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중심 학습 추천.. ‘제시문 쉽지만 답변은 신중해야'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서울대가 25일 웹진 ‘아로리’ 6호를 통해 2018학년 단과대별 합격자의 면접 후기를 공개했다. 합격자들은 입을 모아 “사교육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평소 교내 토론/발표 등을 통해 말하는 경험을 쌓아두고, 면접 직전에는 이전에 공부한 내용을 점검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면접 제시문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고 평했다. 다만 본인이 어떻게 해석해 면접관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인 만큼, 충분히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준비할 것이 아니라, 평소 교과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쌓여야 한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100%로 선발한다. 합격자들이 치른 일반전형은 단계별 전형을 실시한다. 1단계 서류평가로 일정인원을 통과시킨 뒤 2단계에서 면접/구술고사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의대/치대/수의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집단위는 공동 출제 문항을 활용한다. 의학계열의 경우 적성/인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다중미니면접 형식으로 진행한다. 

지균은 서류평가와 면접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지균 면접은 제출서류를 토대로 서류 내용과 기본적인 학업 소양을 확인하며 사범대학의 경우 교직적성/인성면접을 포함한다. 지원자 1명을 대상으로 복수 면접위원이 10분 내외로 실시한다. 

서울대 합격자들은 면접 대비를 위한 사교육은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평소 교내 활동을 통해 말하는 경험을 쌓아두고, 공부 내용을 점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사진=아로리 홈페이지 캡처

<‘말하기 경험’ 자주 노출돼야.. 토론/발표 적극 참여>
수험생들이 가장 궁금한 내용은 ‘면접 대비법’이다. 농생대 학생은 “교내 과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과정도 도움이 됐고, 다른 대학 기출 논술 문제나 제시문을 보며 연습하는 것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거점학교의 실험 수업도 도움이 됐다. 직접 실험을 해보면 단지 글로 읽어 아는 수준이 아닌,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학생은 “실험도 교과서 내용 중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할 수 있었는데, 이론이나 원리를 잘 습득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을 미리 겪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교 교사나 면접을 치른 경험이 있는 학교 선배의 조언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실제 본인의 생각을 피력하면서 말하는 연습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간호대 학생은 “내가 말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연습을 하면서 실력이 나아지고 있는지를 점검해 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꼭 면접 상황이 아니더라도 ‘말하는 상황’을 자주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대 학생은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수업이나 토론, 발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학생은 “면접은 결국 나 자신을 밝히는 말하기”라며 “나 자신에 대한 키워드를 스스로 정리한 후 이를 바탕으로 말할 거리를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거울을 보거나 스마트폰 동영상 기능을 이용해 혼자 말하는 연습도 해보고, 부모님과도 연습을 해봤다”고 덧붙였다. 

<사교육 대비 실효성 없어.. 차분히 공부내용 점검>
사교육 대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인문대 학생은 “사교육은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며 “자신이 평소 책을 읽고 시간을 충분히 내어 사고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대 학생은 “학원 특강에 한번 참가해봤지만 원하는 내용이 아닐뿐더러 수강료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수능을 마치면 면접까지 일주일”이라며 “학원도 알아봤지만 충분히 대비할 만한 시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생과대 학생은 “시간도 없는 데 문제만 풀고 있는 것이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단기간에 많은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학원에 간다고 해소되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알려줘도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교육 의존 대신, 이전에 공부한 내용을 천천히 점검하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대 학생은 “면접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며 “알아야 할 것은 스스로 책을 보며 공부하면 되고, 전달하는 연습은 아는 것이 있어야 전달할 수 있으므로 ‘알아야 할 것’을 먼저 대비했다”고 말했다. 활용한 방법은 자신이 배운 내용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교과서 중심’의 학습에 더해 서술형 문항을 많이 푸는 방법을 추천했다. 단편적인 선다형 문제 풀이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푼 내용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공대 학생은 “서울대 면접은 기본 개념이 철저해야 한다”며 “단편적 지식 쌓기 연습만 한 것인지, 제대로 개념을 익히고 있는지 파고드는 질문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제시문 대비를 위해서 사회과학의 경우 평소 교과서 배경 지식만 잘 익혀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인문 수학은 단편적 지식만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 배운지 오래 된 내용도 복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대 학생은 “지속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금 배우고 있는 내용도 잘 익혀야 하지만 1학년에 배운 내용을 오랜만에 접하면 내용의 난이도를 떠나 순간 당황할 수 있으므로 과거에 배운 내용도 확실하게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문의 경우 평소 좋은 글을 많이 접하고 본인의 생각에 견주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대 면접은 상투적인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문제 상황에서 논리적으로 답변하되 분명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독서가 필요한 이유다. 인문대 학생은 “1학년 때부터 시간을 내 독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3학년 2학기는 정신이 없겠지만 짧은 글이라도 틈틈이 읽어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시문 어렵지 않아.. 교과서로 공부한 내용>
공통문항을 활용하는 일반전형 면접의 경우 제시문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쉬웠다고 평했다. 인문대 학생은 “인문계열 제시문은 그 내용을 독해하는 과정이 중요하고, 산술적 정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제시문 자체 난이도를 측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도 “체감상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제시문인가의 여부를 따진다면 이번 제시문은 작년보다 수월하게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제시문이 주어지더라도 차분히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는 조언이다. 사회대 학생 역시 “작년 기출 제시문 수준으로 미뤄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예상했던 수준의 난이도로 출제됐다”고 말했다. 준비/답변 시간도 여유 있는 편이다. 

