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한 사전예고제 취지 무색'.. 모집단위 기준 실효성 논란도

[베리타스알파=권수진 기자] 연세대의 2019 모집정지 처분이 확정됐다. 연대는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넘어선 대학별고사를 출제해 서울캠 34명, 원주캠 1명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육부 행정처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2년 연속 교육과정 위반판정을 받은 연대(서울) 연대(원주) 울산대를 대상으로 모집정지 사전처분을 내렸다. 연대(서울) 연대(원주)는 5%, 울산대는 3% 수준이었다. 이에 해당하는 인원은 연대(서울)의 경우 34명, 연대(원주)의 경우 1명, 울산대의 경우 2명이다. 

이번 처분을 두고 모집정지 적용시기가 너무 촉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학에 대한 징벌적 의미로 시행하는 조치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대입에서 희망대학의 모집인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3년예고제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입전형 사전예고제 강화를 내세운 현 정부 정책 기조를 고려해 본다면 시간 유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법에 규정된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항이기 때문에, 재작년 치러진 대학별 고사를 지난해 평가해 당장 올해 입시에서 모집정지 처분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했다”면서도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대학에 페널티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이미 전형계획을 통해 구체적 모집규모와 전형방법이 드러난 상황에서 모집인원을 줄이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 안정적 대입정책을 겨냥한 것이 사전예고제인만큼 모집정지 시기를 다소 늦췄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넘어선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연대에 대해 35명의 모집정지 처분이 최종 확정됐다. 연대가 제기한 이의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진=연세대 제공

<2019입시 모집정지.. 연대(서울) 34명, 연대(원주) 1명, 울산 2명>
연대(서울) 연대(원주) 울산대의 3개대학은 당장 올해 치러질 2019 입시에서 일정 모집인원을 미선발한다. 교육부가 지난해 확정통보한 이후 연대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당초 발표된 대로 모집정지가 이뤄지게 됐다. 

이들 대학이 모집정지 처분을 받은 이유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진행된 교육과정 위반 여부 판정에서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공교육정상화법 제10조에 따르면 입학전형에서 대학별고사(논술 등 필답고사, 면접/구술고사, 실기/실험고사 및 교직적성/인성검사)를 실시하는 경우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교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낸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퍼센트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는 논술, 구술/면접고사를 실시한 57개대학의 2294개 문항을 대상으로 고교교육과정 위배 여부를 분석했다. 

지난해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은 모두 11개교다. 분석결과 전체 대학별고사 시행대학의 위반문항 비율은 평균 1.9% 수준으로, 수학 1%, 과학 4.3%로 나타났다. 이번 모집정지 처분 대상이 된 3개대학 외에도 건양대 상지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안동대 한라대 GIST대학 DGIST의 8개교가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았다. 재작년에는 3개대학 외 가톨릭대 건국대(서울) 경북대 경희대 부산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항공대 한양대(에리카)의 9개교가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이후 지난해 벗어난 대학들은 2년 연속 위반판정을 받기 전까진 모집정지 처분을 벗어날 수 있어 한 숨 돌린 상태다. 반면 지난해 교육과정 위반 통보를 받은 8개교는 2018입시에서 또 교육과정 위반 문항이 나오는 경우 모집정지 처분을 받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로 인해 실제로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시작한 지 2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이 2014년 중 발효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3년차를 맞이해야 했지만 도입 초기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잡혀있지 않아 첫 해에는 판정이 이뤄질 수 없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에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며 “대학들이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스스로 점검해 발간하는 선행학습 영향평가 보고서가 ‘중구난방’ 격으로 발간되면서 제대로 된 판정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산하 선행교육예방실이 기재요령 등을 대학에 알리고 교육함으로써 2016학년 처음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내려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총 입학정원’ 아닌 ‘모집단위 정원’ 기준으로 축소.. 실효성 논란>
이번 모집정지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연대의 경우 5%, 울산대는 3%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아, 당초 공교육정상화법이 10%까지 모집정지 처분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데 비해 턱없이 작다는 지적이다. 2년연속 위반대학에 대한 모집정지 처분을 두고 과하게 약한 처분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육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 역시 이를 지적했다. 비율을 적게 적용한 점도 문제가 있지만 ‘총 입학정원’이 아닌 ‘모집단위 계열의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한 점도 문제라고 봤다. 사걱세는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행정 처분의 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만일 총 입학정원에서 모집을 정지하는 행정 처분 기준을 제대로 적용할 경우 연대 137~171명, 연대(원주) 44~58명, 울산대 83~109명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부는 시행령에서 규정한 모집정지 수준은 ‘범위’를 설정한 것으로, 그보다 적은 수준으로 처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범위 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제재할 수 있기 때문에 모집단위로 하겠다는 결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정상화 심의위원회 안건 상정 시, 행정처분의 법적 기준과 처분 수준에 대해 법적 기준은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에서 모집정지 가능하며, 처분 수준은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위반정도 등을 고려해 처분 감경이 가능함을 명확하게 기술/설명했다”며 “위원회의 논의를 위한 안건으로 위반문항으로 시험을 실시한 모집단위를 대상으로, 위반문항수/위반비율을 고려해 처분수준을 제시했고 위원회는 행정처분위에 상정할 처분수준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가 제시한 행정처분에 대해 법 해석 오류라고 주장하지만 법적 처분 수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정처분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합법적 행정행위”라고 반박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첫 적용인 만큼 과한 처분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행정처분위원들 간에 형성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모집정지 처분 대학들이 향후에도 교육과정 밖 출제를 이어나갈 경우 가중처벌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의 내용을 정부부처가 임의로 축소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종언 변호사는 “정부부처들이 법을 임의로 축소해석하는 경우가 잦은데 법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문언의 내용과 합치해야 한다. 별도의 사정이 없는 이상 축소해석을 바람직하게 보긴 어렵다. 소송으로 이어진다면 해석이 바뀌겠지만, 실제 소송까지 진행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이같은 해석 관행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2019입시 적용.. 사전예고제 취지 무색>
모집정지 처분의 적용시기를 두고도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2019입시에 적용하면서 대입 사전예고제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예비 고3 학생/학부모들은 급작스러운 모집정지 처분으로 인해 가뜩이나 좁은 대입 문호가 더욱 좁혀졌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연대의 경우 상위대학의 위상이 공고하고 연대(원주) 의예과도 자연계열 최상위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모집단위인만큼 갑작스러운 모집인원 축소에 대한 파급효과가 더 큰 편이다. 

