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두고 또 여론수렴’..'식견 있는 전문가, 책임의식 아쉬워'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4개월 시한의 대입개편안 마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교육회의가 16일 대입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통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히면서 또다시 ‘여론 수렴’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로부터 넘겨받은 시안 자체가 양극단을 아우르는 ‘열린 안’인 탓에, 남은 기간 동안 심도 있는 논의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론 뒤에 숨는 모습이 재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교육회의에 따르면 11일 교육부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국가교육회의로 넘긴 데 따라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추진한다. 공론화위원회와 대입개편특위를 구성해 공론화 결과를 반영한 후 8월초까지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아직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개편특위)조차 모두 구성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주 내로 인선을 마친다는 방침이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보다 더 늦은 4월말까지 구성할 계획이다. 특위 구성이 늦어진 데 대해 김진경 특위위원장은 “교육부에서 어떤 안이 넘어오느냐에 따라 특위 성격이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육현장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8개월이 지나 겨우 교육부가 내놓은 안조차 ‘책임 떠넘기기’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특위 구성조차 안 됐다는 사실에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2월 열린 2차 회의에서는 시급한 현안과제로 ‘대입제도개편’을 꼽고 지난달까지 대입개편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한참 늦어진 상황이다. 대입개편특위는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공론화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하며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는 기구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4개월이라는 시간도 촉박한 상황인데, 위원회 구성까지 모두 마치고 나면 5월에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는 것”이라며 “불과 3개월 동안 얼마나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회의 위원 전문성을 제고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여론 수렴 장치 나열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양한 쟁점이 난마처럼 얽힌 대입은 공론화보다는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논의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죄다 끄집어내 놓고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긴 모습인데, 정작 국가교육회의에는 교육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13일 대입개편 시안을 준비해온 박성수 대학학술정책관을 부경대 사무국장으로 전보 조치해 문책성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자르기’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교육부가 정부안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국가교육회의에 책임을 떠넘긴 것에 더해, 이제는 장관이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며 “교육부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교육회의가 대입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내놨다. 4개월의 촉박한 시한 내에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하냐는 의문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개편특위.. 위원구성도 못마쳐>
지난달까지 마련한다던 대입개편특위는 아직까지 위원 구성을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위원장에 국가교육회의 상근위원인 김진경 위원이 위촉됐을 뿐 위원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20일까지는 구성을 마치겠다는 계획이지만 한시가 바쁜 와중에 위원회 구성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대입개편특위는 국가교육회의 위원 겸 전문위원회 위원장 3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인사 3명, 학계 등 교육전문가 4명, 언론인 2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지원하고 공론화위원회의 공론결과를 바탕으로 권고안을 만들 수 있는 교육에 대한 이해가 있는 교육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총은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위에 전문성/대표성/균형성을 갖춘 현장교원과 전문가를 보다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교총은 “국가교육회의가 8월까지 결론을 제대로 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참여인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 전문성 대표성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구성된 국가교육회의는 당시에도 참여인사에 교육현장을 대표하는 교원이나 교원단체 등의 현장전문가가 없거나 배제돼 대표성과 중립성에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대입제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하고 사안별로도 내용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등 혼란이 큰 점을 감안할 때 참여인사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논의/결정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론화 추진 방안을 구체화하고 공론화 과정을 관리하며 그 결과를 대입개편특위에 제출하는 기구인 공론화위원회는 4월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 등 공론화 전문가 중심의 7인 내외로 구성된다. 

공론화 과정 첫 단계(4~5월)에서는 대입개편특위가 주관해 권역별 국민제안 열린마당과 국가교육회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 이어 대입개편특위가 교육부 논의 요청사항, 수렴된 국민제안 사항을 바탕으로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공론화 범위를 설정한다. 이후 6~7월동안 공론화위원회 주관으로 이해관계자/전문가 등이 협의해 앞서 설정된 공론화 범위 내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의제를 선정하고 대입개편특위를 거쳐 국가교육회의에 상정해 확정된다. 

