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방지 시스템 실시간화, 등록취소 접수 창구 일원화'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퇴근길 도로 위에서 아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미 A대학에 최초합격해 등록금을 낸 상황에서 B대학으로부터 온 추가합격 전화 때문이었다. B대학은 30분 내로 추가합격 의사를 정해 바로 등록금 납부를 해야 한다고 전해왔다. B대학으로부터 예비번호조차 받지 못해 합격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다급한 아이의 목소리는 당황감이 가득했고, 나 역시 30분 안에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B대학에 전화해 ‘이중등록’을 할 순 없으니 일단 A대학 등록을 취소하고 B대학에 등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이어진 얘기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B대학은 ‘순서는 중요치 않다’며 일단 등록부터 하고 A대학을 취소하라고 얘기했다. 일단 B대학의 안내에 따랐지만 평소 알고 있던 내용과 달라 혼란스러웠다.”

수시/정시에서 발생한 결원을 채우기 위해 시행되는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 이하 추합) 기간 중 겪은 한 학부모의 경험담이다. 대부분 대입을 처음 치르는 ‘초보자’인 수요자들 입장에서 당혹감을 피할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 사례는 현재 대입 추합의 문제점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예비번호 현황이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추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수험생들의 인식과 대학이 인식하는 ‘이중등록’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비번호 현황이 불투명한 문제는 일부 대학이 방침을 바꾸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 가능하지만 이중등록에 대한 인식 차이는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본래 추가합격한 수험생은 기존에 등록한 대학이 있는 경우 포기 의사를 먼저 밝힌 후 추가합격한 대학에 등록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B대학의 사례처럼 일단 등록하고 포기 의사를 밝혀도 무방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추합 현장에선 후순위 등록자를 구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교협이 운영하는 ‘대입지원 위반자 사전방지 시스템’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수요자와 현장 간 이중등록 인식의 간극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위반자 판정이 추합기간 중 매일 오전을 기점으로 이뤄지는 탓에 그 때까지만 이중등록 상태에서 벗어나면 되며, 통상 이중등록 상태더라도 대학들이 이를 해소하도록 안내하기에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사례에 나온 수요자들이 A대학에 등록하고 B대학에 등록취소를 하지 않고 있더라도 다음날이면 B대학에서 ‘이중등록 상태니 등록을 취소하라’고 안내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추합 마지막날 발생하는 경우다. 추합이 끝난 이후에야 A대학은 기존에 등록한 합격자 중 이중등록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추합은 이미 종료됐기에 이 인원은 고스란히 결원으로 남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추가합격했어야 할 수험생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못해 불합격으로 남게 된 불상사가 발생함은 물론이다.

원칙대로라면 잠시라도 이중등록 상황에 처한 규정 위반자에겐 입학취소 처분이 내려져야 하지만 현실은 규정과 달리 돌아간다. 이중등록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생기는 ‘무지’로부터 발생한 이중등록까지 강력하게 제재하긴 어려운 현실 탓이다. 등록마감 이후로도 수험생이 계속해서 의도적으로 이중등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이상 입학취소 등 강력한 제재가 내려지는 일은 드물다. 

현실은 이보다 더 복잡하다. 단순 무지에서 비롯된 이중등록은 구제받을 명분이 있다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또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란 심산으로 이중등록 상태를 해소하지 않아 추합기회를 얻었어야 할 다른 수험생의 기회를 뺏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대학들은 특정 시점까지 등록을 포기해야 한다는 ‘등록포기기한’ 제도를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활용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규정인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대입 전문가들은 이처럼 문제가 많은 이중등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추합이 긴박하게 진행된다지만 불의의 피해를 입는 수험생들을 방지해야 할 필요는 분명하며, 이를 위해선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현 제도가 큰 불합리함을 안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등록 마지막날을 기준으로 이중등록 여부를 최종 확정짓는 것이나 등록포기기한을 요강에 둠으로써 최소한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은 현실적인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단시간의 이중등록 수험생에게 입학취소 처분이란 강력제재를 내리는 것이 합당한지와 추합기회를 잃을 수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든 구제해야 한다는 대학들의 고민이 현 제도를 만들어낸 셈”이라면서도 “다만,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는 분명 있어 보인다. 일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등록자 현황을 공유하다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로 현재는 중단한 상황인데 공통의 등록취소 의사 접수창구를 겸하면서 실시간으로 등록현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중등록과 그로 인한 추합기회 상실이란 현재 추합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이 개선되면 먼저 등록한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이중등록의 원칙인데 이와 반대되는 지침이 대학으로부터 내려져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나 이중등록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문제들도 자연스레 해결될 사안들”이라고 말했다. 

