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수 신임학장 ‘마음 따뜻한 의사'강조.. '의대전반 호응가능성'

[베리타스알파=박대호 기자] 우리나라 최고 의대로 손꼽히는 서울대 의대 제34대 학장으로 선임된 신찬수 신임 학장이 다중미니면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25일 피력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을 갖춘 ‘마음이 따뜻한 의사’를 육성하기 위해 입시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곧 좋은 의사를 선발하는 것이기에 선발 단계부터 공감 배려 대화능력 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면접 강화 방안이 제시되진 않은 상황이다. 서울대 입학관계자는 “아직 의대와 다중미니면접 강화 관련 협의된 내용은 없다. 차후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간 서울대 다중미니면접이 시행돼 온 발자취, 현 시행 모습 등을 통해 강화 방안들을 더듬어 볼 수는 있다. 수시의 경우 다중미니면접 적용이 배제됐던 지균에 적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다중미니면접의 필요성이 높은 정시에도 적용 가능한 상황이다. 대입 사전 예고제를 고려하면 이르더라도 2022학년에나 실현 가능한 방안이지만, 신 유형 면접실의 등장은 당장 2019학년에도 가능하다.

교육계에선 다중미니면접 강화를 두고 전반적으로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최근 확대 추세인 다중미니면접이 더욱 더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뒤따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신 학장의 다중미니면접 강화 발언은 서울대가 그간 인재상으로 제시해 온 ‘선한 인재’ 선발에 대한 ‘선언적’인 의미도 담겨있어 보인다. 면접이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없애야 한다는 시선들을 뒤집는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고 본다. 좋은 의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선발해야하며 학업역량 이면의 공감능력, 대화능력 등도 중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대의 인기가 워낙 높은 탓에 별다른 홍보가 없더라도 알아서 우수 인재들이 의대를 향해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학업역량만 갖춘 수재형 인재들을 선발하는 데 매몰되기보단 향후 실무에서 역량을 더욱 드러낼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인재’들을 선발하는 데는 최적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 2018학년에는 성균관대가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기 시작했고, 2019학년에는 울산대가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했다. 최고 선호도를 보이는 의대들이 성적 이상의 가치를 위해 다중미니면접을 앞다퉈 도입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대들도 호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제34대 학장으로 선임된 신찬수 신임 학장이 다중미니면접을 더욱 강화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달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의대의 지휘봉을 잡은 신 학장은 25일 오후2시 의대 2층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마음이 따뜻한 의사, 공감능력을 갖춘 의사가 진료현장에선 훨씬 중요하다"며 "(다중미니면접을) 더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25일 신 학장 기자간담회.. 다중미니면접 강화 의지 밝혀>
지난달 30일부터 본격적으로 서울의대의 지휘봉을 잡은 신 학장은 25일 오후2시 의대 2층 회의실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입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 학장은 의학교육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마음이 따뜻한 의사, 공감능력을 갖춘 의사가 진료현장에선 훨씬 중요하다. 아무리 천재적인 머리를 갖고 있어도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은 의사가 되면 안된다”라며 “스무 살이 넘은 학생들에게 배려와 공감을 대학에서 가르쳐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입시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의사는 좋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 의대는 MMI(다중미니면접)라는 심층면접을 하고 있다. (다중미니면접을) 더 강화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신 학장은 다중미니면접 강화가 우수인재 선발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의대 학장으로서 우수한 학생 선발에 대한 의지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의학자로 양성하고자 한다.”

의료교육을 통해 임상의사보다 의학자 양성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계획도 밝혔다. “임상의사로서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잘 치료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의과학 기술개발을 통해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는 의학자를 양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상의사와 의학자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는 전국 의대 어느 곳이나 비슷할 것이다. 서울대가 특히 강조할 부분은 의학자 양성이다. 꼭 해야 하는 일이며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간 새로운 학장이 선출될 때마다 의학자 양성에 대한 논의가 많았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구체적인 계획을 고민하겠다”라는 게 신 학장의 의료교육 청사진이었다. 

기초학문 기피 등 의학자 양성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 역시 잊지 않았다. “기초학이 위기라고들 한다. 학생들이 의학자가 될 수 있도록 현재 시스템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다. 병역특혜 등의 좋은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려 한다. 임상에 있지만 연구에 흥미를 느끼고 소명의식이 있는 자원들은 대학원 과정을 통해 포용해야 한다.”

