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 사교육 참여율 15.2%p, 사교육비 179만원 증가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중학교에서 실시하는 자유학기제가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기중 오후시간에는 진로탐색 동아리 예술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 국영수 등 기본 교과수업은 오전에만 실시하는 자유학기 특성상 교과수업의 단축이 사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내신관리의 부담이 없어 자유학기 기간 동안 학교수업 보충보다는 진학이나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성향이 강한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수요를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27일 공개된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식지 'KDI 정책포럼' 269호에 실린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는 이 같은 연구결과가 담겼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두 학기로 확대한 자유학년제를 전국 1500여 개교에서 실시할 방침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윤수 연구위원은 “학생의 진로탐색과 비인지적 발달을 목표로 하는 자유학기제가 자칫 사교육을 통해 소득별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며 자유학기제 확대를 앞두고 신중한 정책 접근을 주문했다. 선행학습에 대한 수요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공교육 서비스가 줄어들 경우 그 피해는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중학교에서 실시하는 자유학기제가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학기중 오후시간에는 진로탐색 동아리 예술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실시, 국영수 등 기본 교과수업은 오전에만 실시하는 자유학기 특성상 교과수업의 단축이 사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유학기제, 고소득 가구 사교육 지출 늘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수업 대신 체험활동 비중을 늘리는 제도를 말한다. 2013~2015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면 실시되고 있다. 구체적인 운영방안은 개별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지만 대체로 오전에는 교과수업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진로탐색/예술체육/동아리/주제선택)을 운영한다. 중간/기말고사 등 지필고사를 실시하지 않고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해 고입 내신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도입 취지는 공감하지만 시행 전부터 자유학기제로 인한 학력 저하와 사교육 유발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투자는 유의하게 증가한 반면, 월 600만원 미만 중/저소득층 가구의 사교육 투자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부터 2016년까지 통계청에서 실시한 ‘사교육비조사’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213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한 경우 고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15.2%p 증가했으며, 사교육비 연간 지출액 역시 실시하지 않았을 때 비해 179만원이 늘어났다. 

학생들의 과도한 성적 부담을 덜기 위해 도입돼 일부 성과가 보고되고 있긴 하지만,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된 가운데 연구결과로도 이 같은 부작용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학원가를 중심으로 자유학기제를 이용한 불안마케팅이 성행했다. 사교육업체들이 내신성적 관리 부담이 없는 자유학기는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홍보하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교육부의 특별단속에 적발된 학원들은 “중1 성적이 대입을 좌우한다. 그러나 중1 자유학기제 실시로 자기 성적을 모른다” “자유라는 말에 속아 1년을 헛되게 보내지 말자. 중1 때 잘 다져놔야 앞으로의 6년이 편하다”는 등의 광고문구로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반면 중/저소득 가구의 자유학기제를 실시했을 때의 사교육 참여율이 실시하지 않을 때에 비해  2.7%p 감소했으며 연간 사교육비 지출액은 25만원이 줄었다. 박 연구위원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지만 중/저소득 가구의 경우 소득이 낮을수록 수업보충 목적의 사교육을 받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자유학기 중에 교과수업이 감소한다면 사교육 수요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학기 중에는 내신성적 관리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진학이나 선행학습 목적의 사교육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이 같은 사교육 수요는 중/저소득 가구보다는 고소득 가구에서 더 높다는 판단이다. 전체 소득계층을 포괄하면 자유학기제의 전면 실시는 사교육 참여율을 0.4%p 높이고 연간 사교육비를 13만원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학교 현장에서도 학생 간 양극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송파구의 한 중학교 교사는 “자유학기는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학생에게는 ‘선행학습 학기’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노는 학기’인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자유학기제를 충분히 활용할만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했다는 점도 현행 자유학기의 한계로 언급했다. 현재로서는 체험 인프라도 미흡하고, 학생중심 과정중심 수업을 제대로 이끌만한 교사양성도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자유학기제에 발맞춰 진로체험을 위해 만들어진 ‘꿈길’ 전산망의 경우 행정적인 활동 위주로 운영돼 단순히 학교와 체험처를 매칭하는 것에서 끝난다”며 “지역의 진로체험지원센터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 아직 존재조차 잘 모르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하기 이전에 교과수업을 내실화하고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공교육 영역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교과수업의 양적 감소를 질적 향상으로 보완해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예방해야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방과후학교 등을 강화해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학습기회를 보장할 것도 요청했다.  

