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 상호보완 역할'.. '논술 폐지 우려' 목소리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현행 대입전형이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간소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교육부가 논술/특기자를 폐지하고 수능/학생부 위주로 단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한 우려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2일 부산 남구 동명대에서 17개시도교육청이 공동 주관하는 ‘2018 대입정책포럼’에서는 대입제도 개편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발제를 맡은 이기욱 전국 입학처장협의회 회장(동명대 입학홍보처장)은 대입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행 대입 전형이 서로 보완 역할을 하며 자리잡아가고 있는 만큼, 체제를 크게 바꾸지 않은 범위에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처장은 수험생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수능 절대평가 도입, 학종 개선방향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 처장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험생/학부모/교사에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동점자 변별방안에 대해 대학과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날로 중요성이 강조되는 학종의 경우 ▲평가항목 표준화 ▲평가기준/평가결과 공개 ▲입학사정관 신분 보장 ▲회피제적시스템 강화 ▲학생부 양식 개선 등을 개선방안으로 꼽았다. 

현행 대입전형이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간소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교육부가 논술/특기자를 폐지하고 수능/학생부 위주로 단순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한 우려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전형별로 상호보완..대입 간소화 신중해야> 
발제를 맡은 이기욱 동명대 입학홍보처장은 현 대입전형 체제를 크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대입전형 표준화 체계에서 제시하고 있는 전형들은 각각 장점과 단점을 갖고 있으면서 상호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대입전형 간소화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고교 수험생의 선택권 보장을 지켜주기 위해서는 현재의 대입전형 체제를 크게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부는 업무계획을 통해 논술/특기자를 축소 폐지하고 수능/학생부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논술/특기자의 경우 사교육 유발 우려가 크다는 이유에서 축소 방침을 내세우고 있지만 수험생 부담축소의 장점보다 선택권 축소의 단점이 크다는 지적이 대두된다. 한 고교 관계자는 “논술이 폐지될 경우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이 수시에서 도전할 기회를 상실한다”며 “대학들의 노력으로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할 정도로 사교육 유발효과가 줄어든 논술전형의 폐지는 뒤늦게 철든 학생의 유일한 수시 문호를 없애는 데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흐름에 퇴행하는 조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 대입제도는 2013년 10월 발표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 방안’에 따라 2015학년부터 전형방법 수 4+2 체제로 운영돼왔다. 수시에서는 학생부위주인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위주인 논술전형, 실기위주인 실기전형으로 모집을 실시하고 정시에서는 수능위주인 수능전형과 실기위주인 실기전형으로 모집하고 있다. 이 처장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각각의 대입전형은 학생들의 능력에 따라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학생부교과전형은 학교 수업을 충실하게 수행해 좋은 교과 성적을 받는 학생이, ▲학생부종합전형은 일정 수준의 교과 성적과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잘하는 활동적인 학생이, ▲논술전형은 시험문제의 유형이 객관적 또는 단답식보다는 생각하고 기술하는 서술형 문항을 잘 푸는 학생이, ▲실기전형은 예체능 소진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수능전형은 학교 교과 성적보다는 학교 교과를 바탕으로 치러지는 외부 시험에서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취지 학생/학부모/교사 공감 얻어야”>
이 처장은 수능 절대평가 도입의 경우 현장의 공감을 얻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이 처장은 “수능 절대평가의 취지와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점, 고교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학교현장의 변화 등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설명함으로써 이들에게 공감을 먼저 얻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대학과도 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처장은 “수능 절대평가를 반대하는 수능 상위권 대학, 국립대학, 의과대학이 있는 지방 사립대에 동점자 변별력에 대한 해결방안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토론자로 참여한 김용호 교사는 혼란에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보완해 곧바로 실시하는 것이 낫다고 봤다. “어차피 절대평가로 가야 한다면 당장의 혼란이 있더라도 대안을 보완해 실시한다면 오히려 나을 것”이라며 “절대평가로 가는 과정에서 대입전형의 잦은 개편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고교 내신 절대평가의 경우 수험생과 고교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 처장은 “각 고교마다 성적 부풀리기가 발생해 학생의 학력 저하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학부모와 학교 간 교과 성적에 대한 갈등으로 학교 교육 파행이 발생해 공교육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대학은 현재보다 학생부교과만으로 선발하는 전형의 모집단위 축소 또는 폐지를 고려할 것이며, 동점자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면접 등 다양한 형태의 이중 장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어 현재보다 복잡한 전형이 만들어 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성취평가제 도입에 장점이 더 많다고 본 경우도 있었다. 김용호 교사는 “성취평가제가 도입되면 상대평가에 따른 시험과 수업방식에 대한 부담이 줄고,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같은 과목 수강생끼리 점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적 부풀리기 문제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김 교사는 “성적 부풀리기 문제의 경우 성취등급만을 대학에 제공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지만 현행처럼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을 함께 제공한다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종 개선.. “회피제척시스템 강화”>
