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선택권 무시하나'.. '눈가리고 아웅식 공개로 사교육 빌미 확대해'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최근 법무부가 대한변협의 소송에서 패소, 로스쿨별 변호사시험(변시) 합격률이 공개됨에 따라 고교별 진학실적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도 이뤄져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로스쿨과 고교라는 기관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수요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변시 합격률이 ‘교육이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라고 본 법원의 판단은 고교 진학실적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올해처럼 교육정책 혼선으로 ‘깜깜이 고입’이 치뤄지는 상황에서는  수요자들의 선택권 차원에서 객관적인 잣대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갈 길은 멀다. 교육부가 ‘서열화 우려’를 앞세워 졸업생의 진로현황조차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대입개편안을 통해 대학의 선발결과 공개카드를 내밀었지만, 고교 진학실적 공개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게 교육부의 현실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이번 변시 합격률이 공개된 일련의 절차는 의미가 커 보인다. 투명한 정보공개로 객관적 자료를 수요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고교 진학실적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논리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깜깜이’ 고입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투명한 진학실적 공개”라며 “문제는 교육부다. 학교알리미에서조차 전문대/일반대 실적을 구분하지 않은 집합데이터를 내놓으며 수요자들을 ‘깜깜이’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고교현황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지만,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불편은 여전하다. 수요자들의 선택권 존중을 위해 고교 진학실적 공개 여부도 검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격공개된 변시 합격률과 마찬가지로 고교별 진학실적 역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교육과정의 적정성 등을 따질 수 있는 유일한 지표지만, 제대로 공개되고 있지 않아 '깜깜이 고입'을 치러야 하는 상황인 때문이다. /사진=충남교육청 제공

<변시 합격률 공개.. 고교 진학실적에도 적용 가능>
최근 법무부는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을 전격 공개했다.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대한변협이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법무부가 이를 거부, 행정소송을 거친 결과 법원은 정보공개거부를 취소하라고 대한변협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고, 법무부는 항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이어졌다. 법무부는 소송 패소에 따라 전체 로스쿨의 변시 응시자 수, 변시 합격자 수 등을 공개한 상태다. 

법원이 변시 합격률이 공개돼야 할 자료로 본 결정적인 이유는 ‘객관적인 자료’라는 데 있다. 1심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지난해 11월2일 “로스쿨별 변호사시험 응시자 수, 합격자 수, 합격률 정보는 공개될 경우 로스쿨별로 그 교육이 적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중 하나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법조인의 꿈을 꾸는 수험생들에게 선택의 근거로 활용 가능하다고 본 셈이다. 

‘완전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상황도 법원은 참고했다. “이미 언론이 로스쿨이 스스로 제공하는 자료를 기초로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에 관한 기사를 매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완전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객관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기존 사법시험 합격인원 통계 등으로 낮은 서열로 인식되는 대학에 설치된 로스쿨로서는 변시 합격률을 통해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기존에 형성된 대학 간의 서열이 로스쿨의 서열로 그대로 고착화되는 결과를 방지할 수도 있다고 보인다”라는 판시 내용이다. 

변시 합격률 공개 여부를 두고 벌어진 이번 법정다툼은 고교 진학실적에도 고스란히 적용 가능한 문제다. 영재학교 과고 자사고 외고 국제고 일반고 등 유형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 고교는 모두 대학 진학을 위해 만들어진 고교란 점을 볼 때 교육이 적정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진학실적 뿐인 때문이다. 

언론의 ‘완전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는 상황이란 점도 동일하다. 현재 고교들의 진학실적은 불완전한 형태로 공개되고 있다.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집합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학교알리미를 통한 졸업생 진로현황 파악이 가능하며, 대학별 실적도 서울대와 KAIST 포스텍 GIST대학 UNIST의 5개 이공계특성화대 실적은 <베리타스알파> 취재 결과를 통해 전부 공개되는 상황이다. 서울대와 이공계특성화대 실적이 최근 대입의 중심축인 학종 실적과 큰 연관이 있단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고려대 연세대, 나아가 다른 상위대학들의 실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상황인 것은 틀림없다. 객관적인 정확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고교에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 부분이다. 

<갈 길 먼 진학실적 공개.. 대학별 실적까지 공개 필요>
현재 고교들은 진학실적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 일부 고교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소수에 그친다. 진학실적을 건물이나 교문 등지에 현수막 형태로 내거는 일도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가인권위가 2012년 이를 인권침해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권위는 “특정대학 외 대학에 입학하거나 진학을 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고, 학벌주의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특정대학 합격 홍보 게시 행위를 자제하도록 각급 학교를 지도감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당시 “성적이나 진학실적은 개인정보이기에 학생의 동의 없이 공개해선 안된다. 현수막을 내거는 것은 학생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며 인권위의 판단에 동조했다. 