공론화 의제가 결정되면 권역별 국민토론회, TV토론회, 온라인 플랫폼 의견수렴이 추진된다. 이어 국민참여형 공론절차가 추진된다. 최종적으로 대입개편특위는 공론화위원회가 제출한 공론화 결과를 바탕으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해, 국가교육회의 전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보여주기’식 장치 나열.. 위원 전문성부터 제고해야>
다급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보여주기’식 여론 수렴 장치만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권역별 국민토론회, TV토론회에다 온라인 의견 수렴까지 거친 후 국민참여형 공론절차를 통해 의견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 4개월 동안 진행하기에는 촉박하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다양한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대입은 공론화보다는 교육/입시 양쪽에 식견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여론전으로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시각에서 중재하고 장기적인 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며 “전문성을 갖춘 위원회 구성에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마련된 국가교육회의 위원 구성은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교육/입시 전문가라 할 만한 사람이 적고 위원 구성도 ‘통합인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교육회의 위원은 당연직 9명과 민간위촉직 12명 등 위원 21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상곤 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장호성 대교협 회장, 이기우 전문대교협 회장 등 9명이다. 대학협의체 회장들을 제외하면 김동연 부총리, 박능후 복지부 장관, 김영주 노동부 장관, 정현백 여가부 장관 등은 사실상 교육과는 전혀 무관한 인물로 교육정책에 대한 통찰을 기대하긴 무리다. 민간위원 중 교육현장을 대변할 현직 교사가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 교육 전문가는 “교육회의 구성은 현직 교사 한 명 없이 대학교수들이 주축”이라며 “교육정책 당사자인 교사와 학부모를 배제해놓고 교육회의에서 현장의 고민이 담긴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탁상머리’ 교육정책이 나올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정식 출범 이후 인선공개 당시 김재철 교총 대변인은 “교육계 보수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김진경 위원은 1989년 전교조 창립에 깊숙이 관여했던 대표적인 진보 교육인사다. 김정안 위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내며 혁신학교 전문가로 불린다. 기획단장직을 내려놓은 조신 위원 역시 곽노현 서울교육감 시절 교육청 대변인을 맡았고, 지난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비서실 정책팀장을 지냈다. 그 이전에는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 정책홍보관리관으로 있었다. 2015년 분당갑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했을 당시 김상곤 부총리가 후원회장으로 나서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보다는 정치인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는 경제학 교수로 교육정책과 연관성이 떨어진다. 진보 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진보성향 정책으로 인식되는 기본소득의 대표적 학자다. 2011년 '제학자, 교육혁신을 말한다'는 저서를 집필, 교육관련 활동으로 볼 수 있지만 이 책의 공저자가 김 부총리라는 점에서 코드인사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민간위원 중 유일한 상근직으로 의견 수렴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 할 조신 기획단장은 최근 지방선거 등을 이유로 위원직을 내려놨다. 기획단장은 파견 받은 공무원들을 지휘하고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리하는 막중한 역할이 요구되는 자리다. 임명 두 달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간 데 대한 비판이 더욱 큰 이유다. 서울 한 고교 교장은 “임명장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선거에 나가겠다고 사퇴할 생각이었다면 왜 처음부터 국가교육회의에 들어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본인에게는 이력 한 줄 더하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인생이 달린 일”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4개월 ‘졸속 개편안’ 우려>
공론화 기간으로 4개월은 너무 촉박하다는 우려가 크다. 불과 4개월 앞두고 의견수렴 방식이 마련된 것 자체부터 늦었지만, 공론화 과정을 이끌어갈 공론화위원회 구성은커녕 개편 전체를 주도할 대입개편특위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로부터 4월 개편안을 넘겨받을 상황이었음에도 특위 구성에 느긋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김진경 특위위원장은 “대입특위를 지금 구성하게 된 이유는 교육부에서 하나의 안이 넘어왔다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론화위원회가 없다면 국민이 중립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인물을 위원장으로 세워야 한다. 반면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될 경우 공론화과정의 중립적인 관리를 하기 때문에 대입특위는 실무지원단으로서 구성되게 된다. 교육부에서 어떤 안이 넘어오느냐에 따라 대입특위 성격을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지난해 7월 출범하기로 한 교육회의가 이보다 5개월가량 늦은 12월말 출범하면서 ‘의도적 출범 지연’이라는 지적이 한 차례 제기된 탓에 의심의 시선은 더욱 짙다. 해를 넘기기 전 급하게 출범한 꼴이 됐지만 그 사이 교육부가 ‘외고 자사고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교육부 교육청 권한 이양’ 등 교육회의에서 다루기로 했던 사안들의 향배가 결정됐다. 교육부의 비대해진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로 기대를 모았던 교육회의가 사실상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뒤늦은 출범에 당장 8월까지 대입개편안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지만 16일까지 공식회의는 단 3번 열렸다. 그마저도 첫 회의는 출범회의로 의미 있는 논의는 없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11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개편안이 우선순위도 없이 여러 변수를 조합한 안들을 병렬적으로 나열한 수준에 그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과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라면서 “교육회의가 4월에 개편안이 발표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도 아니고 자문기구라면 출범이후 올초부터 당장 논의에 착수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교육회의의 늦장처리로 ‘박춘란 무리수’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표심을 겨냥한 것인지 2020학년 전형계획에서 정시확대라는 그간의 정책기조를 무리하게 요구한 탓에 차관이 전형계획 마감당일 연락이 왔다. 청와대는 이미 교육부와 협의했다는 데 왜 그제야 연락을 했겠냐. 일관성이라곤 없는 정책이기 때문에 막판까지 망설이다 총대를 멘 것”이라며 “2022학년 대입개편이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교육회의도 끝까지 결론내기를 미루다 되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대입정책포럼 거치고도 원점 논의>
교육부 자체적으로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국가교육회의 차원에서 또다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데 대해 시간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진경 특위위원장은 “대입문제와 관련한 국민 요구를 집약하면 단순화/공정성에 대한 요구라고 본다. 가장 큰 이유는 대입 관련 언어가 너무 어려워져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어려워진 언어에 대해 전문가들이 이해관계를 섞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국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단순한 언어로, 국민이 결정하는 주체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로 보였다. ‘국민제안 열린마당’은 이 부분을 열어주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교육부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을 개인적으로도 확인하고 있다. 이 의견들을 끝까지 배제하지 말고 끌여들여서 진짜 원하는 안이 무엇인지 추출해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는 3개월반 남짓한 시간 동안 안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그간 고민하고 의논해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며 “공론화 결과를 실제 안에 어떤 식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여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본 기사는 교육신문 베리타스알파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일부 게재 시 출처를 밝히거나 링크를 달아주시고 사진 도표 기사전문 게재 시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