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학생 수' 기준 삼아야.. 현 정부이후 급감 '폭탄돌리기'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가 지난해 임용대란의 해법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교원 선발인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2030년까지 최대 988명, 중고교 교사의 경우 최대 1868명으로 모두 2856명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다만 수급계획이 임용대란의 본질적인 문제인 지역 간 수급격차를 고려할 수 있는 ‘학급당 학생 수’가 아닌 ‘교사 1인당 학생 수’ 감소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과 현 정부 임기 이후인 2023년 이후부터 교원 선발인원을 급격히 감축하는 구조로 인해 비판여론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9~2030년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30일 발표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교원수급의 불안정성을 해소한다는 게 목표지만 무엇보다 지난해 8월 서울시 초등교원 선발인원 급감으로 촉발된 임용대란에 대한 해결책이다. 수급계획은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국가 평균 수준까지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 2015년 기준 한국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 16.8명, 중학교 15.7명, 고등학교 14.1명이다. OECD 평균은 이보다 적은 초등학교 15.2명, 중학교 13.0명, 고등학교 13.1명이다. 다만 수급계획은 공립 초/중등학교 교과교사를 대상으로 하며 유치원교사와 특수교사,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 등 비교과교사는 지난해 발표한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과 연계해 충원할 계획이다.

교대와 사대 등 교원양성기관의 정원을 감축하고 교육과정도 개편한다. 교대에서는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하고 교육감 추천 장학생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역교대 졸업생의 수도권과 대도시 응시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 교대 지역가산점을 상향 조정하며, 지방에 발령된 교사들이 수도권 임용시험에 재응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교원 수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법정 계획화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가 아닌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목표로 제시해 지역 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경우 지역별 교원 부족현상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며 “한국은 학급당 학생 수 지역편차가 커서 평균 수치의 감소에만 주목할 경우 대도시 과밀학급, 농산어촌 교사 부족 등의 문제가 드러나지도, 해소되지도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교원 선발인원 감축폭이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대 중후반부터 확대되는 계획을 두고 ‘폭탄 돌리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교육부는 이미 교대와 사대에 진학한 학생들을 위해 연착륙하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지만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여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해 임용대란의 해법으로 내년부터 2030년까지 교원 선발인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놨다.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2030년까지 최대 988명, 중고교 교사의 경우 최대 1868명으로 모두 2856명을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교원단체, 교대/사대생 ‘비판여론’.. ‘학급당 학생 수’ 기준 삼아야>
교육부가 중장기 수급계획을 내놨지만 교대 사대 등 교원양성기관 학생들과 교원단체 사이에서는 비판이 앞선다. 대도시 과밀학급 문제와 농어촌 교사 부족현상이 여전한 가운데 이를 해결할만한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교원단체들은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경우 지역별 교원 부족현상을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에 ‘학급 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수급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기준 OECD 상위 30% 국가의 ‘학급당 학생 수’는 초등 19.2명, 중등 20.9명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초등 23.4명, 중등 30명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에 비해 격차가 크다. 