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엇박자에 부처간/내부 불협화음까지'..'최대 피해자는 수요자'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김상곤 교육정책이 정책추진의 기본도 지키지 않은 채 수요자들을 최대 피해자로 몰아가는 '적폐'를 양산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은 물론, 추진하는 정책간 취지도 충돌하는 데다 사전 부처 협의도 거치지 않는 독단적인 운영으로 현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최대 적폐의 주범'이라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일단 질러보기 식의 정책 발표 이후 ‘현장 반발’의 수순이 반복되면서 현장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장과 수요자와는 상관없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쏟아내다 뒤집는 일은 물론 교육부 내 정책 끼리도 취지가 엇갈리는 게 다반사인데다 기본적인 부처간 협의조차 없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이게 정부인가 싶을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청원을 넣는 등 거세진 반대여론에 더해 여당까지 제동을 걸면서 ‘불통’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공개하기 전에 의견수렴이 기본이고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면 적어도 현장에서 어떤 반발이 있을지, 그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고 대응해야하는 게 정책 부서의 기본이다.  아마추어가 아이디어 나오는 대로 질러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 스스로 제시한 정책방향의 엇박자다. 이번 정부가 대입 사전예고제 법제화 등을 토대로 입시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고입에서는 급작스러운 정책 변화를 시도하며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고교 한 관계자는 " 대입 사전예고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책기조는 향후 입시정책에서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  대입은 사전예고제를 강화하는 반면 고입은 당장 올해부터 동시실시를 진행하는 1년만의 뒤집기는 동일한 부처가 진행할 정책이 아니다. 대입 수요자의 예측가능성은 중요하고 고입수요자는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번복과 유예는 말할 것도 없고  내놓은 정책의 방향성까지 이현령 비현령 식이라면 누가 정책을 믿겠는가.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두 수요자인 교육에서 이런 독선적인 정책 추진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난했다.

정책 추진의 기본인 부처간 협의부족이 낳은 엇박자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복지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부처 간 협의 과정도 없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실망감은 컸다. 

여론 수렴 과정이 필수적인 사안에서조차 정책방향을 사실상 확정해 밝히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불통’ 정책이 초래한 대표적 혼란은 수능 개편 유예다.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절대평가 도입을 담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결국 1년 유예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비 고1 학생들은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 간 엇박자로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 고교체제 개편의 경우 현장의 반발이 더욱 극심했던 경우다. 반대 집회 등 극심한 반발로 인해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 했지만, 이후 고입 동시실시를 추진하면서 사실상 일반고 전환 수순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다. 학업 성취도 하락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혁신학교 역시 확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똑같은 문제가 계속 되풀이되는 데는 ‘김상곤발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 여건이 마땅치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에 오래 몸담은 인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새롭게 들어온 ‘김상곤 코드인사’들이 섣부른 정책을 내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늘공들은 눈치보고 아마추어인 어공들은 독선에 빠져 일단 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질러보기' 식 정책 발표 후 현장 반발이 이어지는 수순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현장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통행' 정책을 내놓은 탓에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새해에도 교육정책 ‘표류중’>
새해에도 교육정책이 삐걱거리고 있다. 교육정책이 발표된 후 현장 반발, 부처 간 소통 부족 등의 문제로 다시금 철회/유예의 수순이 되풀이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유치원 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유예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청와대 청원을 넣는 등 반대여론이 거세짐과 동시에 여당까지 반대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당초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방과후에도 영어 수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방과후과정 운영개선 지침’을 각 교육청에 내려 보낼 것”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현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유치원 영어교육을 금지하면 결국 더 비싼 돈을 내야 하는 사교육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컸다.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유아 영어학원 등 사교육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한다는 의견과 현행 학교 영어교육의 적절성 문제 제기 등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입장을 번복한 데에는 여당의 반대 목소리도 큰 영향을 끼쳤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무리수’를 던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당청과의 소통 없이 정책을 내놓기부터 한 결과”라며 “매번 쏟아진 물을 주워 담는 형국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 간 엇박자.. ‘입시 예측 가능성’ 기조 무시>
문제는 ‘하나’의 교육당국이 내놓은 정책 간에도 엇박자를 이룬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입시 예측 가능성’이다. 현 정부는 ‘예측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는 국정과제에서 3년6개월 전 대입정책 예고제 법제화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대입전형 기본사항 발표시점에 앞서 중3 8월말에 대입에 대한 큰 변화 지점을 발표하도록 했다. 

