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 전문가/책임감 없는 비교육적 행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교육부에서 교육회의로 넘어간 2022학년 대입개편안이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로 넘어가면서 '연쇄하청'으로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여러 쟁점들을 늘어놓으며 교육회의에 공을 넘긴 데 이어 교육회의도 산하기구의 결정 뒤에 숨어버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교육회의는 16일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8월초까지 대입제도 개편 단일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회의의 방침에 따르면 개편안은 대입개편특별위원회와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투트랙으로 논의한다. 쟁점 가운데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는 것은 대입개편특위에 맡기고, 공론화위가 구체적인 개편 공론화 의제를 선정해 권역별 국민토론회 등 여론 수렴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넘긴 대입개편안이 교육회의 내에서도 특위, 공론화위로 넘어간 것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이제까지 교육회의가 다양한 국민 의견을 수렴해 현명하게 결정할 것처럼 홍보해놓고 사실상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7명의 공론화 위원에게 떠넘긴 꼴”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이 같은 ‘연쇄하청’이 전문가 없는 교육회의 인선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육회의는 출범 당시를 기준으로 신인령 의장을 제외한 20명의 위원 가운데 장관이 5명, 대통령 사회수석 등 정부/기관/단체인 6명, 교수 6명, 전직 공무원이 3명이다. 이 가운데 교육회의 유일한 상근직으로 간사 역할을 맡았던 조신 기획단장은 지방선거 출마 등을 이유로 임명 두 달 만에 사퇴했다. 교육계 출신이라 할 수 있는 교수들 중에서도 경제학과나 컴퓨터학부 교수 등 관련 없는 전공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교수들을 주축으로 구성했다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에서 교육회의로 넘어간 2022학년 대입개편안이 대입개편특위와 공론화위로 넘어가면서 '연쇄하청'으로 '폭탄돌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교육부가 여러 쟁점들을 늘어놓으며 교육회의에 공을 넘긴 데 이어 교육회의도 산하기구의 결정 뒤에 숨어버린 꼴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개편, 특위+공론화위 ‘주도’.. 위원구성도 못 마쳐>
16일 교육회의가 공개한 공론화 추진방안을 살펴보면 사실상 공론화는 교육회의가 아닌 개편특위와 공론화위가 주도하게 된다. 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공론화위가 공론화 의제를 선정해 ‘국민참여형 공론’을 진행할 방침이다. 개편특위에 교육회의 위원 3명 안팎이 참여하긴 하지만 실무는 공론화위가 담당하게 되는 셈이다. 교육회의 관계자는 “개편특위와 공론화는 독립적 관계”라며 “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해 제안하면 공론화위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공론화 방안의 구체적 절차를 설계하고 국민토론과 국민참여형 공론 등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대입개편 특위에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공론화는 크게 5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먼저 개편특위가 교육부가 전달한 이송안 가운데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면 공론화위가 이를 토대로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할 대입개편 모형 등 공론화 의제를 선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권역별 토론회, TV 토론회,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심층 논의한다. 다음으로 공론화위가 의제별 심층 토론 등 숙의과정을 거쳐 국민참여형 공론 절차를 진행하고 나면, 개편특위가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마련해 교육회의가 논의를 거쳐 확정 발표하는 순이다. 

개편특위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공론화위가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는 과정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교육회의는 “‘공론화 범위 설정’은 교육부의 논의 요청사항과 국민제안을 통해 수렴된 여러 의견 가운데 공론화 대상을 포함시킬 쟁점의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이며 “‘공론화 의제 선정’은 공론화 범위 내 다양한 쟁점들을 몇 가지 모형으로 재구조화하거나 쟁점을 압축하는 등 공론화 과정에서 결정해야 할 사항을 보다 구체화하고 명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육 전문가는 “지난해말 교육회의 인선 구성 이후 정부 관료나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된 것을 보고 기대도 안했지만 이번 공론화 추진방안을 보니 교육회의가 생각보다 더 무력하다”면서 “사실상 개편특위와 공론화위가 실무를 주도하게 되는 셈인데 개편특위는 아직 꾸려지지도 못했다. 다음주까지 위원 구성을 마치겠다지만 일처리하는 것을 보면 개편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교육부가 교육회의 뒤로 숨더니, 이젠 교육회의가 개편특위와 공론화위 뒤로 숨을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공론화 추진 방안이 발표된 다음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정부에서 가장 많은 실망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곳이 바로 교육부"라며 "학부모로서, 진보진영 학부모로서 김상곤 교육부총리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책임감과 소신, 원칙을 갖고 교육정책을 밀고 나가야 하는데 정시를 하겠다는 건지 수시를 하겠다는 건지 매번 바뀌니 답답하다"면서 "교육부가 교육회의로 떠넘기고, 개편특위로 떠넘기고, 공론화위로 떠넘기고 있다. 무슨 국가 교육정책이 하청을 주느냐, 폭단 돌리기를 하냐는 얘기를 들어야겠냐"며 일갈했다.   

대입개편특위는 교육회의 김진경 상근위원이 위원장을 맡아 13명 안팎으로 구성한다. 대교협 전문대교협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각 1명씩 추천한 3명과 학계 등 교육전문가 4명, 언론인 2명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공론화위는 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 등 공론화 전문가를 중심으로 7인 내외로 구성한다. 다음주까지 위원을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 언론에 따르면 교육회의 관계자는 “특정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로비에 나설 수 있어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회의가 공개한 공론화 방안이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교조는 개편특위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현장교사로 위촉해야 한다는 논평을 공개하며, 개편특위나 공론화위와 별도로 현장교사위원회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교총도 “개편특위에 현장교사가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라면서 “여러 사안이 다양하게 얽힌 대입개편 논의에서 현장의 의견과 전문성,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과가 나오더라도 논란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참여형 공론화, 여전히 물음표.. ‘단일사안’ 원전과 달라>
대입개편은 원전건설 재개 여부를 놓고 따지는 것과 달리 여러 쟁점이 얽혀 있어 단일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공론화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신고리 원전은 건설 재개 여부를 찬반으로 가린 단일안이었지만, 대입개편은 쟁점이 다양하고 각각의 쟁점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교육부가 제시한 대입개편안의 큰 틀인 수시-정시 통합선발, 절대평가 상대평가 원점수제 도입 등 수능 평가방법만 조합해도 5가지 모형이 나오는 데다 수능에서 수학 가/나형을 통합할지, 수시에서 수능최저를 폐지할지 등 주요쟁점만 조합해도 경우의 수가 수십가지에 달한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교육회의 관계자는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싸고 여러 주장과 갈등이 혼재하는 상황에서 정책 결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전문가, 학생, 학부모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국민참여형 공론방식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교육은 모든 국민의 관심사이자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거쳐 생성된 자신만의 가치관과 의견이 있고, 자신이 처한 위치나 자녀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해도 생각이 바뀌거나 설득이 어려운 분야라는 특성 탓에 신고리 원전 재가동 문제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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