전교조는 이날 낸 논평에서 “한국은 학급당 학생 수 지역편차가 커서 평균 수치의 감소에만 주목할 경우 대도시 과밀학급 문제가 드러나지도, 해소되지도 않는다”라면서 “대도시의 경우 아직도 한 학급에 35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인 반면 학생 수가 적은 농산어촌은 교사가 부족해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교육부가 ‘교사 1인당 학생수 OECD 평균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이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자연적으로 얻게 될 결과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포장하는 '기만적 행위'”라며 “‘학급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임에도 교육부는 이번 수급계획에서 이를 제외해 교육여건 개선을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이번 중장기 수급계획 마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교원 증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정부가 공약한 고교학점제,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 확대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맞춤형 교육과 함께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도하는 교원이 더욱 절실하다”라며 “이번 중장기 대책 발표를 넘어 교원증원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비교사’인 교대 사대 학생들도 비판여론을 더했다. 신지윤 한국교원대 총학생회장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에 맞추기 위한 정책으로는 대도시 과밀학급 문제와 농산어촌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사범대학생회연합도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전체 교사 대비 학생 수를 평가하는 산술적 지표에 불과하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에 상한선을 둬 교사 1인당 맡는 학생수를 조절해야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교대 관계자는 “OECD 평균 수준으로 교사당 학생 수 감소와 교사 채용규모 안정적 관리 등 정부계획에 전반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교사당 학생 수 통계에만 주목하지 말고 지역별 특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은 아직도 한 학급 학생이 30~40명에 달하기도 하고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추세도 여타 지역에 비해 심하지 않다”면서 “보건교사 등 교과교사가 아닌 교사도 교사당 학생 수 산정에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교원 감축폭, 현 정부 이후 확대.. ‘폭탄돌리기’ 지적>
일각에서는 교원 선발인원 감축폭이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대 중후반부터 확대되는 계획을 두고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교원 선발인원 감소폭이 학생 수 감소폭에 훨씬 못 미치는 반면 이후에는 학생 수 감소 폭을 크게 웃돌게 설계돼 지방선거 등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수급계획에 따르면 초등학생수는 2018년 265만9000명에서 2023년 239만6000명으로 9.9%가 줄어든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초등교원 선발인원은 2018년 4088명에서 2023년 3750~3900명으로 6.5% 줄어 학생이 줄어드는 속도에 비하면 역부족이다. 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는 학생이 5.8%(239만6000명→225만8000명) 줄어들지만 교원 선발인원은 13.7%(3750~3900명→3100명~3500명)로 줄어든다. 2023년 이전에 비해 교원 선발인원 감소폭이 학생 수 감소폭을 크게 웃도는 셈이다. 중등교원은 이 같은 차이가 더 확연하다. 2023년 이전 중등교원 신규 선발인원은 7.1% 감소하지만 학생은 11.7%가 감소한다. 반대로 2023년 이후에는 중등교원 선발인원이 32.5% 급감하는 데 비해 학생수는 12.1%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 관계자는 “선발인원을 곧바로 대폭 줄일 경우 수급계획이 세워지기 전 교대 사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라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선발인원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국정과제' 1수업2교사제 '배제'.. '사실상 도입 어려워'>
교원 임용절벽의 숨통이 될 것으로 여겨졌던 ‘1수업2교사제’ 도입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평가된다. 1수업2교사제는 한 수업에 교사 두 명을 배치해 학습이 부진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가르치는 제도로 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교육부 장미란 교원정책과장은 “1수업2교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검토할 사안이 많다”라며 “정책 방향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수업2교사제는 실현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셈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부가 1수업2교사제를 들고 나왔을 때 일선 현장에서는 교사 간 교육관 충돌, 학생 지도 혼선, 비정규직 강사 양성 등의 우려가 적지 않았다”면서 “김상곤 장관 취임 이후 수능개편 유예, 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철회, 교장공모제에 이어 또 하나의 정책 후퇴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대 사대 ‘정원감축’ ‘교육과정 개편’ 예고>
교육부는 교대 사대 가운데 교육의 질이 낮은 교원양성기관은 정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중장기 신규채용 규모, 지역별 수급 상황, 미래사회 변화 등을 고려해 교원양성체계도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교육과정 도입에 따라 학생선택권을 확대하고 소규모 학교와 교과 수 증가에 대비해 복수/부전공 활성화를 포함한 교대 사대 교육과정 개편도 추진한다. 

지난 10년간 교원양성기관 정원은 기관 평가와 정원조정 등을 거치며 규모를 줄여왔다. 초등교원 양성기관은 2008년 5408명에서 2018년 3847명으로 29%, 중등교원은 2008년 4만4384명에서 2018년 2만4395명으로 45%까지 축소됐다. 초등교원은 현재 전국에 흩어진 10개 교대와 이화여대 한국교원대 제주대 등 13곳에서 양성하고 있으며 중등은 2016년 교원양성기관평가 기준 국/사립 사범대 42개교와 일반대 교육과 23개교, 교직과정 111개교, 교육대학원 76개교에서 예비교사를 배출하고 있다. 