현행 대입 사전 예고제는 ▲대입전형 기본사항 ▲대입전형 기본계획 ▲모집요강으로 구성된다. 통상적인 수험생들의 관점에서 보면, 대입 관련 사항을 주재하는 4년제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고1 8월말 내놓는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들은 차년도 수시/정시의 전반적인 항목들을 기재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고2 4월말 발표한다.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흔히 현장에서 전형계획으로 불린다. 이후 고3 4월말이 되면 전형계획을 더욱 구체화한 수시 모집요강이 나오고, 9월에 정시 모집요강이 발표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 중 전형계획에서 발표한 내용은 법에 명시된 예외사유가 아니면 변경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고2 4월에는 향후 자신이 치르게 될 대입의 얼개를 알 수 있도록 해 둔 것이다.

하지만 고입의 경우 ‘예측 가능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고입 동시실시다. 자사고 폐지의 포석으로 해석되는 전기/후기 고입 동시실시는 당장 올해부터 적용되는 사안이다. 김상곤 부총리는 지난해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계획을 밝혔다. 고입 일정을 채 일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시급한 변화였던 셈이다. 통상 고입을 중1부터, 빠르면 그 이전부터 준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자들이 느낄 당혹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치논리로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문제를 넘어서, 당장 고입을 앞둔 학생들의 입시 예측 가능성을 무시한 조치다. 고입에 대입처럼 3년예고제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입시를 사전예고 하겠다는 것은 수요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정책방향을 제시한 걸로 봐야한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정책이 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아무리 고입의 중요도가 대입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레 입시시기를 일원화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면서 “대입과 고입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부처간/내 불협화음.. 소통 부재 드러내>
부처 간 불협화음도 피로감을 가중시켰다. 초등학교 빈 교실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복지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찬성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10개월이 지나도록 부처 간 협의 과정도 없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실망감은 컸다. 

복지부는 현재 학교의 빈 교실에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해 운영하는 곳이 부산 11곳, 서울 6곳, 인천 3곳, 경기도 1곳, 울산 1곳 등이 있다면서, 관련 법안이 입법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입장이었다. 교육부는 남는 교실이 있더라도 병설유치원과 특수학금 증설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처 간 이견이 발생했다면 이를 조율하기 위한 과정이 진작 진행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이미 관련법안이 입법된 상황에 부처 간에 의견이 다르다면 관련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의견 조율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된다”고 말했다. 

내부 논의를 거친 사안에서도 불협화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별고사 위반대학에 내린 모집정지 처분에 대해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과도하게 처분 수준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별 고사를 실시한 대학의 선행교육 규제법 위반 여부를 심사한 뒤 2년 연속 위반 대학에 대해 적용하기로 한 행정처분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행정처분위에 상정할 처분 수준을 결정하는 기구인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회에는 10명의 위원이 참석했다. 이 중 사걱세 대표가 포함돼있었음에도 추후 사걱세는 보도자료를 통해 처분 강도를 놓고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 구성원 간의 이견 다툼은 아니더라도 현안을 결정하기 위해 교육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조차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졸속’ 수능개편안.. 현장 우려 무시한 ‘절대평가 도입’ 강행 무리수>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졸속’ 수능 개편안은 불통사례로 첫 손에 꼽힌다.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채 성급히 내놓은 개편안은 어느 쪽에도 지지를 얻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개편 결정을 1년 뒤로 미루면서 예비 고1들은 학교 교육과정은 2015개정교육과정대로, 수능은 2009교육과정대로 치르게 되는 엇박자가 발생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무시한 ‘일단 지르고 보기’식의 정책 발표가 결국 수요자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온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혼란은 교육부가 자초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개편안이 불과 4개월 동안 논의한 ‘졸속 개편안’이었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이전까지는 ‘절대평가’ 관련 논의를 진행하지 않다가 새정부가 들어설 즈음 갑자기 언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능개선위원회 회의가 총 23차례 진행되는 동안 불과 마지막 7차례의 회의에서 논의됐다. 

