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결여..'정권초월' 국가교육위 열망 커져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갈지자 행보로 교육현장을 혼란에 몰아넣은 교육부가 결국 폐지의 위기까지 몰렸다. 27일 유성엽 의원실에 따르면 내달 초 교육부 폐지를 골자로 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과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최근 교육부가 대입기조 전환을 시사하는 등 수요자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대입개편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연관 깊다.

대선때부터 불거져온 교육부 폐지론이 다시 점화된 것은 최근 교육부 차관이 직접 주요대학에 접촉해 정시확대를 주문한 영향도 있다. 대입정책의 방향을 차치하고서라도, ‘밀실’에서 이뤄진 정책결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은 거셌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교육부가 2022 대입개편안에 주력해도 모자란 시기에 당장 내년 대입의 전형비율 조정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도 공론화 없이 차관이 주요 대학에 전화로 요구한 행태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갑작스러운 정시확대 주문을 두고 선거를 겨냥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대입에서 수능최저를 전면 폐지한다는 사실은 언론의 오보로 드러났지만, 이를 기점으로 학종을 폐지하고 정시를 확대하자는 요구가 힘을 얻자 여론 무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근거를 들었지만, 각 대학이 전형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 당일 급박한 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 여론을 의식한 ‘선거용 결정’ 외에는 달리 볼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교육부가 선거용 정책 운용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된다. 

교육부 폐지 법안이 5월 중 발의될 예정이다. 최근 오락가락 정책 행보에 더해 대입개편안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국가교육회의로 떠넘긴 데 대한 지적이 반영된 결과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5월 중 ‘교육부 폐지법’ 발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결여 지적>
교육부 폐지를 명시하게 될 법안은 ‘정부조직법 일부개정 법률안’이다. 현행 정부조직법에서 교육부 문구를 삭제해 행정각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헌법 제31조4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지 못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 발의 취지다.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민주평화당)이 ‘교육부 폐지법’을 발의하게 된 데는, 최근 교육부가 ‘2022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해 마땅한 정부안조차 내놓지 못한 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데 대한 교육계의 실망감이 반영됐다. 교육부가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았다. 교총은 "중요성과 그로 인한 국민적 혼란 등을 감안할 때 대입제도에 대해 교육부가 입장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포럼과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놓고 정부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의견수렴을 외면하는 것이자 중앙부처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에 나섰고,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핵심 쟁점에 대해 교육부가 나열만 하고 모든 결정을 교육회의로 넘겨 크게 실망스럽다"라며 "공약 실현은 커녕 8개월간의 연구를 통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전교조도 논평을 통해 "대입 개혁의 기본원칙이나 방향제시가 없이 나열에 그쳐 졸속 처리 우려가 높다"라고 비판을 보탰다. 

교육부의 권한 축소, 폐지는 이미 지난 대선부터 화두가 됐던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교육회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며 교육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시급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육 의제들만 전담하는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유성엽 위원장 역시 교육부 역할을 대신하는 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시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육부 폐지론 왜 대두되나>
최근 교육부가 보여준 정책 추진 과정은 교육부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이달 초 ‘정시확대’ 주문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교육현장을 한바탕 뒤집어놓을 만큼 민감한 정책을 합당한 절차나 논의과정 없이 선고하듯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비난이 집중됐다. 교육부는 “최근 수시확대로 정시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론무마용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여론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정시확대 주문은, 그간 강화를 외친 대입 사전예고제와 정반대라는 점에서도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공약으로 ‘예측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 추진’을 내걸었고, 이는 국정과제에서 3년6개월 전 대입정책 예고제 법제화를 실시하겠단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대입전형 기본사항(2년6개월 전, 고1 8월말) ▲대입전형 기본계획(1년10개월 전, 고2 4월말) ▲모집요강(10개월 전, 고3 4월말)의 순으로 예고하는 현행 대입 사전예고제에서 대입전형 기본사항 발표시점에 앞서 중3 8월말에 대입에 대한 큰 변화지점을 발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전예고제 시기를 더욱 앞당겨 대입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던 교육부가, 2020학년 전형계획에 손을 대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2022학년 대입개편안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0학년 전형계획 공개를 한 달 앞두고 전형비율을 조정하려 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계의 의견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는 절차가 있어 실제 전형계획 작성완료 시점은 그보다 앞으로 당겨진다. 이미 각 대학이 2020학년 전형계획에 대한 얼개를 짜놓은 상황에서 전형계획 작성 마감 당일 급박하게 대입정책 기조를 ‘수시확대’에서 ‘정시확대’로 뒤집은 셈이다. 

<정책숙려제 실효성 의구심>
이보다 앞서 불통 논란을 겪은 교육부가 ‘정책 숙려제’를 내놓긴 했지만 이 역시 의심의 시선은 짙다. 정책 숙려제는 국민 관심이 큰 교육정책에 대해 숙려기간을 두고 국민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하는 제도다. 대입정책 이슈를 교육감 선거를 포함한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려는 시간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선거를 앞두고 반대여론을 희석하면서 결국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식으로 밀어붙이려는 의도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심의 시선이 짙은 이유는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을 쪼개 논의주체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전체 틀에서 논의돼야 할 대입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은 교육회의, 학생부개선은 정책숙려제로 넘겼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에 더해 대입 추천서는 없애도록 고교교육기여사업을 통해 압박하면서 학종개선이라는 전체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학생부기재는 별도로 논의한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숙려제 안건으로 상정되기 위한 기준이 너무 높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기준은 제시 의견이 30일 내 2만건을 초과한 ‘온교육’ 토론광장 정책, 제시 의견이 30일 내 10만건을 초과한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문제는 온교육 토론광장의 경우 2만건이 넘을 정도로 활성화된 플랫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온라인 토론광장이 개설된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토론광장에 올라온 게시물은 유아교육 9건, 초등교육 28건, 중고교육 59건, 대학교육 18건, 평생/직업교육 46건에 그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온교육에서 2만건을 초과하는 의견이 나올 확률은 0%에 가깝다”며 “사실상 청와대 국민청원이 10만건을 넘기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권 초월’ 국가교육위 열망>
‘정권초월’ 국가교육위원회 필요성은 대선 당시부터 교육계에서 대두됐다. 정권마다 ‘전 정권 지우기’로 교육수요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기반을 두고 정치논리와 관계 없이 일관된 교육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대선 당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에 대한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휘둘리는 교육정책으로 극에 달한 수요자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주요 교육정책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기 때문이다. 당시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고 교육위를 설치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교육위 설치에 대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표명한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 교육위를 설치하되 집권 초기에는 교육위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국가교육회의를 운영하겠단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집에선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설치’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독립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 ‘초중등교육은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로 권한을 이양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교육 중심으로 기능 재편’하는 등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이후 공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단계적 고교체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교체제 개편이란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일반고와 입시 동시 실시 등을 말한다. 2019년에는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로 나아갈 징검다리 역할로 기대를 모은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기도 전에 이미 고교체제 단순화, 고교학점제, 논술/특기자 폐지 등 주요 현안을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해 7월 출범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출범을 미루면서 여론무마용 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논란이 대두될 때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식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인선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 교수들이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 인사가 대부분으로 교육관련 전문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회의 나아가 교육위에서 결정한 정책의 집행기관 수준으로 축소가 예상됐던 교육부는 오히려 이전보다 비대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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