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입시 ‘인성’ 검증 중요성 대두.. 2018 8개교 다중미니면접 늘어나나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성범죄를 저지른 의대생에 대해 국가고시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의대생의 성범죄 사건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지만 이들이 의사가 되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최도자(국민의당) 의원은 국가시험 등에 응시하는 자가 수학과정에서 생명윤리 위반, 성범죄 등 중대한 사유로 징계를 받은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3회 범위에서 국가시험의 응시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8일 밝혔다. 

현행 법률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가 된 자가 의료관련 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는 중에만 자격박탈을 규정하고 있다. 수학 과정에서 중대한 범죄/비윤리적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퇴학처분을 받지 않는다면 국가시험에 응시해 의사가 되는 것을 제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최 의원은 “최근 의대생들의 도를 넘은 생명윤리 경시, 성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며 “특히 약물을 사용해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해부실습 과정에서 고인을 희롱하는 사진을 SNS에 유포하는 등 기본적인 생명윤리조차 갖추지 못한 학생에 대한 제재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자의 국시 응시자격 제한과 함께 의대 입시에서부터 인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함께 목소리가 실리고 있다. 대안으로는 서울대가 실시하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을 적극적으로 확대 도입하는 방안이 꼽힌다. 이외에도 면접 등 종합적으로 학생의 인성을 검증할 수 있는 학종의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성범죄나 생명윤리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경우 의사 국가시험 응시자격을 3회 동안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교육계에서는 의대 입시에서부터 인성을 검증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잇단 의대생 성범죄 논란>
의대생 인성 논란에 불을 지핀 건 2011년 모 대학 의대생의 동기 성추행 사건이다. 남학생 3명이 술에 취해 잠든 동기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하고 이를 카메라로 찍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2014년에는 가해자 중 한명이 또 다른 대학 의대에 입학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모 대학 의대생들의 집단 성희롱 징계 문제가 알려지기도 했다. 모 대학 의예과 남학생 21명이 2016년 학교 인근 식당과 축제 주점에서 같은 과 여학생을 소재로 삼아 수차례 음담패설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2017년 학생 상벌위원회를 열어 가해학생 5명에게 무기정학, 6명에게 유기정학 90일의 징계를 내렸다. 나머지 2명은 근신, 8명은 사회봉사 처분이 내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의예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자리에서도 신입생 후배를 상대로 부적절한 언행을 하는 등 상습적인 성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처분이 내려진 가해학생 중 10명이 학교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처분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처분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심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여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거나 평가한 게 아니라 농담조로 한 것”이라며 성희롱 사실을 부인했다. 가해 남학생들의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의대 건물에는 피해 여학생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대자보가 붙었다. 성희롱 발언 내용과 함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사회의 관심을 지지하는 내용이 대자보에 담겼다. 대자보를 통해 “가처분 신청이 인정되면 가해자들과 같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피해 학생들은 수치심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려왔음은 물론이고 가해자들이 돌아오면 혹시 보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심정을 호소했다. 대학 관계자는 “의예과의 성희롱 내용을 접수한 뒤 조사 후 징계처분을 내렸다”면서 “피해학생 인권보호를 위해 2학기부터 수업을 분리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적 중심 의대 입시.. 의대생 인성 논란 재발 우려>
계속해서 불거진 의대생들의 성범죄 사건은 의대 선발단계에서부터 인성을 확인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를 키웠다. 계속된 의대생들의 범죄 문제는 성적 중심 의대 입시가 가진 한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2011년 모 의대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중 1명이 또 다른 대학의 의대에 정시를 통해 입학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의대입시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더욱 힘을 얻었다. 나머지 가해자 중 한명은 징역형을 살면서 수능을 준비해 지방 소재 의대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죗값을 치렀다 하더라도 성범죄 전력이 있는 자가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된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거부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가해자가 재입학한 대학의 의대/의전원 학생들은 제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서에서는 ‘의대 입시에서 성적 이외의 가치들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계에서는 성적 중심의 의대입시가 계속된다면 유사한 사건이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대입시 개편방향의 중심이 인성평가로 가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일부 의대가 실시하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을 수시에 전면 도입하고 정시에서 인성면접을 도입해 예비의사 선발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성 검증 대안, ‘다중미니면접’>
대안으로 손꼽히는 ‘다중미니면접’은 작은 면접 여러 개로 구성된 ‘마라톤’ 형태의 면접이다. 통상의 면접 대비 소요시간이 긴 편이다. 일반적인 면접은 짧으면 10분, 길어도 30분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다중미니면접은 ‘방’으로 불리는 여러 개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돌며 길게는 1시간 이상 면접을 치르기도 한다. 

