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숫자 톱10은 모두 일반고'.. '경쟁력은 학비 아니라 시스템'

[베리타스알파=윤은지 기자] 특목 자사고의 우수한 대입실적이 높은 학비 때문일까. 최근 1인당 학비가 연간 천만원이 넘는 초중고교가 전국에 23곳이나 달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보도는 모두 30일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이 교육부에서 받은 ‘사립학교 학부모 부담 경비’ 자료에 근거한 내용이다. 학비가 비싼 학교로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지목하며 특목 자사고 때리기가 재현됐다. 외고 자사고가 높은 학비를 받기 때문에 대입에서도 유리하다는 주장이지만 학교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명목 비용만으로 매도한 경향이 짙다.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높은 학비를 받는 이유나 학비 이상으로 교육비에 투자한다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금액만을 지적한 때문이다. 장학금이나 학비지원에 대한 언급이 없어 학비가 높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다닐 수 없는 고교인 것처럼 기술한 점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높은 학비가 대입실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특목 자사고 때리기의 타당성을 떨어뜨린다.  

학부모 부담 경비는 연간 납부해야 할 입학금 수업료 방과후학교활동비 현장체험학습비 급식비 교복비 기숙사비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을 말한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비가 가장 많은 학교는 전국단위 자사고인 민사고였다. 민사고의 1인당 연간 학비는 2490만원으로 초중고교를 포함한 23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어 청심국제고 1660만원, 청심국제중 1634만원, 하나고 1393만원, 명덕외고 1343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중에선 경복초(1275만원) 우촌초(1230만원) 영훈초(1137만원) 계성초(1061만원) 홍익대사대부속초(1047만원) 예일초(1015만원) 등 6개교의 경비가 높았다. 

학부모부담경비가 높은 학교들은 대부분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며 학생들의 대입지원을 위한 교내 동아리 활동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비교과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중요해지면서 풍부한 자금으로 동아리활동 등에 투자하는 학교의 학생이 대입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모의 재력이 받쳐주는 학생은 그렇지 못하나 학생보다 대입 출발점부터 앞서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목 자사고의 우수한 대입실적이 높은 학비 때문일까. 최근 1인당 학비가 연간 천만원이 넘는 초중고교가 전국에 23곳이나 달한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졌다. 외고 자사고가 높은 학비를 받기 때문에 대입에서도 유리하다는 주장이지만 학교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명목 비용만으로 매도한 경향이 짙다. /사진=베리타스알파DB

<자사고 외고 국제고 학교특성 고려 없어>
사립으로 운영되는 외고 국제고를 포함해 자사고는 오래 전부터 ‘귀족학교’라는 편견에 시달려왔다. 이 같은 편견에는 공립학교와 달리 교육예산을 지원받지 못하는 학교특성이 고려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일반고는 정부에서 각 교육청에 내려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지원을 받는 반면, 자사고는 법인전입금과 학생 등록금 수입으로 운영되는 학교다. 재정운영의 특성상 일반고와 비교해 높은 학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 

기숙사 체제로 운영되는 학교라는 점도 고려돼야 할 요소다. 전국단위 자사고는 지리적으로 지방 외곽에 있는 데다 전국에서 모인 우수인재를 수용하기 위해선 전교생 기숙사 체제가 필수다. 학부모부담경비가 가장 높았던 민사고나 청심국제고 외대부고 모두 기숙사를 운영한다. 서울에 자리한 하나고 역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기숙사 체제는 불가피하다.  

기숙사 체제 고교는 일반고에 비해 급식비도 더 많이 든다. 조식 중식 석식을 모두 교내에서 해결하는 탓이다. 2017년 학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민사고는 1인당 연간 수익자부담경비 761만원 가운데 급식비로 407만원, 기숙사비로 12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하나고의 경우 수익자부담경비 881만원 중 급식비는 472만원이었으며 기숙사비는 267만원이었다. 외대부고도 수익자부담경비 710만원에서 335만원을 급식비에, 288만원을 기숙사비에 할애했다. 청심국제고는 전국 7개국제고 가운데 유일한 사립국제고다. 청심 역시 경기 외곽에 자리한 특성상 전교생 기숙사 체제를 운영한다. 2017학년 기준 청심의 수익자부담경비 1121만원 가운데 기숙사비는 497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한 셈이다. 급식비는 410만원으로 기숙사비 다음으로 많았다.

수업료를 비롯해 급식비나 기숙사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지원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에서 사회통합전형 미달이 다수 발생하는 탓에 의도적으로 사회배려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고 자사고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학비 지원 등 물질적 지원과 학교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의 노력은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부분이다.  

2017년 학교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청심국제고는 지난해 재학생 1인당 장학금 20만9661원을 수여했다. 수혜학생 기준으로는 45명에게 6185만원을 지급해 1인당 137만4444원을 받은 셈이다. 지난해 경기지역 장학금 수혜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 78만4948원, 전국 85만8693원에 비하면 50만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장학금과 별도로 학비지원을 받은 학생도 27명이었다. 27명에게 1억5317만1000원을 지급해 1인당 567만3000원을 받았다. 

하나고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102명, 학비가 지원된 학생은 114명에 달한다. 하나고는 전국단위 자사고 중에서 장학금이 가장 높다. 전체 학생 기준 1인당 장학금 65만4651원으로 전국 평균 6만4235원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으며 수혜학생 기준 397만9257원이다. 학비지원규모도 상당하다. 지난해 114명에게 6억6083만6120원을 지원해 1인당 약 580만원이다.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 입학생을 대상으로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맞춤형 적응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올해 입학전형 요강에 따르면 하나고는 사회통합전형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전문 상담교사를 통한 심리/진로 검사를 실시하며 교육력 제고를 위한 졸업생 학습/생활 멘토링도 진행한다. 진로/진학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맞춤형 진학 컨설팅도 실시한다.