현재 대입은 사전예고제를 적용받는다. 사전예고제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고1 8월말(대입 2년6개월 전) 내놓으면 이를 기반으로 대학들이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고2 4월말(1년 10개월 전)까지 발표하도록 한 제도다. 사전예고제에 따라 올해 치러질 2019 입시 관련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지난해 4월말까지 모두 발표된 상황이다. 전형계획은 모집요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구체적이지만, 모집인원과 전형방법 등이 담겨 있어 전반적인 입시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전형계획에는 모집단위(계열)별 모집인원, 지원자격, 수능 필수 응시영역, 전형요소 및 반영비율, 학생부 반영 교과, 수능 영역별 반영 비율 및 가산점에 관한 내용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한 번 공개된 전형계획은 대학 임의로 바꿀 수 없다.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조정, 기본사항 변경, 행정처분 등의 예외사항일 경우에만 대교협의 승인 하에 변경할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예측가능한 입시가 되도록 대입 법제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는 국정과제에서 3년6개월 전 대입정책 예고제 법제화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으로 구체화됐다. 현행 고1 8월말보다 앞선 중3 8월말, 자신이 치르게 될 대입정책의 기본틀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전예고제 도입 취지가 입시가 코 앞에 임박해서야 전형을 파악할 수 있었던 폐해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수요자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도다. 

사전예고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정상화법 위반대학에 대한 모집정지가 당장 올해 적용되는 이유는 모집정지 처분이 사전예고제의 예외사항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전예고제를 담고 있는 고등교육법은 시행령을 통해 ▲관계 법령의 제정/개정/폐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정원조정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의 변경 ▲시정/변경 명령을 통한 정원감축/학과폐지/모집정지 등의 행정처분 ▲다른 법령에서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한 경우에는 이미 발표한 전형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매년 3년예고제 실효성 논란 반복.. 전형계획 변경 2015년 1498건, 2016년 2536건>
이 같은 예외사항으로 인해 대입 3년예고제의 실효성 논란은 매년 반복되는 처지다. 전형계획으로 불리는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심의건수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대부분 변경승인결정이 내려지면서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된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유은혜 의원(더민주)이 대교협의 최근 3년간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회의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형계획 심의건수는 2015년 2045건에서 2016년 2886건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계획 변경 요청은 거의 다 받아들여져 2015년의 경우 심의대상 2045건 중 73.3%인 1498건이 변경승인됐으며, 2016년은 2886건 중 87.9%인 2536건이 변경승인됐다.

변경 건수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변경승인이 기준 없이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컸다. 2015년 3월 실시한 대학입학전형 실무위원회 회의에서는 2015학년도 신입생 선발과 관련한 전형계획 변경을 11건 승인했다. 이 중 2건은 사후 승인을 신청했고, 나머지 9건은 9월전형을 승인요청했다. 같은 해 4월에도 2015학년 9월전형에 대해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달된 정원을 외국인 또는 재외국민 전형으로 채우기 위해 신청한 경우였다. 

다음연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전형계획을 하반기에 신청한 경우도 많았다. 2015년의 경우 2016학년에 선발하는 신입생의 입시계획을 2015년 10월에 총 39건 승인했다. 2016년에도 8월 27건, 11월 23건, 12월 5건을 승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부터 다음해 수시전형이 시작되고 정시가 매년 12월말~1월초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전예고’의 의미가 무색해진 셈이다. 

법에 근거한 처분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모집정지 처분 시기 조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전예고제의 예외는 정말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적용돼야 한다. 이미 전형계획을 통해 대입 방법에 대해 살핀 수요자들의 실망과 피로감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라며, “이번 모집정지 처분과 당장 올해 적용하겠단 방안이 합법적인 조치긴 하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긴 어렵다. 사전예고제를 더욱 강화해 수요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대통령 공약과도 상충되는 부분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모집정지 처분을 꼭 다음해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수요자들이 예측 가능한 시점으로 모집정지 처분을 늦추는 방안에 대해 앞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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