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학생 적지 않아'.. '휘문 중동 세화, 전출보다 전입 많아'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자사고 학생들이 높은 내신등급을 받기 위해 일반고로 전학을 간다는 보도는 사실일까. 지난 한 해 서울에서 전출 학생이 많은 상위 15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자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분석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학업역량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모인 자사고에서 내신경쟁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학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자사고 교사들은 내신경쟁보다는 서울 광역자사고의 선발권 약화와 경쟁률 하락으로 쉽게 자사고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사고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전학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상위권대학을 중심으로 내신등급을 정량평가하지 않는 수시 학종 비중이 크게 확대되면서 학생들도 내신이 대입을 가르는 전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19학년 수시요강 기준 상위17개대학의 학종 모집인원은 정원내 기준 2만1295명으로 지난해 전체 정원 대비 38.8% 수준에서 40%까지 확대됐다. 지방 광역단위 자사고와 달리 추첨과 일부 인성면접으로 선발해 다소 운에 기대는 서울 광역자사고의 고입구조가 자사고에 대한 충분한 인지 없는 학교선택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전학으로 귀결된다는 분석이다. 명문대 진학에 대한 의욕이나 욕심은 있지만 자사고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1학년1학기 이후 일반고로 진학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자사고 학생들이 높은 내신등급을 받기 위해 일반고로 전학을 간다는 것이 사실일까. 지난 한해 서울에서 전출 학생이 많은 상위 15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자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교사들은 내신경쟁보다는 서울 광역자사고의 선발권 약화와 경쟁률 하락으로 쉽게 자사고를 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자사고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전학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내신 때문에 일반고 전학?.. ‘전학 오는 학생도 많아’>
8일 종로하늘교육이 2017년 기준 학교알리미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서울에서 전출 학생이 많은 고교 상위 15개교 가운데 11개교가 자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등포구 소재 장훈고가 9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선덕고 57명, 배재고 53명, 중앙고 이대부고 각 45명 순이다. 강남구 소재 일반고인 풍문고가 85명으로 장훈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를 두고 상대적으로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자사고 특성상 내신경쟁에 우위를 차지하기 어렵다고 느낀 학생들이 전학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 교육 전문가는 “자사고를 중심으로 좋은 내신등급을 받기 어려운 학교에서는 전출자가 상당하다”면서 “특히 중간고사를 치르고 나서 내신 1등급이나 상위 등급에 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학생 수가 많은 일반고로 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수시 선발인원 확대로 내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일반고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학교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서울지역 광역자사고는 1단계에서 내신 반영 없이 추첨선발을 실시하기 때문에 여타 자사고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 진학을 비교적 쉽게 결정한 결과 전출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도봉구에 소재한 광역단위 자사고인 선덕고의 A교사는 “내신경쟁에서 불리해서 전학을 택하는 학생이 있을 수 있지만 전학을 택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며 “학생들도 이미 내신이 대입에서 하나의 반영요소일 뿐 당락을 가르는 전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일반고에 비해 자사고가 학업이나 학교생활에서 요구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다소 버겁다고 느낀 학생들이 일반고로 전학을 선택했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전학을 가는 학생만큼 자사고로 전학을 오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이 이 같은 분석의 신뢰도를 더한다. 선덕고의 경우 2016학년 전출은 57명이었지만 전입은 26명으로 사실상 빠져나간 학생은 31명에 그친다. 한해 전인 2015학년의 경우 전출은 29명, 전입은 25명으로 격차는 4명에 불과하다. 배재고는 2016학년 전출 53명, 전입 38명으로 실질적인 전출은 15명이며, 2015학년은 전출 67명, 전입 51명으로 순전출은 16명이다. 

전체 학생 수 대비 전출규모로 비교할 경우 순전출은 일반고인 풍문고가 자사고인 장훈고보다 더 많았다. 풍문고는 전체 학생 수가 670명으로 전출 학생 85명은 전체의 12.7%를 차지한다. 반면 풍문고보다 전출 학생이 11명 더 많은 96명인 장훈고는 전체 학생 수 1034명과 비교할 경우 9.3%에 그친다. 다시 학교로 전입한 학생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풍문고는 지난 한 해 전출 85명이 있었지만 전입은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장훈고는 96명의 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으나 30명이 전입해 순전출은 66명으로 줄어든다.

자사고 학생들이 내신경쟁 때문에 일반고를 선택한다고 하기엔 진학실적이 뛰어나 내신경쟁이 더욱 치열한 휘문고나 중동고 세화고에서는 전출이 적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못한다. 휘문고의 경우 같은 기간 전출은 9명, 전입은 21명으로 전출보다 전입한 학생이 12명 더 많았다. 중동고의 경우 전출 15명, 전입 16명으로 전입이 1명 더 많았으며, 세화고는 전출 17명, 전입 22명으로 전학 간 학생보다 전학 온 학생이 5명 더 많았다.  