의학자 양성의 기반이 될 의학교육 수준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의료 수준은 세계적이지만, 의료교육 수준은 이에 못 미친단 평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의학교육의 질은 다른 나라 못지않다. 미국 대학들은 혈관조영술의 경우 실습 시 한번 구경하는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우리는 직접 실습한다”라며 “우리나라는 오히려 학부교육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한다. 세부전공에 박식한 교수님들이 쏟아내는 내용을 학생들이 감당하지 못한다”라고 신 학장은 설명했다. 

다만, 인프라 부족, 교육 담당교수 등 의료교육 관련 해결해야 할 숙제들도 있었다. 신 학장은 “교육 수준은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면은 있다. 외국의 경우 교육을 담당하는 임상교수들이 있지만 국내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우수인재발굴위원회를 만들어 교실을 잘 이끌어 갈 우수 교원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학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학장 직선제 결과 서울의대 교수 533명 중 88.4%인 471명의 지지를 받아 학장 1순위로 결정됐다. 같은달 21일 교원인사위원회와 학사위원회를 거쳐 학장 임명이 확정됐으며, 전 강대희 학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지난달 30일부터 공식적인 학장 업무를 시작했다. 1987년 서울의대를 졸업했으며, 교무부학장, 서울대병원 의료혁신실장 진료부원장 정보화실장 등을 거쳤다. 전공은 내분비내과다. 

<다중미니면접 어떻게 강화될까.. 정시 ‘부활’, 수시 지균 ‘확대’ 가능성>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입시가 중요하다는 신 학장의 발언이 나옴에 따라 향후 다중미니면접이 어떻게 강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의 서울대 다중미니면접 역사, 현 시행 모습 등에 비춰볼 때 수시의 경우 지균으로의 확대, 정시에서는 2016학년부터 맥이 끊겼던 다중미니면접 적용방안 ‘부활’ 등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물론 실제 다중미니면접 강화는 없을 것이란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신 학장의 발언이 실제 면접강화보다는 면접시행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선언적’ 발언이란 분석에서다. 교육부 수장인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사교육 유발 요소’란 멍에를 씌워 면접이 궁극적으론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배경 때문에 면접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현 다중미니면접이 가져다 주는 ‘선한 인재’ 선발이란 장점을 포기할 수 없기에 앞장서 면접강화를 발언, 면접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란 해석이다. 

대외적인 의사표시 뿐만 아니라 의대 내부를 향한 발언이란 평가도 존재했다. 의대 내부에서도 기류가 엇갈리는 다중미니면접을 옹호한 발언이란 것이다. 한 서울대 관계자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인식은 엇갈린다. 우수인재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거와 동일하게 ‘학업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곧 우수인재’란 생각을 가진 교수들이 존재한다. 전반적으로 젊은 교수들 사이에선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인식이 좋은 반면, 연령층이 높은 교수들 사이에선 ‘성적 우월론’이 팽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대 의대 내에서도 다중미니면접에 대한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다중미니면접의 독특한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인성평가’에 방점이 찍혀 있는 다중미니면접은 ‘학업역량 우수자’를 뽑는 데 치중해온 면접들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대학가에서는 다중미니면접 시행 시 성적 이상의 가치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역으로 얘기하면 성적만 우수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인재에게는 가혹할 정도로 불리한 면접이 되는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서울대에 버금가는 선호도 높은 의대로 최근 다중미니면접을 새롭게 도입한 모 대학 관계자는 “최근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해보니 결과가 재밌게 나왔다. 기존 자연계열에서 우수인재로 분류됐던 모 고교유형의 불합격 비율이 상당부분 높아졌다. 인성이란 평가요소를 덧입힌 결과 성적중심의 선발과는 다소 거리가 생긴 것”이라며 “다중미니면접 도입 이유가 ‘인성평가’에 있었는데 이전과 동일하게 성적중심 선발결과가 나오지 않아 의미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에도 다중미니면접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학장의 발언이 어떤 의중을 띄고 있든 다중미니면접은 현재 모습보다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입학본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이며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취임 후 첫 간담회에서 언급할만큼 다중미니면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강화가 이뤄지리란 게 교육계의 관측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물론 다중미니면접 강화 관련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 의대와 입학본부의 조율이 이뤄지더라도 새로운 문제유형 개발 등 구체적인 진행절차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다만, 서울의대 학장이 다중미니면접 강화를 입에 담았다는 데서 무게감이 가볍지 않다. 수험생들은 다중미니면접이 현재보다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서울대가 그간 대입 사전예고제를 철저히 지켜온 대학임을 고려하면 이르면 2022학년에는 강화된 다중미니면접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수시 변화상 있을까.. 지균으로 확대 가능
현재 서울대는 수시에서 정원내 기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과 일반전형의 2개 전형으로 의대를 선발한다. 두 전형 모두 전형유형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다. 수시 전체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서울대의 입시 기조는 의대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때문이다. 

