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혼란, 수요자 피로감 가중.. '서열화 극복 집착'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김상곤 교육정책이 운용기조부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정책이 시장과 어긋나는 헛발질을 계속하면서 공교육 현장을 혼돈으로 내몰고 사교육풍선효과를 통해 사교육친화적 결과를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 선의로 시작한 정책마저 결과적으로 사교육풍선효과나 사교육살리기로 귀결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교육계에서는 정책기조부터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추어적 정책운용이라고 본다. 사교육을 축소하고 수요자 부담을 줄인다고 했던 정책들이 결국 선의의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몰고 있는 결과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급진적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교육부문에선 사교육돕기라는 게 정설이다. 사교육은 정책변화에 즉각적 대응하지만 공교육과 수요자들은 적응과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책변화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결국 독선과 아마추어리즘이 정책운영의 결과를 사교육살리기로 끌고가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진보측의 자세와 인식이 결과론적으로 사교육을  돕는 것이라고 본다. 보수정권은 공교육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다양화를 통해 사교육을 따라잡도록 하지만 지금의 정책방향은 공교육 가운데 평등을 구현한다며 수월성 교육을 축소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 무엇보다 자주 정책을 뒤집는 것 자체가 사교육을 돕는 정책운용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결국 사교육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교육정책의 계속된 '헛다리 짚기'는 사교육 수요에 대한 명확한 진단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치원 방과후수업 영어금지 조치, 외고/자사고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방과후수업이나 외고/자사고 모두 사교육 수요를 대신 흡수해 온 방안들이라는 점에서, 폐지에 따른 사교육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유치원 방과후수업 영어금지 조치가 나오자마자 학부모들은 “월 20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에 보내라는 말이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외고/자사고 역시 마찬가지로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 없이 학교에서 수월성 교육 수요를 만족시켜왔다는 점에서 폐지에 대한 우려가 컸다. 

각종 정책 '변화 자체'가 불러 일으키는 사교육 팽창효과도 만만치 않다. 입시 정책이 변화할수록 사교육이 쾌재를 부른다는 점은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수익이 걸려있는 만큼 대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고, 불안한 수요자들은 이에 몰리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들어 수능 절대평가 도입 논의 등 급속한 교육 정책변화가 반복되고 있다. 자소서/추천서 폐지, 학생부 항목 축소 등 오랜 시간을 거쳐 현장에 자리잡아가고 있는 학종마저 흔드는 조치로 인해 대입지형 지각변동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그간 학종은 고교교육기여대학지원사업 등을 통해 정부차원에서도 꾸준히 확대가 권장됐다. 한 교육계 전문가는 "서울대가 앞장서서 2014학년부터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은 이제 '학종시대'라 불릴 정도로 현장에 안착한 상황이다. 학종의 내실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학종 정성평가의 취지 자체를 흔드는 조치를 내놓고 있어 또다시 대입지형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종은 대입 전형 중 가장 사교육 영향을 배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종의 영향력이 축소될 경우 사교육 업계만 희색이 만연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계속된 정책 실패를 두고 문재인 대선캠프 교육공약 설계에 일조한 교육전문가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표시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진보는 경쟁과 서열화를 탓할 뿐 공교육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공교육 강화'를 목표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교육 외의 요소를 걷어내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공교육 자체의 강화를 꾀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교육 당국이 내놓는 정책마다 사교육 배불리기로 귀결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사교육 풍선효과를 일으키는 정책 내용 자체도 문제지만 급격한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도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애꿎은 방과후수업 외고/자사고 때리기.. 사교육 내모나>
-‘유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풍선효과 우려
최근 내놓은 유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은 노골적인 ‘사교육 살리기’ 정책 아니냐는 의심마저 불거져 나왔다. 극심한 반발에 입장을 번복하기는 했지만, 완전한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입장이어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교육부가 처음 내놓은 ‘유아교육 혁신방안’에 따르면 통상 오후1시 이전까지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정규 교육과정 운영시간은 물론 방과후과정에서도 영어교육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올해부터 초등1~2학년 대상 영어 방과후수업이 금지된 것과 연관해 유치원/어린이집까지 확대한다는 의도였다. 