대입에서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는 수험생들과 대학이 인식하는 ‘이중등록’이 다르다는 데 있다. 실수로 인한 이중등록까지 입학취소 처분이란 원칙을 지킬 순 없다는 데서 출발, 어느 새 기존 원칙마저 흐릿해진 모습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대입 이중등록은 뭘까.. 대입지원 제한사항>
현 대입은 대입지원방법에 관한 규정을 통해 몇 가지 제한사항을 두고 있다. 대교협이 발표한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담겨있는 복수지원, 이중등록 등이 대표적인 제한사항이다. 복수지원은 수시의 경우 최대 6개 전형까지만 지원 가능하며, 정시의 경우 같은 모집군 내에선 한 곳에만 지원 가능한 것을 의미하는 제도다. 이중등록은 모집시기별 입학할 학기가 같은 2개 이상의 대학에 합격한 경우 하나의 대학에만 등록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규정들은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대학인 육사/해사/공사/국간사 등의 사관학교나 경찰대학, KAIST(한국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4개 과기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만 예외사항일 뿐 통상의 일반대 지원 시에는 예외 없이 적용된다. 

대입 제한사항 중 복수지원은 원서접수 단계에서 끝나는 문제이기에 문제가 되는 일이 드물다. 수시에선 제한횟수를 초과해 지원한 경우 6회를 넘어선 시점부터 무효처리되며, 정시는 복수지원한 모집군에서만 지원을 무효처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중등록이다. 이중등록은 흔히 추합기간 중 발생한다. 최초합격자들의 등록 단계에선 이중등록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합격한 여러 대학 가운데 1개 대학에만 등록하면 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중등록은 최초합격/추합과 관계없이 이미 등록이 이뤄져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추합하는 대학이 나오는 경우 발생하게 된다. 

실제 사례를 보면 이중등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이해하기 쉽다. A대학에 최초합격 또는 추합해 등록금을 납부해둔 수험생이 추합기간 중 B대학에서 추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 이 때부터 이중등록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A대학에 취소 의사를 밝히고 등록금을 반환받아 B대학에 등록금납부를 마치는 정상적인 코스를 밟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현실에선 이와 다른 사례가 종종 나오기 때문이다. B대학이 마침 추합 마지막날이어서 후순위 합격자의 등록 여부를 조속히 확정지어야 하는 사정으로 당장 등록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 수험생은 A대학에 등록취소 의사를 밝히지 못한 채 일단 B대학에 등록부터 마치는 경우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대입에서 말하는 ‘이중등록’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는 등록금 전체가 아닌 예치금만 납부하면 돼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시 추합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중등록이 대학의 닦달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B대학에 등록 의사를 명확히 밝혀 등록에 필요한 충분한 여유시간을 얻었음에도 A대학 등록취소를 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한다. A대학에 등록을 취소해야 한단 사실을 잘 몰랐거나, 어차피 B대학에 합격해 등록하는 이상 A대학 등록취소는 ‘남의 일’ 또는 ‘귀찮다’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다. 

경우는 다르더라도 이중등록은 엄연히 대입에서 제재 대상이다. 이중등록을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하나의 대학에만’ 등록해야 한다는 내용을 규정하는 데 그치지만 대교협의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관련 내용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합격한 대학에 이미 등록한 자가 다른 대학에 충원 합격해 그 대학에 등록하고자 할 경우에는 먼저 등록한 대학을 포기한 후 충원 합격 대학에 등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사례처럼 B대학에 추합하면 A대학에 먼저 등록을 포기한 후 B대학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중등록에 해당하면 대학은 해당 학생의 입학을 무효처리해야 하며, 입학취소 조치 역시 병행돼야 한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대교협은 개별 대학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검색/분석해 이중등록 금지를 위반한 자의 명단을 각 대학에 통보하고, 이를 통보받은 대학은 해당자의입학을 지체없이 무효로 (한다)”와 “신입생 모집요강에 이중등록 금지 위반자의 입학취소 조치를 반드시 명시하도록”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중등록에 대한 별다른 이견은 없다. 교육부 역시 대입전형 기본사항과 동일하게 등록은 여러 대학에 할 수 없고 한 곳에만 할 수 있으며, 먼저 등록한 대학을 포기한 뒤에야 추합한 대학에 등록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홍보해왔다. 