사회과학 제시문 역시 평이한 편이었다. 사회대 학생은 “다른 대학 기출 논술 문항이나 면접 문항과 비교해보면 더 쉽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과학 제시문에서 자료 해석이 어렵다고 느끼다면 다소 난이도를 느꼈을 수 있다. 자료의 해석을 요구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공대 수학 제시문도 작년 기출에 비해 쉬운 편이었다. 공대 학생은 “답변 준비시간 중 제시문을 이해하는데 절반, 어떻게 말로 전달할까 고민하는데 절반을 활용했다”며 “나중에 면접을 본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였고, 한 두 문제 정도 좀 더 생각해봐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농생대 학생은 “면접 제시문이 정말 교과서에서 공부한 내용들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구술풀이 ‘낯선 방식’ 익숙해져야>
다만 서울대 면접은 단순히 수능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제시문이 쉽다고 해서 답변을 전달하는 과정 역시 쉬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대 한 학생은 “낯설다라는 말의 느낌이 어렵다는 말과는 다른 의미지만, 수능과는 달리 충분히 생각하고 답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연대 학생은 “제시문은 쉬웠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래프나 자료를 어떻게 해석해 면접관에게 전달하는가의 문제는 별개”라며 “처음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마지막 부분에 답해야 하는 내용은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답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진심으로 해당 학문에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였다는 설명이다. 

제시문이 쉽다고 평범하게 답하기보다는 충분히 자기 논리를 드러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농생대 학생은 “좋은 답변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제시문/질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대의 경우 각 학과 학문에 해당하는 과탐 고교 교과를 제시문으로 활용한다. 물리학 제시문이 주어진 물리천문학부 학생은 “제시문 난이도를 떠나, 스스로 만족할만한 대답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물리학 교과 특성 상 꼼꼼하게 알아야 할 것이 많다. 현상의 물리학 관점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떤 지점에서 면접관이 만족할 만한 해석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가가 고민되는 부분”이라고 회상했다. 

제시문 두 가지를 활용하는 모집단위의 경우, 제시문 별로 시간 배분을 결정해야 해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생과대 학생은 “번갈아 가며 제시문을 보기도 했지만 하나씩 순서대로 풀이하다 보니 나름 답변 준비 시간을 잘 활용한 것 같다”며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처음부터 하나를 마치고 다음 제시문을 보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생각의 흐름도 잘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개념을 활용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면접의 핵심”이라며 “쉬운 문제를 먼저 찾아 시간을 절약하는 선다형 시험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화학/생명과학을 제시문으로 택한 간호대 학생은 개념을 논리적으로 연결해 가는 과정을 잘 설명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인문대 학생은 “면접 말미, 면접관이 반론을 펼쳤는데 그 논리에 설득됐다”며 “반론에 다시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충분히 설득을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면접관과 가까운 거리.. 편안한 분위기지만 긴장 놓을 순 없어>
면접 합격자들이 전하는 면접 후기에 따르면 면접장은 면접 대기실, 준비실, 면접실로 나뉜다. 대기실에서는 제시문을 받기 전까지 대기하며 호명이 될 경우 면접 준비실로 이동해 제시문을 받는다. 면접실은 제시문을 보고 준비한 내용을 면접관에게 답변하는 곳이다. 

면접실은 면접관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할 수 있는 아담한 공간이다. 한 학생은 “수학 문제를 놓고 선생님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공간이 아담한 만큼 편안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면접관과 가까이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으므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학생은 “면접관의 번득이는 눈빛 역시 가깝게 느낄 수 있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어쩌면 느슨해진 마음가짐이 덕분에 바로잡혔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사투리 사용에 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한 학생은 “표준어를 잘 사용하다가 나도 모르게 사투리를 사용한 순간이 있었는데, 오히려 면접관이 고향 사투리로 괜찮다고 말해줘서 편하게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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