현장은 즉각 반발했다. 유치원 영어교육을 금지하면 자연스레 사교육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오히려 사교육에 비해 비용이 저렴한 데도 불구하고, 애꿎은 방과후수업에 규제를 가한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들은 “영어 학원들이 찬성할 정책”이라며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어공부를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져 더 비싼 과외를 시켜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치는 ‘사교육’ 수요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방침이 나오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관련 민원으로 들끓었다. 폐지에 반대하는 내용의 민원이 반복해서 쏟아져 나온 가운데 8902명이 참여한 청원의 경우 “나라에서 학원연합회의 손을 들어 일종의 자영업자들의 이득을 도와주겠다는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영어교육을 철폐하려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4, 5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라고 밝힌 또 다른 청원자는 “아이 유치원을 알아보며 영어유치원 상담을 받았더니 한 달에 140만원 정도 든다기에 마음을 접었다”며 “유치원에서 저렴한 비용에 방과후 영어 수업까지 해준다고 해 다행이다 싶었는데 정부 발표로 억장이 무너진다. 영어유치원 보내기로 확정한 집들은 정부 발표에 걱정도 안 한다”고 호소했다. 

-수월성 교육 수요 무시.. 공교육 아닌 사교육으로 가라?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무시한 채 ‘평등성’의 가치만을 강조한 정책은 교육 수요자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고/자사고 폐지가 대표적이다. 교육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공교육의 범주가 아닌 사교육의 영향권으로 유도한다는 지적이다. 

고입에서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이는 현 자사고 입시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5개교는 지난해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반박문을 통해 현 자사고 입시에서 전형준비를 위한 사교육 유발요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사고 입시에서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은 금지됐기 때문이다. 선발방식 역시 사교육 영향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서울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내신성적을 따지지 않고 일단 지원하면 추첨 대상이 되는 구조다. 

오히려 자사고가 사교육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재학생들의 학력차가 크지 않아 정규수업과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서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는 대부분 기숙사 학교로, 사교육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학생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사교육이 유발될 수밖에 없는 일반고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일반고의 경우 우수학생은 수업수준에 대한 부족감, 중위권 학생은 성적에 대한 불안감, 하위권 학생은 수업 이해도 저하의 문제로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수월성 교육에 대한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수요자들이 사교육뿐만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6월 자사고 교장들은 교육통계를 근거로 그간 자사고들이 해외유학과 외화유출을 억제해왔다고 설명했다. 2006년 교육통계에 따르면 중/고교 유학은 한창 자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첫 등장 시기인 2000년대 중반 들어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6년 9246명이던 중학생 유학은 2015년 3226명으로 줄었고, 고교생 유학생 수는 2006년 6541명에서 2015년 2432명으로 떨어졌다. 

자사고들은 해외유학의 궁극적 목표인 해외대학 진학을 국내에서 감당하면서 이뤄진 외화반출액도 제시했다. 민사고의 경우 1000여 명의 학생들을 해외대학으로 진학시키면서 1인당 1년 유학경비를 3000만원으로 잡더라도 900억 이상의 외화반출을 막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급속한 입시정책 변화.. 사교육만 쾌재>
입시 정책이 변화할수록 사교육에 의존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한 교육 전문가는 “정책이 변화할 때 발 빠르게 적응하는 것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사교육은 ‘수익’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대처에 그만큼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나오자마자 그에 맞춰 분석 자료를 내놓고, 관련 상품까지 내놓는 등 공교육과는 비교마저 되지 않을 속도”라고 말했다. 