<이중등록 판정.. 등록마감일 기준?>
대입전형 기본사항이나 교육부의 홍보내용만 보더라도 이중등록의 정의를 내리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기본적으로 대학에 등록할 때는 한 곳에만 등록해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등록의 정의대로라면 기간과 관계없이 이중등록은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일시적인 이중등록 역시 입학취소나 무효 처분의 대상이 돼야 한단 얘기다. 하지만, 실제 이중등록 판정은 이와 다르게 이뤄진다. 

이중등록을 판정하는 주체는 대교협이다. 현재 대학들은 수시와 정시 모두 전형기간이 모두 끝난 이후 등록현황을 대교협에 제출한다. 대입지원 위반자 사전방지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현황을 전송하면 대교협이 이를 기반으로 지원방법을 위반한 사례들을 찾아내게 된다. 대교협은 복수지원/이중등록 위반자를 찾아내 대학들에 4월초까지 통보하며, 4월 중순까지 위반자들을 심의해 제재를 결정한다. 

대교협의 이중등록 위반 여부 판정 기준은 등록 마감일 이후까지도 ‘이중등록을 이어나갔는지’ 여부다. 사례처럼 일시적인 이중등록의 경우 수험생의 실수 차원으로 보고 입학취소 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즉, 수요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추합기간 중의 이중등록은 실제론 제재대상이 아닌 셈이다. 

대교협은 수험생들의 실수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미 다른 대학에 등록여부를 밝혔더라도 기존 등록한 대학을 취소하고 등록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두 대학에 등록한 기간이 겹친다면 이중등록으로 봐야 한다. 다만, 막판 추합 일정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사정 상 단기간의 이중등록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진 않다. 단순 실수까지 전부 입학취소 처분을 내리는 것은 너무 과도한 제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중등록 시간이 다소 길더라도 왜 그런 상황에 놓였었는지 사유서를 제출받는 선에서 끝난다. 어지간해선 입학취소 처분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전방지 시스템 막판효과 ‘미흡’.. 현장 자구책 ‘등록포기기한’>
문제는 이처럼 이중등록을 판별하다보니 본래 추합했어야 할 인원들에게 합격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단 점이다. 원칙대로 기존 등록대학을 취소하고 추합 대학에 등록하면 추합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기존 등록대학이 새로운 추가합격자를 찾아 나설 수 있지만, 등록취소가 늦어지게 되면 새로운 추가합격자를 찾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며, 추합기간 이후 등록을 취소하는 경우엔 더 이상 추가합격을 진행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은 대입전형 기본사항에도 수록돼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미등록충원 마감일 이후 등록을 포기하는 경우 대학에는 미충원 인원이 발생하고 예비 합격자에게는 충원합격의 기회가 차단돼 결과적으로는 다른 수험생의 입학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고 현행 대입 추합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대학과 대교협은 추합 기간 중에도 대입지원 위반자 사전방지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추합기간 동안에는 매일 등록현황을 대교협에 제출, 이중등록 상태인 수험생들을 오전을 기점으로 걸러내 연락을 취함으로써 이중등록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고 정상적으로 추합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만약 A대학에 등록해 있던 학생이 B대학에 추합해 등록을 마쳤음에도 여전히 A대학에 등록해 있는 상태라면, 이 때 학생에게 연락해 이중등록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은 A대학의 몫이 된다.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다른 대학 등록을 확정지었으면서도 여전히 등록취소를 하고 있지 않은 경우 정상적으로 추합을 진행할 수 없다. 때문에 매일 이중등록 명단을 확인한 후 연락해 등록취소 의사를 묻고 등록금 반환 절차를 안내하는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추합 마지막날이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등록현황을 토대로 이중등록을 걸러내야 하는데 추합이 모두 종료된 다음날에야 현황이 나와 더 이상 추합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학년 정시에 대입하면 20일 오후9시까지는 추합기간, 21일 오후4시까진 추합자들의 등록 기간인데 20일 오후9시까지도 이중등록 상태가 이어지는 경우는 사전방지 시스템을 통해 미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추가합격했어야 할 누군가는 합격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현행 대입 추합 구조대로라면 빠른 등록취소 통보는 전적으로 수험생들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추합 마감일까지 등록취소 의사를 통보하지 않고 등록마감일까지 등록상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모두가 이타적인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이상적인 제도겠지만 실제 현장에선 이와 반대 모습이 나타나기도 해서 문제다.