3월 공개한 2017년 교원양성기관 평가 결과에 따르면 내년 입시부터 전문대 간호/유아교육과 등 770명의 교원양성기관 정원이 감축된다. 이보다 앞서 4년제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6년 교원양성기관 4주기 2차평가 결과에서는 2018학년 입시부터 중등교원 양성기관의 정원 2509명이 감축됐다. 교육부가 총 285개의 일반대 교육과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을 대상으로 교원양성기관평가를 실시한 결과 65개기관이 C등급, 45개기관 D등급, 16개기관이 E등급을 받았다. C등급 기관은 30%, D등급 기관은 50%의 정원을 감축해야 하고, E등급 기관은 폐지가 불가피하다. 이전 1차평가에서는 3320명의 정원을 감축하는 등 중등교원 정원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원은 과포화 상태다.  

교원양성기관평가는 예비교원 양성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관의 자기발전 노력을 유도해 우수교원 양성에 기여하기 위해 1998년부터 실시됐다. 교대와 사대, 일반대 교육과, 교직과정, 교육대학원 등 교원양성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1주기, 2003년부터 2009년까지 2주기,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주기,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주기 평가를 실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시작되는 5주기 평가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3월 “올해부터 시작되는 ‘5주기 교원양성기관 평가 기본계획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대학기본역량진단 등 고등교육 정책 추진 시점 등을 고려해 2018년에는 교대와 교원대에 대해서만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평가는 명목상 교원양성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기관의 자기발전 노력 유도를 목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교원양성 정원을 줄이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양상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원 과잉공급의 우려가 난무하고 있는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 2015~2025’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계열 인력은 2025년까지 17만4000명이 초과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유/초/중등교육은 물론 특수교육과 교육일반까지도 모든 전공에서 인력과잉이 예상된 가운데 특히 중등교육 전공 인력과잉이 9만2000명으로 가장 컸다. 보고서는 시장에서 원하는 중등교육 인력은 2000명에 불과하지만 인력은 9만4000명이 배출된다고 전망했다. 중고교 교사를 배출하는 사범계열 학과 진학 시 취업난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역인재 유명무실’ 교대.. ‘타 지역 합격생 절반 이상’>
지역 간 초등교원 수급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교육감 추천 장학생 제도와 교대 지역인재 전형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교육감 추천 장학생 제도는 교육감이 지역교대와 연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지원받은 졸업생을 해당 지역에서 의무복무해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전남과 전북 2개 교육청에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임용대란으로 교원 선발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교대생들의 요구와는 대조적으로 2016년까지 강원 전남 충남 충북 경북 등 5개지역은 3년간 임용시험에서 미달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이 교대에게도 향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교문위 소속 오영훈(더불어민주)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아 분석한 ‘전국 지방 교대 지원 및 합격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 학생의 지방교대 집중현상이 최근 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육성법’의 일환으로 지방 교대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인재특별전형은 선발비율을 준수하고 있는 대학이 진주교대와 춘천교대 등 2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교대가 교원 수급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자료에 따르면 지방교대 8곳의 전체 합격생 가운데 해당지역 합격생 비율은 2012학년 56.5%에서 2016학년 45.6%로 떨어져 절반 이하의 수준을 보였다. 2012학년은 전체 2853명의 합격생 가운데 56.5%인 1611명이 지방교대가 위치한 지역 출신 학생이었으나 2016학년의 경우 합격생 2818명 중 해당지역 출신은 1284명으로 45.6%에 불과했다. 대학별 현황에서도 진주교대 한 곳을 제외한 7개교대에서 지역 출신 합격생 비율이 모두 하락했으며 전주 공주 청주 춘천 등 4개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도권 학생 지원 비율보다 합격생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공주 전주 춘천 청주 등 4개교대의 경우 수도권 지원 비중보다 합격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전주교대는 수도권 지원자 비율이 2016학년 25.1%였지만 합격생 중 수도권 학생 비중은 28.4%로 나타났으며, 춘천교대도 전체 지원자 중 수도권 학생 비중은 42.4%인 반면 합격 비율은 55.7%나 차지했다. 