해당 정책이 ‘사교육 줄이기’를 전면에 내세운 정책이더라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정책이 일으키는 ‘변화’ 자체가 사교육 성행을 유도하는 아이러니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한 해 교육계는 고입 대입 할 것 없이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면서 연일 화두에 올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수능 절대평가다. 지난해 8월 발표된 2021수능 개편안이 현장에 일으킨 파동은 예상만큼이나 컸다. 가뜩이나 통합사회/통합과학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도입되면서 사교육 성행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절대평가라는 변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 수능 절대평가.. 신종 사교육 대두 우려
지난해 교육부가 내놓은 2021수능 개편안은 절대평가 확대가 핵심이다. 예비 고1부터 적용되는 2015개정교육과정에 맞춰 수능과목 조정 등을 골자로 개편하는 것이 당초 의도였으나, 급작스럽게 절대평가가 전면에 내세워졌다. 교육부가 내놓은 안은 한국사, 영어 절대평가에 더해 제2외국어/한문 통합사회/통합과학까지 절대평가하는 1안, 국어 수학 탐구까지 전부 포함해 7과목을 전부 절대평가하는 2안이었다. 어느 방안을 택하더라도 현행 수능에 비해 절대평가 범위가 늘어나는 셈이다. 

절대평가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새정부가 들어설 즈음부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당시 교육 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꾸준히 밀어 붙여 온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부터 절대평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입시 중심의 무한 경쟁교육’, ‘경쟁만능주의’를 현 교육의 문제점으로 짚은 후 ”학생들이 점수와 등수 경쟁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펼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얘기하면서 절대평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청문회 전 서면답변서를 통해서도 의지를 드러내긴 마찬가지였다. 수능 절대평가가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 고교교육 내실화 등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입 변별력 상실, 대학별고사 부활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혼란/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절대평가 전환 자체는 기정사실화 하고 논의를 이어나가겠다 밝힌 셈이다. 