<전출규모, 약화된 선발권 탓.. 희망일반고 가는 우회통로 ‘부작용’도>
자사고에서 전출 학생이 많은 것은 약화된 선발권의 부작용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전산추첨으로 합격여부를 운에 기대는 구조이다 보니 교풍이나 학교에 대한 관심, 자사고 진학의지가 비서울 소재 광역자사고나 전국단위 자사고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매년 추첨으로 선발하다가 지난해 3년 만에 면접을 실시했다는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면접이라고 해서 교과지식을 묻지도 않고 자기주도학습과정과 인성만 평가하는 5분 내외의 간단한 면접이지만, 면접을 보고 들어온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차이를 체감했다”면서 “면접을 통해 뽑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학교에 대한 애착과 관심을 더 많이 갖고 교육 프로그램을 따라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단위 모집을 실시하는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광역자사고 22개교는 중학교 내신성적 반영 없이 추첨과 면접으로만 선발한다. 추첨과 면접 실시여부는 지원규모를 나타내는 경쟁률에 따라 정해진다. 경쟁률이 1.5대 1을 넘을 경우에만 1단계 추첨과 2단계 면접을 모두 실시해 합격자를 정할 수 있다. 경쟁률이 1대 1을 초과하고 1.2~1.3대 1 사이에서 형성된 추첨기준 경쟁률 이하일 때는 2단계 면접 없이 공개추첨만으로 합격자를 선발한다. 경쟁률이 추첨기준 경쟁률(1.2~1.3대 1)을 초과하고 1.5대 1이하면 추첨을 실시하지 않고 2단계 면접만 진행한다. 매년 경쟁률 하락으로 지난해 면접과 추첨을 모두 실시한 학교는 22개교 중 5개교에 불과했으며 추첨 없이 면접만 실시한 자사고는 7개교였다. 최초 자사고 도입 시에는 ‘내신 상위50% 이내’만 지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폐지돼 내신 9등급이라 하더라도 지원만 하면 추첨을 통과해 입학할 수 있는 구조다.  

경쟁률이 낮고 내신제한이 없어 들어가기 쉬운 만큼 자사고로 진학했다가 원하는 일반고에 자리가 생기면 진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도 있었다. 서울시내 한 자사고 교사는 “이번에 목동지역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다. 자기가 원하는 일반고에 진학하기 힘든 학생들이 경쟁률이 1대1 정도 되는 자사고에 원서를 넣었다가 합격하면 인근학교로 다시 전학을 가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목동이 있는 강서양천학군은 지난해 고입 지원율이 높았던 상위 30개교 가운데 6개교를 보유한 학군이다. 

‘2018년 일반고 자공고 등 후기고 경쟁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입 지원율 상위 30개교 가운데 6개교가 강서양천학군의 고교였다. 마포고(13.9대 1) 성덕고(8.77대 1) 양천고(8.36대 1) 경복여고(7.68대 1) 대일고(7.66대 1) 진명여고(7.09대 1) 금옥여고(7.02대 1) 등이다. 최근 3년간 서울대 수시등록자 17명을 배출한 마포고를 비롯해 양천고(12명, 3년간 수시등록자) 대일고(12명) 진명여고(10명) 등 수시진학실적이 뚜렷한 학교들이다. 전국 광역단위 자사고의 절반 이상이 있는 서울은 자사고 숫자고 많고 선발권이 약해 일반고의 진학실적이 자사고를 앞서는 경우도 빈번하다. 특히 최근에는 뜨거워진 이공계 진학열기와 함께 과학중점학교가 활성화되면서 자사고 대신 일반고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1학년에서 전출이 많다는 사실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보탰다. 지난 한해 전출 학생이 가장 많은 장훈고의 경우 전출 학생 96명 가운데 73명이 1학년에서 발생했다. 선덕고의 경우 57명 가운데 38명, 배재고는 53명 가운데 36명, 중앙고는 45명 가운데 29명, 이대부고는 45명 가운데 37명이 1학년 전출 학생이다. 

서울은 평준화 지역으로 일반고의 경우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한다. 1단계 단일학교군(서울 전체) 20%, 2단계 일반학교군 40%, 3단계 통합학군 40%으로 나눠 전산 추첨한다. 1단계에서 서울 전 지역 고교 가운데 2개교를 선택하고, 2단계에서 학생이 거주하는 학교군 소재 고교 가운데 2개교를 선택한다. 학생들은 최초 지원 시 2단계까지 지망학교 4개교를 적어 내고 3단계부터는 1,2단계에서 추첨 배정되지 않은 40%(중부학교군 제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사항과 통학 편의, 학교별 배치여건과 적정 학급수, 종교 등을 고려해 통합학교군 범위 내에서 추첨 배정한다.

지원율이 높아 희망하는 일반고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느낀 학생들 중 일부가 경쟁률이 낮은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합격하면 일반고로 전학하는 것이다. 실제 광역자사고 경쟁률은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자사고 폐지 논란까지 겹쳐져 서울 광역자사고 22개교 가운데 12개교가 미달을 기록해 절반 이상의 학교가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미달이 빈번한 사회통합전형을 제외하고 일반전형을 기준으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한 자사고는 6개교에 달했다. 1대 1에서 1.5대 1 사이에서 경쟁률이 형성된 학교는 11개교로, 22개교 가운데 17개교가 경쟁률 1.5대 1을 넘기지 못한 것이다. 

2016년 한 해 전출 학생 수가 많았던 장훈고의 경우 경쟁률에 상관없이 완전추첨을 실시하는 고교인 데다 전출 학생수 96명이 발생한 2016학년 신입생 모집에선 406명 정원에 302명이 지원, 경쟁률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전출 학생 수가 많은 학교 순으로 2016학년 기준 선덕고의 일반전형 경쟁률은 1.77대 1, 배재고는 1.48대 1, 이대부고는 1.41대 1, 경문고는 1.06대 1을 기록했다. 경문고는 장훈고와 마찬가지로 경쟁률에 관계없이 완전추첨으로 선발하는 자사고다. 전출 학생이 많은 중앙고와 보인고는 각각 2.2대 1, 3.05대 1로 일반전형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 한 해 전출 학생이 가장 많았던 광역자사고인 장훈고의 B교사는 “학생들이 전학을 선택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라며 “우리 학교 같은 경우 운동부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교와 상관없이 특기를 이유로 전출을 선택이 많고, 경제적인 환경 변화, 교우관계 등 다양한 이유로 전출을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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