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Mozart: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22

영화를 무척 좋아하지만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본 기억은 많지 않다. 그것도 대부분 TV의 명화극장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나 DVD를 구입해 시청한 경우지만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만은 일주일을 채 못기다리고 다시 영화관을 찾아가 혼자 감상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남녀 주연 배우를 모두 좋아하기도 했지만 축음기, 모차르트 음악 그리고 그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프리카의 광활한 풍광을 커다란 화면으로 다시 보고 싶었다. 모차르트가 죽기 불과 2개월 전에 작곡해 ‘백조의 노래’라고도 불리는 클라리넷 협주곡 2악장과 함께 펼쳐지는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석양과 초원은 주인공 데니스의 죽음과 오버랩되면서 30대의 감성을 뒤흔들어 놓았다.

20여 년 전 찾아갔던 오스트리아의 빈wien 중앙묘지 공원에는 빈에서 활동했던 음악가들, 모차르트를 비롯해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의 묘지가 아름다운 조각들과 꽃들로 장식돼 있었다. 그 중 모차르트의 묘지에는 그의 유골이 없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골을 찾지 못해 가묘를 만들어 장식해 놓았을 뿐이다. 1791년 12월 35세의 나이로 모차르트는 세상을 떠났다. 당시 법규상 일반인을 매장할 때는 관을 사용할 수가 없어 귀족이 아닌 모차르트의 시신은 조악한 마대자루에 싸인 채 다른 시신 5구와 함께 빈 교외의 성 마르크스 공동묘지의 어느 한 구덩이에 묻혔다. 성 슈테판 대성당에서 영결식을 치른 후 공동묘지로 향하는 길에는 무덤 파는 사람과 그 조수 외에는 동행한 사람이 없었다. 제자와 친구들 몇몇이 따라가고자 했으나 비바람 치는 험악한 날씨로 중도에서 되돌아 왔다고 전해진다. 묘비는 고사하고 그 어떤 표식조차도 남기지 않았다. 10여 년이 지난 어느날 아내 콘스탄체가 아들을 데리고 모차르트의 무덤을 찾아 갔을 때는 이미 파헤쳐져 다른 사람의 무덤으로 재사용될 지경이었다. 모차르트 죽음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시기한 나머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영국의 극작가 피터 쉐퍼(Peter Shaffer,1926~2016)의 가설을 영화화한 것일 뿐이다.

재정적인 어려움과 함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생의 마지막 일 년 동안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는 오페라 두 편, 피아노협주곡 27번, 클라리넷협주곡 그리고 레퀴엠 등 5곡의 작품을 남겼다. 모두 명곡들이다. 그 중에서 미완성 작품인 레퀴엠을 제외하면 그가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은 클라리넷협주곡(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22)이다. 아내 콘스탄체의 낭비벽, 병원비 등으로 빚에 쪼들리던 모차르트에게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당시의 일류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슈타들러(Anton Stadler)를 위해 작곡한 곡이다. 클라리넷은 목관악기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익살스러운 모습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음산한 분위기를 묘사할 때 사용하기도 하나, 모차르트의 클라리넷은 화려하고 당당하면서도 그 속에 숨겨진 쓸쓸하고 슬픈 인생의 모습을 더할 수 없이 경이롭게 그려낸다. 3개의 악장 중에서 알레그로의 빠르기로 현란한 기교와 화려한 음색을 뿜어내는 1악장과 3악장도 감동적이지만, 죽음을 예감한 듯 처연한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2악장의 아다지오는 모차르트가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듣는 듯하다. 오래 전 어느 잡지에서 “죽음이란... 모차르트를 듣지 못하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모차르트를 사랑한 천재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인지 그의 사촌인 음악학자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인지 확실치 않지만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라고 했다. 멋진 표현이긴 하지만 하늘나라의 천사들은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을까?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을 남긴 작곡가는 많지 않다. 모차르트를 제외하고는 칼 마리아 폰 베버와 몇몇 현대 작곡가를 꼽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러기에 절대적인 위치에 우뚝 서있는 모차르트의 협주곡 음반을 남기지 못하면 클라리넷 연주가로서 명성을 높일 수가 없다. 오스트리아의 레오폴드 블라흐, 영국의 잭 브리마, 독일의 칼 라이스터,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들며 많은 음반을 남긴 미국의 베니 굳맨 그리고 현재 최정상의 클라리넷 연주자로 인기가 높은 자비네 마이어와 엠마 존슨 등 여류 연주가들 모두 훌륭한 연주의 음반들을 내놓았다. 그 중에서 제일 즐겨 듣는 음반은 레오폴드 블라흐(Leopold Wlach, 1902~1957)의 연주다. 다소 느린 템포로 우아함과 함께 짙은 애수를 가득 품은 그의 클라리넷은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의 석양을 바라보듯 여유로우면서도 벅찬 감동을 가져다준다. /유재후 편집위원 yoojaehoo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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