절대평가 도입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상황에서 일부 도입, 전면 도입의 선택지만을 두고 막판 논의를 거쳐 교육부는 개편 시안 1, 2안으로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교육계 관계자는 “절대평가 도입 자체는 긴 시간 동안 논의가 필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급속히 추진된 모양새”라며 “여론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마련된 개편 시안은 이미 극심한 반발을 예고했던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고교 진로진학교사와 대학 입학처장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되기도 했다. 당시 설문조사 결과 전 과목을 상대평가로 실시하거나, 현행대로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를 적용하자는 답변이 34%로 나타났다. 절대평가를 전면 도입할 경우 수능전형의 비중이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71%로 가장 많았던 데 더해 수능전형을 현행 비중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9%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나 절대평가 도입은 전체 입시제도를 고려한 종합적 검토가 요구된다는 결론이었다. 입학처장을 비롯한 대학 관계자의 의견은 전면 절대평가를 적용할 경우 동점자가 대거 발생해 수능 전형 유지가 곤란해 학생부, 본고사, 심층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의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고1 학부모 역시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 정시축소와 수시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크며, 공정한 입시, 재도전 기회 등을 위해 절대평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부모단체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 확대에 찬성하지 않지만 불가피하게 도입한다면 혼란방지 등을 위해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절대평가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감지됐음에도 절대평가 도입은 결국 개편안에 담긴 채로 발표됐다. 정치 논리에 의해 급히 추가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절대평가가 갑자기 부상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김상곤 교육부총리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김 부총리는 유력한 교육부장관 후보로 언급될 때부터 절대평가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해왔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도 절대평가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수능 절대평가가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 고교교육 내실화 등을 도울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입 변별력 상실, 대학별고사 부활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절대평가 도입 자체는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개편안에 절대평가 전환 내용이 담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교육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제기해왔다. 변별력 문제가 주된 문제로 거론됐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수능을 분석한 결과 전 영역 1등급 수험생이 ‘SKY’와 전국 ‘의/치/한’ 모집인원보다 많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상 정시 선발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대학 관계자들은 수능에 절대평가를 전면도입할 경우 수능만으로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능이 무력화되면 정시에 학생부나 면접 등의 추가 전형요소를 도입하거나 대학별고사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수험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대학별고사의 경우 정부의 제한 탓에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지만, 정시에 학생부를 반영하는 방안의 경우, 사실상 학생부위주전형과의 차이가 없어지게 돼 학생부를 꾸준히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입에서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외고/자사고 폐지 드라이브.. “공론화 과정 없는 밀어붙이기식”>
외고/자사고 폐지는 역시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긴 마찬가지였다. 올해 고교 입시부터 외고 국제고 자사고와 일반고의 입학전형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외고/자사고 폐지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당초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이 알려졌을 당시 격렬한 반대여론으로 국가교육회의 의제로 미루겠다고 했지만 기존대로 추진하게 됐다.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여론 수렴’ 절차는 생략된 셈이다. 교육부는 선발시기 조정은 고교유형의 폐지나 존립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교육회의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특히 자사고가 선발시기 조정에 민감한 이유는 그간 사교육 조장을 이유로 특목고 자사고의 선발권을 크게 축소해온 데 이어 전기 선발권까지 잃게 되면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반고 전환 수순으로 이어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고교입시는 전기와 후기로 구분해 외고/국제고를 비롯한 특목고/자사고는 8월~11월 전기 선발을 실시한다. 전기고 모집에서 탈락한 학생들은 후기 일반고 모집에 재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입시 시기를 일원화할 경우 외고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은 탈락 시 원하는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을뿐더러 일반고 학생 충원이 끝난 이후에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당초 자사고 폐지 방침이 알려질 당시 교육 현장은 외고/자사고 폐지 방침에 대해 공론화 과정 없는 밀어붙이기식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해 6월 자사고학부모연합은 외고자사고 폐지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대규모 시위와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는 ‘자사고에 대한 올바른 이해’라는 반박문을 통해 자사고 페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내기도 했다. 5개교는 고입에서 자사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대해 입시방법에 대한 ‘몰이해’라며 반박했다. 서울지역 광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1단계에서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하며, 2단계에서는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사교육 유발요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필평가나 교과지식 질문이 금지된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오히려 자사고는 재학 중 사교육을 차단한다는 시각이 크다. 정규수업과 특성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만족도가 높아 별도의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기숙사 학교인 경우가 많아 사교육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일반고의 경우 우수학생은 수업수준에 대한 부족감, 중위권 학생은 성적에 대한 불안감, 하위권 학생은 수업 이해도 저하의 문제로 사교육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입시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해서 교육부가 기대하는 우수학생 쏠림현상이 해소돼 일반고 교육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오히려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모든 고교가 일반고로 일원화되면 교육수준이 높은 교육특구로 수요자들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특목 자사고 입시를 준비해온 학생들이 입을 피해와 일반고 전환으로 인한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사항에 대한 대응방안 없이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확대.. ‘학업 성취도 하락’ 우려 무시>
매년 학력 저하 현상이 지적되는 혁신학교의 확산 방침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해 곽상도(자유한국)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혁신학교 학업성취 수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초학력미달에 해당하는 혁신학교 고교생은 11.9%에 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이 4.5%에 그친 데 비하면 학력 저하 현상에 뚜렷했다. 2015학년의 경우 혁신학교 기초학력미달 비율은 7.9%, 전국 평균은 4.2%였던 데서 격차가 더욱 심화됐다. 기초학력미달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실상 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학업을 포기한 인원으로 분류된다.