지균과 일반의 양대 수시전형 가운데 현재 다중미니면접을 적용하는 전형은 일반전형이다. 지균은 일반전형이 아닌 서류확인 면접과 학업역량 측정 면접으로 진행된다. 서울대는 지난해2018수시 모집요강을 통해 지균 면접이 ‘제출서류를 토대로 서류내용과 기본적인 학업소양을 확인하는 10분 내외’ 형태임을 공지했다. 아직 2019학년 면접 방식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서울대가 ‘2019학년 신입학생 입학전형 주요사항’을 통해 2018학년 입학전형의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기에 지난해와 면접방식이 바뀌진 않을 전망이다. 

향후 다중미니면접이 강화된다면 지균에 다중미니면접이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별다른 자격제한 없이 서류평가를 실시해 2배수를 선발한 후 면접을 실시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일반전형,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서류평가와 면접을 진행한 후 일괄합산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지균의 전형방법이 사뭇 다르긴 하지만, 인성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균에서 다중미니면접이 시행되지 않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지균으로의 다중미니면접 확대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 중인 일반전형에서의 다중미니면접이 강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서울대는 일반전형에서 매년 5개 내지 6개 면접실을 운영해 1시간 동안 다중미니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1개 면접실은 서류확인에 주로 활용되며, 나머지 면접실에선 상황을 제시하거나 제시문을 주는 형태로 다중미니면접이 진행된다. 

서울대가 다중미니면접을 강화하더라도 시간이나 면접실 수 등을 강화하진 않을 것이란 게 교육계의 관측이다. 다중미니면접을 일찌감치 도입한 해외대학들 중에는 10개 이상의 면접실을 운영하고 시간도 1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있지만, 국내에 적용하기는 이른 상황인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가 실시하는 5~6개 면접실, 1시간 면접도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여타 다중미니면접 실시 의대들 중에서도 서울대처럼 1시간 면접을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시간/면접실 확대는 다중미니면접이 국내 풍토에 맞게 더 녹아든 이후에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가 일반전형 다중미니면접을 강화한다면 신 유형 문제 출제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서울대는 학부에서 처음 다중미니면접을 적용한 2013학년에 종업원의 항의에 대처하는 ‘역할극방’을 등장시킨 바 있으며, 이후에도 빅데이터 분석, 자기PR 등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면접들을 하나씩 꺼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제시문 분석을 주류로 삼아 신유형 면접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면접 시간이나 면접실 수를 늘리지 않는다면 이 같은 신 유형이 다시금 다중미니면접에서 등장할 수 있다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서울대 의대 수시 일반전형 지원을 노리는 수험생이라면 신 유형이 나올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당장 올해 치러질 2019학년 수시에서 신 유형이 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타 전형으로의 면접 확대 등 전형방법의 변화는 대입에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대입 사전예고제의 취지를 잘 지켜 온 서울대의 입시기조에 따라 일찌감치 공지되겠지만, 문제 유형 변경은 전형방법 변화와 무관하기에 별도 공지 없이도 이뤄질 수 있다. 