지방 권역별로 국립교대를 설립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운 셈이다. 수도권 합격생들이 지방교대를 졸업하고 해당 지역의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한다면 지역별 안배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최근 불거진 임용대란으로 볼 때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오 의원은 “목적대학인 교대에 입학해도 초등교사로 임용되지 못하는 사태는 그 동안 정부의 교원수급정책이 실패한 것도 있지만 지방교대에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역 학생이 몰리는 현상을 방치한 교원양성정책이 실패한 탓도 있다는 사실 밝혀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라도 해당지역 학생이 지방교대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지역인재 우대정책을 적극 시행해 지방교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고향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대 가산점 상향, 적용범위 확대.. 실효성은?>
지역별 수급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 교원임용시험부터 교대 지역가산점을 상향 조정한다. 교원수급 불균형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지난해 9월 올해 치러질 2019학년 초등 임용시험부터 지역교대 졸업생의 임용시험 가산점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역교대 가산점을 3점에서 6점으로 상향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다른 지역교대 졸업생에게는 가산점 3점이 부여된다. 서울/경기 지역의 교사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에 더해 2019학년부터는 현재 1차시험까지만 적용하는 지역가산점을 2차시험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지역 내 현직교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의도가 크다. 지역교대 출신 지원자의 응시를 장려하기 위해 가산점을 올리면 교대생간 지역 가산점 차이는 3점으로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지역교대 출신은 6점, 타 교대 출신은 3점이다. 반면 교원 경력자는 가산점을 받을 수 없어 지역교대 출신과는 6점이나 차이가 난다. 기존에는 3점차에서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감이 정하는 지역 시험에 응시한 교대 졸업자(졸업예정자)에만 1차 시험성적 만점(100점)의 최대 10%를 가산점으로 줄 수 있도록 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자 1만6654명 가운데 현직교원 비율은 10.2%로 1703명에 달한다. 어렵게 지방에서 교원이 되고도 수도권 입성을 위해 다시 임용시험을 치르는 현직 교원들이 상당해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현재 초등교원 모집에서는 지역 가산점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별 효용은 없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서울교대는 서울, 경인교대는 경기 인천, 춘천교대는 강원, 청주교대는 대전 세종 충북, 공주교대는 대전 세종 충남, 전주교대는 전북, 광주교대는 광주 전남, 대구교대는 경북 대구 울산, 진주교대는 경남 울산, 부산교대는 부산 울산 지역에 지원하는 경우 가산점을 받는다. 춘천교대의 경우 강원 지역에 지원해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지만 강원은 2015학년 0.85대 1(모집 360명/지원 307명), 2016학년 0.66대 1(319명/212명), 2017학년 0.55대 1(258명/141명)로 경쟁률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원정시험’ 차단.. 현직교원 임용시험 응시제한 법률 추진> 
국회와 협력해 현직 교원의 임용시험의 응시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을 위한 의지도 밝혔다. 법안은 올해 1월 노웅래 위원을 비롯한 국회 교문위 소속 여당 의원 10여 명이 제출했다. 현직 초등교원에 한해 임용 이후 3년간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공무원법상에는 결격사유가 없는 현직 교원의 임용시험 응시를 제한하는 법적 규제가 없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7학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자 4854명 가운데 11.5%(556명)는 근무지역을 옮기려는 현직 교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64.9%인 361명은 수도권 응시자로 수도권 쏠림현상이 심각했다. 서울은 136명, 경기는 199명, 인천은 26명이었다. 이미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지방 학교로 발령을 받았지만 수도권으로 학교를 옮기기 위해 재응시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합격자 1만6654명 가운데 현직교원은 비율은 10.2%로 1703명에 달했다.

반면 도 단위에서는 신규 임용 5년 이내에 사표를 내 이탈하는 현상이 극심했다. 지난해 10월 노웅래(더불어민주) 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교원 임용 5년 이내 의원면직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3년부터 지난 5년간 신규 임용 5년 이내 명으로 사표를 낸 초등교원 수는 충남이 7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남 453명, 경기 31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사표를 낸 경우는 저조했다. 대구 대전 광주 등 8개 광역시에서 5년 내 사표를 낸 교원은 1% 미만에 그쳤다. 서울 부산 세종 등 주요 대도시에서 발생한 신규교원 이탈은 거의 없었다. 서울은 7명에 불과했으며 세종도 3명에 그쳤다. 부산은 지난 5년간 2013학년에 면직한 1명이 전부였다. 