혁신학교의 성취도 저하 문제는 최근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9%에서 2015학년 67.9%, 2016학년 59.6%로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이 2014학년 85.2%에서 2015학년 81.8%로 줄어들었다가, 2016학년 82.8%로 다시 반등한 점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난해 하락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혁신학교와 전국 평균간 격차도 2015학년 13.9%p에서 2016학년 23.2%p로 대폭 늘어났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하락추세이긴 마찬가지다. 수학의 경우 서울은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2014학년 64.6%→2015학년 61.1%→2016학년 57.7%, 광주는 79%→74.5%→66.8%, 경기는 72.8%→69.2%→60.5%로 계속해서 하락했다.

학력미달문제를 두고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은 곳을 우선 혁신학교로 지정했다”며 옹호가고 나섰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9년 첫 등장한 이래로 도입 10년에 다다를 때까지 꾸준히 학력미달 논란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김 부총리가 경기교육감 시절 처음 만든 학교 유형이다. 혁신학교의 최초 등장이 2009년이란 점을 고려하면 ‘원래 기초학력미달자가 많아서 지금도 기초학력미달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 부총리의 변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확대를 밀어붙이는 상황이지만, 고교 현장에서는 대입 실적 등에 대한 우려로 도입을 반대한 사례도 등장한 만큼 확대 정책을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혁신학교는 확대될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혁신학교를 확대해 학력저하만 더욱 부추기는 꼴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곽 의원은 "김상곤 장관이 경기도 교육감으로 재임하던 시절 경기도 학력이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는 이번 정권의 계획대로 간다면 기초 학력 미달자가 잔뜩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로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충북 제천고는 지난해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지만 내부 구성원의 반발로 신청 자체가 무산됐다. 제천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생 투표 결과 반대 의견이 많았고, 학부모/동문의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해 혁신 학교를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생 대의원회 찬반 투표에서는 1~2학년 학생 500명 중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8명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작년 역시 혁신학교 신청을 추진했지만 한차례 좌절된 이후 또다시 구성원들의 동의 얻기에 실패했다.

현장의 가장 큰 우려는 진학실적이다. 입시위주의 교육 대신 토론과 발표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한다는 설명이 무색하게도, 사정관제(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 아래 대입 실적이 초라했기 때문이다. 수시 전체를 사정관제로 운영해 선발했던 2014 서울대 입시의 경우, 당시 원년을 맞아 졸업생을 배출한 18개 혁신학교 중 16개교에서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나머지 두 학교도 각 1명에 그쳤다. 당시 서울대 실적을 1명이상 낸 전국 고교가 모두 864개교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초라한 실적이다. 토론에 참여하는 창의적 수업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학종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마저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국가교육회의 출범 전 교육방향 사실상 확정.. ‘여론 수렴은?’>
민감한 교육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하겠다던 교육부의 해명은 당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회피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가교육회의에서 논의되기도 전에 이미 방향이 정해진 정책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논술/특기자 축소 혹은 단계적 폐지가 대표적이다. 특히 논술의 경우 수험생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폐지 자체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폐지 기조를 드러내고 있지만 최근 대학들은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 발간 등 선행학습 요소를 최소화하고 모의논술/논술가이드북 참고자료를 통해 사교육 개입 여지를 줄였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역시 이미 도입이 기정사실화 된 상태다. 2022학년 도입을 목표로 정책연구학교 60개교를 3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존 교육과정이나 교육정책들에 대한 평가, 다른 교육제도와의 전반적 연관성에 대한 검토 없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교현장에 일방적으로 내리매기는 방식이 반복돼왔다”며 “새로운 정책은 기존의 학교교육과 따로 놀면서 학교현장의 혼란과 부담만 가중시켜왔다”고 비판했다. 세부 문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면적 시행이 결정되는 것은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교원 확충 문제, 내신 절대평가 문제 등이 걸려있어 단순히 아이디어 수준에서 도입을 논의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현장 반발이 뒤따르는 수순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정책을 내놓다 보니 수요자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정책부터 발표한 뒤에 현장의 의견을 수습할 것이 아니라,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 뒤 알리는 것이 수순”이라며 “계속해서 뒤집히는 정책은 수요자만 갈팡질팡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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