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42

[건강 클리닉] 보법과 사법

기사승인 2018.02.26  14:40:34

공유
default_news_ad1
ad43

한의학 치료법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보법이다. 오장육부 중에서 기운이 부족한 장기의 기를 북돋아주는 치료법이다. 대표적인 것이 보약이다. 너무 잘 알려져 한의학하면 보약을 떠올릴 정도다. 심한 경우 한방엔 보약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보약은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체력이 저하되고 면역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하면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한의학에는 보법의 반대인 사법(瀉法)도 있다. 나쁜 기운이나 물질을 빼는 치료법이다. 사법의 대표는 역시 설사를 시키는 하법(下法)이다. 대장에 쌓인 나쁜 기운을 아래로 배출시키면 건강이 좋아질 수 있다.

밤에 잠이 오지 않고, 돌아가신 분들이 보인다는 60대 초반의 남자환자를 사법으로 치료한 적이 있다. 중풍 후유증이 있던 이 환자는 평소에 변비 증상이 심했다. 맥을 봐도 속에 열이 꽉 차있었다. 대승기탕이라는 처방을 5일 썼더니 화장실이 막힐 정도로 단단한 변을 많이 보았다. 이후 정신적으로 안정이 됐고, 중풍 후유증인 언어장애도 호전됐다고 했다.

변통을 시킨 후 집중력이 아주 높아져 중간권인 성적이 최상위권으로 올라간 학생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말 내원했던 이 남학생은 첫 눈에 문제가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었다. 광대뼈 주의가 붉게 상기돼 있어 보통사람이 보기엔 혈색이 아주 좋다고 판단할 수 있었겠지만 한의사의 눈에는 이상 신호였다. 변의 상태를 물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본다”는 대답. 이 말을 듣는 순간 치료방향은 정해졌다. 열이 많은 환자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밖에 변을 보지 못했다면 그 증상은 묻지 않아도 뻔했다.

학생을 잠시 내보낸 뒤 엄마에게 물었다. “혹시 정신과 진료는 받아 본 적 없으세요.” 어떻게 알았느냐는 눈빛.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도 받았지만 먹이지는 않았다는 대답이었다. “공부할 때에 5분도 앉아있지 못하죠”란 질문에 역시 옳다는 응답이 나왔다. 그 다음 질문에도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위를 많이 타고 속이 답답하단 말을 많이 하냐 묻자 “겨울에도 선풍기를 킬 정도로 열이 많고 냉수도 많이 마신다”고 답했다. 눈이 잘 충혈되는 것은 물론이고 성격도 급하고, 화도 잘내고… 소양인에게 열 배출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나타나는 증상이 모두 보이는 학생이었다.

열을 배출시키지 못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며 치료기간은 오래 걸릴 것이란 설명을 한 후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를 시작한 후 학생의 상태는 놀랄 정도로 좋아졌다. 5분도 못 앉아있던 남학생은 “너무 차분해졌다”는 엄마의 표현대로 공부시간과 집중력이 아주 좋아졌다. 열이 너무 많아 정신이 산만했던 걸 치료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학생도 부모님도 모두 놀라고 있었다. 하루에 몇시간 공부도 못하고, 10분도 채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12시간 이상 공부를 한다며 너무 좋아했다. 3개월 후 치료를 종료했다. “중위권이던 성적이 6개월만에 모의고사 전교 1등으로 껑충 올라섰다”고 아버지가 전화를 걸어 오기도 했다.

두드러기가 2년간 계속되고 속이 거북한 환자도 장을 청소하는 처방으로 치료했다. 담마진, 즉 두드러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라고 호소하는 29세의 남자환자는 지난 2년간 병원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약을 끊으면 3~4일 내로 증상이 재발된다는 것. 담당 의사 선생님이 평생 약을 복용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한의원을 찾아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변비는 없습니까?” 이 환자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심하면 4일에 한 번 변을 볼 정도이고, 변비가 심해지면 두드러기가 심해진다”는 대답을 한 95kg의 건장한 환자는 “의사 선생님에게 대변을 잘 보지 못하면 증세가 심해진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별 상관이 없다고 대답하시던데요”라고 되물어왔다.

변비를 치료하면 증세가 좋아질 것으로 판단한 후 “한방에선 피부병과 변비는 상관성이 있다고 봅니다”라고 설명했고, 한 달 정도 치료를 받게 했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보름이 지나자 두드러기는 거의 없어졌고, 몸무게도 줄기 시작했다. 한 달 후엔 2년간 먹던 약을 끊고도 전혀 두드러기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를 종료한 후 한 해를 넘긴 지금까지도 재발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 환자에게 사용한 치료법은 다름아닌 하법(下法)이었다. 변비로 인해 체내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서 병이 나타났다고 판단해서다. 매일 변을 볼 수 있는 처방을 썼고, 동시에 피부로 노폐물이 잘 발산될 수 있는 약재도 포함시킨 결과였다. 물론 환자의 식생활도 개선시켰다. 육류 위주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꿨다. 그동안 두드러기로 고생을 한 탓에 식단변화를 잘 수용해줬다. “부패될 때 채소에 비해 고기가 더 악취를 많이 발생시킨다. 변을 제대로 배출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육류위주의 식사를 하면 몸에 나쁜 기운이 더 많이 쌓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에 동의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현대인들에겐 보법이 아닌 설사법이 건강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변이 막히면 몸이 탁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이상으로 열이 생겨난다. 소화, 흡수되고 남은 음식물이 뱃속에서 부패될 때 나타나는 열이 몸에 좋을 리 없다. 특히 평소에도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변이 막히는 상황은 좋지 않다. 그래서 이제마 선생님은 “소양인들의 건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변”이라고 파악했다. 일주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하면 광증, 즉 미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고도 말했다.

한방에는 이처럼 보약 외에도 다양한 치료법이 있다. 토하게 만드는 토법(吐法)과 같이 이젠 거의 안 쓰는 치료법도 있지만 발한법(發汗法) 등과 같이 현대인에게 의미 있는 치료법도 존재한다.

/한뜸 한의원 원장 hwang@veritas-a.com


ad57

황치혁 편집위원 hwang@veritas-a.com

<저작권자 © 베리타스알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side_ad1
ad52

인기기사

ad37
ad38
default_side_ad2
ad54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6
default_bottom
ndsof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