이 처장은 학종의 개선을 위해서는 회피제척시스템 강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회피제척시스템은 올해 교육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법제화를 밝히기도 했다. 학종에 지원한 수험생과 특수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이나 교직원을 학생 선발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을 뜻한다. 회피제척시스템은 2011년 도입된 적이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다. 지난해 열린 국감에서는 교육부/대교협이 만든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확보시스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종배(자유한국당) 의원은 “교육부가 15억3500만원의 예산을 들여서 구축한 ‘학생부종합전형 공정성 확보시스템’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자체 회피/제척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학은 대교협의 회피/제척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교육부가 권장하기도 했다. 첫 도입된 2011년에 27개대학이 이용하던 시스템은 해마다 이용대학이 늘어 2014년 36개대학이 이용했다. 이후 2015년 8개대학, 2016년 2개대학으로 급감하다가 지난해에는 아예 폐지돼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있다. 2013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할 수 없도록’ 개정돼 2014년 8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회피/제척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입학사정관이나 교직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위법소지가 있어 각 대학이 회피/제척 시스템 사용을 꺼리게 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지 4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라며 “하루빨리 관계법령에 근거를 마련하는 등 조속히 시스템이 정상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경(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지난해 국감에서 “2011년 수험생과 특수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을 입시 업무에서 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입시 자율성’ 명분으로 2015년부터 현장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해당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대학이 드문 것이 사실”이라며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육계는 입학사정관 제척/회피제도가 법제화될 경우 학종의 공정성 제고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열린 포럼에서 이 처장은 학종 평가항목도 표준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 처장은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평가항목을 표준화하고, 평가기준/평가결과에 대한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수험생/학부모/교사가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허정은 부산대 입학사정관은 “평가영역, 요소, 기준에 대한 공개 외에도 실제적인 합불의 결과를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으로 제작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허 입학사정관은 서류 평가에 투입되는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입학사정관은 “다수 다단계 평가를 통해 1명을 선발하기 위해 투입되는 평가인력을 늘려서 1~2명에 의해 합격자가 결정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격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입학사정관은 “단순히 정량적 교육 시간 이수 후 바로 평가에 참여하는 현재의 방식은 서류평가에 대한 전문성과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사정관 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전문성을 검증받은 사정관의 서류평가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자인 입학사정관의 신분 안정화도 언급했다. 이 처장은 “입학사정관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평가 전문성뿐만 아니라 윤리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안정적 신분보장을 통해 평가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부 기록의 경우 교사/학교 역량에 따른 차이를 완화하기 위해 폐쇄형과 개방형 두 가지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허 입학사정관은 “기본적으로 비교우위가 있는 학생의 역량을 몇 개의 항목 중 선택하게 하고, 그 근거나 기타 사항에 대한 내용을 항목당 200자 이내로 부수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기재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수시 원서접수 전 학생/학부모의 학생부 일부항목 열람을 막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허 입학사정관은 “교과 외 영역에 대한 학생부의 기록도 온전한 교사의 평가권임을 숙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의 학생부기록 접근을 미연에 방지하고 학생부 기록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중학교까지 확대해야”>
이 처장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사업 범위를 중학교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이 처장은 “작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됐지만 지역 대학의 프로그램 지원이 없으면 각 지역 중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 취지를 살려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역 대학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필요가 있고, 진로교육 차원에서도 대학이 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까지 포함해 적극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 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사업은 선정 대학 수가 제한적이고 지원 예산 또한 충분하지 않아 많은 대학이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처장은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대학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업이고, 입학사정관의 인건비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교-대학 연계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이고, 교육부 입장에서도 법령상 자율인 대입전형을 정부의 대입정책에 맞게 개선을 유도할 수 있고 전 국민의 관심사인 대입정책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익한 재정지원사업”이라면서도 “기존 대학에 비해 새롭게 사업을 준비하는 대학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너무 높아 사업 경쟁률이 매년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동결, 입학금 면제, 대입전형료 인하 등으로 대학재정이 열악하기 때문에 교육부 지원을 확대해 많은 대학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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