- 정시 다중미니면접 부활하나.. 인성평가 필요성
다중미니면접 강화 방안으로 예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정시에서의 다중미니면접 부활이다. 서울대는 2013학년 다중미니면접을 첫 도입한 이래 2014학년과 2015학년까지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했지만, 2016학년부터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그간 서울대가 정시 면접문제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은 없지만, 수험생들의 복기 내용 등에 따르면 2014학년엔 6개, 2015학년엔 4개 면접실 형태로 1시간과 40분동안 각각 다중미니면접이 치러졌다. 하지만, 2016학년엔 2개 면접실에서 30분간 인성/적성면접과 서류확인 면접을 진행하더니 2017학년과 2018학년엔 연이어 1개 면접실에서 20분동안 같은 형태의 면접을 진행했다. 정시에서의 다중미니면접이 갑작스레 사라진 것이다. 정시에서의 다중미니면접 폐지이유에 대해 서울대가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교육계에선 그간 서울의대 정시 면접이 다중미니면접에서 인성/적성, 서류확인, 학업역량 측정 등의 면접으로 바뀐 것에 대한 안타까운 반응이 많았다. 오히려 수시보다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이 실시돼야 하는 당위성이 더 컸기 때문이다. 수시에선 수험생의 기본적인 학업역량을 비롯해 학교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학생부, 학생부로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 학생을 관찰해온 교사가 추가적인 사실을 알릴 수 있는 교사추천서 등의 서류를 기반으로 서류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면접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인성을 갖춘 인재 선발에 큰 무리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정시는 수능성적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구조다보니 면접 없이는 성적 외 별도의 평가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모 의대 동기간 여학생 성추행 사건으로 퇴학당한 가해자가 차후 다른 의대에 입학해 논란이 커졌던 사건에서도 가해자가 다시금 의대 입학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일체 검증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정시 탓이었었다. 이렇듯 정시는 다중미니면접이 필요한 전형이지만, 서울대는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지 않는 중이다. 

서울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지만,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이 사라진 것은 현재 다중미니면접에 대해 상반된 기류가 형성돼있는 이유이기도 한 의대 내부에서의 엇갈린 시각 때문이란 주장이 존재한다. 물론 다양한 입학 통로가 주어져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일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서울대가 정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없앤 것은 수능성적이 최우선이 돼야 하는 전형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수능위주 전형인 정시에서마저 면접으로 인해 합/불이 엇갈리는 것은 부당하며, 성적 우수자를 선발해야 한단 기류가 형성됐던 때문이다. 수시와 정시가 존재하는 것은 수험생에게 여러 입학 통로를 개설,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없도록 하기 위함인데 수능을 잘 봐도 정시에 불합격하는 것은 문제로 지적됐다. 2014학년 수능에서 유일한 자연계열 만점자인 전 모 학생이 서울의대 정시면접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해 연대 의대로 진학한 것이 논쟁을 더욱 키운 것으로 안다. 더할 나위 없이 높은 성취도를 보였음에도 서울대에 불합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단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정시에서만큼은 다중미니면접을 없애는 결론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시에서의 다중미니면접 시행 타당성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이 존재하지만, 향후 정시 다중미니면접 재도입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신 학장이 얘기한 ‘마음이 따뜻한 의사’ 선발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전형요소인 때문이다. 수시와 동일한 1시간 소요 면접은 아니더라도 ‘약식’ 다중미니면접이 실시될 개연성이 크다.

마침 대입제도 상의 여건이 마련됐기에 향후 인/적성 검사를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의대에서 인/적성 검사를 시행할 시 별도의 전형으로 간주됐다. 대입전형 간소화방안에 따라 예체능실기를 제외하고 수시 4개, 정시 2개전형까지 운영 가능한데, 전형방법이 다른 경우 전형 개수가 하나 늘어났던 것이다. 이는 전형 간소화와 상충되기에 대학들은 의학계열 인/적성 검사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예외사항으로 규정돼있는 사범계열 종교계열 등에서만 인/적성 검사가 실시되곤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2019학년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통해 앞으론 의학계열도 인/적성 평가를 전형방법 수 산정 요소에서 제외한다며, 인성과 소양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절차를 마련하도록 권장하면서 인/적성 검사 적용에 따른 불이익은 없어진 상태다. 

<기출문제 공개 강화 필요.. 사교육 영향력 근절 ‘필요’>
다중미니면접 강화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기출문제 공개 방식의 강화다. 현재처럼 제시문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질문과 출제의도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다. 

통상 다중미니면접은 사교육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면접으로 알려져있다. 면접실의 숫자/시간 등만 비슷하게 유지될 뿐 면접내용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교육을 통해 면접을 대비하더라도 실제 면접에서 어떤 문제가 나올지는 전혀 대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상문제 역시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다중미니면접을 둔 사교육의 공세는 거세다. 몇몇 학원들은 다중미니면접 대비는 자신들이 최선이라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한다. 이에 홀려 사교육을 통해 다중미니면접을 대비하려는 수험생들의 움직임도 존재한다. 공교육계에는 다중미니면접 대비를 도울 수 있는 풍토가 잘 마련돼있지 않기에 ‘불안감’에서 사교육의 문이나마 두드려보려는 발걸음들이다. 