다중미니면접에서 주로 활용되는 면접형태는 인성면접과 유사한 ‘상황제시’다. 특정한 상황을 제시한 후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런 상황이 지원자에게 벌어진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인성면접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다. 제시문을 주고 일정시간동안 읽고 생각하게 한 뒤 면접을 진행하는 ‘제시문 분석’ 형태도 활용되기 때문이다. 교과면접과 비슷한 실질을 띤다. 교과면접처럼 심화 학업역량을 측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단순 학업능력/인성 측정을 넘어 인성 협동력 소통능력 등 측정하고자 하는 평가영역이 다양하다는 점은 다중미니면접이 다른 면접과 다른 차별점이다. 한 시간 동안 실시하는 다중미니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인성을 모두 파악하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타 전형 대비 안전장치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중미니면접의 선봉 대학은 서울대다. 전국 최상위 선호도 의대임에도 성적 중심 입시가 아닌, 다각도 인성검증을 위해 심층면접을 도입, 인성평가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울대 수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이 적용되는 것은 일반전형만이지만 지균 대비 모집인원이 더 많다.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은 매년 모양새를 바꿔가고 있어 사교육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사교육을 통해 ‘훈련된’ 학생들이 유리하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진정 인성을 갖추고 학업역량이 뛰어난 수험생을 가려내기 위한 조치다. 최초 도입된 2013학년에는 상황제시방 4개, 제시문 분석방 1개, 서류확인방 1개의 6개 방 체제였지만 이후 면접실 수나 면접형태를 계속해서 바꿨다. 역할극, 빅데이터 분석, 자기PR, 한국사 등 신유형이 등장하기도 했다. 

<2018학년 8개교 실시.. 확대 추세>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다중미니면접이 확대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18학년 수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의대는 서울대 성균관대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아주대 인제대 한림대로 8개교다. 2013학년만 하더라도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의대는 서울대 한림대의 2개교에 불과했다. 2019학년에는 ‘빅5’로 불릴 만큼 선호도 높은 의대인 울산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다중미니면접 도입에 드는 노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 의대 다중미니면접 출제교수는 “다중미니면접 시행에는 많은 노력이 든다. 어떤 인재를 선발할 것인지, 그에 맞춰 어떤 영역들을 평가할 것인지를 먼저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후 면접유형에 맞춰 면접문항들을 개발해야 한다. 개발한 면접문항을 가지고 실제 면접을 진행할 인력이나 면접에 앞서 시행될 서류평가 인력 등도 필수다. 개발한 면접문항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재학생들을 동원하기도 한다”라며 “인성평가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이지만 아직 완전한 의대 면접의 주류로 떠오르지 못하는 것은 이처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인제대 한림대 등 굳이 인성측정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우수 수험생을 선발할 수 있는 선호도 높은 의대들이 적극적으로 다중미니면접을 적용하는 이상 의대 전반으로 확대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실제 의대 교수들도 다중미니면접 적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식만 쌓은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는 데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간 의대 입시에서 인성평가를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선언적인 수준에 머무르거나 영향력이 낮았던 것이 현실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19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의학계열 인/적성평가 도입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대교협이 발표한 2019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에 따라 대학별로 사용하는 전형방법 수를 수시4개, 정시2개 등 최대 6개 이내로 제한하고 있지만 사범계열과 의학계열의 인/적성평가는 전형방법 수 산정에서 고려되는 전형요소에서 제외했다. 인적성평가 도입에 대한 제도상의 걸림돌을 없애면서 인성평가 도입 확대를 시사한 셈이다. 다만 인적성평가 도입을 장려하는 소극적인 대책일 뿐인 데 더해 인적성평가에 대한 공통 매뉴얼이 없고 평가방식도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인적성평가 실시를 전적으로 대학과 교수들의 노력에 맡기면서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보다 앞서 의무화된 의학계열 인증평가에서는 ‘학생 선발 시 인성평가 여부’가 기준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최근 서남대 의대 모집정지 사태로 주목된 의료교육과정 평가/인증제도는 교육부장관의 인정을 받은 인정기관이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 전반을 평가해 평가인증결과에 따라 교육부의 행/재정적 지원여부, 불이익 행정처분 등을 내리는 제도다. 고등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됐다. 의대는 6년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를 받게 된다. 거부하거나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됐던 평가/인증제도는 2016년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으로 실효성을 크게 확보, 평가/인증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거부할 경우 모집정지/폐지 처분이 가능해졌다. 

주목할 점은 의평원은 지난 2주기 평가 당시 사용했던 평가인증기준을 통해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면접을 실시’하는 경우를 우수기준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심층면접을 ‘전체 면접시간이 1인당 1시간 이상인 면접’으로 규정해 현행 의대 입시에서 심층면접 우수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요소는 서울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다중미니면접이 유일했다. 문제는 의평원이 의대 인성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연이어 터지는 예비의사, 의사들은 비윤리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개정을 통해 공개한 평가인증기준안에서 심층면접 관련기준을 삭제해 논란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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