대교협은 추합 진행 구조 상 빠른 등록취소 의사 타진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관계 내용을 두고 있다. “(입학기회 박탈)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 대학은 모집요강 등에 관련 사항을 명기하고, 대교협은 고교 수험생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적극 홍보한다”는 항목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모집요강을 통해 추합기간 중 다른 대학의 추합 통보를 받아 이동하는 경우 등록을 원치 않는 대학에 등록포기 의사를 즉각 전달할 것을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교협이 매년 발표하는 수시/정시 관련 자료에도 이중등록 얘기가 담기는 경우가 많다. 

대학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모집요강에 ‘등록포기기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특정 일시까지만 등록금 환불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둠으로써 빠른 등록포기를 독려하는 것이다. 막판 ‘전화찬스’로 불리는 개별통보가 이어지는 경우 빠른 등록포기가 필요하단 점에서 운영 중인 일종의 ‘자구책’이라 할 수 있다. 

대학들은 구체적인 날짜 시간까지 등록포기기한으로 제시한다. 고려대의 예를 보면 2월20일 오후8시까지가 등록포기기한(등록포기 신청기한)이다. 등록을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 이미 납입한 등록금의 환불을 요구할 수 있지만, 기일 경과로 인한 불이익은 지원자 본인 책임이라고 명시하는 방식이다. 등록포기기한 날짜는 20일로 모두 동일하지만, 시간은 대학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연세대는 오후9시, 서강대는 오후5시, 성균관대는 오후8시50분, 한양대와 중앙대는 오후7시를 각각 등록포기기한으로 두고 있다. 

<등록포기기한 실제 효력있나?>
하지만, 대학들이 요강에 수록한 등록포기기한은 실제론 별다른 효력이 없다. 정해진 시간 이후에도 얼마든지 등록을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대는 오후8시까지만 등록포기가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고 있지만, 오후8시 이후에 이뤄지는 등록포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추합이 모두 종료되는 20일 이후에도 등록포기를 하는 데 있어 제한사항은 없다. 요강에만 명시돼있을 뿐 실질적인 효력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대학들 역시 등록포기기한이 별다른 효력이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모집요강에 수록된 내용이긴 하지만, 실제 등록포기 시점을 대학이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등록 포기 여부는 수험생이 결정할 문제지, 대학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수험생이 재수를 결심하고 등록을 포기하겠다는데도 모집요강에 기한이 명시돼있으니 등록금을 반환할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이미 학사일정이 시작됐다면 진행된 수업일정 등을 고려해 정해놓은 비율을 제외하고, 일부 등록금만 반환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등록포기 자체를 막아설 방법은 없다”라고 말했다. 