<학비 이상 교육비에 투자하는 특목/자사고>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가 높은 학비 이상으로 교육활동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언론이 간과하는 부분이다. 교육비는 학교가 교육활동 전반에 투자하는 비용을 말한다. 세부적으로 인적자원운용 학생복지/교육격차해소 기본적교육활동 선택적교육활동 교육활동지원 일반운영 학교시설확충 등에 쓰인다. 

2017년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단위 자사고 10곳 가운데 학비 수입보다 적게 교육비를 지출한 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교육비와 학비를 분석한 결과 현대청운고는 1인당 학비보다 무려 735만원을 더 학생교육에 투자했으며 북일고는 582만원, 광양제철고 475만원, 하나고 471만원, 인천하늘고 387만원, 포항제철고 383만원, 민사고 218만원, 외대부고 147만원, 상산고 108만원, 김천고 105만원을 학비를 초과해 지출했다. 1인당 평균 477만원을 학비 이상으로 교육에 투자한 셈이다.  

외고도 교육비 지출이 상당하다. 1인당 학비 천만원 이상 드는 사립학교로 꼽힌 명덕외고는 특히 교육비 투자가 높은 학교였다. 2017년 기준 명덕외고는 1인당 교육비 2884만원을 투자했다. 학비 1538만원보다 1346만원이 많은 규모다. 경기외고는 1인당 교육비 1856만원, 김포외고는 1525만원, 부일외고는 1205만원, 대일외고는 1540만원, 대원외고는 1110만원이었다. 

유일한 사립국제고 청심은 나머지 6개 국제고에 비해 교육비 투자가 월등히 많았다. 여타 국제고도 1인당 학비보다 적게는 91만원, 많게는 322만원을 더 투자하고 있었지만, 청심국제고의 교육비 학비 차액은 1145만원에 달했다. 2017년 기준 학비는 1784만원이지만 교육비 투자는 무려 2929만원에 달한다. 주요세목을 보면 학생복지/교육격차 해소에 절반을 할애했다. 청심국제고가 학생복지와 교육격차 해소에 쓴 비용은 1인당 1408만원으로 전체 교육비 투자의 48.1%를 차지한다. 

<우수한 대입실적은 높은 학비 탓?.. 고교 경쟁력이 대입실적의 원인>
김 의원은 학비가 높은 고교가 풍부한 자금을 갖춰 대입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학비가 대입실적에 비례하진 않는다. 1인당 학부모부담수입이 높았던 청심국제고는 지난해 서울대 등록자 11명을 배출해 학비가 저렴한 일반고인 단대부고(서울 강남구) 25명, 수지고(경기 용인시) 23명, 서울고(서울 서초구) 21명, 한일고(충남 공주시) 21명, 공주사대부고(충남 공주시) 15명보다 적다. 경기외고도 단대부고 수지고 서울고 한일고의 실적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15명이 서울대에 등록한 명덕외고 역시 숙명여고(서울 강남구) 17명, 강서고(서울 양천구) 17명, 중산고(서울 강남구) 16명보다 적다.

김 의원은 “부모의 재력이 받쳐주는 학생은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대입 출발점부터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른 셈이다. 서울대 등록실적에서 나타난 사실은 높은 학비투자가 아닌 교육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대입실적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일반고 중에서도 특히 수시실적이 뛰어난 서울고(21명, 수시14명+정시7명)는 교사들의 노력이 돋보인다. 서울고는 교감을 중심으로 각 학년 부장들이 모여 입시전략팀을 구성, 일관된 대입전략을 편다. 연중 몇 차례에 걸쳐 주요 대학들의 입학처를 방문해 학교의 장점과 특색을 알리려 노력하고, 모집요강만으로는 알기 힘든 전형의 주요한 변화지점, 전형의 실질내용 등을 살피는 데 주력한다. 과학중점반과 이수반, 인문사회영재반, 수학영재반 등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마음껏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특색도 다양한 프로그램도 수시실적의 원인으로 꼽힌다. 학비보단 학교의 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이 대입실적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귀족학교라서 동아리가 많다? 더 많은 일반고도 있어>
김 의원은 학부모부담 경비가 높은 학교는 대부분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이며 학부모부담수입으로 학생들의 대입지원 등을 위한 교내 동아리 활동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많이 거둬들인 학부모부담수입으로 비교과활동에 투자해 대입에 유리하다는 논리다. 김 의원의 주장과 달리 2017년 학교알리미 ‘동아리 활동 현황’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동아리활동이 가장 많은 고교는 일반고인 영남고였다. 영남고는 창체동아리 49개와 자율동아리 367개로 전체 416개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국 고교 가운데 운영하는 동아리가 가장 많은 고교 1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일반고였다. 11위에 이름을 올린 대원외고 272개(창체211개+자율61개)보다 일반고의 동아리가 더 많았다. 

학비가 가장 높았던 민사고가 운영하는 동아리는 110개에 불과했다. 청심국제고는 147개, 경기외고는 101개, 하나고는 77개, 명덕외고는 213개, 김포외고는 46개, 외대부고는 226개로 동아리 운영이 활발해 250개 이상의 동아리를 운영하는 일반고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자율동아리 활동에 지원하는 예산규모로 따져도 한솔고(경기 성남시) 3646만원, 울산고(울산시 중구) 3538만, 속초고(강원 강릉시) 3079만원, 논산대건고(충남 논산시) 2990만원보다 적다. 경기외고는 753만원, 청심국제고는 100만원이며 민사고는 자율동아리에 별도로 지원하는 예산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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