<자유학기제, ‘자유학년제’로 확대.. 올해 1500개교 도입>
교육부는 올해부터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확대해 전국 중학교의 절반에 가까운 1500여 개교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해말 확정 발표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확대 발전 계획’에 따라 기존 중학교 과정에서 한 학기만 자유학기로 지정하도록 한 내용을 두 학기 지정도 가능하도록 바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에 따라 최대 2학기까지 한 학년동안 자유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자유학기제 실시 학교 중 500여 개교는 연계학기, 1500여 개교는 자유학년제로 확대 운영한다. 연계학기는 자유학기 이후에도 한 학기 이상 자유학기의 취지를 살려 학생중심 수업과 과정중심 평가를 강화하고 자유학기 활동을 일부(51시간) 운영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6학년부터 전국에 도입된 자유학기제는 올해 3210개 모든 중학교에서 운영한다. 1학년1학기 1학년2학기 2학년1학기 중 한 학기를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

자유학기 동안 교사는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운영한다. 주제선택활동 진로탐색활동 예술체육활동 동아리활동 등이며, 자유학기의 경우 170시간 이상, 자유학년의 경우 연간 최소 221시간 이상 운영한다. 학기당 운영시간과 개설영역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교과의 경우 총괄식 지필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특징이다. 교과별 성취도를 산출하지 않는 대신 이수여부만 ‘P’로 입력한다. 학생중심의 수업, 과정중심 평가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개별학생의 성취수준과 성장 발달에 관한 사항은 학생부에 문장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자유학년에 참여하는 1학년 학생은 고입에서 1학년 교과 내신을 반영하지 않을 방침이다. ‘2021 고입전형에서 2018학년 1학년 자유학년제 참가 학생은 교과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2019 고입전형계획 공고 시 조기 예고하기로 했다. 서울, 경기, 강원은 이보다 앞선 2018 고입전형 공고 시 1학년 교과성적 고입 미반영을 예고했다. 교육청에 따라 1학년 한 학기 자유학기에만 참가하는 학생에 대해서도 고입에 1학년 교과내신을 반영하지 않도록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자유학년과 연계학기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2018년 특별교부금으로 관련 예산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학교별 지원액은 자유학기의 경우 1800만원 내외, 자유학년은 추가로 1000만원, 연계학기는 추가로 7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운영 학기는 1학년1학기부터 2학년1학기 사이에 학교장이 교원과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 자유학기제 운영시기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와 교사는 1학년을, 학생은 2학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이전, 3년간 자유학기제를 시범운영한 결과 학생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3.79점에서 4.02점, 학부모의 공교육 신뢰도는 3.86점에서 4.02점, 교사의 자긍심은 3.85점에서 4.15점 등 전반적인 학교 현장의 만족도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로부터 자기표현력 증가 응답이 81.1%, 교사와의 친밀도 증가 응답이 74.6%, 공부의 즐거움 증대 응답이 63.8% 나오는 등 긍정적인 응답학생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교육부, 중고교 휴학제 ‘만지작’.. 학생 간 격차 심화 우려>
정부는 학생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와 함께 중고교 휴학제도 고려하고 있지만, 휴학제 역시 동일한 맥락의 우려가 제기된다. 경제적 사정이 좋은 학생들만 휴학제를 활용해 학생 간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중고등학교 휴학제 개선 방안’ 정책 연구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교에서 현재보다 자유롭게 휴학을 할 수 있도록 사유와 기간, 절차 등을 정비해 ‘휴학제 표준안’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휴학 기간에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휴학이 끝난 뒤 어떻게 복학시킬지 등 구체적인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분야 공약인 고등학교 휴학제(의무교육인 중학교는 유예제)는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입시공부에만 매몰된 학생들에게 1년가량 스스로에 대해 탐구할시간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논의된다. 자유학기제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취지로 도입을 고려하는 정책이지만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 자유학기제의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재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현재 시행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는 대도시와 농어촌 간 학교 밖 프로그램의 격차가 커 문제인데 휴학제를 도입할 경우 같은 문제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외 체험 프로그램 등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휴학제부터 도입하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동엽 한국개발원 박사는 “학생들에게 진로 고민의 시간을 준다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휴학 기간 동안 해외연수나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차이가 벌어지고 단순히 학교를 다니기 싫은 아이들이 휴학을 남발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유럽 사회와 비교해 또래 집단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1년을 쉬고 복학하면 1살 어린 학생들과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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