해달라는 청원은 11일 기준 44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학부모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입학 때 아무런 설명이 없었던 만큼 정 필요하면 현재 1학년까지 졸업한 뒤 전환하라”며 “정부 차원에서 차차 전환을 한다면 적응을 하고 받아들이겠지만 왜 우리가 앞장서서 전국 처음으로 전환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특목고에는 ‘전환기 교육과정 운영비’로 3년간 6억원이 지원된다. 전환 후 첫해인 1차년도 3억원, 2차년도 2억원, 3차년도 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열린 교육부 업무보고에서는 일반고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고, 전환한 학교에 행/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등 자발적 폐지를 유도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선발시기 조정에 이은 재정지원 당근까지 정부가 전환을 유도하는 셈이다. 

전국외고교장협의회 회장인 김강배 서울외고 교장은 “외고 폐지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아직 부산국제외고 한 곳 뿐이지만, 올해 입시 결과를 보고 나면 많은 학교가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의 압박이 심해지고 재정난이 더욱 커지면 지금과 같은 학교 운영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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