등록포기기한을 실제 전형에서 활용하려고 시도한 대학도 있었지만, 실효성을 거두기란 힘들단 결론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우리 대학은 등록포기 기한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려고 노력한 전례가 있다. 추합기간 종료 이후 등록포기를 원하는 사례가 나오면 사유를 물어 만약 추합으로 다른 대학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등록포기 과정을 누락한 경우엔 등록포기기한 규정을 들어 등록금 반환을 하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등록 포기 가능 기간을 명시했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은 귀책은 수험생에게 있으므로 이를 책임지라는 논리에서 기반한 것”라며 “다만, 등록포기기한이 있다 하더라도 수험생의 ‘실수’를 두고 끝까지 등록을 취소해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결국엔 전부 등록을 취소해주는 것으로 처리했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그럼에도 등록포기 기한을 두고 있는 것은 빠른 등록포기를 독려해야 할 필요가 높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등록 마감일까지만 이중등록 상태에서 벗어나면 되는 현 대입구조 상 수험생들의 선의만 기대해선 이중등록으로 인한 결원 발생을 막을 수 없기에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이중등록’과 ‘빠른 등록포기의 필요성’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등록포기 마감시한 등을 명시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중등록을 이렇게라도 알리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더욱 결원이 늘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불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대학은 추합 과정에서 선발하지 못한 결원이 생기더라도 큰 피해를 입진 않는다. 2년 후 대입에서 결원만큼 추가선발이 가능해서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어떻게든 추합 과정을 통해 결원을 줄이고자 노력한다. 본래대로라면 합격해서 대학에 다녀야 할 한 학생이 정당한 자신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재수에 뛰어들게 되는 피해만큼은 막아야 한단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강제성 없는 규정에 불과하다는 등록포기기한의 ‘실체’를 알게 된 수요자들의 눈초리는 싸늘하다. 아무리 빠른 등록포기가 중요하단 사실을 알릴 필요성이 있고, 알리지 않을 시 불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공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학부모는 “이중등록과 등록포기에 관한 사실들을 어설프게 알리는 경우 괜스레 피해자만 발생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우려 때문에 정확한 정보 대신 ‘불이익’을 운운하며 등록포기기한을 둔다는 것은 겁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중등록에 관한 규정을 재정비하거나 다소 어렵더라도 관련 사항들을 낱낱이 알려 수험생들이 최대한 빨리 등록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방법들은 미봉책에 불과해 보인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추합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시스템 전방위 개선 필요>
이처럼 추합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중등록 문제로 인해 추합 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개선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 가장 먼저 제시되는 부분은 현재 사용 중인 대입지원 위반자 사전방지 시스템을 실시간화 하자는 것이다. 현재처럼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이중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계속돼서는 추합마감일 이후까지 지속된 이중등록으로 인해 합격기회가 박탈되는 피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등록 여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은 대학들 사이에서 시도된 전례가 있다. 선호도가 비슷한 대학들끼리 등록자 현황을 공유해 추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대학의 학생이 넘어오는 경우 해당 대학에 통보, 빠르게 등록포기를 독려할 수 있도록 해 결원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었다. 다만, 지금 이 같은 방식은 대학가에서 거의 사장된 상태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대학 간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시스템을 통한 등록현황 확인이 좀 더 수시로 이뤄지면 추합을 진행하는 데 있어 훨씬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학 관계자는 “개별대학 간 정보공유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교협이 주체가 되면 개인정보 보호 문제는 사라진다. 등록현황 공유시간을 훨씬 촘촘하게 설정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당장 실시간화 하기 어렵다면 1시간이나 30분마다 현황을 올리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등록현황을 계속해서 공유하는 데 따른 업무부담은 있겠지만, 불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논의되는 대입개편안 중 하나인 수시-정시 통합선발은 현재보다 더욱 체계적인 추합 진행을 요구한다. 미리부터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방지 시스템의 실시간화에 더해 추합 통보를 받은 학생들이 등록포기 의사를 통보할 수 있는 공통의 창구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 막판 전화통보 시점에는 늦은 저녁 추합통보가 이뤄지는 일이 많다보니 수요자들이 등록취소 의사를 밝히려 하더라도 연락할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이중등록 관련 사항에서 “등록 포기 및 등록금 환불 절차를 모집 요강에 명기하여 지원자가 사전에 관련 내용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해뒀다. 하지만, 실제 모집요강에 등록포기 절차를 상세히 안내한 대학은 드물다. 입학처 홈페이지에는 대표번호만 실려있는 경우가 많아 어디로 등록취소 의사를 밝혀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기껏 대표번호나 입학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하더라도 업무시간이 아니란 안내가 나와 수요자들의 분통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공통의 등록취소 의사 접수 창구가 마련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들이다. 

더하여 등록취소 의사 접수를 일원화하면 현재 사문화돼있는 추합기간 중 이뤄지는 단기간의 이중등록도 제재 대상으로 삼아 이중등록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는 등록취소 의사를 전화를 통해 밝히는 경우 이를 기록해야 하는 제도나 장치가 전무하다. 때문에 추합기간 중 A대학 등록자가 B대학에 추합해 등록하는 과정에서 A대학에 등록취소 의사를 밝혔더라도 A대학을 향한 등록취소 통보가 먼저인지 B대학에 등록한 것이 먼저인지를 알기 어렵다. A대학에 등록취소 의사를 명확히 밝혔더라도 등록금이 반환되는 것은 그보다 후에 벌어지는 일이어서다. 

물론 원칙대로 A대학에서 등록금이 반환되기를 기다려 B대학에 등록한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A대학에 등록취소 의사를 밝힌 후 일단 B대학에 등록하고 A대학 등록금을 반환받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이는 등록취소 의사를 밝혔지만 후속 행정처리 절차가 늦어지는 것에 불과하기에 이중등록으로 판단해선 안 되는 경우다. 

문제는 이처럼 등록취소 의사를 밝힌 것과 등록금 반환시간 사이의 괴리를 측정할 수단이 현재로선 전무하단 점이다. 현재 대교협이 이중등록 처벌기준을 등록마감일이나 그 이후로 두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실무상의 문제와 연관이 있는 부분이다.  