하지만, 인권위가 내린 결정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이름 등을 담은 현수막 게재를 막는 데서 그친다. 고교가 대학 진학실적을 몇 명 냈는지 숫자만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와 무관하다. 학생들의 이름을 일부 가림으로써 개인정보 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 ‘현수막 내걸기’와 ‘진학실적 공개’는 엄연히 궤를 달리하는 일인 셈이다. 

물론 고교들이 진학실적을 잘 공개하지 않는 데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학실적 증/감에 따라 실적이 좋은 해는 공개하고, 좋지 않은 해는 비공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매년 일정한 진학실적을 내는 고교는 많지 않다. 입학생들의 성적대나 고교 배정/선발방법 변화, 대입의 변화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증감이 되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고교 입장에선 진학실적이 좋은 해라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공개 고교들이 대부분 ‘서열화’ 우려를 논하거나 ‘서울대만 대학이냐’ 등으로 자신들을 포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낮은 진학실적으로 인한 안팎의 비판을 원천봉쇄하려는 이기심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고교들이 진학실적을 전면 공개하지 않는 탓에 고입을 앞둔 중학생과 학부모 등 수요자들은 ‘깜깜이’ 상태를 피하기 어렵다. 유일하게 참고 가능한 정보는 언론이 내보내는 서울대 이공계특성화대 진학실적을 제외하면 학교알리미에 나오는 졸업생의 진로현황 뿐이다. 졸업생 가운데 4년제대학에 진학한 인원과 전문대에 진학한 인원, 취업한 인원, 진학과 취업 중 어느 것도 택하지 않은 인원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러한 정보가 고입의 기준점으로 활용 가능한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교육부가 학교알리미를 통해 개별 고교 현황에선 졸업생의 진로현황을 항목별로 제시하면서 정작 집합 데이터는 4년제대와 전문대를 합쳐 ‘대학’으로 묶어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생 중 몇 명의 인원이 대학에 진학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4년제대인지 전문대인지는 개별 고교 현황을 통해 다시금 파악해야만 한다. 서울권을 기준으로 하면 광역지원이 20% 이뤄지고 있는 상황. 결국 개별 고교의 현황을 파악하는 역할은 수요자에게 떠넘겨져 있는 상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고교별 현황을 묶은 공개용 데이터(집합 데이터)에 전문대와 4년제대를 구분해놓지 않은 것은 서열화 우려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교알리미가 진정 고입을 앞둔 수요자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라면 4년제대학 진학률과 전문대 진학률의 집합 데이터는 구분 발표돼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한 교육 전문가는 “4년제대학과 전문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4년제대학이 학문과 취업의 두 갈래로 나뉘어지는 길이라면, 전문대는 설립목적부터 ‘평생교육’에 중점을 둔 곳이다. 이들을 합쳐 대학 진학률로 제시하는 것은 몰상식한 조치”라며 “수요자들이 어느 고교가 좋은 곳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은 진학실적 밖에 없다. 객관적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감추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의 투명성 제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며 만든 게 학교 알리미다. 당국은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기조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4년제대학/전문대 구분에서 한발 나아가 대학별 실적이 공개돼야 한단 지적도 있다. 단순 진학률은 그 효용이 크지 않다고 보여지는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차라리 전체 진학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고교 입장에서 수요자들에게 우리가 잘 가르치고 있다고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진학률 뿐이기 때문이다. 4년제대학 진학률은 해당 학교의 진학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선 분명 효과적인 지표지만, 진학의 ‘질’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학별 실적을 전부 공개하면 수요자들이 ‘양과 질’을 모두 고려해 고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침 2022학년 대입개편안에는 고교 진학실적과는 다소 다른 얘기지만, 대학의 선발결과 공개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대학마다 대입전형별로 신입생의 고교 유형과 지역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관한 문제다. 현재도 대학알리미에는 신입생의 고교유형 등에 관한 정보가 공개돼있지만 전형별로 구분돼 있지는 않다. 고교에 관한 언급은 없지만, 교육부가 좀 더 투명한 정보공개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교육부가 대학 뿐만 아니라 고교 정보공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형국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고입은 현재 완전한 깜깜이 상태다. 고교별 진학실적이 투명하게 공개돼있지 않다보니 알음알음 퍼지는 정보들이 전부다. 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사교육이 ‘컨설팅’이란 명목으로 고입에 손을 대는 경우도 빈번하다”라며 “투명성과 알 권리 등을 이유로 허울좋은 공시정보 사이트 등을 만들어놨지만, 정작 실질적인 정보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학교의 교육 실태를 수요자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게 해 학교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공시취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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