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치혁의 건강 클리닉]

한방 치료가 좋은 경우가 어떤 분야가 있는지를 질문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웬만한 병은 다 양방병원에서 치료하는데 왜 아픈 침을 맞고, 비싼 한약을 복용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한다. 한방치료의 효과를 경험해보지 못한 분들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해줄 말은 너무나 많다. 임상의로서 양방의 장점과 한방의 단점도 잘 알지만, 거꾸로 양방의 단점과 한방의 장점도 명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병원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병명이 없을 경우이다. 서양의학에서는 이 병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다. 당연히 한의학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머리가 아파 겁이 나는데 온갖 검사를 하고도 이상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경우 임상경력이 쌓이면서 만성두통은 거의 다 치료하고 있다. 한두 번 침치료를 해보면 두통의 원인이 드러난다. 병인을 파악하고 나면 침과 약을 병행하면 훨씬 빠르게 치료된다. 1~2회의 침치료로 환자가 치료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 줄 수 있다.

병원 이곳저곳을 다녀도 증세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에도 한의학적인 치료를 고려해보는 게 좋다.

무릎관절염으로 병원에서 스테로이드를 3년이상 쓰면서도 오히려 통증이 심해지던 환자가 침과 한약 치료로 한 달만에 무릎의 통증이 잡히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인 둥근얼굴과 소화기 장애까지도 눈에 띄게 좋아진다. 물론 한방치료로 모든 무릎관절염을 완치시키지는 못한다. 수술을 해야할 환자도 있고, 양약을 복용하는 게 유리한 환자들도 있다. 지속적인 양약 처방을 받으면서도 증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의학도 좋은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감기가 보름이상 계속되는 경우에도 한의원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2주 이상 계속되는 감기는 실제 감기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온몸이 찌뿌듯하고, 콧물이 나고, 미열이 나면 감기로 생각하기 쉽다. 이렇게 오래된 감기는 소화기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맥을 잡을 줄 아는 한의사라면 10초내에 알 수 있다. 감기맥과 소화기질환의 맥은 뚜렷히 다르기 때문이다. 감기처럼 보이는 소화기질환은 침을 맞고 20분만 지나면 확연하게 좋아진다. 20일 약먹어도 떨어지지 않던 감기가 침 한두 번과 한방소화제로 쉽게 정리된다. 여름의 감기증세는 의외로 소화기 질환인 경우가 많다.

시름시름 아픈 분들도 한의학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어디가 뚜렷하게 아픈 것도 아닌데 잔병치레를 많이 하고, 쉽게 피로해지는 경우엔 한약을 쓰는 게 좋다. 세칭 보약이다. 보약은 몸의 기능을 높여주는 약이다. 과로나 질병 등으로 인해서 간이나 위장 등 특정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면 체력은 당연히 저하되기 마련이다.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잔병이 많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양방은 환자들에게 해줄 것이 별로 없다. 영양제 수준이다.

면역과 관계되는 질환도 한의학 치료가 도움이 된다. 면역과 관련된 질환은 아주 많다. 요즘에 흔히 보는 대상포진도 면역질환이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감기도 잘 걸린다. 바이러스는 약으로 죽일 수 없다. 면역기계가 처리해 주어야 한다.

한의학은 병균을 직접 죽이기 보다는 우리 몸이 병을 물리치게 만드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우리 몸의 바른 기운 즉 정기(正氣)를 강화하는 게 바로 면역력 강화라고 볼 수 있다. 부족한 장부를 파악해 원래의 기능을 되찾게 만들어주면 오장육부의 기능은 최적화된다. 우리 몸의 기능을 극대화하면 자연스럽게 면역력은 좋아지게 마련이다.

아픈 곳이 많아도 한의학적인 치료가 유리하다. 어지럽고, 식욕이 떨어지며 메슥거리고, 눈도 빡빡하다. 화도 잘난다. 이런 상황이면 양방에선 소화기내과, 안과, 정신과 등에서 각각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이런 증상이 간의 기운이 울체되어 소화기가 나빠진 하나의 병이다. 침도 4~6개만 쓰면 되는 증상이다. 한약도 약재의 가지수가 그리 많지 않은 병이다. 증상은 많아도 한의학에선 쉽게 치료되는 단순한 병이다. 양방은 병을 대부분 단일 장기의 문제로 접근하지만 한의학은 병을 두 개 이상의 장부의 상호관계로 파악하기 때문에 여러 병증을 손쉽게 처리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등 정서적인 문제로 생기는 질환들도 한의학에선 쉽게 치료된다. 한의학은 아주 오래전부터 병의 원인으로 속병을 만드는 7개의 정서(喜怒憂思悲恐驚)를 중요한 병인으로 생각하고 화가 나서 생기는 병에 대한 치료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발전시켜왔다. 요즈음의 소화불량의 절반정도가 신경성 소화불량이라고 보아도 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일 경우 위보다는 간의 기능을 먼저 다스리면 쉽게 좋아진다.

한의학이 우위에 있는 영역이라도 한의사의 능력에 따라 치료율이 많이 달라지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난치병이라해도 6개월 1년을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엔 잘 살펴야 한다. 오래된 병을 치료하기 위해선 치료기간이 길게 마련이다.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6개월의 치료기간을 제시해도 1달내에 증세가 개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2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다면 치료방향이 틀린 것이 아닌가 의심해야 한다.
/한뜸 한의원 원장 hwang@verita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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