만약 사전방지시스템에 추가적인 기능을 만들거나 혹은 별도 시스템을 마련해 등록포기 의사를 접수할 공통의 창구를 만들면 추합 이후 기존 대학에 대한 등록취소 의사 통보와 새로운 대학 등록 중 어느 것이 더 선후인지를 따져 이중등록을 더욱 면밀하게 운영할 수 있다. 등록취소 의사 통보가 추합대학 등록보다 늦었지만 그 정도가 경미한 경우라면 지금처럼 사유를 제출받아 정상참작할 수 있기에 깐깐해진 규정으로 인한 피해자 발생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예비번호 불투명 공개.. 막판 개별통보 문제 야기>
시스템의 전방위적 개선 외에도 대학들이 이중등록 문제, 그로부터 촉발되는 불의의 피해자 발생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예비번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단 지적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불투명한 예비번호 공개 방침은 막판 개별통보에서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단 것이다. 

현재 대학들의 예비번호 부여 범위는 제각각이다. 추합에 있어 대학들이 갖는 자율권 영역으로 대교협이나 교육부가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처럼 예비번호를 일체 부여하지 않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고려대 연세대처럼 결격자가 아닌 이상 전체 수험생에게 예비번호를 전부 부여하는 대학이 있는 데다 0.3배수부터 5배수, 많게는 10배수까지 예비번호를 일부 수험생에게만 주는 대학이 있는 등 예비번호 부여에 관해 일관성을 찾기란 어렵다. 

문제는 예비번호를 일부 부여하면서 향후 변화를 알리지 않는 대학들이다. 예비번호를 일부 수험생에게만 준 상황에서 추합 차수 진행에 따라 예비번호가 바뀌지 않기에 수험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고 결국 예상치 못한 추합통보를 받는 경우로 이어지게 된다. 선순위 수험생의 추합 여부에 따라 예비번호가 계속해서 바뀌는 대학의 경우 수험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인식, 남은 추합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데 별 무리가 없다. 예비번호가 바뀌지 않더라도 차수별 추합 현황이 별도 공지되는 경우에는 선순위 수험생들의 이탈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자신의 예비번호가 실질적으로 몇 번인지를 알 수 있기에 예비번호가 바뀌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대학들은 현재와 같은 예비번호 부여 방식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그간 추가합격자도 최초합격과 동일한 합격자인데 이들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단 교육적 견지에서 예비번호 미부여 방침을 이어나가겠단 입장이며, 다른 대학들은 기존 추합 비율 등을 고려해 넉넉하게 예비번호를 부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굳이 예비번호를 최저점 지원자까지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추합비율은 고정된 값이 아니지만 지난 몇 년간의 현황을 통해 올해 나올 수 있는 최대치를 가늠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 선에서 예비번호를 주면 되는 것이지, 합격 가능성이 낮은 수험생들에게까지 예비번호를 주는 것은 괜한 민원만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요자들은 예비번호가 전부 주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 역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예비번호가 주어지는 현재의 고대 연대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예비번호를 고스란히 알려줌으로써 향후 추합 가능성을 수험생들이 스스로 가늠해보도록 해야 한단 것이다. 예비번호를 명확히 아는 수험생들은 갑작스런 추가합격이 있더라도 이미 등록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뒀을 가능성이 높기에 수요자들의 혼란을 덜어주는 효과가 기대된단 평가다. 

대학들이 예비번호 부여 범위를 좁히는 이유는 ‘입시결과’ 등 현실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해결이 쉽지 않으리란 의견도 있었다. 한 교육 전문가는 “대학들이 예비번호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입결공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낱낱이 공개된 예비번호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유되면 실제 합격선이 드러나게 되고 이는 대학의 선호도 격차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정시의 비중이 수시에 비해 크지 않기에 입결을 공개하더라도 그로 인한 대학 선호도 측정이 불가능한 구조지만 관행적으로 예비번호 일부 부여 모습은 되풀이되고 있다”라며 “서울대 역시 현재의 예비번호 공개 방침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시 100%이던 시절 예비번호를 공개하는 것은 입학 후에도 ‘등수’로 위화감이 형성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지만 현 대입구조는 이와 관련이 적다. 정시 입학생이 전체 입학생 중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데다 서로 다른 전형 간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상황,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는 현 대입구조 등의 배경을 고려하면 전체 예비번호를 공개하더라도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추합기간만 되면 불합격한 수험생들끼리 온라인 커뮤니티에 모여 서로간의 점수를 공유하며 추합 여부를 따지게끔 두는 것은 ‘깜깜이’ 대입이란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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