<선발인원 급감 ‘임용대란’.. ‘정책실패, 교대생 전가’>
교육부가 중장기 수급계획을 수립한 데는 지난해 불거진 ‘임용대란’의 영향이 가장 크다. 2018학년 교사 임용시험 사전예고에서 선발인원이 전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교대생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8학년 선발인원은 3321명으로 2017학년 최종 모집인원 5972명 대비 2651명이 적다. 사전예고 인원이었던 5549명에 비하면 2228명 줄어든 수치다. 가장 파장이 큰 곳은 서울이었다. 서울지역 임용시험 선발인원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2018년 서울 초등교사 선발인원은 2017년의 8분의1 수준인 105명으로 감축됐다. 경기지역 역시 2017년 1786명 선발에서 2018년 868명으로 절반 넘게 축소됐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모두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전 정부의 정책 실패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렇게까지 갑자기 줄여버리면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라며 “교대 정원 조정 등 완충작용이 될 만한 일체의 대비도 없이 책임을 전가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 안목 없이 선발인원을 정해온 것이 누적돼 지난해 급격한 축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지난해 4월 교육부에 대해 실시한 기관운영 감사에 따르면 교육청이 결원을 잘못 산출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만2205명의 초중등교원을 선발했지만 3444명(13.5%)이 당해 임용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선발인원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결과에서는 2017년 서울은 선발가능인원이 699명인 데 비해 실제 846명을 선발공고해 147명(21%)을 초과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발가능인원은 수요와 공급의 차이, 정원증감을 고려해 산출한 값이다. 서울은 2016학년 선발가능 인원이 1157명인데 960명을 공고해 197명(-17%) 미달했다. 2016학년 선발인원 960명은 전년인 2015학년의 선발인원인 600명에 비하면 360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 지역에서 지난해 147명을 초과선발하지 않았다면 올해 이 정도까지 급격하게 축소할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임용대기자 누적이 문제였다면 2016학년에 전년보다 360명이나 많은 960명을 선발한 것부터 문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대폭 인원을 확대했다가 올해 무턱대고 8분의1 수준으로 줄인 것은 일관적인 정책 운영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대 재학생은 “미발령자가 있는데도 다른 지방학생/교사까지 지원하도록 800~900명씩 뽑았다”며 수급조절 잘못의 책임은 교육감과 교육청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각 교육청이 신규교원 선발인원을 산출하는 기준을 불합리하게 운영했다는 문제도 드러났다. 교육청마다 기준이 제각각으로 일관성이 없었던 데다 선발가능 인원을 몇 배씩 초과해 인원을 공고하는 등 문제가 누적돼왔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 신규채용 등 임용권을 교육공무원법 제33조와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3조에 따라 각 시도교육감에게 위임하고 있다. 교육청은 신규교원 선발인원을 산출하면서 서로 다른 지표를 적용한 점이 드러났다. 세종은 정원증감 예비(기간제 등) 복직/전입 미임용자의 4개지표를 이용해 산출한 반면, 전북은 정년퇴직 명예퇴직 복수전공 면직 정원증감 유보 결원보충(별도정원) 예비(기간제 등) 복직/전입 미임용자의 10개지표를 사용해 차이가 컸다.

지난해 선발인원을 대폭 줄인 서울의 경우 8개지표(정년퇴직 명예퇴직 면직 정원증감 승진전직 결원보충(별도정원) 예비(기간제 등) 미임용자)를, 경기는 9개지표(정년퇴직 명예퇴직 면직 전직 학교신증설 결원보충(별도정원) 예비(기간제 등) 복직/전입, 미임용자)를 사용했다. 감사원은 “교육청별로 서로 다른 수요(결원) 산출지표와 공급 산출지표를 적용해 신규교원 선발인원을 산출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이런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으며 표준화된 산출지표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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