예상대로 절대평가는 개편안에 담겼다. 절대평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주된 근거는 상대평가를 없애면 경쟁이 감소해 사교육이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작 교육계에서는 1, 2안 모두 사교육을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1안의 경우 절대평가 범위에서 배제된 국어 수학의 사교육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탐구의 경우 2과목 선택에서 1과목 선택으로 줄어들면 자연스레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과목의 비중 축소로 상대적인 중요성이 커지면 해당 사교육 시장 역시 팽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안의 경우 수능 자체 변별력 감소로 인한 대학별고사 부활로 신종 사교육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었다. 전과목 절대평가가 단행되면 수능점수만으로 선발하는 정시선발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을 비롯한 교육계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규민 연세대 교수가 고교 진학지도교사 272명, 대학 입학처장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시 수능전형의 비중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이 71%로 가장 많았다. 현행 비중이 유지(21.6%)되거나 비중이 확대(7.4%)될 것이라고 본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이규민 교수는 “등급제 절대평가는 자격고사의 성격으로 개별 대학의 지원 자격을 구별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동일한 대학에 지원한 학생에 대한 변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수능 정시전형은 동일 대학의 동일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그런 학생들은 유사한 등급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등급만 주어졌을 때는 선발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 형태로 입시제도가 단일화되거나 대학별 고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해 ‘2015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고교내신 절대평가 가능한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화두가 된 수능 절대평가 논의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날 포럼에 참여한 인하대 임보영 입학사정관은 수능이 전면 절대평가화 될 경우 다른 잣대를 찾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학 평가자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수능 절대평가를 도입할 경우 수능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면 변별력이 낮아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 또 다른 전형요소를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 감소 앞장선 ‘학종’ 무력화 조치>
학종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학종은 현 대입 전형 중 가장 사교육 영향을 배제한다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김 부총리는 자소서/추천서 폐지,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 등 학종의 정성평가체제를 위협하는 정책 기조를 계속해서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서울 소재 상위 10개대학이 공동으로 발표한 ‘학생부종합전형 3년 성과와 고교교육의 변화’ 심포지엄에서는 학종의 사교육 영향이 적다는 점이 강조됐다. 서강대 임경수 전 입학처장은 “학종 입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사교육 억제효과도 있다. 고교교육도 살아난다. 과거엔 암기 위주의 시험을 통해 단기암기력이 굉장히 강하거나 수업집중도가 높은 학생들이 우수한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학생들이 각기 우수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서서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처장은 “이러한 학종의 핵심은 사교육 시장에선 따라올 수 없다. 사교육은 학업성취도를 특정 부분에 올리기 위해서만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학교과를 예로 들면, 진도를 따르기 힘든 학생은 방과후수업이나 사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학종은 다르다.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성장 감성 지성 등 모든 부분을 포괄하고 이를 기록한 걸 가지고 평가한다. 선생님들만이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사교육이 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3월에는 건국대 등 6개대학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학종의 사교육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대진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한림대의 6개대학에서 재학생 50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논술 입학생 중 91.4%가 고교재학 시 가장 많이 사교육에 의존했고, 이어 정시 86.1%, 교과 75%, 학종 72.7%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해 김 부총리는 취임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학종에서 자소서, 교사추천서 등 부작용이 많아 축소/폐지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밝힌데 더해 “학생부 신뢰도에 문제가 있고 학생부가 너무 다양한 요소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자소서와 추천서가 폐지되면 서류평가는 학생부만으로 이뤄진다. 학생부의 기재항목까지 간소화할 경우 평가에 활용할 요소가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추진하려는 시도는 학종의 파행으로 치닫는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평가 시행 주체인 대학 입장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서는 평가의 소재가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2014년부터 과도한 글자수 제한이 도입돼 평가 소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또다시 평가 소재를 줄여나가는 교육부 행보는 학종을 줄이라는 얘기로 비춰질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종의 주된 평가요소는 학생부임은 분명하지만, 학생부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 대학이 더 알고 싶은 부분을 자소서와 교사추천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특 방과후활동, 독서활동 등은 현행 학생부 기재사항에 포함된 내용이지만 이미 개선을 거치면서 사실상 평가요소의 기능을 대폭 잃은 상태라는 점도 지적된다. 강좌명/이수시간, 제목/저자만을 기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면접이 있는 학종에서는 해당 활동에 대한 추가 질문을 실시해 평가 과정에서 반영할 여지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사실상 평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단순히 활동명, 도서명만으로 정량평가를 실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미 많이 간소화돼있는 상황에서 더 줄인다는 것은 평가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학종은 이미 ‘학종시대’를 맞이할 정도로 현장에 자리잡은 전형이다. 상위17개대학 기준 2019학년에는 전체 모집인원의 40%를 선발하는 등 최대 전형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그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학종 확대를 장려해온 상황에서 대학들은 학종 중심으로 변화해왔다. 이에 발맞춰 고교 현장 역시 학종에 대비하기 위한 체질 개선을 이뤄 온 상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과도기를 거쳐 구축된 학종 중심의 대입 지형이 또 다시 변화한다면,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틈타 사교육이 또 성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된 헛다리 짚기.. 사교육 원인 제대로 진단해야>
교육부의 사교육 정책이 매번 ‘헛다리 짚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사교육의 원인을 다각도로 짚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선캠프 교육공약 설계에 참여한 이범 교육평론가는 ‘진보’가 내놓는 사교육 해법에 대해 지적했다. 공교육이 부실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은 채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을 걷어내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사교육이 번창하는 이유에 대해 사교육이 번창하는 이유에 대해 보수와 진보의 해석이 정 반대다. 보수는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이 커졌다고 보기 때문에 이들의 해법은 ‘공교육 강화’다. 학교에서 더 효과적으로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시키면 된다는 것”이라며 “반면 진보는 경쟁 때문에 사교육이 커졌다고 본다. 이들의 해법은 경쟁을 줄이고 서열화를 타파하는 것, 이른바 ‘공교육 정상화’”라고 진단했다. 