물론 공교육계에서도 다중미니면접을 잘 대비하는 곳들이 있다. 일반고를 비롯해 전국단위 자사고나 광역단위 자사고 등 학교유형과 관계없이 그간 서울대 의대 진학실적을 꾸준히 기록해온 곳들이다. 계속된 실적으로 쌓여온 노하우가 있기에 학교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면접 대비가 가능한 때문이다. 학교 교실을 면접실로 꾸미고 기출문제 등을 다소 변경해 모의 다중미니면접을 실시하는 방식이 주로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서울의대에 입학한 ‘선배’들이 동원돼 조언을 해 주기도 한다. 사교육의 면접 대비도 ‘다중미니면접 체험’을 통한 낯설음을 지우는 데 집중하기에 결코 효율 면에서 뒤지지 않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전체 공교육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교육 못지 않은 때론 더 나아간 효율적인 대비가 가능한 학교보다는 누적된 선배들이 없고 학교 여건도 따라주지 않아 실질적인 면접 대비를 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이 경우 유일하게 수험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출문제다. 기존에는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어떤 부분을 주로 평가하는지 등을 살핌으로써 그나마 불안감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 기출문제 공개는 ‘어떤 문제가 나왔는가’에서 그친다. 공개범위는 오로지 면접실 입실 전 읽고 분석해야 하는 제시문 선에서 그친다. 더 이상 개별 수험생 차원에서 논의를 진전시키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이는 제시문은 물론이거니와 출제의도, 평가기준 등을 세밀하게 밝히고 있는 한림대 의대 다중미니면접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물론 현재 공개범위로도 수험생들의 면접 대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베리타스알파가 서울대 의대 신입생 출신고교를 분석한 결과 입학생 95명 중 55.8%에 달하는 53명이 일반고출신이었으며, 광역자사고 17.9%, 전국자사고 14.7%, 영재학교 5.3%, 국제고 4.2%, 외고 2.1% 순이었다. 다중미니면접이 실시된 일반전형 합격생이 나온 고교 중에서는 광주숭일고 정화여고(대구) 대기고(제주) 대전만년고 예일여고 등 교육특구에 소재해있지 않은 일반고 출신들도 더러 있었다. 

그럼에도 사교육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 수험생들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기출문제’ 뿐이란 점을 고려할 때 기출문제 공개범위를 좀 더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물론 의대가 특별히 기출문제 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의학계열 외 모집단위에서 활용되는 수학/과학 등의 제시문도 서울대는 제시문만 공개하고 있다. 의대 자체적인 노력보단 입학본부의 방침이 변경돼야 하는 사안으로 보인다.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덜고, 사교육 팽창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출문제 공개범위를 늘리는 방안이 고려돼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이왕이면 모의면접 등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해줬으면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중미니면접은?>
다중미니면접은 의학계열에서 사용되는 면접 방식이다. MMI(Multiple Mini Interview)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작은 면접 여러 개로 구성되는 면접’을 뜻한다. 다중미니면접이 기존 면접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면접진행방식에 있다. 기존 면접들이 면접실 1곳에서 진행되는 단발성 면접이었다면, 다중미니면접은 소규모 면접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다. 

소요시간은 통상의 면접 대비 길다. 일반적인 면접은 짧으면 10분 내외, 길더라도 20분 내지 30분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중미니면접은 ‘방’으로도 불리는 여러 개의 면접실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는 방식이기에 길게는 1시간 이상 진행된다. 

다중미니면접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 캐나다 맥매스터 의대다. 이후 미국으로도 전파돼 뉴저지 버지니아 오하이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주로 시행 중이다. 다중미니면접을 시행하는 외국 의대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대학으로는 칼텍(Caltech)이 있다. 

다중미니면접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8학년의 일이다. 강원대 의전원이 2008학년 입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처음 도입해 시행했다. 이후 2011학년 한림대 2012학년 서울대 등으로 차차 확대됐다. 

서울대가 학부모집에서 다중미니면접을 도입한 것은 2013학년의 일이다. 서울대는 2013수시에서 ‘다면인적성 심층면접’이란 이름으로 다중미니면접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치대 수의대 등으로 다중미니면접을 확대해 현재는 전체 의학계열 수시에서 다중미니면접을 통해 합격생을 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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