‘진보’의 프레임은 공교육 부실을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육 관료와 친화적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평론가는 “진보는 경쟁과 서열화를 탓할 뿐 공교육 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적어도 공교육이 부실하다고 자인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육관료들이나 교사들은 잠재적으로 진보와 친화적이다. 지금 상황은 교육관료들과 진보교육운동 세력이 손 잡고 공교육을 오염시키거나 왜곡시키는 요소들, 이를 테면 입시(수능)라든가 선행학습 같은 걸 걷어내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교육 규제 제외된 ‘선행학습 금지법’>
사교육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에서 도입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교육 잡기’를 목표로 시작했으나 정작 사교육 시장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4년 시행된 선행학습금지법의 골자는 정규수업은 물론 방과후 학교 수업에서도 정규 교육과정보다 선행되는 내용을 수업할 수 없도록 한 점이다. 구체적으로 ▲지필평가, 수행평가에서 학생이 배운 학교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 출제/평가 ▲각종 교내 대회에서 학교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 출제/평가가 금지된다. 

강력한 제재도 이어진다. 선행학습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경우 재정지원 중단/삭감, 학생정원 감축, 학급/학과의 감축/폐지, 학생 모집 정지 조치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행정제재를 내릴 수 있도록 심사/의결하는 기관은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다. 크게 교육부 장관 소속의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와 시/도 교육감 소속의 ‘시도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 두 가지 형태가 구성된다. 교육부 장관 소속 심의위원회는 국립학교와 대학의 선행교육 방지를 위해 활동하며, 시/도 교육감 소속의 심의위원회는 초/중/고교의 선행교육방지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사/의결한다.

문제는 사교육에 대해서는 제재방안이 대부분 빠져 있다는 점이다. 최종 통과된 법안에는 학원, 교습소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만이 살아남았다. 이 조항마저도 선언적 내용이어서 위반에 대한 제재방안이나 처벌규정은 없다. 광고에 대한 처벌 대신, 광고 삭제 지시에 불응할 경우에만 실태조사를 하는 등이어서 단속 시기에만 반짝 내릴 뿐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당초 이상민(민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내용에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이 국가 교육과정에 편성돼있지 않은 과목을 학습하는 경우 일정 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선행학습을 막기 위해 학원의 운영자나 교습강사에게 수강생의 학년을 확인하도록 정했다.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 수단도 담고 있었다. 학파라치제 도입, 학원등록 말소, 개인과외교습자 교습 중지 명령, 교습소 폐지, 1년 이내의 교습 정지 명령 등이다. 

사교육 제재 내용이 빠지게 된 데는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는 논란 때문이었다. 법 제정 당시 학원 운영의 자율권, 학원 영업, 학부모 선택권 등 여러 기본권을 훼손할 수 있다는 사교육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공교육 제재 내용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사교육 제재만 줄어든 탓에 사교육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선행학습 수요를 채우지 못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 교육 전문가는 “사교육에서 팽창해왔던 선행학습 수요를 일정 수준 억제해오던, 학교차원의 방과후수업 선행교육이 금지되면서 사교육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저소득층과 같은 사회적 취약계층 학생들을 학교차원에서 선행학습을 시켜 교육특구 학생들과의 경쟁력 차이를 해소하는 수단조차 막는 효과도 발생해 교육격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자유학기제 확대와 맞물리면서 사교육 시장은 더 호재를 맞이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동안 토론/실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수업을 개선하고, 진로 탐색 활동 등의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에 탄력성을 부여한 제도다. 기존 중간/기말고사인 지필식 총괄평가는 실시하지 않고, 진로탐색 주제선택 예술/체육 동아리 등 자유학기 화동이 170시간 이상 편성된다. 진로체험은 2회 이상 실시한다. 올해부터는 최대 2학기까지 자유학기 운영이 가능해지게 되면서 ‘자유학년제’가 전국 중학교 절반에 가까운 1500여 곳에서 실시된다. 

자유학기제 전면 도입 이후 강남/목동을 중심으로 학원가에서는 학부모의 불안감을 이용한 ‘불안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자유학기제 정착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학원 등 지도 특별대책’을 수립해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단속된 학원을 살펴보면 “중1 성적이 대입을 좌우한다. 그러나 중1 자유학기제 실시로 자기 성적을 모른다”, “자유라는 말에 속아 1년을 헛되게 보내지 말자. 중1때 잘 다져놔야 앞으로의 6년이 편하다”는 등의 문구로 자유학기제를 악용한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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